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브의 뿌리는 건축에 있다. 공간 바닥을 이루는 구조물인 '슬라브(Slab)'를 이름으로 내건 것과 커팅 매트를 테이블 매트로 활용한 것을 보면 그 연관성을 알 만하다. 이곳의 대표 디저트는 도미노 시스템. 이 작은 구조물은 애플 크럼블 위에 터를 잡았고, 기둥은 마스카포네, 그릭요거트, 바닐라빈, 라임즙, 생크림으로 만들었다. 먹는 법은 간단하다. 와르르 무너뜨려 모든 재료를 함께 먹으면 된다. 이토록 상큼하고 고소한 건축물은 보기 힘들 테니 먹기 전 사진을 많이 찍어두는 게 좋겠다.
파인 다이닝 요리는 생경하고 즐거운 경험을 선사한다. 여기에 달콤함을 더한 파인 디저트 다이닝이 있다. 성수동에 위치한 감도가 그 주인공. 절제된 인테리어는 이곳이 카페인지 갤러리인지 헷갈릴 정도. 덕분에 메뉴 하나하나가 진귀한 작품처럼 느껴진다. 가장 많은 인증샷을 얻은 메뉴는 '조약돌 바질 들판'이다. 조약돌 모양의 머랭 쿠키와 바질 아이스크림, 유자 마리네이드 토마토, 크럼블이 주재료다. 모두 한 번에 푹 떠먹으면 향긋한 봄의 들판을 거니는 듯 상큼함을 느낄 수 있다고. 이 외에도 구운 감자 크렘 브륄레, 유자 밀푀유 등의 메뉴가 있으니 감도 높은 미식 경험을 해보길.
굴, 가리비, 소라 등 진짜 해산물보다 아름다운 비주얼을 뽐내는 베이커리는 우나스 이은아 셰프의 작품이다. 특히 사랑받은 메뉴는 오이스터 밀푀유. 굴의 투박한 껍데기와 풍부한 토핑까지 그대로 재현했다. 굴 껍데기는 오징어 먹물로, 알맹이의 검은 테두리는 흑임자 크림으로 만들었다. 굴에 완두콩 크렘앙글레즈와 망고 캐비어, 라임즙을 얹어 먹으면 비주얼에서 느낀 충격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다. 가리비와 흑소라 밀푀유는 곧 선보일 예정이라고. 우나스는 팝업 스토어로만 운영되고 있으니, 구매를 원한다면 인스타그램 팔로우를 추천한다.
바이칼리아는 이집트 신화를 모티브로 공간을 꾸몄다. 그냥 지나치기 힘든 새빨간 외관부터 이집트의 뜨거운 태양을 연상케 한다. 내부로 들어서면 곳곳에 피라미드 오브제와 태양 마크가 눈에 띈다. 이곳의 대표 메뉴가 피라미드 모양의 케이크인 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사막의 모래처럼 피라미드를 감싼 건 쿠키 크럼블이다. 케이크의 부드러움과 크럼블의 바삭함이 만나 즐거운 식감을 느낄 수 있다. 피라미드 무스 케이크는 망고 치즈, 로투스 치즈, 초콜릿 세 가지 맛이 있으니 취향껏 선택하길.
프리랜서 에디터 강석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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