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시민>에서 더 악해질 예정인 이준영을 만났다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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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시민>에서 더 악해질 예정인 이준영을 만났다

이준영은 “걔가 얘야?”라는 말을 들을 때 큰 희열을 느끼고 “나쁜놈”이란 말을 칭찬으로 받아들인다. 배우니까.

박호준 BY 박호준 2022.04.25
 
그린 셔츠 보테가 베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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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 콘셉트를 춤으로 할 걸 그랬나 봐요.
화보 찍을 때 춤을 춘 건 처음인 것 같은데 확실히 몸을 크게 움직이니까 긴장이 풀리더라고요. 평소에도 춤추는 걸 워낙 좋아해요.
밤늦게 한강공원에서 혼자 춤추는 영상 봤어요. 근데 스스로는 낯을 가리는 편이라고 얘기했죠. 이준영은 어떤 사람인가요?
낙천적입니다. 공상을 굉장히 즐기고요. 불멍, 물멍 같은 각종 멍 때리기를 좋아해요. 낯을 가리는건 맞아요. 처음 보는 사람이랑 눈을 마주치고 오랫동안 이야기하는 게 여전히 어색해요. 굳이 골라야 한다면 활발보단 조용에 가까워요. 공원에서 춤을 췄던 건 나대는 걸 좋아해서가 아니라 즉흥적인 기질이 있어서 그랬던 거예요. 그 순간 느껴졌던 야경, 바람, 노래 등이 너무 좋았거든요. 이것저것 재지 않고 하고 싶으면 그냥 해요. 요즘은 글도 써보고 있어요.
어떤 글이요?
시나리오를 써보고 있는데 이제 막 시작한 수준이라 부끄럽네요.(웃음) 춤과 댄서에 대한 이야기예요. 어릴 때부터 춤을 췄던 제 모습을 간접적으로 담았죠. 최근 〈스우파〉 이후에 스트리트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잖아요. 이걸 쓰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우리나라에 춤을 소재로 한 영화가 의외로 별로 없더라고요.  
시나리오를 써보는 게 연기에도 도움이 돼요?
감독님의 마음을 아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이젠 보여요. 그래서 촬영이 끝나도 일부러 촬영장에 붙어 있어요. 촬영감독님 옆에 앉아서 카메라 동선이나 움직임을 관찰하죠. 조명을 쓰는 법도 배우고요. 그러다 귀찮게 굴지 말고 빨리 가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어요.(웃음)
원래는 댄서가 꿈이었죠. 그래서 아이돌로 데뷔했고요.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더 유닛〉에서 1등까지 했는데 미련이 남진 않아요?
일단 〈더 유닛〉에서 1등을 할 수 있었던 건 결코 제가 잘해서가 아니에요. 저뿐만 아니라 같이 참가했던 참가자들도 입을 모아 말한 건 ‘등수를 나누는 게 정말 의미가 있을까?’였어요. 등수에 연연하지 않고 내가 가진 매력을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참여했어요. 댄서가 되고 싶어 아이돌이 됐던 것에 비하면 연기를 시작한 건, 우연한 계기에 가까워요. ‘연기자가 되겠어!’라는 생각을 한 건 아니거든요. 그런데 연기는 음악을 할 때와 또 다른 즐거움이 있더라고요. 대본에 적힌 글자가 배우를 통해 말과 행동으로 바뀌는 과정이 신기하고 재밌었어요. 춤도 그랬고 노래도 그랬고 한번 꽂히면 전력을 다하는 성격이라 지금 이렇게 연기에 매진하고 있는 것 같아요.
 
데님 셔츠 블레스. 웨스턴 데님 팬츠 텔파. 부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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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떨 때 배우로서 희열을 느껴요?
“쟤가 이준영이라고? 에이, 말도 안 돼”라는 말을 들을 때요. 제대로 연기를 했다는 말로 들려서 짜릿해요. 연기를 하면서 의도했던 부분이 시청자에게 제대로 전달됐을 때 보람되죠. 넷플릭스 시리즈 〈D.P.〉가 공개됐을 때 그런 피드백을 많이 받았어요. 아버지에게 막말하고 여자 친구에게 돈 뜯을 궁리나 하는 양아치 탈영병 역을 맡았는데 ‘역시 그럴 줄 알았다. 이준영은 원래 저런 성격인데 그동안 숨기고 살았던 거다’ 같은 댓글을 자주 봤어요. 촬영장에 가면 친한 스태프 형들이 “어, 나쁜 놈 왔어?”라고 말을 걸기도 했고요. 그런 것들이 저한텐 연기 잘했다는 칭찬으로 들려요.
연기돌이라는 꼬리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요?
꼬리표를 떼고 싶어서가 아니라 지키고 싶어서 연기를 더 열심히 해요. 아이돌 출신이지만 배우로서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는 선배들이 여럿 있잖아요. 그분들이 먼저 길을 닦아놓은 덕에 저도 연기에 입문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의지를 잇는다고 말하면 너무 거창하지만, 그런 자세로 연기에 임하고 있어요. 아이돌이던 이준영도 저고 배우 이준영도 저예요.
그동안 부잣집 도련님, 살인자, 밴드 리더 등 다양한 역을 맡았어요.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한 전략적 선택인가요?
연기를 시작할 무렵 제가 가진 장점이 뭘까 많이 고민했어요. 찬찬히 둘러보니 제 나이 또래에 잘생긴 배우는 정말 많더라고요. 외모로는 전혀 메리트가 없다고 판단했죠. 가리지 않고 다양한 배역에 도전하다 보면 배움이 쌓일 거라 믿었어요. 옷도 입어보기 전엔 모르는 거잖아요.  
여러 가지 옷을 입어보니 어때요?
작품 하나가 끝날 때마다 자신감을 얻어요. 〈미스터 기간제〉의 살인자 역할이나 〈모럴센스〉의 정지후 역할을 처음 맡았을 땐 부담이 컸어요. 걱정만 많았죠. 그런데 회를 거듭할수록 제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나 확신이 생겨요. ‘이 작품 하길 정말 잘했다’라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한 작품을 끝내면서 얻은 힘으로 그다음 작품을 준비하는 식입니다.
배역을 맡으면 사전 조사나 취재를 많이 해요?
예전엔 그랬어요. 대본도 엄청 꼼꼼하게 지문 하나하나 밑줄 쳐가면서 읽었어요. 연기 레슨을 받고 연기를 시작한 게 아니라서 그렇게라도 해야 덜 불안했거든요. 근데 그렇게 하다 보니 배역에 충실한 게 아니라 레퍼런스 속 인물을 따라 하고 있더라고요. 아차 싶었죠. 요즘은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고민해서 캐릭터를 만들어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블랙 시퀸 셔츠 김서룡. 패턴 데님 팬츠 막시밀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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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럴센스〉의 정지후는 멜섭 성향을 지닌 캐릭터죠.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라서 캐릭터를 잡기가 어려웠을  것 같은데요.
낯선 용어나 개념이 많긴 했지만, 사전에 제작진이 관련 자료를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해줬어요. 그걸 토대로 감독님이랑 서현 씨랑 상의를 되게 많이 했고요. 자주 볼 땐 일주일에 네 번이나 만난 적도 있어요. 그냥 한 명의 배우로 참여한다기보단 영화 전체를 같이 만들어간다는 인상을 받았던 작품이에요. BDSM이라는 소재를 다루지만, 희화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특히 더 고민을 많이 했죠.  
〈모럴센스〉를 첫 주연 작품으로 선택하는 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아요.
영화가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너무 좋았어요.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다’가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였거든요. 〈모럴센스〉 대본을 읽고 나서 반성을 많이 했어요. 다름과 틀림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살았더라고요. 그래서 정지후라는 캐릭터가 더 탐났어요. 강아지처럼 짖는 장면이나 손에 수갑을 차고 플레이하는 장면은 즐거운 분위기에서 찍었어요. 리허설을 하도 많이 해서 본 촬영이 리허설같이 느껴질 정도였죠.
영화가 공개된 후에 관련 기사가 쏟아졌어요. 파격적이라고 하는 사람과 BDSM을 소재로 한 로맨틱 코미디라는 사람으로 반응도 갈렸죠.
예상하지 못한 반응은 아니에요. 기준선을 어디에 둘 것인지에 대한 문제였죠.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할 때 아메리카노를 시킬 수도 카푸치노를 시킬 수도 있어요. 아무도 “너 왜 카푸치노 시켜. 변태야?”라고 말하지 않죠. 반면 영화 속 정지후는 남들과 조금 다른 취향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사회적 매장을 당할 만큼 공격받아요. 비단 BDSM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여러 차별들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싶었어요. 앞서 말한 것처럼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다’라는 메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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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박호준
    PHOTOGRAPHER 채대한
    STYLIST 이종현
    HAIR 강지은
    MAKE UP 김은지
    ASSISTANT 송채연
    ART DESIGNER 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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