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1. 배우 채수빈은 매일 자신이 느낀 감정의 작동 방식에 대해 쓴다고 했다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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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1. 배우 채수빈은 매일 자신이 느낀 감정의 작동 방식에 대해 쓴다고 했다

마냥 밝고 화창한 작품에만 나온 건 아니었을지라도. 늘 봄날 같은 따뜻한 미소만 짓는 건 아니었는데도. 돌아보면 언제나 ‘참 좋았던 날’처럼 떠오르는 배우, 채수빈에 대하여.

오성윤 BY 오성윤 2022.07.25
 
니트 톱 비비안 웨스트우드. 네크리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니트 톱 비비안 웨스트우드. 네크리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어째 하루 종일 촬영한 느낌이네요. 피곤하죠?
괜찮습니다. 그나마 헤어스타일 변형 같은 게 많지 않은 촬영이어서 수월했던 것 같아요.
인터뷰는 좋아해요? 방금 사주 보는 영상 콘텐츠 찍을 때 들으니까 낯가림이 너무 심해서 고민이라고 하던데.
맞아요. 제가 낯가림이 너무 심해요. 일을 하면서 조금씩 적응될 만도 한데, 저는 어째 가면 갈수록 더한 것 같아요. 그래도 다행히 인터뷰는 편하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사람을 많이 만나는 일을 하니 조금씩 나아질 법도 한데.
어쩌면 그래서 더 심해지는 건지도 모르죠. 정들면 헤어지고 정들면 헤어지고, 계속 그런 식으로 사람을 만나게 되는 직업이니까. 처음에는 이 사람도 너무 좋고, 저 사람도 너무 좋고, 모두에게 정성과 마음을 쏟지만 결국 시간이 좀 지나면 헤어져야 하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이제는 마음을 여는 데에도 많은 에너지가 들게 된 것 아닐까 싶어요.
‘이 사람도 너무 좋고’의 수빈 씨 제스처가 참 좋네요. 마치 누군가의 양 볼을 귀하게 쓰다듬는 것처럼.
(한 번 더 허공에 쓰다듬는 흉내를 내며) 너~무 좋고.(웃음)
사람 성격이라는 게 다 장단이 있는 거겠죠. 그렇게 낯가림이 있는 대신 수빈 씨는 함께 작업한 사람들이 다들 칭찬을 아끼지 않던데요. 인간적으로 참 좋았다는 인터뷰도 많이 봤고.
아까 사주 볼 때 얘기해주신 것처럼 제가 인복이 좋아요. 지금껏 만난 사람들이 정말 다 좋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함께 좀 지내고 그 사람을 알고 나면 다 너무 좋은데 초반에 쉽지 않은 거죠. 또 배우라는 직업이 평가를 많이 받는 직업이잖아요. 그래서 저도 한때는 ‘늘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 같아요. 낯가리는 것도 안 그런 척 애를 많이 썼고요. 그러다가 그게 너무 힘들어서 또 지치더라고요.
강하늘 배우를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하늘 씨도 그러더라고요. 본인을 둘러싼 미담 에피소드들이 만약 노력의 결과였다면 힘들어서 못 했을 거라고. 본인의 사회성은 그냥 천성 같은 거라고요.
맞아요. 사실 저도 하늘 오빠를 보면서 가끔 걱정될 때가 있었거든요. 모든 사람에게 너무 잘하니까, 아무리 그래도 사람인데 혼자 있을 때 힘들지 않을까 하고요. 천성이라니 다행이지만 그래도 하늘 오빠나 보검 오빠(배우 박보검)는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강하늘 배우와는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을 함께했죠? 현장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고 들었어요. 강하늘 배우도 이광수 배우도 제가 질문을 하기도 전에 먼저 자랑을 하더라고요.
진짜 최고였어요. ‘현장이 이렇게 재미날 수도 있구나’ 하고 놀랄 정도로요. 쉬는 시간 분위기만 좋았던 게 아니라 팀워크 자체가 좋았어요. 촬영할 때도 다 같이 즐기면서 진짜 재미있게 찍었거든요. 제 경우에는 특히 더 좋았죠. 효주(배우 한효주) 언니 있지, 광수 오빠 있지, 하늘 오빠 있지, 다 선배님들이니까 일단 의지가 되잖아요. 열어주시는 대로 따라가고 의지하고 믿으면 됐기 때문에 나중에는 정말 가족들과 함께 있는 것처럼 마음 편히 지냈어요.
그런 역할이 수빈 씨 성격에 더 잘 맞나 보네요.
네. 평생 막내로 살고 싶어요.(웃음)
비슷한 시기에 공개된 디즈니+ 드라마 〈너와 나의 경찰수업〉에서는 좀 더 구심점 같은 역할을 해야 했을 것 같은데요.
그래서 쉽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늘 오빠 언니들과 작품을 하다가 처음으로 동생들, 또래 친구들과 촬영을 하게 된 거였으니까요. 저는 정말 리더십이 없는 사람, 이렇게 끌어주는 대로 끌려가는 사람인데….(웃음) 그런데 막상 촬영 들어가보니까 제가 굳이 뭘 이끌고 가야 한다는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되더라고요. 다들 똘똘 뭉친 분위기여서 결국 다 같이 되게 재미있게 잘 해나간 것 같아요.
그냥 인상에서 오는 이미지일까 했는데 실제로 굉장히 밝은 분인 것 같아요. 인터뷰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게 느껴지네요.
맞아요. 밝은 사람인데 처음에는 많이들 깍쟁이로 봐요.
 
셔츠 로렌 랄프 로렌. 크로셰 톱 렉토. 패턴 팬츠 YCH. 해트, 링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셔츠 로렌 랄프 로렌. 크로셰 톱 렉토. 패턴 팬츠 YCH. 해트, 링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낯가림 때문이겠죠.
그런가 봐요. 학교 다닐 때도 ‘첫인상과 제일 다른 사람’을 뽑으면 늘 제가 뽑혔던 게 기억나요. 제가 그렇게 깍쟁이 같거나 까탈스러운 사람은 아닌데… (멀리 앉은 매니저를 부르면서) 저 좀 털털한 편 아니에요? 그쵸?
(웃음) 끄덕거리시네요.
그런데 또 제가 인터뷰를 하거나 예능에 나오면 친구들이 그래요. 너 같지 않다고. 딱 낯가릴 때의 너라고. 사실 드라마 촬영 같은 경우에는 처음엔 어렵지만 나중에는 편해지는 시기가 오잖아요. 그런데 예능은 보통 딱 하루니까, 긴장만 하다가 끝나는 거죠. 그래서 또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낯선 사람들 속의 낯선 저를 보여주고 싶지 않으니까.
그래서 유튜브를 하시는 걸까요? 실제 수빈 씨의 모습을 좀 더 편안한 환경에서 전달할 수가 있으니까?
네. 사실 요즘 통 업로드를 못 해서 민망하긴 한데요. 처음에는 내가 원하는 것, 재미있어하는 것, 경험하는 것 모두 팬분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게 설레어서 시작하긴 했죠. ‘수빈둥빈둥’이라는 이름으로. 그런데 이게 작품 촬영이랑 병행하기가 너무 힘들더라고요. 촬영 들어가면 워낙 쉬는 날도 일정하지 않고, 또 쉬는 날이 생기면 그냥 푹 쉬고 싶잖아요. 그러다 보니 지금은 유튜브 활동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작품을 준비하는 기간에도 다른 생각을 하기가 쉽지 않겠죠. 특히 수빈 씨는 매 작품 캐릭터의 입장에서 일기를 써본다고 하셨을 정도로 몰입에 공을 들이는 편이니까.
맞아요. 그런 부분도 있죠.
그냥 수빈 씨의 입장에서도 일기를 써요?
써요. 저 일기 잘 써요. 제가 뭘 잘 까먹거든요. 지나간 일은 정말 금방 잊어버리고, 나쁜 일이면 더 기억이 안 나요. 그래서 오늘 뭐 했는지 그런 걸 기록하는 게 아니라, 그날의 제 감정을 기억하려고 쓰는 거예요.
감정을 기억하려고.
‘이런 일이 있어서 내가 이런 기분을 느꼈는데, 그럼 이건 왜 이렇게 되는 건가’ 하고 제 상태를 적는 거죠. 그렇게 남겨놓으면 연기할 때 도움이 좀 되거든요. 쓰는 과정에서 저 스스로에게 큰 위안이 될 때도 있고요. 물론 정말 떠오르는 대로 다 써놓았기 때문에 그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는 없지만요.
내면의 작동을 분석하는 거군요.
아무래도 배우는 사람을 표현하는 직업이잖아요. 그래서 이 일을 하다 보니 저도 사람에 관심이 많이 생긴 것 같아요. ‘이 사람은 왜 이렇게 행동을 하고, 왜 이런 반응을 보이지?’ 그런 걸 분석하는 게 좋더라고요. 왜 영화를 볼 때도 사람마다 평가 기준이 다르잖아요. 저는 완전 감성파거든요. 내가 감정이입이 많이 되고 느끼는 게 많을수록 인생 영화가 되는 것 같아요.
지금 꼽는 인생 영화는 뭐예요?
저요. 〈블루 발렌타인〉이라는 영화를 재미있게 봤고… 〈결혼 이야기〉도 좋아해요.
둘 다 애정이 증발하고 난 결혼 생활의 참혹함을 그린 작품이네요. 수빈 씨가 감정이입이 많이 된다고 하기에는… 결혼 안 해보셨지 않나요?(웃음)
(웃음) 제가 그런 작품을 좋아하나 봐요. 알랭 드 보통의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같은 책도 되게 좋아했고. 어릴 때 제가 드라마에 빠져 살았는데, 그때는 신데렐라 스토리, 남녀가 행복하게 사랑하는 내용의 드라마가 많았거든요. 그래서 그런 환상을 좀 품고 있었는데 정작 커서 보니까 그렇게 낭만적이지만은 않은 거예요, 사랑이. 그래서 실제로 우리가 사랑 안에서 느끼는 복잡한 감정, 권태, 갈등, 그런 것들을 다룬 작품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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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2. 배우 채수빈이 영화 〈새콤달콤〉 촬영 때 대본을 거의 보지 않고 갔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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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오성윤
    PHOTOGRAPHER 김참
    STYLIST 오주연
    HAIR 강성희
    MAKEUP 수이
    ASSISTANT 송채연
    ART DESIGNER 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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