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YLE
part1. 배우 채수빈은 매일 자신이 느낀 감정의 작동 방식에 대해 쓴다고 했다
마냥 밝고 화창한 작품에만 나온 건 아니었을지라도. 늘 봄날 같은 따뜻한 미소만 짓는 건 아니었는데도. 돌아보면 언제나 ‘참 좋았던 날’처럼 떠오르는 배우, 채수빈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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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 톱 비비안 웨스트우드. 네크리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어째 하루 종일 촬영한 느낌이네요. 피곤하죠?
괜찮습니다. 그나마 헤어스타일 변형 같은 게 많지 않은 촬영이어서 수월했던 것 같아요.
인터뷰는 좋아해요? 방금 사주 보는 영상 콘텐츠 찍을 때 들으니까 낯가림이 너무 심해서 고민이라고 하던데.
맞아요. 제가 낯가림이 너무 심해요. 일을 하면서 조금씩 적응될 만도 한데, 저는 어째 가면 갈수록 더한 것 같아요. 그래도 다행히 인터뷰는 편하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사람을 많이 만나는 일을 하니 조금씩 나아질 법도 한데.
어쩌면 그래서 더 심해지는 건지도 모르죠. 정들면 헤어지고 정들면 헤어지고, 계속 그런 식으로 사람을 만나게 되는 직업이니까. 처음에는 이 사람도 너무 좋고, 저 사람도 너무 좋고, 모두에게 정성과 마음을 쏟지만 결국 시간이 좀 지나면 헤어져야 하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이제는 마음을 여는 데에도 많은 에너지가 들게 된 것 아닐까 싶어요.
‘이 사람도 너무 좋고’의 수빈 씨 제스처가 참 좋네요. 마치 누군가의 양 볼을 귀하게 쓰다듬는 것처럼.
(한 번 더 허공에 쓰다듬는 흉내를 내며) 너~무 좋고.(웃음)
사람 성격이라는 게 다 장단이 있는 거겠죠. 그렇게 낯가림이 있는 대신 수빈 씨는 함께 작업한 사람들이 다들 칭찬을 아끼지 않던데요. 인간적으로 참 좋았다는 인터뷰도 많이 봤고.
아까 사주 볼 때 얘기해주신 것처럼 제가 인복이 좋아요. 지금껏 만난 사람들이 정말 다 좋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함께 좀 지내고 그 사람을 알고 나면 다 너무 좋은데 초반에 쉽지 않은 거죠. 또 배우라는 직업이 평가를 많이 받는 직업이잖아요. 그래서 저도 한때는 ‘늘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 같아요. 낯가리는 것도 안 그런 척 애를 많이 썼고요. 그러다가 그게 너무 힘들어서 또 지치더라고요.
강하늘 배우를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하늘 씨도 그러더라고요. 본인을 둘러싼 미담 에피소드들이 만약 노력의 결과였다면 힘들어서 못 했을 거라고. 본인의 사회성은 그냥 천성 같은 거라고요.
맞아요. 사실 저도 하늘 오빠를 보면서 가끔 걱정될 때가 있었거든요. 모든 사람에게 너무 잘하니까, 아무리 그래도 사람인데 혼자 있을 때 힘들지 않을까 하고요. 천성이라니 다행이지만 그래도 하늘 오빠나 보검 오빠(배우 박보검)는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강하늘 배우와는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을 함께했죠? 현장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고 들었어요. 강하늘 배우도 이광수 배우도 제가 질문을 하기도 전에 먼저 자랑을 하더라고요.
진짜 최고였어요. ‘현장이 이렇게 재미날 수도 있구나’ 하고 놀랄 정도로요. 쉬는 시간 분위기만 좋았던 게 아니라 팀워크 자체가 좋았어요. 촬영할 때도 다 같이 즐기면서 진짜 재미있게 찍었거든요. 제 경우에는 특히 더 좋았죠. 효주(배우 한효주) 언니 있지, 광수 오빠 있지, 하늘 오빠 있지, 다 선배님들이니까 일단 의지가 되잖아요. 열어주시는 대로 따라가고 의지하고 믿으면 됐기 때문에 나중에는 정말 가족들과 함께 있는 것처럼 마음 편히 지냈어요.
그런 역할이 수빈 씨 성격에 더 잘 맞나 보네요.
네. 평생 막내로 살고 싶어요.(웃음)
비슷한 시기에 공개된 디즈니+ 드라마 <너와 나의 경찰수업>에서는 좀 더 구심점 같은 역할을 해야 했을 것 같은데요.
그래서 쉽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늘 오빠 언니들과 작품을 하다가 처음으로 동생들, 또래 친구들과 촬영을 하게 된 거였으니까요. 저는 정말 리더십이 없는 사람, 이렇게 끌어주는 대로 끌려가는 사람인데….(웃음) 그런데 막상 촬영 들어가보니까 제가 굳이 뭘 이끌고 가야 한다는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되더라고요. 다들 똘똘 뭉친 분위기여서 결국 다 같이 되게 재미있게 잘 해나간 것 같아요.
그냥 인상에서 오는 이미지일까 했는데 실제로 굉장히 밝은 분인 것 같아요. 인터뷰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게 느껴지네요.
맞아요. 밝은 사람인데 처음에는 많이들 깍쟁이로 봐요.

셔츠 로렌 랄프 로렌. 크로셰 톱 렉토. 패턴 팬츠 YCH. 해트, 링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낯가림 때문이겠죠.
그런가 봐요. 학교 다닐 때도 ‘첫인상과 제일 다른 사람’을 뽑으면 늘 제가 뽑혔던 게 기억나요. 제가 그렇게 깍쟁이 같거나 까탈스러운 사람은 아닌데… (멀리 앉은 매니저를 부르면서) 저 좀 털털한 편 아니에요? 그쵸?
(웃음) 끄덕거리시네요.
그런데 또 제가 인터뷰를 하거나 예능에 나오면 친구들이 그래요. 너 같지 않다고. 딱 낯가릴 때의 너라고. 사실 드라마 촬영 같은 경우에는 처음엔 어렵지만 나중에는 편해지는 시기가 오잖아요. 그런데 예능은 보통 딱 하루니까, 긴장만 하다가 끝나는 거죠. 그래서 또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낯선 사람들 속의 낯선 저를 보여주고 싶지 않으니까.
그래서 유튜브를 하시는 걸까요? 실제 수빈 씨의 모습을 좀 더 편안한 환경에서 전달할 수가 있으니까?
네. 사실 요즘 통 업로드를 못 해서 민망하긴 한데요. 처음에는 내가 원하는 것, 재미있어하는 것, 경험하는 것 모두 팬분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게 설레어서 시작하긴 했죠. ‘수빈둥빈둥’이라는 이름으로. 그런데 이게 작품 촬영이랑 병행하기가 너무 힘들더라고요. 촬영 들어가면 워낙 쉬는 날도 일정하지 않고, 또 쉬는 날이 생기면 그냥 푹 쉬고 싶잖아요. 그러다 보니 지금은 유튜브 활동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작품을 준비하는 기간에도 다른 생각을 하기가 쉽지 않겠죠. 특히 수빈 씨는 매 작품 캐릭터의 입장에서 일기를 써본다고 하셨을 정도로 몰입에 공을 들이는 편이니까.
맞아요. 그런 부분도 있죠.
그냥 수빈 씨의 입장에서도 일기를 써요?
써요. 저 일기 잘 써요. 제가 뭘 잘 까먹거든요. 지나간 일은 정말 금방 잊어버리고, 나쁜 일이면 더 기억이 안 나요. 그래서 오늘 뭐 했는지 그런 걸 기록하는 게 아니라, 그날의 제 감정을 기억하려고 쓰는 거예요.
감정을 기억하려고.
‘이런 일이 있어서 내가 이런 기분을 느꼈는데, 그럼 이건 왜 이렇게 되는 건가’ 하고 제 상태를 적는 거죠. 그렇게 남겨놓으면 연기할 때 도움이 좀 되거든요. 쓰는 과정에서 저 스스로에게 큰 위안이 될 때도 있고요. 물론 정말 떠오르는 대로 다 써놓았기 때문에 그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는 없지만요.
내면의 작동을 분석하는 거군요.
아무래도 배우는 사람을 표현하는 직업이잖아요. 그래서 이 일을 하다 보니 저도 사람에 관심이 많이 생긴 것 같아요. ‘이 사람은 왜 이렇게 행동을 하고, 왜 이런 반응을 보이지?’ 그런 걸 분석하는 게 좋더라고요. 왜 영화를 볼 때도 사람마다 평가 기준이 다르잖아요. 저는 완전 감성파거든요. 내가 감정이입이 많이 되고 느끼는 게 많을수록 인생 영화가 되는 것 같아요.
지금 꼽는 인생 영화는 뭐예요?
저요. <블루 발렌타인>이라는 영화를 재미있게 봤고… <결혼 이야기>도 좋아해요.
둘 다 애정이 증발하고 난 결혼 생활의 참혹함을 그린 작품이네요. 수빈 씨가 감정이입이 많이 된다고 하기에는… 결혼 안 해보셨지 않나요?(웃음)
(웃음) 제가 그런 작품을 좋아하나 봐요. 알랭 드 보통의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같은 책도 되게 좋아했고. 어릴 때 제가 드라마에 빠져 살았는데, 그때는 신데렐라 스토리, 남녀가 행복하게 사랑하는 내용의 드라마가 많았거든요. 그래서 그런 환상을 좀 품고 있었는데 정작 커서 보니까 그렇게 낭만적이지만은 않은 거예요, 사랑이. 그래서 실제로 우리가 사랑 안에서 느끼는 복잡한 감정, 권태, 갈등, 그런 것들을 다룬 작품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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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오성윤
- PHOTOGRAPHER 김참
- STYLIST 오주연
- HAIR 강성희
- MAKEUP 수이
- ASSISTANT 송채연
- ART DESIGNER 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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