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을거머쥔우리는> 잔나비 최정훈 "이번 앨범은 집에서 기타 앰프도 없이 작업했어요."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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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을거머쥔우리는> 잔나비 최정훈 "이번 앨범은 집에서 기타 앰프도 없이 작업했어요."

젠하이저 ‘모멘텀 트루 와이어리스 3’ 무선 이어폰이 5월에 국내 출시됐다. 실제로 젠하이저의 모멘텀 시리즈 유저인 최정훈을 만나 음악을 만드는 일과 듣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박세회 BY 박세회 2022.05.25
 
럭비 티셔츠 수박빈티지. 재킷 에디터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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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다음 앨범이 나오기 직전에 만났어요. 음원을 들어보고 얘기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아쉬워요. 이번에 나오는 앨범이 정규는 아니죠?
맞아요. 이번 5월 10일(이 인터뷰는 4월 27일에 진행됐다)에 나오는 앨범은 4곡짜리 소곡집이라고 하면 맞을 거예요. 쉬엄쉬엄 쓴 곡을 가볍게 녹음해, 이 계절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다음 네 번째 정규 앨범은 재밌는 걸 해보려고 구상 중이고요.
여름에 어울리는 소곡집이군요?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계절을 생각하며 썼어요
가장 좋은 날씨죠. 한국에 며칠 없는 완벽한 날씨.
딱 5월 중순에서 말까지의 날씨가 정말 좋잖아요. 지난 1~3집 정규 앨범을 모두 작업실에서 녹음하고 믹싱했어요. 이번 앨범은 집에서 작업해보고 싶어 집에서 만든 곡들로 채웠어요. 딱히 어떤 주제 의식이나 통일감을 줘야겠다는 강박도 전혀 갖지 않고 그냥 감정대로 만들었죠.
욕심 없이 만든 앨범이군요. 계기가 있나요?
작년 10월 말쯤 뉴욕 여행을 가서 3집 앨범을 들었어요. 문득 ‘다음 앨범은 그냥 가볍게 만들자’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만드는 나도, 듣는 사람들도 별생각 없이 들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러던 차에 한국에 돌아와 작업실을 숙소로 옮겼어요. 작업실에 있던 컴퓨터 몇 대를 옮겨 잠자는 곳에서 편하게 일하려는 심산이었죠. 그런데 집이다 보니 층간소음 때문에 새벽까지 작업을 할 수가 없더라고요. 녹음하는 시간을 확보하려면 일찍 일어나는 수밖에 없었죠. 결국 아침형 인간으로 패턴이 바뀌었어요. 아침형 인간으로 살다 보니 지하 작업실에서는 보지 못하던 것을 보게 됐어요. 지하에서 작업하다 보면 해가 지고 뜨는 것도 잘 못 보니까요. 해가 잘 드는 곳에서 작업을 하니,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요. 그 순간들을 포착하고 싶었어요.
혼자 하는 거면, 가상 악기를 많이 썼나요?
아녜요. 가상 악기는 많이 안 쓰고 작은 마이크 하나를 가져다 두고 소리를 받았어요. 보컬만 좀 고가의 마이크로 녹음했고요.
드럼은 그게 안 되잖아요.
맞아요. 드럼은 스튜디오 가서 녹음했죠.
밴드에서 드럼 녹음하는 걸 보면 사람들이 정말 놀랄 거예요. 드럼 소리 받으려고 마이크만 한 스무 개쯤 대잖아요. 스네어에만 마이크 3개를 대는 경우도 있죠.
맞아요. 밴드는 드럼 소리가 제일 중요하거든요. 스튜디오에서 드럼 녹음할 때면, 소리 잡는 데만 몇 시간이 걸려요. 가끔은 녹음하는 시간보다 소리 잡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릴 때도 있죠.
저도 예전에 녹음을 해봤거든요. 사실 밴드 잔나비와 공연을 같이 한 적도 있어요. 예전에 썬스트록이라는 밴드에 있었답니다.
썬스트록이요? 어, 저 썬스트록 공연 보러 클럽 타에 간 적도 있어요. 같이 공연한 것도 기억나요. ‘네 맘속엔 내 귀가 있어서’라는 노래 맞죠?
엇, 노래를 기억하는군요.
그럼요. 썬스트록 노래를 라디오에서 추천한 적도 있는걸요.(웃음) 저희가 정말 어릴 때 처음 만났죠. 2014~2015년도였나요. 신기하네요.
밴드 얘기를 꺼낸 이유는 드럼 녹음이 얼마나 힘들고 짜증 나는지를 같이 얘기하고 싶어서예요.
짜증 나죠. 오래 걸리고. 그런데 이제 좀 알겠더라고요. 왜 그렇게 드럼 소리에 신경 쓰는지를요. 예를 들면 스네어 톤 하나가 바뀌면 곡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져버려요. 특히 이번 앨범을 하면서 많이 느꼈어요. 이번 앨범은 악기 편성이 정말 적거든요. 예전에 많은 악기를 쓸 때는 어떤 드럼이든 플레이어가 어울리도록 연주하면 잘 붙었어요. 그런데 악기 편성을 확 줄이다 보니 드럼 톤이 조금만 달라져도 아예 저 먼 동네로 분위기가 바뀌더라고요. 분명히 우리 음악인데 갑자기 모타운 같아지는 정도로요.
 
재킷 마칭드럼스. 데님 셔츠 리바이스. 네크리스, 브레이슬릿, 링 모두 불레또.

재킷 마칭드럼스. 데님 셔츠 리바이스. 네크리스, 브레이슬릿, 링 모두 불레또.

 
악기 편성이 적으니 드럼 소리에 더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는 게 재밌네요. 잔나비의 지난번 앨범엔 악기가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이 들어갔죠. 그 대편성에선 큰 역할을 하지 못했던 스네어 소리가 소편성에선 상대적으로 사운드 지분이 늘어난 거군요.
그러다 보니 드럼 터치 하나도 곡마다 다르게 표현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전까지는 좋아하는 드럼을 스튜디오에 세팅해두고 곡마다 톤만 조금씩 다르게 튜닝하는 정도였거든요. 이번에는 드럼 녹음이 그런 의미에서 더 세밀해졌고, 그래서 좀 더 재밌었어요.
지난번 〈엘르〉와의 인터뷰 때 ‘요새 밴드 음악은 멜로디나 가사의 서사가 아니라 사운드 중심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 같다’고 한 말이 의미심장했어요. 잔나비는 노래의 본질인 멜로디와 가사에 큰 힘을 쏟는 밴드잖아요. 정훈 씨가 말한 ‘사운드 중심’이라는 말이 사람의 본질보다는 입은 옷이나 신발 등의 행색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일과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저희도 그걸 두고 고민을 참 많이 했었죠. 데뷔할 때 즈음부터 음악 신이 그렇게 변해가는 게 보였어요. 우리가 있는 인디 신의 흐름이 안티 멜로디적이고 포스트록스러운 느낌으로 확 변해가는 게 느껴졌달까요? 그런 음악은 저희 취향이 아니었거든요. 당시에 ‘우리가 저 흐름을 따라가야 하나 아니면 우리가 하고 싶은 걸 계속해야 하나’ 고민을 좀 했죠. 결국 저희는 멜로디 쓰는 걸 재밌어하고, 가사 속에 의미를 담아 쓰는 걸 재밌어하니, 그 길로 가자고 결론 내렸죠.
근데 솔직히 말하면, 지난 앨범 〈환상의 나라〉는 사운드도 기가 막혔잖아요. 잘생겼는데 옷도 잘 입었죠.
아이고, 감사합니다. 그 앨범은 정말 재밌게 만들었거든요. 반면에 이번 앨범은 좀 재미없게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할까요?(웃음) 다시 말하면 이번 앨범은 만들면서 스트레스를 좀 덜 받고 싶었어요. 집에 장비도 많이 두지 않고, 맥북 하나에 오디오 카드 하나 연결해서 멜로디가 써지면 녹음하고 안 써지면 침대에 누워서 쉬고요.
기타 앰프는요?
앰프도 없었어요. 그냥 55커넥터(일렉트릭 기타에 사용하는 커넥터)를 다이렉트로 물렸어요.
아, 정말요?
일단 다이렉트로 다 수음을 받아두고 나중에 녹음할 때 정 마음에 안 드는 부분만 세션 기타리스트 형들 불러서 쳐달라고 부탁했죠.(웃음) 멤버들이 다 군대에 가 있으니까요.
최정훈의 결과물이군요.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그게 또 아니더라고요. 저희가 곡을 항상 같이 써왔잖아요. 은연중에 서로의 것들이 묻어 있어요. 도형이의 기타, 경준이의 베이스 스타일이 있더라고요.
말을 좀 바꿀게요. 곡을 쓸 때 아이디얼한 최종 결과물을 그려보잖아요. 밴드가 같이 편곡을 하면 송라이터가 처음에 그린 그림에서 많이 벗어나지요. 이번 앨범 곡들은 정훈 씨가 처음에 그려본 그림에서 많이 안 벗어났을 것 같아요.
정말 그렇습니다. 특히 이 4곡 중 한 곡은 음악을 하면서 ‘이런 노래 정말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해오던 모습 그대로 나왔어요.
그 노래의 제목이 뭐예요?
‘레이디버드’요. 악기가 많이 들어가지 않은 1번 트랙이에요. 멤버들하고 같이 작업하다 보면 욕심이 생기니까 이거 넣고 저거 넣고 점점 편곡이 커지잖아요. 이번에는 그냥 들었을 때 좋았던 그 편곡 그대로 만들어보자고 작정하고 만들었어요. 제가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그런 풍의 음악이 나와서 기분이 뿌듯했죠. 그레타 거윅의 영화 〈레이디 버드〉에서 따왔어요. 딱 제가 쓰고 싶었던 사랑 노래예요. 가장 쓰고 싶었던 가사에 가장 쓰고 싶었던 멜로디 그리고 가장 하고 싶었던 편곡으로 나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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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FASHION EDITOR 임일웅
    FEATURES EDITOR 박세회
    PHOTOGRAPHER JDZ CHUNG
    HAIR 이지현
    MAKEUP 서은
    ASSISTANT 이하민/송채연
    ART DESIGNER 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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