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1. 이민호는 요즘 회사원처럼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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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1. 이민호는 요즘 회사원처럼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배우 이민호는 오늘 같은 날이 꼭 휴일 같다고 했다. 편안한 자세로 앉아 시종 특유의 웃음소리를 내며, 낚시광이 낚시 이야기를 하듯 일 이야기를 했다. 지난 드라마에서 배운 것에 대해서, 아름다운 작품들에 대해서, 연기라는 일의 희열에 대해서.

오성윤 BY 오성윤 2022.09.20
 
FF 자카르 패브릭 소재의 클래식 라펠 더블브레스티드 트렌치코트, 컷아웃 디테일 니트 톱, 레귤러 핏 팬츠, 힐 부분에 메탈 펜디 오’락 디테일을 장식한 첼시 부츠, 메탈 펜디 오’락 모노그램 장식의 펄 소재 브레이슬릿 모두 펜디.

FF 자카르 패브릭 소재의 클래식 라펠 더블브레스티드 트렌치코트, 컷아웃 디테일 니트 톱, 레귤러 핏 팬츠, 힐 부분에 메탈 펜디 오’락 디테일을 장식한 첼시 부츠, 메탈 펜디 오’락 모노그램 장식의 펄 소재 브레이슬릿 모두 펜디.

인사에 묘한 억양 같은 게 생겼네요. 전에 만났을 때는 없었던 것 같은데.
아, 그런가요?
네. 방금 ‘안녕하세요~’도 그렇고, 아까 촬영 끝날 때 ‘수고하셨습니다~’도 그렇고. 특유의 멜로디 같은 게 있어요.
(웃음) 그러네요. 요즘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 촬영을 하고 있어서 그런가 봐요. 출근길 인사처럼 입에 밴 거죠. 요즘 매일매일 직장인처럼 출퇴근을 하고 있거든요. 저희가 세트 촬영밖에 없어서 정해진 시간에 나가서 찍고, 퇴근하고, 정말 회사원처럼 지내고 있어요.
듣고 보니 더 놀라운데요. 회사원이 그렇게 상쾌한 기운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하하하. 드라마 촬영장에서는 또 어두운 기운을 ‘뿜뿜’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오랜만의 휴식이라 그런가 봐요. 이런 화보 촬영 하는 날이 오히려 휴식 같거든요.
본업보다 이런 일정을 더 부담스러워하는 배우도 많던데, 민호 씨한테는 비교적 편한 느낌인가 보군요.
고민의 방향성이 약간 다른 것 같아요. 영화나 드라마 촬영장 가면 뭘 어떻게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이 인물이 어떤 생각을 할까, 그런 걸 많이 고민하는 것 같고요. 또 이런 데서 하는 종류의 고민이 있고. 사실 저한테 제일 힘든 건 행사 일정이에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 이제 10년도 넘어 익숙해질 법도 한데, 성향 때문인지 그런 자리는 여전히 어색해요.
그런 자리에서도 굉장히 자연스러워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내심 어려워하는 거였군요.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여유가 있을 수 있냐고 그러더라고요. 편안해 보인다고. 그게 또 다른 배우들보다는 좀 편하게 느낀다는 뜻인 것 같기도 해요. 선배들이나 또래 배우들 보면 겉으로 느껴질 정도로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도 많은 것 같으니까요.
블레이저 형태의 플레어 케이프, 마이크로 FF 자카르 디테일의 실크 셔츠, 레귤러 핏 팬츠, 힐 부분에 메탈 펜디 오’락 디테일을 장식한 첼시 부츠, 크리스털 및 FF 모티브 장식의 네크리스 모두 펜디.

블레이저 형태의 플레어 케이프, 마이크로 FF 자카르 디테일의 실크 셔츠, 레귤러 핏 팬츠, 힐 부분에 메탈 펜디 오’락 디테일을 장식한 첼시 부츠, 크리스털 및 FF 모티브 장식의 네크리스 모두 펜디.

이민호 배우에게는 특유의 편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SNS의 무드만 봐도 그렇고.
(웃음) 제가 뭔가 딱딱딱 한 컷 한 컷을 포장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늘 자연스러운 걸 좋아하고, 선호하고, 추구하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올라온 다이빙 영상도 아주 내추럴했고. 저는 사실 ‘샤오롱바오’ 밈도 비하인드 영상 같은 데에 포착돼서 돌아다닌 건 줄 알았어요. 그런데 본인이 SNS에 올린 거였더라고요.
하하하하. 맞아요. 다이빙을 해보겠다고 올라갔는데 그렇게 엉망으로 떨어지고, 만두도 맛있게 먹는 걸 찍으려고 했는데 먹는 법을 잘 몰라서 육즙이 발사되고. 그런 것들이 저는 부끄럽다거나 그렇지는 않고, 그냥 재미있어요.
아무리 그래도 팔로워가 3000만 명이나 되면 저절로 뇌내 필터가 작동하게 될 듯도 한데요. 자연스럽고자 하는 노력이 어느 정도는 필요할까요, 아니면 그저 천성일까요?
저는 그냥 상황이 정답대로 흘러가는 걸 재미없어 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정답이 정해져 있다 해도 거기까지 가는 길을 어떻게 틀어야 할까 생각을 많이 해요. 그런데 제가 일을 하면서 사실 대중에게 비친 모습은 뭔가 늘 잘 포장되어 있고 정제되어 있는 모습이었잖아요. 의도치 않게 그런 이미지로 많이 인식된 거죠. 딱히 그걸 바꾸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그냥 아까 말한 대로 저는 정형화되어 있는 걸 힘들어하는 사람이니까, 일상에서 재미있는 순간들이 있으면 그냥 택하는 거죠. 물론 멋있게 나왔다고 느끼는 것들도 올리고요.
민호 씨의 이미지에 대해서는 팬들도 안타까워하는 것 같더라고요. 민호 씨를 다루는 유튜브 영상에는 꼭 그런 장문의 댓글이 달려 있었어요. 글로벌 스타라는 프레임으로만 다뤄져서 다들 잘 모르는데 이민호라는 배우는 정말 다정하고 재미있고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고.
아무래도 제 팬들 중에는 오래된 분들도 꽤 많거든요. 그런 분들은 제 다양한 모습을 알고 있으니까 방금 이야기한 부분을 많이 언급해주시는 것 같아요. 진중하고 재미없고 고리타분할 것 같다는 이미지를 안타까워해주시고. 아까 말한 것처럼 저는 그런 걸 제일 따분해하는 사람이니까요. 저를 아는 분들은 다들 제가 소탈하고 인간적이라는 평을 해주시는데, 사실 제가 또 이런 모습을 아무한테나 보여주지는 않겠죠. 저도 이 패턴에 워낙 익숙해지다 보니 이제 딱히 답답해 한다거나 탈피하려고 노력하지도 않는 것 같아요. 그냥 흘러가는 대로, 그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저라는 사람의 중심을 안 놓치려고 해요.
컷아웃 디테일 니트 톱, 레귤러 핏 팬츠, 힐 부분에 메탈 펜디 오’락 디테일을 장식한 첼시 부츠, FF 모티브의 울 버킷 해트 모두 펜디.

컷아웃 디테일 니트 톱, 레귤러 핏 팬츠, 힐 부분에 메탈 펜디 오’락 디테일을 장식한 첼시 부츠, FF 모티브의 울 버킷 해트 모두 펜디.

저희가 딱 1년 만에 인터뷰를 하는 거더라고요. 1년 동안 이민호라는 사람은 무엇이 제일 변했을까요?
일단은 남은 30대 동안 작품을 많이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리고 드라마 〈파친코〉가 공개됐고, 지금은 새로운 드라마를 찍고 있고요. 변화라고 하면 그렇게 작품으로 딱 나눠지는 것 같아요. 나머지 부분은 그냥 소소하게 똑같이 지내고요.
당시 인터뷰 때도 그렇고, 이후의 인터뷰를 보기에도 〈파친코〉라는 작품이 이민호 배우에게 굉장히 큰 변곡점처럼 느껴졌어요.
그렇죠. 개인적인 큰 변곡점이죠. 〈파친코〉 이전에도 저는 제가 남들 시선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중심을 잘 잡고 안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제 내가 그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했던 게 아닌가, 그건 진짜 내가 아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좀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이후로는 좀 더 많은 것이 더 자유로워졌어요. 지금은 정말 누구의 시선을 조금도 의식하지 않고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가만 생각하면서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아요.
컷아웃 디테일 니트 톱, 울 팬츠, 힐 부분에 메탈 펜디 오’락 디테일 장식의 첼시 부츠 모두 펜디.

컷아웃 디테일 니트 톱, 울 팬츠, 힐 부분에 메탈 펜디 오’락 디테일 장식의 첼시 부츠 모두 펜디.

〈파친코〉 어땠어요? 실제로 보니까?
글쎄요. 저는 사실 어느 순간부터 저에게 어떻게 보이는가 하는 부분은 제 개인적인 감정이라 여기고 부차적인 문제로 미뤄두게 됐기 때문에, 일단 많은 관계자가 좋은 작품이라고 얘기해주셔서 그 부분이 가장 만족스러워요. 다수의 의견이 좋고 평가가 좋으면 일단 그걸로 만족하는 거죠.
저도 〈파친코〉는 가히 고전으로 남겨질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어제 민호 씨가 도드라졌던 회차만 다시 한번 보려고 하다가 결국 또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거든요.
(웃음) 사실 요즘 같은 시대에 흔치 않은 드라마죠. 그런 속도감에 그런 이야기를 다루면 흥행 측면에서 좀 떨어질 수 있으니까. 많이 나오지도 않고, 나온다 하더라도 많은 제작비를 들이려고 하지 않고요. 그런 면에서 〈파친코〉에 대한 자부심은 있는 것 같아요. 진짜 그 역사의 본질적인 부분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잘 풀어낸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작품에 대한 자부심.
이 작품이 지금 시대에 세상 밖으로 나왔다는 것 자체가 참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렇게 되기까지 굉장히 고생하신 분들이 있는데, 그분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끼기도 했고요. 그걸 알기 때문에 저도 최대한 진정성 있게 잘하려고 많은 고민을 한 거죠. 그 고민이 사실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시즌 2에서 고한수라는 인물의 막중한 임무들이 있으니까 그걸 잘 준비해야 할 것 같아요.
코고나다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이 작품이 만들어지는 데에 있어서 이민호가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인 사람 중 하나라고 이야기 했어요. 진짜 고한수가 되기 위해 정말 큰 노력을 한 것 같다고요.
사실 코고나다 감독에게 한번도 제 그런 면을 내비치거나 준비 과정을 보여주지 않았거든요. 저는 그런 분위기의 작업이 좋아요. 그냥 현장에서 만나 같이 일을 하면서 대화도 나눠보고 각자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다 보면 이 사람이 얼마나 고민을 했는지가 저절로 보이는 거죠. 그런 에너지들이 모여 일할 때 희열이 있는 것 같아요. 굳이 나는 뭐 이렇게 준비를 했고, 이런 부분도 했어 하는 부분을 드러내지 않고, 다 배제하고, 그냥 다 같이 결과를 위해 부딪치는 거예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모두가 정말 치열하게 고민하고 준비했다는 게 느껴지는 것만큼 일하기 좋은 환경은 없는 것 같거든요. 〈파친코〉가 그런 면에서 좋았어요. 배우, 감독, 제작자 모두에게서 그런 마음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
우리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도 같이 작업해본 적 없는 해외 스태프들과 해외에서 영어로 소통하며 촬영해야 했잖아요. 어려운 부분은 없었을까요?
일단 감독과의 첫 미팅이 30분으로 잡혀 있었어요. 그런데 5분 만에 끝났고, 감독이 한 얘기는 그냥 이거였어요. ‘아이 빌리브 인 유’, 너를 믿는다. 의도가 있는 믿음이었겠죠. 알아서 잘 해줄 거라는 믿음이 있다는 뜻이니까 저는 그보다 큰 존중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도 그 존중만큼 고민해 가서 ‘나는 이러이러한 감정이고, 이런 식으로 표현하고 싶다’고 했고, 감독도 큰 차원의 디렉션을 주고 제 의도를 잘 담아줬던 것 같아요. 의견 차이가 크게 생긴 부분은 없었어요. 대신 사전에 시나리오 작가와 정말 치열하게 얘기했죠. “그래? 너는 왜 그렇게 생각해?” 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대화를 계속했고, 그러면서 고한수라는 인물이 선명해진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셰이브드 시어링 코트, 펜디 오’락 모티브 크루넥 스웨터, 울 팬츠, 펜디 패스터 스니커즈, 펜디 오’락 메탈 루프가 특징인 펜디 에지 벨트 모두 펜디.

셰이브드 시어링 코트, 펜디 오’락 모티브 크루넥 스웨터, 울 팬츠, 펜디 패스터 스니커즈, 펜디 오’락 메탈 루프가 특징인 펜디 에지 벨트 모두 펜디.

 
[관련기사]
[단독 인터뷰] part2. 30대에 가능한 많은 작품을 남기고 싶은 이민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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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FASHION EDITOR 고동휘
    FEATURES EDITOR 오성윤
    PHOTOGRAPHER 홍장현
    STYLIST 정혜진
    HAIR & MAKEUP 장해인
    ASSISTANT 이정민/송채연
    ART DESIGNER 김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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