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좋았죠. 수영이에겐 항상 너무 고마워요. 만나본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주변 지인들 모두가 수영이 칭찬을 엄청 많이 했어요. 어느 정도 좋은 사람인 줄은 알았는데, 막상 만나보니 이렇게 좋은 사람과 작품을 같이 하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다, 라는 마음이 들 정도였어요. 연기를 잘하는 건 물론이고, 현장에서의 애티튜드나 사람을 대하는 방식, 배우로서 현장에 임하는 태도까지 모든 게 좋았고 멋졌어요.
최근에 지창욱 씨의 유튜브를 열심히 봤어요. 전작인 〈도시남녀의 사랑법〉에 나오는 은오와 재원이의 라이프스타일이 거의 그대로 등장하더군요. 캠핑이며 서핑 등의 자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이요.
연유가 있어요. 사실 그 작품의 박재원이라는 캐릭터가 제가 연기하면서 가장 많이 현실의 지창욱을 투영한 인물이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현실에서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박재원이라는 캐릭터가 좋아하는 캠핑과 서핑으로 꾸미려고 해봤어요. 팬들이 극 중 박재원과 현실의 지창욱 사이에서 조금 헷갈려 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렇군요! 전 오히려 반대로 작가님이 현실에서 캠핑을 하고 서핑을 즐기는 지창욱 씨를 보고 영감을 받아 박재원의 캐릭터를 설정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정현정 작가님이시잖아요.
제가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작가님이죠. 〈연애의 발견〉도 무척 재밌게 봤고요.
셔츠 아미리 by 분더샵. 슬리브리스 톱 CMMN SWDN by 분더샵. 쇼츠 아크네 스튜디오 by 분더샵. 네크리스 에르메스. 슈즈 구찌.
정말 현실에 있는 사람들의 연애 같잖아요. 〈도시남녀의 사랑법〉에 숨겨진 이야기가 있어요. 박재원의 극 중 직업이 초기 기획 단계에서는 원래 건축가가 아니었어요. 동네 사람들과 굉장히 가깝게 지내면서, 하루 종일 업장에 붙어 있어야 하는 인물이었죠. 그런데 작가님이 제가 캐스팅된 뒤 건축가로 바꾸셨더라고요. 원래 대본보다 훨씬 세련된 인물로 바뀐 셈인데, 막상 연기하다 보니 알겠더라고요. 왜 바꾸셨는지.
맞아요. 되게 좋아해요. 애착을 가진 작품이에요. 회당 30분짜리 드라마라는 점도 그렇고, 페이크 다큐처럼 중간중간 인터뷰가 들어가는 것도 그렇고요. 얼마 전 큰 인기를 끈 〈하트 시그널〉도 비슷한 형식이잖아요.
유튜브에 올라온 것 중 재원이가 즐기지 않을 법한 유일한 취미가 바로 바이크죠. 바이크 타는 영상을 보면서 바이크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궁금했어요. 많이 다르죠?
다르긴 하지만 바이크 탈 때 생각보다 풍경을 많이 느끼지는 못해요. 위험해서요. 느껴지는 건 많이 다르죠. 바람을 직접 맞으며 바퀴가 두 개밖에 달리지 않은 기계에 매달려 가는 느낌은 정말 달라요.
승용차가 2D라면, 바이크는 4dx 느낌이겠어요.
바이크도 종류가 다양하잖아요. 무슨 종류를 가지고 있어요?
동네 마실용 스쿠터가 한 대 있고, 네이키드 바이크가 한 대 있는데, 사실 이것도 동네에서나 타는 녀석이에요. 마지막으로 진짜 오프로드를 달리는 허스크바나가 있지요.
거기에 맛 들리면 이런 도로에서는 못 탈 정도로 매력적이에요. 오프로드 바이크를 처음 탄 이유가 있어요. 바이크로 사막을 달려보고 싶었어요.
달릴 수 있어요. 훈련을 좀 하긴 해야죠. 허스크바나로 오프로드 바이크를 시작하게 된 이유예요. 사막을 달릴 수 있는 바이크거든요.
그런 게 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종류의 감성 말이에요. 자유로운 게 좋아서 찾아다니고, 그 과정에서 겪는 감성적인 장면에 감동을 받아요.
보헤미안의 성향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보헤미안의 라이프스타일을 동경하죠.
맞아요. 제가 아는 지창욱은 유튜브에선 보헤미안 같지만, 10년 동안 일을 쉰 적이 없는 사람이죠.
쉬는 날은 있었지만, 계속 작품을 했죠. 이십대를 다 보내고 생각해보니, 제 생일을 치른 적이 없더라고요. 이십대의 생일에는 항상 촬영을 했어요. 일이 싫을 때도 있고, 좋을 때도 있고 그래요. 원래 사람이 다들 그렇지 않나요? 일 많으면 쉬고 싶고 일 없으면 일하고 싶고. 욕심도 나고 지치기도 하고.
그 와중에도 몸 관리를 어떻게 그렇게 열심히 했어요. 오늘 몸의 근육과 색이 참 아름답게 나왔어요.
요즘에 차기작 때문에 한창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액션이 좀 있다는 것 말고는 아직 밝힐 수 있는 게 많지 않아요.
베스트, 팬츠 모두 리바이스. 슬리브리스 톱 렉토. 슈즈 에르메스. 네크리스 플랑.
예전에 액션을 한번 험하게 한 후로 좀 꺼린다는 얘기를 들었는데요.
아, 꼭 그런 건 아니에요. 예전에 〈THE K2〉라는 작품 때 액션 장면을 찍느라 고생을 정말 많이 하긴 했어요. 그 작품을 한 뒤로 한동안 액션은 좀 삼가고 싶었죠. 그런데 또 안 하다 보니까 ‘다시 하면 재밌게 할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전 액션 얘기만 하면 한 주연급 배우가 해준 말이 기억나요. “전 스턴트를 쓸 수 있으면 무조건 써요. 스턴트 없이 주연배우가 액션을 전부 다 했다는 등의 이야기가 영웅적으로 그려져서는 안 돼요”라는 말이었어요. 투자자와 제작진을 위해서라도 배우는 스턴트를 최대한 적게 해야 한다는 의미였죠. 혹시라도 다치면 비용이 기하급수로 늘어나버리니까요.
배우가 다쳤을 때 들어가는 시간이나 금전적인 손실을 생각하면 그게 가장 합리적이죠. 이득보다 손해가 훨씬 크니까요. 전 제가 직접 했을 때 효과적인 장면들과 대역을 썼을 때 효과적인 장면들을 좀 나눠서 생각하는 편이에요. 제가 아무리 열심히 연습해도 무술팀이나 액션팀보다 잘할 수는 없거든요. 어떤 액션은 제가 하면 아무리 잘해도 박진감이 떨어지죠. 반면 잘 못 하더라도 제가 직접 했을 때 리얼한 감각이 살아나는 장면들이 있어요.
몸 전체를 풀샷으로 잡는다거나 얼굴이 정면으로 나오는 장면들은 직접 해요. 사실 요즘에는 대역을 쓰고 페이스 체인지를 쓸 수도 있긴 하거든요.
제가 나오는 드라마에서도 쓰인 적이 있어요. 〈도시남녀의 사랑법〉에서 프로급으로 서핑을 해야 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재원의 캐릭터가 서핑을 정말 잘하는 인물이라 정말 열심히 배웠거든요. 그런데 그게 한두 달 배워서는 원하는 수준으로 잘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날 파도나 바람의 상황에 따라, 오랜 시간 서핑에 익숙해진 사람에게서만 나오는 멋이라는 게 따로 있는 법이죠. 제가 해보기도 했는데, 그다지 좋지 않았어요. 결국 프로 서퍼분이 대역을 해주시고 페이스 체인지 기법을 썼죠. 그럴싸하게 나왔어요.
그 외에도 반드시 대역을 쓰면 좋은 경우가 종종 있어요.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60대 슈퍼스타들이 액션 신을 직접 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주먹질 하나도 너무 느려서 못 봐주겠어요. 동작이 너무 굼뜨다고 해야 할까요?
맞아요. ‘관객이나 시청자가 보기에 어떤 방식을 선택해야 가장 완성도가 높은가’라고 생각하면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있죠.
이미 벌어지고 있는 일이지만, 사람 몸에 센서를 붙여서 근육의 움직임을 따고 목소리 연기만 녹음해서 가상 캐릭터에 입혀 영화 한 편을 완성해내는 일도 이제 곧 가능할 것 같아요.
그렇겠죠. 나중에는 또 그런 다른 시장이 생겨나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가끔 해요. 가상의 캐릭터들끼리 주연 경쟁을 하는 거죠. 물론 아직 그 정도까지 기술이 발달하지는 않은 것 같지만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배우가 가진 고유의 오리지낼리티를 따라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사실 전 방금 기자님이 말한 것처럼 사람이고 배우이기 때문에 ‘기계적으로 만들어진 모습보다 실제가 주는 감동이나 쾌감이 더할 것이다’라고 믿거든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게 진짜라고, 진심이나 희망을 믿는 거죠.
그런데 또 때로는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울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간혹 소름이 돋긴 해요. 요새 애니메이션은 정말 잘 만들더라고요. 이러다가 내 직업이 없어지면 어떡하지, 라고 생각은 하면서도요.(웃음)
재킷, 셔츠 모두 토즈. 쇼츠 세븐피겨스. 이너 쇼츠 렉토.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벨트, 볼캡 모두 폴로 랄프 로렌. 네크리스 더 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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