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지은이 MBC 연기대상 신인상을 받고도 태연했던 이유 | 에스콰이어코리아
PEOPLE

배우 김지은이 MBC 연기대상 신인상을 받고도 태연했던 이유

배우 김지은은 이제 두려운 게 없다고 했다. 그저 앞에 놓인 가능성들이 궁금할 뿐. “내가 다음엔 뭘 또 할 수 있을까?”

오성윤 BY 오성윤 2022.04.22
 
 
활동을 멈추려고 했군요.
이러다가는 정말 힘들어질 것 같아서 좀 쉬고 오자 했던 거죠. 그런데 〈검은 태양〉 오디션을 볼 때 감독님이 그러는 거예요. 만약 지은 씨가 최종 캐스팅이 되면 말해주고 싶은 게 있다고요. 결국 오디션을 서너 번 더 보고 나서야 정말 본가에 내려가기 직전에 기적적으로 출연이 결정 됐고, 그때 감독님이 그러시더라고요. 키다리 아저씨 같은 존재가 있다고. 감독님도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를 통해서 저라는 배우를 알고는 있었는데, 존재를 다시 상기시켜준 사람이 있었다는 거예요. 그게 남궁민 선배님이었던 거죠. 유제이 역을 신인 배우로 하고 싶어서 여럿 놓고 고민하고 있을 때 선배님이 제 얘기를 했대요. 이런 친구도 있으니까 어떤 역할이든 고민할 때 한번 같이 봐주세요 하고.
그랬구나. 몰랐어요.
네. 저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 얘기를 언급하는 게 처음인데요. 혹시나 선배님께 예상치 못한 누를 끼칠 수도 있잖아요. 제가 워낙 그런 부분에 조심스러워서. 그런데 또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게, 남궁민 선배님한테 항상 고맙다고 말씀드리고 싶기도 했고요. 그때의 저처럼 열심히 살고 있는 누군가에게도 말해주고 싶어서요. 저는 그랬거든요. 어떤 순간에는 세상이 저한테 ‘안 돼. 열심히 살아도 안 돼 너는. 최선을 다해도 안 돼. 그런 사람도 있어’ 하고 말하는 것만 같아서 혼자 엄청 울기도 하고. 그래서 지금 그런 사람이 있다면 제가 나중에야 깨달은 걸 전해주고 싶은 거죠. 열심히 하면 될 거라고. 정말로 최선을 다하면 누군가는 알아주고 도와줄 거라고요.
지은 씨에게는 그게 남궁민 씨였고요.
나도 꼭 선배님 같은 배우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해요. 열심히 하는 후배가 보이면 어떻게라도 이끌어줄 수 있는 부분은 도와줘야겠다고. 그래야 그때의 저 같은 배우가 포기를 안 할 테니까요.
이유는 물어봤어요? 지은 씨를 기억하고 추천한 이유가 뭐였는지?
네. 촬영하는 동안 제가 선배님한테 연기에 대한 걸 정말 많이 물었거든요. 그러다 대뜸 그런 질문도 한 거죠. “그런데 선배님은 왜 저를 추천해주셨어요?” 그때 그러시더라고요. 저를 보면서 예전의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고요. “열정도 넘치고 스스로 생각하기에는 정말 최선을 다하는데 무엇 하나 마음대로 되지 않고 환경도 도와주지 않는 것 같고. 그랬던 예전의 내가 생각이 났어.” 저한테는 그게 정말 큰 칭찬으로 느껴졌어요.
〈닥터 프리즈너〉 때 워낙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잖아요. 지금도 배우 김지은을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이 회자하는 연기인 것 같고요.
맞아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기억해주시더라고요. 정말 작은 역할, 그냥 이렇게 지나가는 역할이었는데도.
 
재킷, 메탈릭 플레이트 블랙 드레스 모두 로에베. 링 토마르 x 아몬즈.

재킷, 메탈릭 플레이트 블랙 드레스 모두 로에베. 링 토마르 x 아몬즈.

 
오민정이 극의 흐름에서는 사실 게임의 판세를 뒤집는 일종의 ‘변수’ 정도로 제시되는 캐릭터였죠. 그런데 동시에 데이트 폭력 피해자라는 무거운 인물 설정을 갖고 있기도 했잖아요. 주요 인물들의 동기를 변화시키는 요인으로 불쑥불쑥 등장하는데, 그 짧은 순간에도 오민정이 겪고 있는 끔찍한 감정이 전달돼서 저는 그게 참 놀라웠어요.
맞아요. 그런 역할을 하는 캐릭터였죠. 그런데 어쨌든 제가 맡은 건 오민정이라는 사람이고, 저는 그 캐릭터의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정말 믿었던 사람, 연인에게 배신을 당했고, 끔찍한 일을 당했고, 그걸 누군가에게 말하고 도움을 요청했는데 그 사람에게조차 배신을 당했고. 그랬을 거라 생각하니까 정말 속상하더라고요. 어쩌면 그런 표현이 극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방해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감독님께서 커트를 해주실 거라 믿고 그냥 최선을 다했던 것 같아요. 다행히 감독님이 좋게 봐주셔서 추가 촬영으로 몇 번 더 출연시켜 주기도 했고요. 오민정이라는 친구는 짧게 나왔지만 저도 생각이 많이 나는 친구예요.
궁지에 몰린 인물이나 어두운 인물을 많이 연기했던 것 같아요.
제가 그렇게 보이는 측면이 있나 봐요. 입을 열지 않고, 웃지 않고 있으면 좀 차가워 보인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셨고요. 그래서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것도 깨달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없다는 것도 깨달았죠. 솔직히 처음에는 좀 속상했어요. ‘나 차갑지 않은데’ ‘나 어둡지 않은데’ ‘되게 밝은데’ 이러면서. 그런데 지금 보면 그게 좋은 일이었던 것 같아요. 그때는 제가 그런 걸 잘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이라 처음부터 하나하나 만들어가야 했고 마냥 어려웠거든요. 그런데 그런 캐릭터들을 거쳐온 덕분에 다양한 연기를 할 수 있게 됐구나 싶으니까요. 제가 아직 해보지 않은 걸 생각할 때도 무섭기보다는 ‘내가 다음엔 또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됐고.
너무 잘 소화하는 바람에 비슷한 톤의 캐릭터가 많이 들어온 것일 수도 있죠. 드라마 데뷔작인 〈회사를 관두는 최고의 순간〉의 현이 역할부터 너무 잘해내서.
맞아요, 현이. 그런 친구들을 많이 맡았어요. 차갑고, 사연 있고.
그런 역은 처음부터 하나하나 만들어가야 한다고 했는데, 어떤 식일까요?
그런데 현이도 그렇고 민지은(〈타인은 지옥이다〉)도 그렇고 라희(〈눈 떠보니 세 명의 남자친구〉)도 그렇고 제이도 그렇고, 제가 겪어본 적 없는 사연을 갖고 있다 해도 그들의 감정은 다들 겪어봤을 법한 감정이잖아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그걸 극대화하는 거죠. 예를 들어 현이는 기간제 교사라서 늘 압박감을 느끼고, 남들이 모르는 자격지심도 있고,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사람들을 냉소적으로 대하고 예민하잖아요. 친구가 직장 일이 힘들다고 우는데 갑자기 화내면서 나가버리고.(웃음) 걔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 가는 거예요. 너는 정규직인데 지금 왜 우느냐고. 그런데 그건 어떻게 보면 제가 아는 감정인 거죠. 저도 작품 하나가 채 끝나기도 전에 다음엔 내가 어떤 일을 할까, 언제 하게 될까, 그런 심리적 압박을 겪어봤으니까요. 주변에 친한 배우가 일을 맡게 되면 ‘아 축하해’ 하면서도 ‘왜 나는 안 되지’ 하는 자격지심이 들기도 하고. 그렇게 제가 겪어본 감정 중 최대한 비슷한 결을 찾아서 대입하는 거예요.
〈눈 떠보니 세 명의 남자친구〉 같은 작품은 또 다른 의미로 쉽지 않았을 것 같더라고요. 줄곧 로맨틱 코미디처럼 흘러가다가 마지막 회에서야 그 모든 게 주인공의 우울한 욕망과 거짓말에서 비롯된 소동이었다는 사실을 제시하는 드라마였잖아요. 지은 씨가 연기한 라희는 발랄한 내레이션으로 방정맞은 속마음을 들려주다가 갑자기 그 저변의 냉혈한 거짓말쟁이를 표현해야 했고요.
다행인 게, 제가 촬영 전에 미리 결말까지 다 볼 수 있었어요. 그래서 그 부분에 집중하기로 했죠. 마지막 회까지 다 본 사람이 다시 돌아가서 첫 회부터 보더라도 말이 되게 만들자. 예를 들어 “기억은 돌아올 거니까” 이런 대사 하나를 할 때도 그게 내 기억을 말하는 건지 상대의 기억을 말하는 건지 모호한 느낌을 내는 식으로요. 혹시나 누군가 결말을 알고 봤을 때 ‘말이 안 되잖아’ 하면 저는 안 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행동 하나하나 되게 주의해서 하고 생각을 많이 했죠. 감정적인 반전은 사실 그렇게 어렵지 않았어요. 우리도 밖에서 보이는 모습이랑 집에 혼자 있을 때의 모습은 많이 다를 수 있잖아요. 앞에서는 마냥 밝아 보이지만 속은 굉장히 어둡고, 누군가를 아무렇지 않게 속이고, 나쁜 일을 준비하고, 그런 사람도 있을 수 있겠구나 생각했던 거죠. ‘하긴 내가 이런 사람인지도 남들은 모를 텐데’ 하고. 그래서 이해가 갔어요.
 
그레이 니트 톱, 그린 블라우스, 오렌지 컬러 스커트, 벨트, 슬링백 펌프스 모두 프라다.

그레이 니트 톱, 그린 블라우스, 오렌지 컬러 스커트, 벨트, 슬링백 펌프스 모두 프라다.

 
어려웠기 때문에 또 김지은이라는 배우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해요. ‘코미디도 된다’ ‘원맨 드라마를 이끌고 갈 힘이 있다’ ‘이런 반전도 어색하지 않게 소화한다’ 하고.
그런 면에서는 맞아요. 라희가 초반에는 마냥 밝고 사랑스러워 보이는 친구였잖아요. 그게 그간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이기도 했고, 어쩌면 웃긴 모습, 반전 있는 모습까지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모든 장르가 재미있고 욕심나는 편이기 때문에 또 그런 게 좋기도 했고요.
표정을 겁내지 않는다는 장점도 잘 드러났고요. 왜 세 남자가 마주치는 상상을 하다가 비명을 지르는 신이 있었는데…
(경악하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이렇게 했던 거 말씀하시는 거죠. 그거 제가 제일 싫어하는 장면이에요.(웃음) 감독님이 왜 그때 NG를 안 하셨을까 당황하기도 했고. 제가 중간에는 확인을 안 하고 마지막에만 모니터링을 하는 편이거든요. 그때 “감독님 이거 괜찮았어요?” 여쭤봤는데 “네” 그러시길래 ‘어… 감독님이 괜찮다면 된 거지’ 했죠.
저도 그 장면 너무 좋았는데요. 지은 씨의 오버스럽지 않으면서 표정을 시원시원하게 쓰는 느낌 때문에 작품 전체에 생동감이 더해졌다고 생각해요.
그렇구나. 뭔가 진짜 리얼한 표정이 나와서.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네요.
그럼 지금껏 제일 힘들었던 역할은 뭐예요?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걸 표현해야 할 때요. 감정적인 부분은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최대한 비슷한 걸 찾아서 극대화하면 되는데, 경험은 그게 안 되니까요. 그래서 제이가 제일 어려웠어요. 유제이라는 캐릭터가 국정원 정보분석실 요원이었잖아요. 정말 똑똑한 친구였고, 전문용어를 프로페셔널하게 구사해야 하는 역할이었는데 그게 한계가 있더라고요. 정말 단어들을 이해하는 게 아니라 그냥 외워야 하는 표현들이 있고, 그래서 그런 걸 밤새 외우고 그랬죠.
감정적인 부분보다 직업적인 묘사가 힘들군요.
네. 또 의사나 변호사 같은 직업도 어려운 부분이 있겠지만, 그래도 그런 장르의 영화나 드라마가 있으니까 찾아볼 수라도 있잖아요. 그런데 국정원 직원은 참고할 만한 작품이 그리 많지 않더라고요. 물어볼 사람도 없었고요. 그래서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시놉시스 보니까 곧 방영 시작하는 〈어게인 마이 라이프〉에서도 굉장히 지적인 인물을 맡았던데요.
희아도 똑똑하죠. 재벌 그룹 경영팀 연구소장인데, 머리도 비상하지만 일처리 능력도 뛰어나고 대처 능력도 있는 사람이고요. 그런데 또 굉장히 밝고 저돌적인 측면도 있어요. 그런 부분이 저한테는 굉장히 매력적이었어요. 드라마 초반의 긴 머리일 때는 밝고 사랑스럽고, 단발로 자른 이후로는 좀 더 지적인 느낌이고. 그런 부분이 제이를 보셨던 분들에게도 좀 다르게 다가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고 보니 독립 영화까지 합치면 지금껏 적지 않은 작품을 했는데, 지은 씨가 똑똑하지 않은 역할, 말하자면 푼수 역할로 나온 적이 한 번도 없네요.
아, 그쵸! 그게 저인데. 푼수 역할 정말 잘할 수 있는데. 딱인데 진짜.
하하하. ‘딱’ 정도인가요. 오늘 직접 뵈니까 되게 재미있는 사람인 것 같은데, 평상시에 워낙 차분하고 평정심을 잃지 않는 이미지라서 그런가 봐요. 메이킹 필름이나 영상 인터뷰에서 봐도, 작년에 MBC 연기대상에서 신인상 받았을 때도 그랬고요.
저 그거 보고 깜짝 놀랐어요. 제가 상 받는 거 나중에야 영상으로 보고. ‘어 뭐지? 쟤 왜 상 받을 줄 알았던 애 같지?’
(웃음) 선선히 걸어 나와서 일말의 동요 없이 논리정연하게 소감을 밝혔죠.
저 진짜 제가 받을 줄 전혀 생각도 못 했거든요. 그때도 심장이 엄청 빨리 뛰고 있었는데.(웃음) 긴장을 너무 해서 그랬나 보다 했어요. 이게 제 성격적인 부분이기도 한데, 제가 MBIT가 그… ENFJ라고 하죠. 굉장한 J거든요.
굉장한 욕심쟁이에, 굉장한 J이시군요.
(웃음) 네. 맞아요. 철두철미하려 하고, 늘 완벽하고 싶어 하고, 그래서 열심히 살고. 흐트러진 순간에도 티를 안 내려고 하죠. 시상식 때도 그래서 그랬던 것 같아요. ‘저는 지금 당황하지 않았습니다’ ‘긴장하지 않았습니다’ 저도 모르게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감사 인사하고 내려온 거죠.
첫 주연으로 작년에 신인상을 탔고, 이제 그다음 작품 공개를 기다리고 있어요. 지금이 배우 김지은에게 어떤 시기일 거라고 생각해요?
어떤 시기라…(고민하다가) 이제 시작?
시작.
제가 연기를 시작한 지 올해로 10년 됐거든요. 그 시간을 통해서 조금씩 조금씩 저라는 배우가 있다는 걸 알렸으니까, 이제 정말 저를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제가 화보 시안에 ‘김지은의 어떤 가능성들’이라고 써놓았잖아요. 사실 다채로운 표정이 나오는 화보에 어울릴 것 같아서 대충 달아놓은 가제였는데요. 이 순간에 그 표현이 번뜩 다시 생각나네요. 시작점에 서서, 배우 김지은은 어떤 종류의 가능성을 느끼고 있을까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저는 일단 욕심이 많아요. 그리고 그에 비해 아직 많은 모습을 보여드리지는 못했죠. 그래서 감히 말씀드리자면, 김지은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저 역시 제 한계를 아직 못 봤으니까요.
와. 저 방금 소름 돋은 게 ‘오 〈무궁무진 김지은〉 제목으로 딱인데’ 하고 생각해보니까 그 제목을 한 달 전에 썼더라고요. 김성철 배우님 화보에, 〈무궁무진 김성철〉로.
(웃음) 김성철 배우님 무궁무진하시죠. 그런데 저는 ‘가능성’도 좋은데요? ‘김지은의 가능성들.’ 너무 좋은 것 같아요.
 
[관련기사]
〈어게인 마이 라이프〉 김지은은 스스로가 '굉장한 욕심쟁이'라고 했다  
팝업 닫기

로그인

가입한 '개인 이메일 아이디' 혹은 가입 시 사용한
'카카오톡,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이 가능합니다

'개인 이메일'로 로그인하기

OR

SNS 계정으로 허스트중앙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회원이 아니신가요? SIGN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