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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돌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이준영은 “걔가 얘야?”라는 말을 들을 때 큰 희열을 느끼고 “나쁜놈”이란 말을 칭찬으로 받아들인다. 배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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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니트 후디, 체크 실크 쇼츠 모두 김서룡.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기 활동을 시작했으니 약 3년 만에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주연을 따낸 셈이에요. 빠르게 필모그래피를 쌓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뭘까요?
자기 비하요. 스스로 상처를 많이 줘요. 계속 채찍질하는 거죠. 힘들어도 이 악물고 버티기만 했어요. 그래야만 하는 줄 알았거든요. 쉽게 만족하는 성격도 아니에요. 지금 여전히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도와줘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해요.
친동생이 팩트 폭행을 많이 한다면서요.
(웃음) 맞아요. 사이가 좋은 거랑 별개로 냉철한 피드백을 자주 해줘요. 어떻게 보면 가족이니까 가장 솔직하게 말해줄 수 있는 거죠. 듣고 보면 대부분 맞는 말이라서 반박하기도 어려워요. 동생이 드라마를 워낙 많이 보기도 하고 20대 초반이니까 어떤 면에선 저보다 더 트렌드에 빠른 구석이 있거든요.
힘들 때 해소하는 방법은 찾았어요?
원래는 춤으로 풀었어요. 연습실에서 정신없이 춤추고 나면 기분이 나아졌거든요. 사실은 회피하고 있었던 거예요. 잡생각 들지 않게 바쁘게 움직이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스케줄 때문에 지친 몸을 춤으로 더 혹사시키니까 결국 버티질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일부러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해요. 산책도 하고 술도 한잔하고 침대에서 빈둥거리기도 하면서요. 돌이켜보면, 왜 그렇게 성공에 집착했는지 잘 모르겠어요.(웃음)
언제 그랬는데요?
<더 유닛>에서 1등 하고 프로젝트 그룹인 ‘UNB’ 활동이 막 끝났을 무렵이 피크였어요. 가수로서 커리어가 끝났다고 생각했어요. 뭘 해야 할지 막막한 시기였어요. ‘응원해준 사람들을 배신했어’ ‘나는 실패자야’ 같은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죠. 돌이켜보면 성공이 뭔지도 모르면서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낭비했던 감정이랑 시간이 너무 아까워요.
요샌 어때요? 영화 <용감한 시민>이랑 <황야>를 동시에 찍느라 정신없죠?
어유, 죽겠어요.(웃음) <용감한 시민>은 마무리 단계고 <황야>는 아직 꽤 남았어요.

블랙 레더 재킷 느와르 라르메스. 화이트 티셔츠 사카이. 데님 팬츠, 슈즈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두 영화에서 맡은 배역이 아예 다르다고 들었어요.
<용감한 시민>에선 메인 빌런이고 <황야>에선 착한 편에 속하죠. 정반대의 캐릭터를 동시에 연기하는 건 처음인데 서로 얽히지 않게 하는 게 꽤 어려워요. 예를 들어, <황야>를 나흘 촬영하고 그다음 날 바로 <용감한 시민>으로 넘어가는 스케줄이면 사흘째부터 긴장감이 올라와요. 두 배역의 대사 톤, 표정, 태도가 전혀 다르니까요. 그럴 땐 이동하면서 차 안에서 그전 촬영분을 계속 돌려 봐요. 감정이 하도 왔다 갔다 하니까 매니저 형이 저를 걱정한 적도 있어요.(웃음)
두 작품 모두 웹툰을 기반으로 했다는 공통점이 있죠.
웹툰을 전부 보긴 했지만 스토리를 이해하는 수준으로만 빠르게 봤어요. 텍스트와는 달리 웹툰은 캐릭터의 상황이나 표정이 시각적으로 묘사되어 있잖아요. 거기에 갇히면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오질 않아요.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할까요? ‘물컵을 집어 든다’라는 단순해 보이는 지문도 상황과 호흡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연기할 수 있잖아요. 처음엔 연기 경험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그런 노하우가 생기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더라고요. ‘내가 영화 속 인물이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라고 끊임없이 몰입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D.P.>에도 액션 신이 있었지만 <용감한 시민>은 캐릭터 설정 자체가 무에타이 선수예요.
저는 재밌게 찍었는데 주변에서 좀 힘들어했어요. 대역 없이 가겠다고 고집을 부려서요. 액션 스쿨에서 만난 무술감독님이랑도 친해져서 촬영 중에 막히거나 궁금한 게 생기면 시도 때도 없이 연락하고 그랬어요. 욕심이 과해서 이곳저곳 많이 까지고 멍들긴 했지만 그림은 잘 나온 것 같아서 만족스러워요. 신기하게 촬영할 땐 멀쩡하다가 꼭 차에 타거나 집에 오면 아프더라고요.
어쩐지 화보 촬영할 때 보니 몸이 탄탄하더라고요.
최근까지 성수기였는데 지금은 타락했어요.(웃음) 얼마 전에 상의 탈의해야 하는 일이 있어서 식단도 조절하고 운동도 열심히 했거든요. 지금은 먹고 싶은 거 막 먹어서 살이 올랐어요. 아까 스타일리스트가 준 바지가 잠기지 않아서 뜨끔했습니다.
<용감한 시민>에선 이준영의 어떤 모습을 볼 수 있나요?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했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정말 치가 떨릴 정도로 악랄한 모습으로 나와요. 오죽하면 현장에서 스태프들이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징그럽다는 이야기를 해요. 저한테 “나쁜 놈 지나간다”라며 장난을 걸기도 하고요. 그럼 “다 들려요”라고 대꾸하죠. 배우 스태프 가릴 것 없이 친하게 지내는 걸 선호해요. 밥 먹을 때 뛰어가는 배우는 처음 봤다고 신기해해요.

그린 셔츠, 팬츠 모두 보테가 베네타. 브레이슬릿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어느 인터뷰에서 사람 냄새 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한 것과 이어지네요.
맞아요. 카리스마 있고 무게감이 느껴지는 배우가 되고 싶어서 그런 선배님들을 따라 한 적도 있는데 잘 안 됐어요. 저란 사람 자체가 멋있고 근엄한 것과 거리가 멀어요. 되도 않는 척을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살자고 다짐한 후로는 편하게 지내요. 연기할 때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인 것 같아요.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는 뭐예요?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직이요. 스마트한 역할을 해본 적이 없어서 궁금해요. 회사에서도 이제 액션 쪽은 당분간 그만하자고 하고요. 자꾸 어딜 다쳐서 돌아오니까.(웃음) 이렇게 자꾸 말하고 다니면 신기하게 정말 그런 배역이 들어와요.
<황야> 촬영이 끝나면 좀 쉴 건가요? 지난 3년간 쉴 새 없이 달려왔잖아요.
현재로선 그럴 예정이긴 한데 가봐야 아는 거죠. 좋은 작품 제안이 들어오면 계속 달리는 거고 아니면 좀 쉬고요.
쉴 생각이 없는 것처럼 들리는데요.
직원들이랑 잘 이야기해봐야죠. 1인 소속사라서 다들 저만 바라보고 있는데 저만 생각할 수는 없으니까요.
부담감이 좀 있나 봐요.
아예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그래도 처음 회사를 차렸을 때보단 많이 내려놨어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하나 눈앞이 깜깜했는데 다행히 유능한 인재가 한 명씩 합류하면서 빠르게 자리를 잡고 있어요. 최근엔 제가 군대를 일찍 갔다 오겠다고 우겨서 대표님이랑 한참 씨름했죠. 어제는 점심 뭐 먹을지 두고 다퉜어요. 그랬더니 직원들이 제발 그냥 아무거나 빨리 먹자고.(웃음)
2인 소속사가 될 가능성도 큰가요?
물론이죠. 애초에 저 혼자 편하려고 차린 게 아니에요. 마음 맞는 사람들이랑 재밌게 일할 수 있는 조직을 꿈꿨어요. 사무실도 가정집처럼 아기자기하게 꾸며놨답니다.(웃음) 편하게 연락 주세요.
Credit
- EDITOR 박호준
- PHOTOGRAPHER 채대한
- STYLIST 이종현
- HAIR 강지은
- MAKE UP 김은지
- ASSISTANT 송채연
- ART DESIGNER 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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