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이 대마초를 합법화한 진짜 이유는 뭘까?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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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이 대마초를 합법화한 진짜 이유는 뭘까?

오성윤 BY 오성윤 2022.08.01
 
 
“이런 원고를 써도 될까요?” 에디터의 원고 청탁을 받고 가장 먼저 물어본 말이다. 한국에서 대마초란 마약과 동의어. 입 밖으로 꺼내기도 부담스러운데, 심지어 그 이야기를 명문화해달라니. 이런 글을 내놨다가 혹시 인천공항 입국장에서부터 검사를 당하는 건 아닐지 어쩐지 불길하고 조심스러운 마음이 드는 건, 내가 그동안 강산이 변해도 몇 번은 변한 한국을 10년 전 떠났기 때문일 것이다. 당시만 해도 정치·사회적인 문제가 터지면 연예인들의 대마초 사건으로 이슈를 덮는다는 루머가 있었을 정도로 대마초는 금기였고, 금기어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마초를 여타 마약과 한 카테고리에 넣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이야기나 중독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종종 보이는 것 같다. 한국만 그렇게 변해가는 게 아니다. 특히 ‘마약’이라면 가혹하다 싶을 정도의 형벌을 내리는 동남아시아에서 태국이 의료용 마리화나를 합법화했다니, 세상이 정말 변하긴 변한 것일까?
나는 뉴욕과 캘리포니아를 거쳐 현재 거주 중인 오리건 포틀랜드까지, 오락용 대마초가 허용되는 지역에서만 계속 살았다. 어쩌다 보니 의료용 대마초 허용 및 비범죄화 단계에서 오락용 대마초가 허용되기까지의 과정을 모두 지켜본 목격자가 된 것이다. 마리화나, 위드, 캐너비, 간자(ganja), 420…. (420은 학교 수업을 마치고 대마를 피우기 시작하는 시간이 대략 4시 20분인 데서 유래한 은어다.) 대마초를 일컫는 이름이 다양하다는 사실은 이곳에서도 한동안 대마초가 합법은 아니었다는 것, 그리고 암암리에 유통되었다는 걸 알려준다. 하지만 10년 전, 뉴욕으로 갓 이민 온 당시에도, 주말이면 동네 구석과 바 근처에서 늘 특유의 낯설고 이상한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2014년, 뉴욕시 시장이었던 드 벨라지오가 캘리포니아 등의 선례(캘리포니아와 오리건 등은 이미 1990년대 후반에 의료용 대마초를 합법화했다)에 따라 의료용 대마초를 합법화하고, 대마초를 전면 비범죄화한다고 선언했다. 비범죄화란 합법화한 것은 아니지만 처벌하지 않음을 공표하는 것으로 대마초 사용과 소지 및 (적당한 선에서의) 유통은 범죄시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오락용 캐너비가 법제화되지 않았을 뿐, 대마초는 여타 마약과는 달리 갱단이나 범죄집단의 산업에서 오래전 분리되었거나, 그 영역으로 간주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가 오락용 합법화를 부추겼다. 합법을 주장해온 이들은 마약으로 취급되지 않았던 대마초가 왜, 언제부터 마약류로 분류되기 시작했는지에 대한 히스토리를 시작으로, 니코틴이나 알코올에 비해 결코 위험하지 않다는 데이터나 연구들(그 데이터가 옳든 그르든)을 근거로 들어가며 대마초를 마약류가 아닌, 담배나 술과 같은 카테고리로 묶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그 노력은 성공했다. 물론 아이다호, 네브래스카 등 몇몇 주는 여전히 대마초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고 연방법도 여전히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현재 미국의 많은 주가 오락용 대마초를 합법화했거나 비범죄화를 인정한 상태다.
거대한 미국 땅이 하나둘 오락용 대마초를 법적으로 인정하기 시작했을 당시 미국 전역의 뜨거운 열기를 기억한다. 아침 토크쇼에서조차 콜로라도에 오픈한 엄청난 규모의 공장과 그곳에 몰리는 여행객을 다뤘고, 나는 LA와 뉴욕에 오픈한 캐너비 숍 앞의 인파 행렬을 보고 새 슈프림 스토어가 오픈한 줄 알았을 정도다. 포틀랜드의 친한 이웃은 아예 자신의 집 뒤뜰에 직접 마리화나를 심어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다. 겨울에는 작은 그린하우스를 만들겠다고 해서 그 냄새를 싫어하는 자신의 아내와 다퉜다고 했다. 마치 아파트 테라스에서 담배 피우는 문제로 부부 싸움 하는 한국인들처럼 말이다. 패션 브랜드에서도 이에 응답하듯 대마초를 위한 고급 액세서리를 만들기 시작했고 바니스 백화점 역시 럭셔리 캐너비 숍을 오픈했을 정도였다. 팬데믹이 닥치기 전까지, 대마초 문화는 명실상부 미국 전역의 가장 핫한 이슈였다.
생각해보면 21세기에 미래지향적 테크, 환경, 우주 산업군을 제외한 새로운 산업이 이렇게 큰 반향을 일으킨 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다. ‘산업’. 그렇다, 이제 미국에서 대마초는 핫한 ‘산업’이다. 내가 거주하고 있는 포틀랜드만 해도 사람들이 모여드는 지역에 으레 커피숍들이 들어서듯 캐너비 스토어가 우후죽순 들어서고, 알고 지내던 그래픽 디자이너 친구는 한 캐너비 업체에 취직해 패키징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다. 합법이냐 불법이냐, 중독성이 있느냐 그렇지 않으냐, 과연 더 높은 단계로 향하는 마약의 게이트가 되느냐 아니냐 등 논쟁은 물론 여전히 존재하고, 일부 보수적인 정치인들과 종교인들에게는 큰 화근거리다. 하지만 어쨌든 서구 사회에서 대마초는 이제 양지에서 일자리를 만들고, 정당하게 세금을 내는 산업이 되었다.
그러면 이쯤에서, 다시 태국의 이야기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대마초 관련 범죄에 15년형을 선고하던 태국이 갑자기 ‘예부터 태국에서는 대마초가 음식에도 들어가는 허브였다’는 이야기를 하고(아마도 실제로 그랬을 것이다. 한국만 해도 1970년대에 들어서야 대마초가 불법으로 규정되었으니까), 한 외신에는 놀랍게도 ‘대마초 합법’을 주장하는 태국 정치인의 딸이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농장을 선보이며 국가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오락용’을 인정해야 국가가 발전한다고 홍보하는 기사도 실렸다. (정치인들이 돈 될 산업은 이미 다 점령하고 있구나 생각한 건 나뿐만은 아니겠지.) 태국의 의료용 대마초 합법화는 태국 정부에 있어 대마초가 마약이냐 아니냐의 문제를 넘어, 돈이 되느냐 아니냐의 문제로 넘어간 결과로 보인다는 뜻이다. ‘대마초를 즐길 자유’가 아닌 ‘경제부흥’을 앞세워 이를 합법화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진심인 듯하다.
물론 일부 한국 언론에서 걱정하듯 태국 정부의 관광객 유치를 위한 방법일 수도 있다. 하지만 더 크게 살펴보자면 관광 산업이라기보다 전 세계 오락용 대마초 산업 확대에 따른 개발도상국의 자연스러운 응답이라 보는 게 옳을 것이다. 대마초 산업은 농산업의 모델과 비슷하다. 대마초를 기르고 수확해야 판매할 수 있으니까. 결국 저렴한 노동력은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마련이고, 아마도 태국은 이 산업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동남아시아가 그간 여타 분야에서도 수많은 다국적기업의 생산기지로서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해온 것처럼 말이다. ‘의료용 합법화’가 ‘비범죄화’와 함께 이야기되는 미국과는 달리, 개인적 소비를 여전히 제한하겠다고 공표하는 태국은 놀랍게도 장관과 정치인이 직접 나서서 마리화나 모종을 나누어주며 재배를 적극 장려하고 “질 좋은 대마초는 금과도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국내 의료 산업을 넘어 수출을 노리고 있다는 걸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저렴한 노동력을 이용해 좀 더 저렴한 제품을 만들고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대마초 산업의 움직임은 이미 미국 내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수많은 불법 이주노동자들이 대마초 농장으로, 공장으로 향하기 시작했고, 그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며 제대로 된 급여를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이미 속속 뉴스에 등장하고 있다. 일례로 최근 뉴멕시코 원주민 지역의 싼 땅을 빌린 한 회사가 이곳에 중국계 노동자들을 이주시켜 대마초를 재배하기 시작한 일이 있었다. 본래 원주민 법으로 다스리던 이 지역 주민들은 그들을 ‘침입자’로 여겼고, 결국 대마초 기업 때문에 원주민과 이주노동자 사이에 인종 갈등이 생겼다. 심지어 원주민 안에도 이 기회를 통해 이득을 보려는 사람들, 그리고 원주민 고유의 문화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존재하다 보니 곳곳에서 충돌하며 커뮤니티 자체가 완전히 산산조각 나게 된 것이다.
대기업과 다국적기업이 일으키는 문제야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미국의 많은 언론인은 대마초 산업의 이러한 양상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합법화를 통해 대마초를 즐길 ‘자유’를 얻었다고 자축하는 동안 그에 당연히 수반될, 이미 익히 알고 있던 자본주의의 폐해를 간과했다고 말이다. 소규모 재배업자와 유통업자 들은 설 자리를 완전히 잃고, 자본가들에 의해 산업이 좌우되는 것을 보며 오히려 ‘합법화’ 이전 ‘비범죄화’ 시절의 대마초 경제가 훨씬 건강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합법화 과정 중 관련 산업 법규를 구체적으로 고민하지 않았다고 한탄하면서 저렴한 노동력에 기대어 대량생산을 유도하는 신종 플랜테이션을 우려하는 이도 많다. 실제로 벌써부터 유럽과 미국에는 페어 트레이드와 지속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단체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을 정도다. 캐너비 숍 앞에 ‘페어 트레이드 대마초’ ‘오리건 로컬 제품’ 등을 내세우는 로고가 등장할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전 세계가 대마초를 이런 태도로 대하고 있다고? 하지만 한국인에게 대마초는 여전히 호기심과 두려움의 대상이다. 솔직히 합법 지지자들이 들이대는 데이터와 비지지자들이 들이대는 데이터 모두 그들의 입맛에 맞게 추출되어 있기 때문에 정말 공정한 자료가 무엇인지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적어도 대마초의 THC에는 어느 정도의 중독성이 있다는 것만큼은 인증된 사실이다. (제품마다 THC의 용량이 다르며, 태국에서는 이를 0.2%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은 속인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국적의 시민이라면 제아무리 합법 지역에 살고 있더라도 대마초를 이용하면 법에 저촉된다는 사실. 그러니 태국 대마초 관광이니 뭐니, 다국적 산업이니 뭐니 떠들어도 한국인에게는 별다른 해당 사항이 없다는 점 정도만 알고 있어도 지금으로서는 충분하겠다.
 
손혜영은 프리랜스 에디터다. 미국 오리건 포틀랜드에 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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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 오성윤
    WRITER 손혜영
    ILLUSTRATOR VERANDA STUDIO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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