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 자카르 패브릭 소재의 클래식 라펠 더블브레스티드 트렌치코트, 컷아웃 디테일 니트 톱, 레귤러 핏 팬츠, 힐 부분에 메탈 펜디 오’락 디테일을 장식한 첼시 부츠, 메탈 펜디 오’락 모노그램 장식의 펄 소재 브레이슬릿 모두 펜디.
인사에 묘한 억양 같은 게 생겼네요. 전에 만났을 때는 없었던 것 같은데.
네. 방금 ‘안녕하세요~’도 그렇고, 아까 촬영 끝날 때 ‘수고하셨습니다~’도 그렇고. 특유의 멜로디 같은 게 있어요.
(웃음) 그러네요. 요즘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 촬영을 하고 있어서 그런가 봐요. 출근길 인사처럼 입에 밴 거죠. 요즘 매일매일 직장인처럼 출퇴근을 하고 있거든요. 저희가 세트 촬영밖에 없어서 정해진 시간에 나가서 찍고, 퇴근하고, 정말 회사원처럼 지내고 있어요.
듣고 보니 더 놀라운데요. 회사원이 그렇게 상쾌한 기운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하하하. 드라마 촬영장에서는 또 어두운 기운을 ‘뿜뿜’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오랜만의 휴식이라 그런가 봐요. 이런 화보 촬영 하는 날이 오히려 휴식 같거든요.
본업보다 이런 일정을 더 부담스러워하는 배우도 많던데, 민호 씨한테는 비교적 편한 느낌인가 보군요.
고민의 방향성이 약간 다른 것 같아요. 영화나 드라마 촬영장 가면 뭘 어떻게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이 인물이 어떤 생각을 할까, 그런 걸 많이 고민하는 것 같고요. 또 이런 데서 하는 종류의 고민이 있고. 사실 저한테 제일 힘든 건 행사 일정이에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 이제 10년도 넘어 익숙해질 법도 한데, 성향 때문인지 그런 자리는 여전히 어색해요.
그런 자리에서도 굉장히 자연스러워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내심 어려워하는 거였군요.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여유가 있을 수 있냐고 그러더라고요. 편안해 보인다고. 그게 또 다른 배우들보다는 좀 편하게 느낀다는 뜻인 것 같기도 해요. 선배들이나 또래 배우들 보면 겉으로 느껴질 정도로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도 많은 것 같으니까요.
블레이저 형태의 플레어 케이프, 마이크로 FF 자카르 디테일의 실크 셔츠, 레귤러 핏 팬츠, 힐 부분에 메탈 펜디 오’락 디테일을 장식한 첼시 부츠, 크리스털 및 FF 모티브 장식의 네크리스 모두 펜디.
이민호 배우에게는 특유의 편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SNS의 무드만 봐도 그렇고.
(웃음) 제가 뭔가 딱딱딱 한 컷 한 컷을 포장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늘 자연스러운 걸 좋아하고, 선호하고, 추구하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올라온 다이빙 영상도 아주 내추럴했고. 저는 사실 ‘샤오롱바오’ 밈도 비하인드 영상 같은 데에 포착돼서 돌아다닌 건 줄 알았어요. 그런데 본인이 SNS에 올린 거였더라고요.
하하하하. 맞아요. 다이빙을 해보겠다고 올라갔는데 그렇게 엉망으로 떨어지고, 만두도 맛있게 먹는 걸 찍으려고 했는데 먹는 법을 잘 몰라서 육즙이 발사되고. 그런 것들이 저는 부끄럽다거나 그렇지는 않고, 그냥 재미있어요.
아무리 그래도 팔로워가 3000만 명이나 되면 저절로 뇌내 필터가 작동하게 될 듯도 한데요. 자연스럽고자 하는 노력이 어느 정도는 필요할까요, 아니면 그저 천성일까요?
저는 그냥 상황이 정답대로 흘러가는 걸 재미없어 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정답이 정해져 있다 해도 거기까지 가는 길을 어떻게 틀어야 할까 생각을 많이 해요. 그런데 제가 일을 하면서 사실 대중에게 비친 모습은 뭔가 늘 잘 포장되어 있고 정제되어 있는 모습이었잖아요. 의도치 않게 그런 이미지로 많이 인식된 거죠. 딱히 그걸 바꾸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그냥 아까 말한 대로 저는 정형화되어 있는 걸 힘들어하는 사람이니까, 일상에서 재미있는 순간들이 있으면 그냥 택하는 거죠. 물론 멋있게 나왔다고 느끼는 것들도 올리고요.
민호 씨의 이미지에 대해서는 팬들도 안타까워하는 것 같더라고요. 민호 씨를 다루는 유튜브 영상에는 꼭 그런 장문의 댓글이 달려 있었어요. 글로벌 스타라는 프레임으로만 다뤄져서 다들 잘 모르는데 이민호라는 배우는 정말 다정하고 재미있고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고.
아무래도 제 팬들 중에는 오래된 분들도 꽤 많거든요. 그런 분들은 제 다양한 모습을 알고 있으니까 방금 이야기한 부분을 많이 언급해주시는 것 같아요. 진중하고 재미없고 고리타분할 것 같다는 이미지를 안타까워해주시고. 아까 말한 것처럼 저는 그런 걸 제일 따분해하는 사람이니까요. 저를 아는 분들은 다들 제가 소탈하고 인간적이라는 평을 해주시는데, 사실 제가 또 이런 모습을 아무한테나 보여주지는 않겠죠. 저도 이 패턴에 워낙 익숙해지다 보니 이제 딱히 답답해 한다거나 탈피하려고 노력하지도 않는 것 같아요. 그냥 흘러가는 대로, 그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저라는 사람의 중심을 안 놓치려고 해요.
컷아웃 디테일 니트 톱, 레귤러 핏 팬츠, 힐 부분에 메탈 펜디 오’락 디테일을 장식한 첼시 부츠, FF 모티브의 울 버킷 해트 모두 펜디.
저희가 딱 1년 만에 인터뷰를 하는 거더라고요. 1년 동안 이민호라는 사람은 무엇이 제일 변했을까요?
일단은 남은 30대 동안 작품을 많이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리고 드라마 <파친코>가 공개됐고, 지금은 새로운 드라마를 찍고 있고요. 변화라고 하면 그렇게 작품으로 딱 나눠지는 것 같아요. 나머지 부분은 그냥 소소하게 똑같이 지내고요.
당시 인터뷰 때도 그렇고, 이후의 인터뷰를 보기에도 <파친코>라는 작품이 이민호 배우에게 굉장히 큰 변곡점처럼 느껴졌어요.
그렇죠. 개인적인 큰 변곡점이죠. <파친코> 이전에도 저는 제가 남들 시선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중심을 잘 잡고 안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제 내가 그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했던 게 아닌가, 그건 진짜 내가 아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좀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이후로는 좀 더 많은 것이 더 자유로워졌어요. 지금은 정말 누구의 시선을 조금도 의식하지 않고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가만 생각하면서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아요.
컷아웃 디테일 니트 톱, 울 팬츠, 힐 부분에 메탈 펜디 오’락 디테일 장식의 첼시 부츠 모두 펜디.
글쎄요. 저는 사실 어느 순간부터 저에게 어떻게 보이는가 하는 부분은 제 개인적인 감정이라 여기고 부차적인 문제로 미뤄두게 됐기 때문에, 일단 많은 관계자가 좋은 작품이라고 얘기해주셔서 그 부분이 가장 만족스러워요. 다수의 의견이 좋고 평가가 좋으면 일단 그걸로 만족하는 거죠.
저도 <파친코>는 가히 고전으로 남겨질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어제 민호 씨가 도드라졌던 회차만 다시 한번 보려고 하다가 결국 또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거든요.
(웃음) 사실 요즘 같은 시대에 흔치 않은 드라마죠. 그런 속도감에 그런 이야기를 다루면 흥행 측면에서 좀 떨어질 수 있으니까. 많이 나오지도 않고, 나온다 하더라도 많은 제작비를 들이려고 하지 않고요. 그런 면에서 <파친코>에 대한 자부심은 있는 것 같아요. 진짜 그 역사의 본질적인 부분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잘 풀어낸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이 작품이 지금 시대에 세상 밖으로 나왔다는 것 자체가 참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렇게 되기까지 굉장히 고생하신 분들이 있는데, 그분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끼기도 했고요. 그걸 알기 때문에 저도 최대한 진정성 있게 잘하려고 많은 고민을 한 거죠. 그 고민이 사실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시즌 2에서 고한수라는 인물의 막중한 임무들이 있으니까 그걸 잘 준비해야 할 것 같아요.
코고나다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이 작품이 만들어지는 데에 있어서 이민호가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인 사람 중 하나라고 이야기 했어요. 진짜 고한수가 되기 위해 정말 큰 노력을 한 것 같다고요.
사실 코고나다 감독에게 한번도 제 그런 면을 내비치거나 준비 과정을 보여주지 않았거든요. 저는 그런 분위기의 작업이 좋아요. 그냥 현장에서 만나 같이 일을 하면서 대화도 나눠보고 각자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다 보면 이 사람이 얼마나 고민을 했는지가 저절로 보이는 거죠. 그런 에너지들이 모여 일할 때 희열이 있는 것 같아요. 굳이 나는 뭐 이렇게 준비를 했고, 이런 부분도 했어 하는 부분을 드러내지 않고, 다 배제하고, 그냥 다 같이 결과를 위해 부딪치는 거예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모두가 정말 치열하게 고민하고 준비했다는 게 느껴지는 것만큼 일하기 좋은 환경은 없는 것 같거든요. <파친코>가 그런 면에서 좋았어요. 배우, 감독, 제작자 모두에게서 그런 마음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
우리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도 같이 작업해본 적 없는 해외 스태프들과 해외에서 영어로 소통하며 촬영해야 했잖아요. 어려운 부분은 없었을까요?
일단 감독과의 첫 미팅이 30분으로 잡혀 있었어요. 그런데 5분 만에 끝났고, 감독이 한 얘기는 그냥 이거였어요. ‘아이 빌리브 인 유’, 너를 믿는다. 의도가 있는 믿음이었겠죠. 알아서 잘 해줄 거라는 믿음이 있다는 뜻이니까 저는 그보다 큰 존중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도 그 존중만큼 고민해 가서 ‘나는 이러이러한 감정이고, 이런 식으로 표현하고 싶다’고 했고, 감독도 큰 차원의 디렉션을 주고 제 의도를 잘 담아줬던 것 같아요. 의견 차이가 크게 생긴 부분은 없었어요. 대신 사전에 시나리오 작가와 정말 치열하게 얘기했죠. “그래? 너는 왜 그렇게 생각해?” 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대화를 계속했고, 그러면서 고한수라는 인물이 선명해진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셰이브드 시어링 코트, 펜디 오’락 모티브 크루넥 스웨터, 울 팬츠, 펜디 패스터 스니커즈, 펜디 오’락 메탈 루프가 특징인 펜디 에지 벨트 모두 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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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2. 30대에 가능한 많은 작품을 남기고 싶은 이민호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