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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기영이 "정명석이 우영우한테 많이 배운 만큼, 강기영도 박은빈에게 많이 배웠다"고 말한 이유
배우 강기영은 평생의 반려를 만나고, 2세를 낳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찍었다. 그렇게 요 몇 년 사이 다시 태어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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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석은 아무래도 기영 씨가 그전에 맡아온 캐릭터들과는 결이 다른 부분이 있었죠.
일단 정신적 스트레스가 큰 캐릭터였어요. 외워야 할 것도 많고, 그것들의 개념이 어렵고, 생각해야 할 것도 많고. 그전 작품들은 육체가 더 힘들었죠. 제스처가 커야 했으니까. 바꿔 말하면, 예전에는 보여주는 것 위주로 연기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우영우>를 하면서 새로운 걸 많이 느꼈어요. 명석이도 우영우한테 많이 배운 것 같고, 강기영도 박은빈한테 정말 많이 배운 것 같아요. 은빈 씨는 연기를 대하는 태도나 현장 분위기를 만드는 노력이 정말 대단해요. 항상 내가 실수하는 것 같고, 내가 틀리는 것 같고, 은빈 씨는 정말 똑 부러지거든요.
제가 <우영우> 촬영 직전에 은빈 씨를 인터뷰했는데, 정말 올곧고 현명한 사람이라고 느꼈어요. 연기에 대한 자세도 단순히 ‘열정’이라 에두르기 힘든 묘한 에너지와 방법론을 갖고 있고요.
맞아요. 굉장히 똑똑한 배우인데, 또 어떻게 표현해야 대중이 재미있어 하는지도 아는 것 같아요. 저는 그게 엄청나게 큰 능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똑똑한 데다 그런 부분까지 갖고 있으니까, 와, 너무 커 보이더라고요. 제가 그동안 브로맨스를 많이 했잖아요. 사실 남자끼리 티키타카를 주고받는 장면은 아무래도 좀 과감하고, 서로 거칠게 주고받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런데 그런 촬영을 할 때 느끼는 재미가 은빈 씨랑 연기할 때 똑같이 느껴졌어요. 이걸 던지면 이게 돌아오고, 저걸 던지면 저게 돌아오고. 그래서 너무 즐거웠죠.
합을 맞추는 재미가 있었군요.
연기 잘하는 분들과 합을 맞출 수 있다는 게 그런 부분이 너무 즐겁죠. 같이 촬영하면 완전히 새로운 뭔가가 창조되니까. 예를 들어 제가 “자, 나가시죠” 했는데 저쪽에서 똑같은 제스처를 하면서 “나가시죠” 하면 그 순간은 대본 볼 때는 없었던 게 만들어진 거예요. 그렇게 없었던 뭔가가 반짝반짝 생성이 되니까 늘 새롭죠.
<우영우>는 특히 매 화 달라지는 배우들의 면면이, ‘우리나라에 좋은 배우가 이렇게 많구나’ 새삼 감탄하게 되는 드라마이기도 했죠. 특히 기억에 남는 분이 있을까요?
정말 다 잘해주셨지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이도경 배우님이에요. 1화 노부부 폭행치상 사건 때 남편 박규식 역할로 나왔던. 선배님이 그날 촬영장에 박규식 씨가 되어서 오셨더라고요. 머무는 내내 박규식 씨로 계시다가, 박규식 씨로 나가셨고요. ‘히스테릭하고 폭력적인 노인’이라는 그 캐릭터에 대한 몰입을 한 번도 안 깨신 거예요. 보통 그런 역할을 하면 커트를 하면 풀어지고, 큐 하면 다시 몰입하는 식이거든요. 그런데 선배님은 정말 딱 박규식 씨 같아서 촬영을 안 할 때도 다가가질 못하겠더라고요. ‘이렇게까지 몰입을 하시는구나’ 하고 많이 놀랐고, 지금도 기억이 많이 나요. 이봉련 배우처럼 에너지가 좋은 배우도 생각나고요. 영화 <엑시트> 때부터 느낀 거지만 누나도 합을 맞출 때마다 대본에 없던 뭔가가 자꾸 만들어져서, 그게 참 즐거워요.
그들 사이에서 정명석 변호사를 소화하는 강기영 배우는 어땠을까요? 아까 얘기했듯 그전까지 해온 캐릭터와는 좀 다른 측면이 있었는데.
뭔가를 배우려면 어쨌든 기회가 주어져야 하잖아요. 해보면서 습득해야 하니까. 그런데 제가 재미난 캐릭터를 많이 하다 보니까, 결이 다른, 이런 점잖은 역할은 제안이 잘 들어오지 않았어요. 물론 더러 있기는 했죠. 그런데 그때는 또 제가 그런 역할을 ‘불편한 옷’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나한테 안 맞는 옷이라고. 그랬는데 마침 명석이를 연기하면서 많이 배웠죠. 정말 많이 배운 것 같아요. 기본기를 더 많이 생각하게 됐고. 시청자가 봤을 때는 사실 잘 안 보일 수 있는 것들, 연극영화과 같은 데에서나 얘기하는 것들, 예를 들어 호흡 같은 부분에 집중한 거죠. 그래야 안정적으로 대사를 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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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영 씨는 굉장히 독창적인 ‘구제불능 캐릭터’ 연기를 구축한 배우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그런 자유로운 표출을 못 하는 게 혹시나 답답하지는 않았을까 했는데, 오히려 그래서 기본기에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군요.
아이, 중간중간에 답답한 느낌 많이 받았죠.(웃음) ‘이걸 풀어내야 하는데’ 하고 조바심이 나기도 했고, 때로는 이게 한계인가 싶기도 했고요. 하지만 저는 그 한계가 앞으로도 깰 수 없는 한계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번에는 이만큼 풀었으니까 다음에는 조금 더 풀어내보자 하는 마음이에요. 한 번에 다 풀 수는 없는 거니까.
<우영우> 안에서 찾자면 동그라미 같은 캐릭터를 많이 맡았었죠.
맞아요. 그래서 (주)현영이 보면서 옛날 생각이 많이 났어요. ‘어, 저런 거 진짜 재미있는데’ ‘와 저거 진짜 재미있게 잘 살린다’ 하고요.
그런 익살 연기는 으레 임기응변의 영역으로 인식되기 쉬운데,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함께 했던 박서준 배우는 강기영이 준비를 정말 많이 해오는 배우라고 한 적 있더라고요.
열심히 했죠. 그런데 사실 그때는 내 대사만 많이 본 시기인 것 같아요. 상대방 대사도 물론 보긴 했지만 제 캐릭터를 살리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거죠. 준비를 한 것도 어떻게 하면 내가 더 재미있게 보일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었고. 이제는 그 에너지로 상대방에게 좀 더 집중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 것 같아요. ‘연기는 리액션’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준비를 많이 하는 게 능사는 아닌 게, 상대방의 새로운 뭔가를 받아들였을 때 금방 바꿀 수가 없어요. 그래서 비운 상태로 가서 같이 채우는 것이 오히려 좋을 수도 있죠.
강기영이라는 배우가 큰 변화의 과정 속에 있다는 얘기로 들리네요.
제가 그런 식의 웃음, 그런 식의 재미를 좋아하는데, 그걸 연기로 풀었을 때 잘 전달된 부분이 있었죠. ‘어, 내 주위에도 저런 애가 있는 것 같은데’ 싶은 인물을 연구하고 연기로 옮기니까 좋아해주셨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고. 그런데 그런 건 이제 많이 했으니까요. 그건 그것대로 두고, 지금의 강기영은 안 해본 걸 더 배워보고 싶어 하는 단계인 것 같아요. <우영우>를 보신 분들이 또 새로운 모습이 궁금하다고 해주시니까 저도 도전해보고 싶고요.
들뜨는 건 경계하지만 가능성은 용기 있게 받아들였군요.
물론 불안함도 있죠. 하지만 그보다는 많은 기회가 올 것 같아서 일단 설레는 상황이에요. 어떤 역할로, 어떤 모습으로 다시 돌아올지 너무 설레어서 불안함은 잠시 잊고 싶습니다. 사실 제가 소속사를 옮기는 과정에서 연기를 잠깐 쉬었거든요. 새로운 배역이 들어왔을 때 하자, 하고 기다렸던 거죠. 말씀드렸듯이 재미있고 유쾌한 역할들도 좋지만 이게 너무 많이 보여지면 좀 식상할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그 기다림의 과정이…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결혼을 하고 아이도 막 태어났으니 막막한 부분도 있었고요. 그런데 <우영우>가 이렇게 잘되어주니까, 아이가 복덩이지 싶더라고요. 저는 사실 이 모든 게 가정을 꾸리면서 잘 풀린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아내는 제가 정말로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줬고, 이제 8개월 된 베스트 프렌드도 엄청나게 큰 힘이 됐으니까요.
인스타그램에 아들 발과 본인 발을 나란히 찍은 사진을 올리고 이렇게 써두기도 하셨죠. ‘새로 태어난 놈, 다시 태어난 놈.’
네. 그건 사실 제가 쓰고도 ‘이거 되게 잘 썼다’고 생각했는데요.
하하하. 이런 부분에서 숨김이 없으시군요.
(웃음) 댓글 반응도 좋았으니까요. 주변에서도 좋아해줬고, 저희 엄마도 굉장히 좋아하셨고요.
네, 오늘 제가 궁금한 건 다 여쭌 것 같습니다.
어휴, 수고 많으셨습니다.
수고는 기영 씨가 했죠. 오늘 많이 힘드셨죠?
진이 좀 빠지긴 했는데요. 화보 촬영하고 나면 늘 그런 것 같아요.
워낙 열심히 하셨으니까요. 저희가 촬영 중에 떠오른 아이디어들 이것저것 요청도 많이 드렸잖아요. 얼굴에 바람을 쏴봐도 되겠냐거나, 과일을 게걸스럽게 먹어주면 어떻겠냐거나. 사실 그때 답변도 감명 깊었거든요. “새로운 시도 해보는 것 다 좋으니까 그냥 편히 시켜주세요. 해보다가 어려운 게 있으면 그때 말할게요.” 이렇게 말씀하셨죠.
제가 워낙 다 해보고 살았습니다.(웃음) 다 해야 했고. 기본적으로 그런 생각도 있는 것 같아요. ‘내가 걸러내는 것들이 내게 필요했던 거라면 어떡하지?’ 안 해보고 그냥 편의에 맞게 골라내다가 중요한 걸 놓칠 수도 있잖아요. 해봤는데 진짜 못 하겠으면 그때 가서 얘기하는 게 낫죠.
강기영이라는 사람이 인생을 대하는 자세가 잘 보이는 이야기 같네요.
그래요? 꼭 인터뷰가 끝나고 나서야 이런 얘기가 나오더라고요.
아직 녹음기 안 껐어요.
예스.(웃음) 다시 태어난 놈입니다. 정리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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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오성윤
- PHOTOGRAPHER 임한수
- STYLIST 박선용
- HAIR 성은
- MAKEUP 인주
- ASSISTANT 송채연
- ART DESIGNER 김동희
JEWE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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