<스물다섯 스물하나> 남주혁 "저도 사이언 세대거든요"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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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 스물하나> 남주혁 "저도 사이언 세대거든요"

운동을 좋아하고, 게임을 즐긴다. 농구 선수였고, 복싱에 관심이 있다. 한없이 건강하지만, 그렇다고 가벼운 것은 아니다. 배우 남주혁의 진짜 노력들은 깊은 곳에서 흐른다.

박세회 BY 박세회 2022.03.21
 
<스물다섯 스물하나> 찍으면서 즐거웠죠?
현장에서 정말 즐거웠어요.
현장에서 즐거우면 작품도 잘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맞아요. 다 그렇지만은 않지만, 잘된 작품들 중에는 현장이 즐거운 경우가 많았죠. 배우 입장에서는 즐겁게 연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셈이니까요.
전 그 드라마도 재밌게 보고 있지만, 주혁 씨 인스타그램에 갔다가 가장 크게 웃었어요. 곱순이랑 가을이가 산책하는 사진에 팬들이 댓글을 남겼더라고요. "오빠가 나 산책시켜줬다"고요.
마치 우리 애들이 남긴 글처럼...(웃음)
그 밑에는 또 "나 곱순이 할래" 이런 댓글도 보이고요.(웃음) 표현하는 방식이 너무 재치 넘치고 귀여워요.
유머러스한 분들이 많아요. 어떻게 그렇게 재밌는 글을 쓰는지 감탄할 때도 있고, 피식 웃을 때도 있고, 정말 힘이 날 때도 있어요. "힘내세요"라고 쓴 글을 보고 힘이 나기도 하지만, 그런 재치와 유머를 보고 힘이 날 때가 많아요.
그나저나 바쁘게 촬영할 때면 곱순이랑 가을이 생각도 많이 나겠어요.
많이 나죠. 일할 때는 어머니께서 아이들을 봐주시거든요. 그러다 보니 지금은 가끔 만나면 저를 자기 아래로 취급해요.(웃음)
아, 서열이 바뀌었구나.(웃음) 그러면 정말 서러운데...
불러도 오지도 않아요. 예전 인터뷰 때도 말했지만, 자고 일어났는데 베개에 강아지 똥이 있는 거예요. 제가 베고 있는 베개에요. 그게 또 어찌나 슬프던지...(웃음) 어떻게든 같이 한번 자려고 침대 위로 안아 올리면 발버둥 치며 싫다고 도망치니까 정말 섭섭해요.
남주혁의 품을 차버릴 수 있는 강아지라...부러워하는 휴먼이 참 많겠는데요?
하하하.
 
블루 페이턴트 램스킨 재킷, 스팽글 셔츠, 브이넥 로고 티셔츠, 실크 타이 모두 디올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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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 스물하나>에 나오는 동네들이 참 예뻐요.
이번엔 전주가 많았어요.
남산도 좀 있는 것 같던데요. 돌담 있는 곳들?
아, 거기는 수원. 수원 화성 근처였던 것 같아요. 현대극을 찍으면서 이렇게 많이 돌아다닌 적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1990년대가 배경이다 보니, 요즘은 어딜 가나 신축 건물들이 너무 많잖아요. 그 시절엔 볼 수 없었던 화려하고 높은 그런 건물들이 안 보이는 곳을 찾아다니는 거죠. 어떻게 하면 좀 예스러운 곳이 없나 찾다 보니 강원도도 자주 갔었고 전주, 고창, 익산도 갔어요.
1990년도의 미감을 배역으로라도 접해본 느낌은 어땠어요?
좋았어요. 1990년대가 저도 그렇게 낯선 때는 아니거든요. 그때 전 아직 아기였지만요. 초등학교 다니던 때 기억을 더듬어보면 그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학교 앞에 코끼리 분식 같은 가게들이 있었죠.
컵볶이 파는 분식집이요?
네 맞아요. 컵볶이나 닭꼬치도 팔고요. 슬러시도 팔았죠. 드라마를 찍으면서 뭔가 옛날을 여행하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좋았어요.
여름에 200원짜리 슬러시 한잔 딱 하면, 머리 띵하고 기분 좋았는데 말이죠.
저 때는 500원이었던 것 같은데.(웃음)
200원과 500원 사이... 선을 확실히 긋는군요. 뭔가 갑자기 멀어지는 느낌이네요.
큰 건 심지어 800원이었는데, 그래도 기본 사이즈인 500원으로 대답한 거예요.(웃음)
첫 휴대폰이 뭐였어요.
중학교 1학년 들어가서 엘지 뭐더라.
사이언?
맞아요. 사이언이었어요.
사이언 세대구나. 아까 슬러시 때문에 멀게 느꼈는데 또 갑자기 가깝게 느껴지네요.
삼성에서 나온, 손가락으로 액정 화면 돌리는 휴대폰 있잖아요.
가로본능?
어, 맞아요. 가로본능, 그 휴대폰 나오던 시절에 처음으로 휴대폰을 샀어요. 아마 초등학교 5학년이었을 거예요. 아이폰이니 하는 그런 스마트폰들은 제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나오기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또 그런 폰들이 나와도 가격이 너무 비싸서 사기도 힘들었죠. 전 중학생 때까지도 1541, 08217, 1633을 썼어요.
무슨 번혼데 그렇게 다 외워요?
콜렉트콜이죠.
콜렉트콜을 왜 써요?
전 돈이 없으니까요. 수신자 부담이잖아요.
로맨틱하네요. 전 집전화로 여자 친구랑 통화하다가 전화요금 많이 나와서 혼나고, 한겨울에 동전 모아서 공중전화에서 전화하느라 발이 얼도록...
저는 그 정도는 아니었어요.(웃음) 공중전화로 그렇게 여자 친구한테 전화하는 세대는 아니죠. 어릴 때 엄마나 아빠한테 하긴 했지만요.
또다시 멀어지네요.
(웃음) 콜렉트콜을 하던 시대가 제 기억에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아요. 그 짧은 순간에 상대한테 "빨리 받아 나야"라고 늘 얘기를 했어요. "나야 엄마!"라고 주로 말했죠. 상대가 제 전화를 받겠다는 다이얼을 눌러줘야지만 통화가 가능했던 그 시대가 기억에 참 많이 남아요. 그 시절에는 동네 놀이터들도 늘 잘 돼 있었어요. 축구나 농구를 할 운동장도 많았고요.
저도 그래서 물어본 거예요. 그런 제약이 더 로맨틱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맞아요. 당시에는 그때 우리가 사용하던 것들, 콜렉트콜이나 예전 휴대폰들이 가장 편리한 최첨단 수단들이었단 말이죠. 그 시절을 돌이켜보면 그런 것들이 너무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래서 낭만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죠. 한편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예전에 비하면 너무 편리해진 세상임에도 미래에서 되돌아보면 불편한 게 너무 많았던 세상일 수 있겠죠. 돌이켜보면 또 낭만적인 시절일 테고요.
 
스팽글 장식을 더한 자카르 스웨터, 체크 셔츠 모두 디올 맨.

스팽글 장식을 더한 자카르 스웨터, 체크 셔츠 모두 디올 맨.

 
드라마에 나오는 것들 중 본인이 몰랐던 게 있나요?
워낙 옛날 것들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꼭 써보지는 않았어도 뭔지는 다 알고 있었어요. PC통신이라든지, 카세트테이프, 워크맨 같은 것들이요. 1990년대도 옛날은 아니죠. 사실 다 익숙해 보였어요.
처음 사본 음원 재생기기는 뭐였는지 궁금해요.
전 MP3 플레이어가 처음이었어요. 아이리버, 또 삼성에서 나왔던 YEPP.
제가 극 중 나희도와 같은 나이거든요. 저희 때는 테이프에 음원을 녹음해주곤 했어요. MP3에 음원을 담아 줘본 적은 있어요?
MP3에다가요? 너무 비싸니까 그건 못 주죠. 혹시나 누가 줘도 '내가 고장 내면 어떻게 하지'라며 걱정했을 것 같아요. 대신 저희 때는 와이잭 문화가 있었죠. MP3에 와이잭을 연결하면 기계 하나에 이어폰을 2~3개씩 꽂을 수가 있었거든요. 아예 반 아이들이 다 같이 놀 때는 TV에 있는 단자에 MP3를 연결했어요. TV가 스피커가 되는 거죠.
그건 또 제가 전혀 모르는 낭만이네요. 와이잭, 엄청 로맨틱하네요. 여자 친구랑 같이 듣고 싶은 노래가 있으면, 주머니에서 와이잭을 꺼내서...
에이, 여자 친구랑은 이어폰 하나로 나눠서 들어야죠.
근데 그러면 모노잖아요. 음악은 스테레오로 들어야죠.
(웃음) 그 당시에는 그런 거 신경 안 썼으니까요.
이번 드라마에서 주혁 씨의 배역이 생각해보면 고유림과 나희도라는 스포츠 스타들을 응원하고 조력하는 역할이잖아요. 예전 남자 스타가 주인공인 열혈 스포츠 청춘물의 여자 주인공이 반전된 캐릭터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전 그저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긴 해요. 그런데 다만, 이 드라마에선 서로가 서로를 다 돕고 있다고 생각해요. 태양고 친구들 모두 서로가 서로를 응원하고 돕고 성장해요. 그래서 좋은 작품 같아요.
그 말도 맞네요.
이진이가 힘들 때는 희도가 응원해주기도 하고, 철없는 동생 백이현의 말에 이진이가 성장하기도 하고요. 처음 대본 받았을 때 그런 점이 너무 좋았어요. 
 
화이트 브이넥 로고 티셔츠, 스팽글 셔츠, 리본 패치가 있는 데님 팬츠, 실크 타이, 삭스, 더비 슈즈 모두 디올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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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FASHION EDITOR 임건
    FEATURES EDITOR 박세회
    PHOTOGRAPHER 김희준
    STYLIST 이혜영
    HAIR 정미영
    MAKEUP 해민
    SET STYLIST 다락
    ASSISTANT 권혜진/송채연
    ART DESIGNER 김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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