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기영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정명석 변호사가 '유니콘' 같다는 말에 안타까워 하는 이유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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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기영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정명석 변호사가 '유니콘' 같다는 말에 안타까워 하는 이유

배우 강기영은 평생의 반려를 만나고, 2세를 낳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찍었다. 그렇게 요 몇 년 사이 다시 태어났다고 했다.

오성윤 BY 오성윤 2022.08.18
 
체크 패턴 코트, 팬츠, 화이트 셔츠 모두 알렉산더 맥퀸. 네크리스 무지. 삭스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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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이 너무 재미있어요.
아, 제 계정요?
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를 재미있게 보고 있어서 더 그런가 봐요. 출연 배우들과 귀엽게 찍은 사진들을 보면 웃음도 나고 마음도 몽글몽글해지고. 이게 드라마 애호가들이 흔히 말하는 ‘캐릭터 본체’를 파는 재미인가 싶더라고요.
감사합니다. 홍보할 겸 예전에 촬영할 때 찍어놓은 것들 올리는 거긴 한데요. 또 이게 사진에 나온 사람들한테 전부 컨펌을 받아야 하거든요. 그래서 원래는 더 재미난 것도 엄청 많은데, 사실상 대부분 그 과정에서 탈락하고(웃음) 몇 개 안 되는 것 중에 최대한 골라서 올리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강태오 배우랑 백허그 상태로 몸을 더듬으면서 찍은 사진도 ‘이거 올리고 싶다’고 연락을 해서 공식적으로….  
네. 그것도 허락받고 올렸죠. 심지어 그건 퍼갔더라고요, 태오가. 하하하하.
(웃음) 역시 강기영 배우에게는 늘 ‘브로맨스’가 따라다니는 것 같네요. 주종혁 배우와도 굉장히 친해진 것 같던데요.
종혁이 보면 기영이 같아요. 어릴 때의 기영이.
20대 시절의 스스로를 떠올리게 하는군요.
〈오 나의 귀신님〉 같은 작품 할 때가 생각나죠. 정말 열심히 하고, 형들한테 잘하려고 하고, 연기를 해온 과정도 비슷한 부분이 있고…. 그 친구가 덜컥 잘돼서 자리를 잡은 게 아니라 독립영화도 많이 찍고 꾸준히 해온 거거든요. 어리지만 구력이 있는 친구죠. 또 되게 나이스해요. 착하고 반듯하고.
권민우 변호사(주종혁의 극 중 캐릭터)와는 정반대군요.
극 중에서는 ‘권모술수’죠. 너무 얄미워서 안산 선수(양궁 국가대표)가 SNS에 ‘권모술수 너 내 70m 앞에 서지 마라 뒤통수 조심하라’고 올리기도 했다는데.(웃음) 실제로는 정말 착한 친구예요. 눈물도 많고. 본인도 가끔은 ‘나 너무 욕을 먹는 거 아닌가’ 걱정하기도 하는데요. ‘아니다. 배우가 욕먹는 캐릭터로 욕을 많이 먹으면 그게 잘하는 거다’라고 답해주죠.
반면에 주종혁 씨는 강기영 배우가 ‘섹시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 댓글이 많았어요.
그건 공개 석상에서 멕이려고 하는 것 아닐지.(웃음) 농담이고, 저희가 워낙 장난을 많이 치거든요. 그런데 인스타그램이 사실 공개된 곳이다 보니까 좀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고, 그래서 오히려 치켜세우는 게 아닌가 싶어요.
배우 러닝 클럽인 런티스트가 〈우영우〉 현장에 보낸 커피차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죠. “잘생기고 매너 좋은 강기영.” 섹시하다, 잘생겼다, 매너 좋다… 강기영 배우에게 가장 와닿는 칭찬은 어떤 걸까요?
전부 동의합니다.
하하하. 아, 어떤 칭찬이든 일정 부분….
(고개를 저으며) 아니요. 전부 다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런 부분이 있는 게 아니라, 있습니다. 있었으면 좋겠는 게 아니라, 있습니다.
(웃음) 의심의 여지가 없는 섹시하고 잘생기고 매너 좋은 남자군요.
이것도 농담이고요. 제가 사실 이번에 〈우영우〉의 정명석을 준비하면서 미국 법정 드라마 〈슈츠〉의 하비 스펙터라는 인물을 레퍼런스로 삼았다고 한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제 아내가 그걸 듣고 저더러 “하비가 아니라 까비”라고 하더라고요. 하비 스펙터에 비하면 턱없이 아깝다고.(웃음) 저도 제가 뭐 섹시하다, 잘생겼다, 그런 영역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제가 가진 친근한 느낌이 성숙한 역할을 만나면서 어른스러워 보인 측면이 있는 거죠.
정명석(강기영의 극 중 캐릭터)이라는 인물에 대한 강기영 씨의 생각도 궁금했어요.
정명석은… 일단 굉장히 능력 있고 철두철미한 사람이죠. 14년 차 변호사에 시니어 변호사까지 하고 있다는 게 보통 능력은 아니라고도 생각하고요. 정말 일에만 몰두해온 사람인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와중에 우영우라는 신입 변호사를 만난 게 패기 넘치던 젊은 시절을 다시 리마인드해주지 않았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우영우 변호사가 아무리 실수를 해도 특유의 창의적인 발상, 기발한 아이디어를 알아봐주잖아요. 그게 또 정명석이 변호사 일에 가진 열정에 한 번 더 불을 붙여준 것 같고요.
우영우의 능력을 일찍 알아보고 북돋워주는 캐릭터라 ‘서브 대디’ 같은 별명이 붙기도 했지만, 저는 사실 따뜻함보다는 합리성이 주축이 된 캐릭터 같다고 느꼈어요. 우영우의 장애를 법정의 분위기 재고에 이용하자는 의뢰인의 요청에 선뜻 ‘그게 좋겠다’고 하기도 하고, ‘정의’를 말하는 우영우에게 변호사는 의뢰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손실을 막아주는 사람일 뿐이라며 화를 내기도 하고요.
정체성이 흔들리는 거라고 생각해요, 명석이도. 그런 순간들에는 시니어 변호사로서의 면모가 나온 거죠. 어쨌든 수임한 사건의 승리가 제일 중요한 거니까. 14년 동안이나 변호사 일을 해왔으니 사실 타협을 많이 했을 거잖아요. 약자의 반대편에 서는 사건도 많이 했을 거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영우를 지지하고 여러 사안을 대하는 정명석은 기본적으로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봐요. 정의롭고 싶었지만 여건이 안 되니까 ‘그래 일단 승소를 위해 노력하자’ 했을 테고, 그게 쌓이다 보니 지금 같은 사람이 되었을 테고. 그러다 우영우를 만난 거고요.
 
더블 재킷 YCH by GGUMIM. 스웨트 팬츠 렉토. 슈즈 조르지오 아르마니. 링 센티멍. 네크리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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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좋은 사람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죠. 〈우영우〉는 결국 우리가 어떤 동료 시민이어야 하는가 질문을 던지는 드라마잖아요. 정명석처럼 자기 실수를 깨끗이 인정하고, 개선하고, 모두에게 신뢰를 주는 사람이기만 해도 바랄 게 없겠다 싶어요.
그래서 유니콘이라는 얘기도 많이 듣더라고요.(웃음) 사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좀 안타까워요.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뜻인 것 같아서. 물론 명석이가 특별히 예쁘게 그려진 부분이 있겠죠. 사람이 다 괜찮을 수는 없고,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과정에서 안 맞는 부분이 얼마나 많겠어요. 하지만 저는 역할을 대할 때 우리 사회 곳곳에 그런 ‘참선임’이 많을 거라고 믿고 연기를 했거든요. 아직도 그렇게 생각해요. 많을 것 같아요, 막상 찾아보면. 저한테도 좋은 선배들이 참 많았으니까요. 제가 극 중에 나왔던 “너는 봄날의 햇살 같아”라는 대사를 굉장히 좋아하거든요.(본인의 별명을 하나 지어달라는 최수연 변호사의 말에 우영우가 ‘봄날의 햇살 최수연’이라며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자신을 알게 모르게 챙겨줬던 그녀의 행동들을 열거하는 대사)
저한테도 그 장면은 눈물 버튼이에요.
저는 그 장면에서 ‘말의 힘이란 게 사람을 살릴 수도 있겠다’는 그런 에너지를 받았어요. 예전에 저를 챙겨줬던 사람들도 많이 생각났고요. 공연 끝나고 나면 와서 ‘기영이 잘하고 있어’ ‘기영이 요즘 딕션 좋아져서 뭐라고 하는지 다 들려’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봐’ 그런 말을 해주는 분들이 있었거든요. 그러면 저는 그다음 공연부터 에너지가 확 달라져요. 그래서 사람이 아주 따뜻하기만 한 사람은 못 되더라도 말 한 마디라도 진심으로 전달하는 게 누군가의 인생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우영우〉를 보면서. 저도 그런 선배가 되고 싶어요.
배우 강기영은 잘한다 잘한다 할수록 잘하는 사람인가 보군요.
저는… ‘잘한다’만 좋아했던 것 같아요.
하하하. ‘너 못한다’를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래도 분명 채찍이 필요한 시기도 있잖아요. 성장을 하려면 맞고, 깎이고, 다듬어져야 하는 거니까. 그런 때도 당근만 원했던 거죠. 그래도 뭐, 이제는 많이 다듬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당근과 채찍에 일희일비하지 말자’ ‘중심을 잘 잡고 가자’ ‘〈우영우〉 잘돼서 너무 기분 좋지만 들뜨지는 말자’ 하고 스스로 다독일 수가 있으니까요.
방영이 시작됐을 때 촬영이 거의 끝난 상황이라 다행이었다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반응이 너무 좋아서, 잘못했으면 영향을 받았을 것 같다고.
너무 좋게 봐주시니까요. 시청률이 고공 상승하고, 정명석에 대한 반응도 너무 좋으니까 덜컥 무섭더라고요. 연기할 시간이 남았더라면 자꾸 멋있는 걸 하려 한다거나, 대중의 기대라는 부분에 큰 의미를 뒀을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내가 좀 더 섹시하게 연기해야 하나?’ 하는 식으로. 그렇게 캐릭터가 변질되지 않고, 제때 잘 끝나서 다행이었죠.
예전의 저라면 이런 말씀을 너스레로 받아들였을 것 같은데, 배우 인터뷰를 하다 보니 아주 베테랑인 분들도 그런 부분을 솔직하게 얘기해주시더라고요. 캐릭터가 좋은 반응을 얻으면 ‘이런 걸 좀 더 해야 하나’ 하는 유혹에 많이 빠진다고.
맞아요. 그런 선배님들은 정말 많이 느꼈을 테고, 저는 이제야 처음 느낀 거죠. 어쨌든 이게 참 달콤하더라고요. 대중의 애정을 체감하니까요. 그래도 배우로서는 또 편하고 멋있는 것, 좋은 것만 할 수 없잖아요. 이제 또 다양한 것들에 도전해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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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오성윤
    PHOTOGRAPHER 임한수
    STYLIST 박선용
    HAIR 성은
    MAKEUP 인주
    ASSISTANT 송채연
    ART DESIGNER 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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