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뮤지엄이 아니다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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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뮤지엄이 아니다

몽블랑의 고향 독일 함부르크에 개관한 몽블랑 하우스(Montblanc Haus)에서 글쓰기에 대한 가치, 글쓰기가 주는 영감과 힘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ESQUIRE BY ESQUIRE 2022.07.01
 
 
디지털 시대에 손글씨는 어떤 가치를 지닐까? 몽블랑이 글쓰기의 방대한 세계로 안내할 ‘몽블랑 하우스(Montblanc Haus)’를 개관했다. 몽블랑이 시작된 도시, 독일 함부르크에 위치한 이곳은 몽블랑 본사와 필기구를 제조하는 매뉴팩처와 이웃하고 있었다. ‘뮤지엄’이라는 단어가 주는 관념과는 달리 건물 외관은 극도로 미니멀하고 현대적이었다. 몽블랑의 역사적인 필기구 패키지 모양을 오마주한 사각 형태, 몽블랑산의 실루엣을 건축적으로 표현한 파사드, 몽블랑의 강력한 심벌, 블랙으로 일관한 상징적인 컬러로 완성된 건물은 그 자체로 세련된 상징이었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니에토 소베하노 아키텍토스(Nieto Sobejano Architectos)가 설계한 이 건물은 전통적인 유럽 도시의 경관과 대비되며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1996년 몽블랑 도네이션 펜 시리즈의 레너드 번스타인 에디션.

1996년 몽블랑 도네이션 펜 시리즈의 레너드 번스타인 에디션.

어그멘티드 페이퍼를 통해 방문객이 디지털 방명록을 작성할 수 있는 ‘마크 메이킹’ 공간.

어그멘티드 페이퍼를 통해 방문객이 디지털 방명록을 작성할 수 있는 ‘마크 메이킹’ 공간.

닙 제작 공정.

닙 제작 공정.

다양한 닙의 종류.

다양한 닙의 종류.

비디오 아트를 감상할 수 있는 LED 월 공간.

비디오 아트를 감상할 수 있는 LED 월 공간.

 
내부로 들어섰다. 블랙 외관과 대비되게 건물 내부는 화이트다. 글로시한 화이트 공간에 설치된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아티스트 웬디 안드루(Wendy Andreu)의 잉크로 채색한 양모 작품, 마리안 구엘리 스튜디오(Studio Marianne Guely)가 무한한 영감의 원천인 종이로 만든 드라마틱한 설치작품을 거쳐 다음은 사방으로 둘러싸인 LED 월이었다. 글쓰기에 관한 상징들을 다양한 그래픽 기법으로 표현한 이 비디오 아트 작품에 압도당함과 동시에 앞으로 관람하게 될 몽블랑 하우스의 방향성을 짐작하게 했다. 동시대적이며 창의적이고 상호 작용하는 경험의 공간일 거라는 일종의 예고. 전시 공간은 크게 5개 테마로 구성됐다. ‘글쓰기의 활력(The Pulse of Writing)’을 통해 글쓰기의 힘과 가치를 강조하는 경험을 할 수 있으며, ‘레거시 및 비전(Legacy and Vision)’은 메종과 마이스터스튁의 유구한 스토리를 전달한다. ‘전 세계의 손글씨(Handwriting from around the World)’에서는 예술로 승화된 다양한 유형의 손글씨를 조명하며, ‘장인정신 및 혁신(Craftsmanship and Innovation)’은 필기구 개발 및 제작과 관련한 브랜드의 노하우를 보여준다. 
 
18세기 프랑스 작가 볼테르의 손글씨.

18세기 프랑스 작가 볼테르의 손글씨.

몽블랑 펜으로 몽블랑산을 형상화한 설치작품.

몽블랑 펜으로 몽블랑산을 형상화한 설치작품.

몽블랑 펜으로 표현된 예술과도 같은 손글씨 작품들.

몽블랑 펜으로 표현된 예술과도 같은 손글씨 작품들.

 
뿐만 아니라 몽블랑 하우스 내부 곳곳에서 방문객들은 매우 개인적인 방식으로 손글씨를 체험할 수 있다. 손으로 필기구를 쥐고 글 쓸 일이 부쩍 줄어든 요즘, 몽블랑의 다양한 필기구를 직접 사용해 글을 쓰는 그 시간에 몰두하며 손글씨가 주는 가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것. 직접 손글씨로 쓴 엽서를 전 세계 어디에나 보낼 수 있어 아날로그적 경험을 동시에 제공하는 셈이다. 라이팅 아틀리에(Writing Atelier)를 통해서는 캘리그래피 아트, 창의적인 글쓰기, 어린이 교실 등 일련의 수업도 진행한다. 그리고 글쓰기 문화에 대한 헌신의 일환으로 불우한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유익하고 창의적인 영감을 주는 특별 수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우리는 글쓰기의 미학과 관련하여 특별한 공간, 즉 사람들이 글쓰기의 놀라운 힘 그리고 글쓰기를 통해 발휘할 수 있는 창의력, 상상력, 감정을 발견하거나 재인식할 수 있는 장소를 마음속으로 그렸습니다. 1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글쓰기 문화의 중심에 있었던 한 회사가 눈으로 직접 목격한 발견의 과정을 여러분에게 알리기 위해 이곳을 구상했죠. 몽블랑 하우스가 몽블랑의 역사와 정체성에 매우 중요한 도시인 함부르크에서 지역사회와 타지의 방문객들이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즐길 수 있는 뜻깊은 명소가 되기를 바랍니다.” 몽블랑 CEO 니콜라 바레츠키(Nicolas Baretzki)의 말이다. 한동안 잊고 있던 손글씨라는 감정 그리고 힘을 다시 느꼈다. 몽블랑은 우리 세대에 이렇게 또 발자취를 남겼다.
 

 
Vincent Montalescot
빈센트 몬탈리스코
몽블랑 EVP 마케팅 부사장
 
함부르크에 도착한 이후부터 줄곧 이 도시와 몽블랑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느꼈다. 어제 있었던 몽블랑 하우스 오프닝 디너에선 함부르크 시장이 연설을 했을 정도니까. 몽블랑에게 함부르크는 어떤 곳인가?
몽블랑과 함부르크는 굉장히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함께 성장해왔다. 함부르크는 몽블랑이 탄생한 곳이다. 1906년(몽블랑 창립 연도)에도 이곳은 요즘과 다름없이 다이내믹하고 혁신적인 도시였다. 몽블랑을 앞으로 나아가게 한 개척자 정신은 국제 여행과 무역이 성장하고 있던 새로운 시대에 세계적인 항구도시 중 하나인 이 도시와의 연결에서 비롯되었다. 몽블랑의 모든 필기구는 여전히 함부르크에서 제조하고 있고 우리는 그 전통을 유지해왔다. 이젠 우리가 이 도시에 무언가를 돌려주고, 도시의 문화적 랜드마크를 오픈하고, 함부르크를 찾는 이들에게 이 멋진 곳을 환대하는 마음으로 제안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신나는 일이다.
몽블랑 하우스를 개관한 계기는 무엇인가? 어떤 역할을 하길 바라는지.
세계의 ‘Writing Maison’이자 쓰기 문화와 깊이 연관된 기업으로서 우리는 손글씨를 기념하기 위한 특별한 집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손글씨의 놀라운 힘을 발견하거나 재발견할 수 있는 장소, 사람들의 갇혀 있던 창의력과 상상력, 감정을 열어주는 장소여야 한다는 점을 가장 핵심 가치로 두고 기획했다. 몽블랑 하우스는 단순히 한 번의 경험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한 번에 할 수 있는 곳이다. 나는 종종 이러한 점이 우리의 필기구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방문할 때마다 세세한 디테일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뮤지엄 고유의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상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무척 모던하고 어떤 면에선 미래적이며 활기가 가득하고 편안했다.
몽블랑 하우스가 박물관처럼 느껴지거나 단지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곳처럼 느껴지기를 원하지 않았다. 모든 연령과 분야의 사람들이 영감을 얻고 펜으로 종이에 글을 쓸 수 있는 집처럼 느끼길 원했다. 우리가 보유한 방대한 아카이브를 단순히 전시하는 것은 가장 쉬운 방식이다. 하지만 우리는 방문객들을 색다른 방식으로 초대하고 세대를 초월해 어필하고 싶었다. 몽블랑 하우스에서의 체험이 상호작용적인 특성이 있기 때문에 모든 방문객은 자신들의 창의성을 탐험하고 손글씨를 통해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다. 우리는 몽블랑 하우스를 통해 우리의 유산과 아카이브를 새로운 기술과 현대적 디자인으로 재해석해냈다.
쇼케이스에 둘러싸인 아카이브가 즐비할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드라마틱한 비디오 아트와 인스타그래머블한 설치작품들 그리고 몽블랑의 어그멘티드 페이퍼를 활용한 인터랙티브한 프레젠테이션 등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굉장히 동시대적이면서 새로운 세대들에게 몽블랑의 가치를 전달하고자 하는 일종의 장치 같기도 했다.
만약 몽블랑 하우스가 그저 몽블랑의 열성적인 팬과 로열 컬렉터들을 위한 곳이었다면 우리는 단순하게 몇몇 피스들과 아카이브에 초점을 맞췄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몽블랑 하우스가 우리의 필기구 너머에 있는 장인정신에 매력을 느낀 사람들, 문화와 창의성, 혁신을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대체 손글씨가 무엇이길래 스스로를 표현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라는 건지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 되길 바랐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이 공간을 만들어 당신들을 이끌고 초대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경험을 하게 하고 싶다. 우리는 몽블랑 하우스에서 손글씨의 진정한 힘을 보여주고 있지만 어그멘티드 페이퍼처럼 다른 기술들도 통합해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포함한 모든 세대가 즐길 수 있도록 전달하고 있다.
당신이 몽블랑 하우스에서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인가? 나는 아카이브가 보관되어 있으며 전문가에게 직접 설명을 들을 수 있었던 룸이 인상적이었다.
나도 좋아하는 공간 중 하나이다. 그 아카이브는 메종의 새로운 보물을 발굴하기 위해 우리가 오랜 시간을 보낸 곳이라 개인적으로 항상 마음에 가까이 두고 있는 곳이다. 이 외에도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이 있는 공간을 좋아한다.
몽블랑 하우스에서 꼭 보길 권하는 필기구가 있나?
몽블랑 하우스에는 엄청나게 많은 필기구가 상설 전시로 소개된다. 하지만 임시 전시도 운영하고 있는데, 10월까지 선보이는 ‘문화예술 후원자 에디션 30주년 기념 전시’가 그것이다. 이 전시에선 지난 30년의 문화예술 후원자 에디션 중 6개의 특별한 에디션을 조명하고 있다. 이 필기구들은 장인정신과 예술성은 남다르며, 시대를 관통하여 위대하고 역사적인 문화예술 후원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최근 발표한 반짝이는 아름다움과 독창성이 돋보이는 하이 아티스트리 ‘더 퍼스트 어센트 오브 몽블랑(The First Ascent of the Mont Blanc)’ 컬렉션도 꼭 확인하길 바란다.
몽블랑 하우스 설립 과정에서 현실적인 난관은 없었나?
개관하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고, 몽블랑의 오랜 역사에 정당성을 주는 무언가를 개발하기 위해 많은 계획이 필요했다. 특별한 유산을 오늘날의 목적지로 바꿔줄 수 있는 적합한 건축가를 찾아야 했으며, 메종의 스토리를 들려줄 뿐만 아니라 방문객들이 아주 다른 방식으로 쓰기 문화에 몰입할 수 있도록 영감을 줄 공간을 큐레이팅하는 것까지 모두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함부르크에서 받은 인상은 매우 지역사회 친화적이었다. 몽블랑 하우스는 방문객들이 참여하는 수업과 사회공헌 프로그램도 기획하고 있다고 들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이 있는지?
맞다. 몽블랑 하우스가 지역사회에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우리에겐 매우 중요하다. 쓰기 문화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우리는 글쓰기 아틀리에(Writing Atelier)에서 방문객을 라이팅 캘리그래피와 창의적인 글쓰기, 키즈 클래스 등의 강의를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소외계층 아동 및 청소년을 위한 특별 수업도 마련해 그들 스스로 창의적인 표현을 할 수 있도록 글쓰기의 영감을 주고 싶다.
몽블랑의 슬로건 ‘Inspire Writing’은 항상 훌륭한 문장이라 생각한다. 요즘 시대에 ‘Writing’이 어떤 가치를 갖고 있으며, 어떤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나? 당신이 생각하는 ‘Writing’의 힘은 무엇인가?
몽블랑은 근본적으로 글쓰기의 가치를 믿는다. 그것은 우리 브랜드의 핵심이다. 이렇게 많은 콘텐츠가 디지털로 캡처되는 시대에도 모든 사람의 필체는 완전히 자신만의 것이기 때문에 손으로 쓰는 것에는 너무나 큰 힘이 있고, 여러 가지 면에서 손으로 쓴 단어는 우리가 세상에 남긴 영원한 발자국이며, 개인적이거나 영구적이지 않은 디지털 발자국과는 달리 우리의 흔적을 남기는 방식이다. 또한 글쓰기는 자기 표현과 창의성의 강력한 형태이며, 사람들이 손으로 글을 쓸 때 키보드나 스마트폰으로 타이핑할 때와는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을 믿는다. 글을 쓰며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우리에게 주기 때문에 ‘Inspire Writing’이라는 말이 더 의미가 있다.
함부르크에 오면 쿤스트할레에 가듯 몽블랑 하우스 역시 함부르크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을까?
다른 주요 문화 목적지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몽블랑 하우스가 사람들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경험하기 위해 계속해서 돌아올 수 있는 발견의 장소가 되길 원한다. 우리는 방문객들이 우리의 필기구에 담긴 장인정신을 진정으로 느끼길 바라기도 하지만, 가장 원하는 건 모든 방문객이 이곳에서 영감을 받고, 손글씨를 써야 할 더 많은 이유를 얻고 손글씨를 즐기며 몽블랑 하우스 밖을 나서는 것이다.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잠시 내려놓고, 손글씨가 불러일으키는 감정을 상기시킬 수 있도록 당신들을 초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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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고동휘
    PHOTO 몽블랑
    ART DESIGNER 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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