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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2. 배우 채수빈이 영화 <새콤달콤> 촬영 때 대본을 거의 보지 않고 갔던 이유

마냥 밝고 화창한 작품에만 나온 건 아니었을지라도. 늘 봄날 같은 따뜻한 미소만 짓는 건 아니었는데도. 돌아보면 언제나 ‘참 좋았던 날’처럼 떠오르는 배우, 채수빈에 대하여.

프로필 by 오성윤 2022.07.25
 
컬러블록 드레스 토리버치. 데님 부츠 로에베. 이어링 H&M. 링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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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드라마를 좋아했군요. 그때도 배우를 꿈꾸는 마음이 있었을까요?
막연하게 있었던 것 같아요. 한창 드라마에 빠졌을 때가 초등학교 3학년, 4학년 때였는데요. 그때 저는 배우들이 정말 그 기간 동안 드라마의 내용처럼 사는 줄 알았거든요.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을 사랑하면 그 배우가 진짜 사랑을 받는 거라고 생각했던 거죠. 그런 환상 때문에 또 연기자를 꿈꾸게 된 부분이 있는 것 같고….
오해에서 비롯된 꿈이었네요.
그런 셈이죠.(웃음) 이제 배우 일을 하면서 의미가 좀 많이 달라지긴 했는데요.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나이에 가졌던 동경의 마음과는 다른. 하지만 어쨌든 제가 누군가의 삶을 그려내고 그래서 또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그런 과정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해요.
배우라는 일의 방점을 그런 측면에 찍는다는 게 인상적이네요. ‘누군가에게 힘이 된다.’
팬들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아, 이게 나만 즐겁고 마는 일이 아니구나.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고, 또 좋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일이구나.’ 그래서 좀 더 신중해지는 측면도 있고요.
배우로 데뷔한 계기는 고등학생 때 받은 길거리 캐스팅이라고 했죠?
맞아요. 그전에도 저는 배우 할 거라고 계속 그러긴 했는데, 엄마 아빠는 ‘어휴, 저러다 말겠지’ 했던 것 같아요.(웃음) 두 분 다 이쪽 업계에 연도 없고 방법도 없으니까 그냥 흘려들으셨던 거겠죠. 그런데 고등학교 1학년 때 하교하는데, 당시 기획사 대표님이 명함을 주신 거예요. 저는 여러모로 운이 되게 좋았던 것 같아요.
그냥 운이 좋았다고 하기에는 활동 초반부터 연기를 잘하셨던데요?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 같은 초기작 보면서 놀랐어요.
제가 활동 초반에 연극을 하면서 배운 게 정말 컸던 것 같아요. 그 이후로도 작품을 하며 현장에서 부딪히면서 많이 배웠고요. 따로 연기 선생님은 없었지만 감독님, 작가님과 대화하고 선배님들한테 조언 받으면서 공부를 한 거죠. 제 나름으로는 그게 저한테 잘된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연기는 이래야 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부딪힐 기회가 많았던 거니까요. 그랬기 때문에 정말 정말 즐거워했고요.
그럼 지금은 어때요?
어려워요.
연기가.
진짜 어려워요. 정답이 없으니까요. 같은 배우를 두고서도 누군가는 정말 연기를 잘한다고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연기를 못한다고도 하잖아요. 저는 놀라운 표현력이라고 느낀 연기를 누군가는 부담스럽다고 느낄 수도 있는 거고. 갈피를 잡기 어려울 때가 있는 거죠. 그래서 요즘 저는 배우들끼리 스터디 같은 걸 만들어서 연기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좋은 선배님들이 경험담을 얘기해주면 그게 도움이 될 때가 많고, 또 동료 배우들 만나서 “야, 이거 어떻게 해야 되냐” 하고 얘기 나누면서 얻는 것도 많으니까요.
정답이 없어서 어렵다 하셨으니 최대한 많은 스타일과 경험을 두루 접하는 게 도움이 되긴 하겠네요.
그쵸. 사람마다 방식이 천차만별이니까. 예를 들어 저는 대본을 꼼꼼히 여러 번 읽는 편이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진짜 좋아하는 선배 언니가 어느 날 그러는 거예요. “수빈, 대본을 너무 많이 보지 말고 현장에서 그냥 한번 해봐.” 그래서 실제로 그렇게 해봤어요. 영화 <새콤달콤> 때. 대사가 그리 많지 않은 작품이니까 도전해볼 수 있겠다 싶었죠. 그래서 인물들의 감정선만 생각하고 대사를 많이 읽지 않고 갔는데, 그게 되게 새롭더라고요. 너무 재미있었어요. 하지만 드라마에서 그렇게 하려니까 대사가 기억이 안 나서 또 안 돼.(웃음) 그렇게 지금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중이에요.
 
케이프 드레스 질샌더. 헤드 스카프로 활용한 실크 톱 위켄드 막스마라. 링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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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새콤달콤>의 다은 캐릭터가 굉장히 좋았어요. 감정을 숨기는 스타일도 아닌데 어쩐지 속을 알 수가 없는 사람이고, 마지막에야 전모가 드러나는데 그 모든 게 굉장히 현실적이고 복합적인 마음이었던.
제가 좋아하는 소재잖아요. 아름답지 않은,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
아, 그러네요.
(웃음) 그래서 저도 정말 재미있게 했어요.
<새콤달콤> 이계벽 감독이 인터뷰에서 채수빈 배우에 대해 이렇게 말했더라고요. “기본기나 연기에 대한 자세가 한국 영화계, 연기하는 분들에게 본보기가 될 정도다.”
하… 이게 무슨 말일까… 이게 과연 무슨 말씀일까….
하하하. 저도 궁금해서 물어보려고 이렇게 옮겨 써왔어요.
전화해볼까요?(웃음)
수빈 씨의 유추가 궁금해요. 어떤 측면에서 나온 얘기인 것 같아요?
모르겠어요. 그냥 칭찬을 해주고 싶으셨던 것 같은데. (오래 고민하다가) 그런 건 있었어요. 감독님이 현장에서 ‘아 이거 이렇게 해볼까’ 하고 떠오르는 게 있잖아요. 그럼 저도 그렇고 기용 오빠도 그렇고 진짜 다양한 버전으로 많이 찍어봤거든요. 그렇게 아이디어를 주시고 그걸 소화하고, 그런 과정에서 느낀 부분을 칭찬해주고 싶으셨던 게 아닐까 (싶네요).
겸양의 말씀을 잘하시네요. 혹시 친구들한테는 자기 자랑 같은 걸 할 때도 있어요? “솔직히 나 그거 좀 잘하지 않았냐” 한다거나.
친구들한테는 안 해요. 엄마한테만 해요. “엄마, 엄마. 나 이거 좀 잘했지” 하고.(웃음)
(웃음) 그럼 본격적으로 본인 자랑을 부탁해볼까요? 채수빈이라는 배우의 가장 큰 장점은 뭐라고 생각해요?
음, 제 장점이요. 글쎄요. 아, ‘케미’가 잘 생기는 것 같아요. 어떤 배우와 붙어도 뭔가 케미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고 하던데요?
누가요?
대중들이?(웃음) 그런 부분인 것 같아요. 제가 이목구비가 엄청 또렷한 얼굴은 아니잖아요. 키도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고. 그래서 누구와 함께 서도 이질감이 없는 게 아닐까 싶어요. 장점이라면 그런 거?
전 또 최근 촬영한 드라마(넷플릭스 <더 패뷸러스>) 현장에서 나온 얘기인가 했네요.
그런 건 아닌데요. <더 패뷸러스>가 케미가 좋은 건 맞아요. 출연자들이 생김새도 성격도 다 다르면서 또 되게 잘 어울리거든요. 저희끼리 사진 보면서 그랬어요. “와, 우리 진짜 다 다르게 생겼다” 하고.
<더 패뷸러스>가 아직 공개 시기도 잡히지 않은 상황이라 궁금한 건 많은데 더 자세한 질문을 하기가 어렵네요. 어떤 걸 기대할 수 있는 작품일까요?
음, 일단은 패션에 열정을 가진 청춘들을 그린 드라마인데요. 젊은이들의 일과 사랑, 열정이 담겨 있는 드라마니까 공감되는 부분도 많고, 동시에 흥미로운 소재들이 좀 있으니 그런 부분에서 재미를 느끼시지 않을까 싶어요.
그럼 인터뷰 마지막 질문으로 방금 질문을 살짝 변형해서 드려볼게요. 앞으로의 배우 채수빈에게서는 뭘 기대할 수 있을까요?
아까 들으셨겠지만 제 사주가 30대에 잘된다고 했거든요? 사주팔자 볼 때마다 그런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30대 때 대운이 터진다고.(웃음) 그러니까 아마 앞으로 굉장히 좋은 작품들로 찾아뵙게 되지 않을까.
그런데 그건 딱히 사주를 안 봐도 알 수 있는 부분 아닌가요?
그걸 어떻게 알아요?  
이계벽 감독님이 극찬하셨듯 기본기와 태도가 정말 좋은 배우이고, 아직도 연기를 이렇게나 좋아한다는 걸 듣고 나면 역술인이 아니라 누구라도 앞길이 무궁무진하게 펼쳐져 있다는 걸 느끼지 않을까요.
와, 저 너무 감동이에요.(웃음) 저 정말 열심히 할 거니까요. 꼭 좋은 모습으로 더 많이 인사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관련기사]
part1. 배우 채수빈은 매일 자신이 느낀 감정의 작동 방식에 대해 쓴다고 했다 

Credit

  • EDITOR 오성윤
  • PHOTOGRAPHER 김참
  • STYLIST 오주연
  • HAIR 강성희
  • MAKEUP 수이
  • ASSISTANT 송채연
  • ART DESIGNER 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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