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 8000m를 놀이터라고 말하는 님스 푸르자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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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 8000m를 놀이터라고 말하는 님스 푸르자

2019년 4월까지만 해도 님스 푸르자라는 이름을 아는 등산가는 손에 꼽았다. 그랬던 그가 전무후무한 기록을 연달아 세우며 일약 스타로 등극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오직 열정이다.

박호준 BY 박호준 2022.03.28
 
 
당신은 탐험가, 도전가 등 여러 가지 이름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불리길 원하나?
고고도 산악 등반가(High altitude mountaineer)라고 불러주길 바란다. 인간의 한계라고 일컬어지는 해발 8000m 이상의 높은 산봉우리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14좌 정복: 불가능은 없다〉에서 8000m가 넘는 14개의 산을 6개월 6일 만에 전부 오르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그전 기록이 약 7년이었던 걸 고려하면 엄청난 기록이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했지만,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미션 이름을 ‘프로젝트 파서블’이라고 지은 것도 그래서다.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추가로 6개의 세계 신기록을 달성했다. 예를 들면, ‘단일 시즌에 가장 많은 8000m 봉우리(6개) 등반’이나 ‘세계에서 가장 높은 5개의 산, 에베레스트, K2, 칸첸중가, 로체, 마칼루 최단 기간 등반(70일)’ 같은 것들이다. 함께한 형제들이 없었다면 달성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다큐멘터리가 공개된 후 달라진 점이 있나?
덕분에 이렇게 인터뷰를 하고 있잖은가?(웃음) 다큐멘터리가 방영되기 전엔 최대순간풍속이 60km가 넘는 강풍을 뚫고 산에 올랐다는 말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 인기가 높아진 건 사실이지만,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 유럽이나 미국 출신의 등산가가 같은 기록을 세웠다면 더 화제가 됐을 거라고 보기 때문이다. 나는 집에 TV조차 없을 만큼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14좌 정복: 불가능은 없다〉 다큐멘터리를 통해 ‘2021년,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본 등산 다큐멘터리’ 타이틀을 차지할 수 있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덕이라고 생각한다.
미션 파서블을 진행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는다면?
프로젝트 성공을 기념하는 자리에 헬리콥터로 몸이 불편한 어머니를 모셔온 게 기억에 남는다. 막내아들인 날 항상 걱정하셨는데, 멋진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 그 무엇보다 기쁘고 보람찼다. 이듬해 돌아가셨지만, 항상 곁에 함께한다고 믿는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청소가 아닐까?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든 고산지대에서 쓰레기까지 짊어지고 내려오는 건 님스 다이가 아니면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다. 그는 인터뷰 중 프로젝트 취지에 대해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청소가 아닐까?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든 고산지대에서 쓰레기까지 짊어지고 내려오는 건 님스 다이가 아니면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다. 그는 인터뷰 중 프로젝트 취지에 대해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얼마 전 ‘네팔 관광 글로벌 앰배서더’가 됐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새로운 도전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앰배서더로서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네팔 사람 중 가장 많은 인스타그램 팔로워(190만)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나다. 그 영향력을 영리하게 이용할 생각이다. 평소 산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나와 우리 팀의 행보를 보고 네팔을 찾는다면, 성공이다. 이미 네팔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네팔 관광부와 긴밀히 협력해 좀 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할 예정이다.
공식 네팔 관광 앰배서더이면서 비공식 ‘네팔 산악인 앰배서더’로도 활약하고 있다.
많은 네팔 산악인은 여전히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무거운 장비를 짊어진 채 목숨을 걸고 산에 오르지만 버는 돈은 매우 적다는 이야기다. ‘셰르파’라는 말 뒤에 감추어진 수많은 네팔 이름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그들에게 안정적인 수익과 삶을 보장해주고 싶다.
SNS를 곧잘 사용하는 것 같다. 중국 정부가 시샤팡마 입산을 허락하지 않을 때도 SNS를 이용해 전 세계에 도움을 청했고 결국 정상에 오를 수 있으니 말이다.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SNS이기 때문이 아닐까?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은 예전에도 지금도 없다.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동원할 따름이다. 돈을 벌기 위해 프로젝트와 SNS를 이용한다고 폄하하는 사람도 있는데, 정말 돈만 추구했다면 집과 자동차를 담보로 대출을 받으면서까지 프로젝트 자금을 마련하는 미련한 짓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높은 산에 오르길 원하는 사람들에게 개인 맞춤 훈련 및 가이드 등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비슷한 일을 하는 다른 조직과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일반적인 규칙만을 따른다. 우린 다르다. “당신은 저 높은 산에 오를 수 없습니다”라고 타인을 평가할 수 없다는 게 내 신념이다. 자신이 가진 숨은 능력과 가능성은 본인만 알 수 있는 영역이다. 그래서 누군가 “헤이, 님스! 내가 저 산에 올라가고 싶은데 좀 도와줄래?”라고 말한다면, 절대 거절하지 않는다. 지난 시즌, 고산 등반 경험이 전무한 여성 3명과 함께 ‘아마 다블람(Ama Dablam)’에 올랐다. 몇몇 사람은 무모한 짓이라며 손가락질했지만, 그들은 준비 훈련에 성실히 임했고 결국 우린 보란 듯이 성공했다. 이야기의 요점은 남들이 말하는 평범한 규칙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나 아인슈타인이 위대한 업적을 이룰 수 있었던 건 기존의 이론과 틀을 깼기 때문이지 충실히 따라서가 아니다.  
프로젝트 파서블을 달성한 후, 또다시 ‘최초 K2 동계 등반’이라는 대기록을 썼다.
K2 동계 등반은 전 세계 등반가에게 남은 마지막 숙제였다. 뒤집어 말하면, 도전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기도 했다. 네팔 사람들은 평소 8000m 고도의 산들을 놀이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웃음) 겨울에 K2를 오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거부감은 없었다. 중요한 건, 함께한 10명이 동시에 정상에 올랐다는 사실이다. 등반 역사를 보면 대부분의 기록은 가장 먼저 정상에 발을 딛은  한 명의 것이다. 그런 사고방식이나 관습을 깨고 싶었다. 도전을 시작할 때부터 팀원들에게 “우린 다 같이 정산에 오를 거야”라고 약속했던 이유다. 정상을 고작 5m 정도 남겨뒀을 때 10명의 팀원은 다 같이 어깨동무를 하고 (네팔) 국가를 부르며 걸었다. 매우 의미 깊은 순간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코로나로 힘든 전 세계에 ‘단결의 힘은 위대하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다. 때때로 사람들이 “높은 산 정상에 서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라고 묻는데, “평등”이라고 대답한다. 인종, 문화, 이념에 매몰되어 싸우는 시대는 저물고 있다.
팀워크와 인류애를 추구하는 모습이 다큐멘터리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오랜 군 생활에 기인한 것인가?
구르카(영국군에서 운용하는 네팔인 외인부대)로  6년, 영국 해군 특전대(SBS)로 10년을 복무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해 죽을 고비도 넘겼다. 다른 모든 군인도 그렇겠지만, 동료를 버리지 않는 것이 철칙이다. 산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든 사람을 구할 수는 없지만,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자신을 성장시키는 가장 훌륭한 방법이라는 걸 오랜 군 생활 중 배웠다.
 
그는 미션 파서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고도 8000m 이상에서만 산소마스크를 사용했다. ‘산소 마스크를 쓰는 건 진정한 의미의 등반이 아니지’라고 그의 성공을 깎아내리는 사람들을 위해 K2 동계 등반에선 산소마스크를 사용하지 않았다. “산소마스크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대부분은 산소마스크가 있어도 이곳에 올라오지 못하니까요.”

그는 미션 파서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고도 8000m 이상에서만 산소마스크를 사용했다. ‘산소 마스크를 쓰는 건 진정한 의미의 등반이 아니지’라고 그의 성공을 깎아내리는 사람들을 위해 K2 동계 등반에선 산소마스크를 사용하지 않았다. “산소마스크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대부분은 산소마스크가 있어도 이곳에 올라오지 못하니까요.”

 
혈중 산소 농도가 일반인은 물론 엘리트 운동선수를 능가할 만큼 월등히 높다. 타고난 산악인인가?
네팔에선 보통이다.(웃음) 매년 3만 명이 넘는 젊은이가 구르카가 되기 위해 경쟁한다. 그중 약 200명만 구르카가 된다. 영국 해군 특전대에 입대한 건 200년 구르카 역사상 내가 최초다. 비결은 혹독한 훈련이다. 매일 아침 30kg이 넘는 군장을 짊어지고 20km씩 달렸다. 그 후엔 사이클로 64km를 달렸고, 25m 레인의 수영장을 50번 왕복했다. 일주일에 6일씩 6개월을 그렇게 지내면 누구나 ‘등산 머신’이 될 수 있다.(웃음)
숨 쉴 산소조차 부족한 극한 상황에서 어떤 생각으로 발을 내딛나?
역설적이게도 죽음에 가까운 순간 살아 있다고 느낀다. 고고도 등반을 하다 보면 체력적, 정신적 한계에 부딪혀 한 발자국을 내딛는 데 2~3분이 걸릴 때도 있다. 그걸 견디고 이겨냈을 때만 느껴지는 쾌감이 있다.
삶의 목표가 도전인 셈인가?
열정이다. 모든 결정을 할 때 열정을 따른다. 히말라야에 처음 오른 게 서른 살이었다. 영국 특수부대에서 근무할 때조차 내가 전문 산악인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우연한 계기로 산에 올랐는데 너무나 즐거웠다. 그 즐거움을 이어나가기 위해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어떤 일을 할 때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그 일이 즐겁지 않은 탓이다.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고 그 일에 열정을 쏟는다면 누구나 자신만의 업적을 성취할 수 있다.
화제를 조금 바꿔보자. 에베레스트에서 찍은 사진에 대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들었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줄지어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길 기다리고 있는) 내가 찍은 그 사진은 미디어에 의해 왜곡됐다. 미션 파서블을 위해 에베레스트, 로체, 마칼루를 등반하던 중 에베레스트 정상 부근에서 찍은 사진을 개인 SNS 계정에 업로드했을 뿐인데, 수많은 미디어가 무단으로 사진을 퍼 날랐다. 앞뒤 설명 없이 무분별하게 퍼진 사진 때문에 사람들은 ‘에베레스트는 이제 너무 쉽다’ ‘에베레스트는 돈만 있으면 누구나 올라가는 산이다’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사진 한 장 때문에 에베레스트에 오른 모든 사람을 모욕한 꼴이 된 것이다. 하지만 진실은 전혀 다르다. 그 사진이 찍힐 수 있었던 까닭은 한 달 내내 기상 상황이 좋지 못하다가 운 좋게 딱 하루 날씨가 맑았기 때문이다. 정상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몰리는 일은 드물다. 마라톤을 완주하는 사람이 수천 명이라고 해서 그들이 노력하지 않았다는 말이 되지 않는 것처럼,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사람이 많다고 해서 에베레스트가 쉬운 산이 되는 건 아니다.
 
님스 푸르자는 자신을 소개할 때 이름 뒤에 다이를 붙여 말하길 좋아한다. 다이(Dai)는 네팔어로 형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우리말로 치면 ‘님스 형’ 같은 느낌이다. 실제로 그는 팀원들과 형제처럼 스스럼없이 지낸다.

님스 푸르자는 자신을 소개할 때 이름 뒤에 다이를 붙여 말하길 좋아한다. 다이(Dai)는 네팔어로 형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우리말로 치면 ‘님스 형’ 같은 느낌이다. 실제로 그는 팀원들과 형제처럼 스스럼없이 지낸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젠 더 이상 도전할 만한 산이 없다.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기후 위기가 심각하다. 다음 세대에게 더 나은 환경을 물려주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망치지는 말아야 한다. 억만장자도, 강대국의 지도자도 아닌 일개 등산가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고산지대 쓰레기 제거(Big Mountain Cleanup)’ 활동을 시작했다. 연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등산가 한 명이 에베레스트에 오를 때마다 약 8kg의 쓰레기가 발생한다고 한다. 버려진 쓰레기는 미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지하수로 흘러 들어가 지역 주민들에게 악영향을 준다. 등반 루트에 방치된 로프도 골칫거리다. 험준한 지형에 설치된 로프는 제거하기 위해 접근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누군가 실수로 낡은 로프에 고리를 걸면 줄이 쉽게 끊어져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회수해야 한다. 만약 높은 산을 정복하는 것에 흥미가 없거나 질렸다면, 쓰레기 제거 활동에 동참하길 권한다. 보험료와 각종 장비 비용만 부담하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참여할 수 있다. 인력과 자원 모두 부족한 상황이라 대형 스폰서가 절실한 상황이다.
또 다른 다큐멘터리 또는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부정하진 않겠다. 이 자리에서 밝히지 못해 아쉽지만, 우리는 항상 새롭고 놀라운 일을 준비하고 있다. 조금만 기다려줬으면 좋겠다.
 
다큐멘터리와 더불어 〈비욘드 파서블(Beyond Possible〉 책도 인기다. 한국어로도 만나볼 수 있는걸까?
아직 한국 출판사에서 연락받은 것이 없다. 생각이 있다면 언제나 환영이다.(웃음) 그 책은 영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됐고 프랑스, 스페인, 러시아 등 다양한 나라에서 번역 출판됐다. 책은 에베레스트에 오르는 법이 아니라 ‘일상’이라는 산에 오르는 법에 관한 내용이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인생을 대해야 하는지, 삶의 부정적인 면을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삶에 동기부여가 필요한 사람에게 추천한다.
책 외에도 프로젝트의 의미가 담긴 티셔츠, 후디, 모자도 인기다. 개인적으로 후디를 사고 싶은데 품절이더라.(웃음)
빠른 시일 내에 재입고 하겠습니다, 고객님.(웃음) 이렇게 빨리 팔릴 줄 몰랐다. 많은 관심을 보내주는 모든 사람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팬데믹이 끝나고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도 꼭 방문하고 싶다. 훌륭한 한국인 등산가가 많다. 한국에 가게 되면 〈에스콰이어〉와 협력해 토크 콘서트나 원 포인트 레슨 같은 이벤트를 해봐도 재미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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