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을 기록하는 시계 part.1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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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을 기록하는 시계 part.1

ESQUIRE BY ESQUIRE 2022.09.30
 
팬데믹으로 인한 부정적인 지표가 시계 업계를 덮칠 거라는 애초의 예상과 달리, 여유로운 유동성의 영향으로 시계 브랜드는 지금껏 맛보지 못한 활황을 경험했다. 그 덕택인지 올해 시계 업계는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하는 행보를 보였다. 특히 올해 워치스앤원더스에서는 많은 브랜드가 코로나 이전 수준의 신제품을 선보이며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했다. 복각은 헤리티지를 소개하는 또 하나의 방식으로 자리 잡았고, 정형화된 형태를 벗어난 개성적인 컴플리케이션, 새로운 소재의 활용 등 다양성에 대한 추구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팬데믹은 일시적인 시계 생산 능력 감소와 유통 제한 같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브랜드 재평가의 기회가 되기도 했다. 특정 브랜드에 편중된 관심과 공급이 수요를 따라오지 못하는 현상이 지속되며 소비자들은 대체제를 찾기 시작했고 그 결과 더 다양한 선택지를 고려하게 된 것이다. 
 
OMEGA
Speedmaster Moonwatch Moonshine Gold
골드는 시계 제작에 오랫동안 사용되어 온 대표적인 고급 소재다. 매년 수많은 신소재가 등장하고 있지만 골드의 아름다운 컬러와 광택, 희소성은 여전히 대체 불가하다. 단점이라면 시간이 지나면서 골드의 고유한 빛깔이 퇴색된다는 것. 이에 많은 브랜드가 변색을 억제하면서 소재 자체에 개성을 부여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오메가는 이미 레드 골드 계열의 세드나(Sedna) 골드와 화이트 골드 계열의 카노푸스(Canopus) 골드 등 독자적인 레시피의 골드를 선보인 바 있다. 그리고 올해는 옐로 골드 계열의 문샤인 골드를 새롭게 공개했다. 옐로 골드의 강한 노란빛을 좀 더 부드럽게 바꾼 것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다. 오메가는 달빛처럼 은은하게 빛나는 이 골드에 문샤인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이를 문워치에 가장 먼저 적용했다. 문샤인 골드와 시각적인 대비를 이루는 딥 그린 다이얼과 베젤을 택해 고급스러움을 배가한 점도 인상적이다. 
 
HAMILTON
Ventura XXL Skeleton
1957년 탄생한 벤츄라는 최초의 전기(electric) 시계로 등장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전기 배터리로 구동되는 이 시계의 탄생은 충격 그 자체였다. 벤츄라는 기술 혁신과 미래 지향적인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비대칭의 삼각형 케이스로 제작됐다. 무브먼트를 보호하기엔 효율적이지 않은 형태였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엔 제격이었다. 그 독보적인 존재감 덕분인지 엘비스 프레슬리도 이 시계를 즐겨 찼다. 2022년의 새로운 벤츄라 XXL 스켈레톤은 전기 시계가 아닌 기계식 시계로 시장이 얼마나 많이 바뀌었는지 보여준다. 보여준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무브먼트도 스켈레톤 처리해 시원하게 속살을 드러냈다. 밸런스와 배럴을 고정하는 두 개의 브리지만 남기고 대부분의 부품을 노출한 만큼 기계식 시계의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도드라진다. 전기 시계는 사라졌지만 벤츄라 특유의 강렬함은 여전히 남아 있다. 
 
LOUIS VUITTON
Tambour Horizon Light Up
쿼츠 쇼크를 기억하는 시계 브랜드들은 스마트워치의 등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여기엔 스마트워치가 판도를 뒤집을 수 있다는 공포도 깔려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공존을 택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심지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브랜드도 있다. 그중 하나가 루이 비통이다. 올해 새롭게 공개된 땅부르 호라이즌 라이트업은 현존하는 스마트워치 중 가장 화려한 모델이다. 특히 사파이어 크리스털로 땅부르 특유의 곡선미를 구현한 디자인이 눈에 띄는데, 총천연색으로 빛나는 24개의 LED가 케이스 측면에 두른 모노그램과 함께 현란한 변화를 보여준다. 시계 브랜드의 스마트워치는 기존 폼팩터와 OS를 활용해 워치 페이스를 추가하는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반해 루이 비통은 전통과 위트가 적절하게 조화된 워치 페이스를 LED와 연동해 손목 위에서 환상적인 쇼를 펼쳐낸다. 
 
VAN CLEEF & ARPELS
Lady Arpels Heures Florales Cerisier
동화적인 감성으로 고유한 워치메이킹 영역을 구축해온 반클리프 아펠. 이번에는 꽃에서 영감을 받은 레이디 아펠 웨 플로럴 스리지에에 브랜드의 기술력과 미학을 응축시켰다. 이 시계는 미니어처 페인팅, 에나멜링, 젬 세팅으로 여성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한 메티르 다르와 이를 활용한 컴플리케이션의 기믹이 돋보인다. 이번 컴플리케이션의 핵심은 무작위성에 있다. 다이얼 위 12개의 꽃은 랜덤하게 꽃잎을 펼치는데 이때 피어난 꽃의 개수는 시간을 나타내고, 케이스 측면의 래터널 디스플레이로 분을 표시한다. 미니어처 페인팅으로 정교하게 완성한 꽃은 시간을 표시하기 위해 꽃잎을 활짝 펼칠 때, 보석으로 장식한 꽃술을 드러내며 화려함을 한껏 강조한다. 이 새로운 메커니즘의 기술적 세부는 아직 상세하게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반클리프 아펠의 컴플리케이션 중 가장 독창적이며 복잡한 메커니즘이라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BVLGARI
Octo Finissimo Ultra
울트라 슬림이 하나의 장르로 정착되기까지 공헌한 브랜드를 꼽으라면 불가리를 빼놓을 수 없다. 빅 워치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초박형 시계가 힘을 잃어갈 때, 재빨리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은 것이 바로 불가리였기 때문이다. 울트라 슬림은 대부분 시침과 분침만 갖춘 타임 온리 기능으로 귀결된다. 하지만 불가리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고 모든 컴플리케이션 영역에서 가장 얇은 시계를 만드는 전략을 택했다. 그리고 거의 매년 울트라 슬림 분야의 신기록을 수립하며 흥행몰이에도 성공했다. 올해 워치스앤원더스에서 공개한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는 그 원점으로 회귀하는 모델이다. 두께 1.80mm의 초박형 타임 온리 워치. 무브먼트와 케이스의 경계를 허물고 부품을 통합해 극적인 두께를 실현했다. 부품을 모조리 수평 배치하는 현대적 설계는 한층 더 발전해 레귤레이터 워치처럼 시, 분, 초를 분리하는 구조로 완성됐다. 게다가 기어 트레인은 일부 스켈레톤 가공하고, 래칫 휠에 QR코드를 넣는 여유마저 보였다. 
 
VACHERON COSTANTIN
Historiques 222
1977년, 설립 222주년을 맞이한 바쉐론 콘스탄틴은 시대적 흐름에 따라 일체형 브레이슬릿 스포츠 워치인 222를 출시했다. 아마도 바쉐론 콘스탄틴은 이 시계가 탐탁지 않았을 거다. 당시만 해도 전통적인 하이엔드 브랜드 사이에선 스포츠 워치가 품위 없는 시계라는 인식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이 시계는 현재 바쉐론 콘스탄틴을 대표하는 오버시즈의 밑바탕이 되었다. 최근 오버시즈의 인기가 치솟은 덕분에 222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졌고, 이에 바쉐론 콘스탄틴은 히스토리크 라인으로 이 시계를 부활시켰다. 새로운 222는 구형 칼리버 1120을 인하우스 무브먼트로 대체한 점을 제외하면 오리지널 모델과 거의 동일하다. 케이스 지름과 디테일 역시 1970년대 하이엔드 스포츠 워치의 틀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다만 이 시계를 실제로 만나볼 일은 거의 없을 듯하다. 생산 수량이 대단히 제한적이어서, 소장 기회는 지금까지 매우 큰 애정을 보여준 소수의 바쉐론 콘스탄틴 애호가에게만 한정될 것이다. 
 
CARTIER
Masse Mysterieuse
다이얼 중앙에 덩그러니 위치한 반원 형태의 로터. 거기엔 시침과 분침이 박혀 있다. 까르띠에의 마쓰 미스터리어스의 디자인은 이름처럼 미스터리하다. 중심축을 따라 회전하는 이 파트는 로터이자 무브먼트다. 스켈레톤 처리로 부품을 훤히 드러낸 이 무브먼트는 회전하면서 동력을 축적하고 시간을 표시하는 과정을 숨김 없이 보여준다. 마쓰 미스터리어스의 기원은 까르띠에가 20세기 초반에 선보인 미스터리 클락에서 찾을 수 있다. 바늘이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이 탁상시계는 투명한 디스크에 바늘을 고정하고 인덱스 아래 가려진 부분에 연결해 시간을 표시하는 구조였다. 일종의 눈속임이었던 셈. 하지만 마쓰 미스터리어스에는 어떠한 눈속임도 없다. 다이얼 외각이나 인덱스 아래에 어떤 비밀도 감춰놓지 않았다. 그 자체로 마술 같은 시계. 까르띠에 워치메이킹의 기술력과 상상력을 결합한 결과다. 
 
RICHARD MILLE
RM UP-01 Ferrari
멀티 피스 케이스, 커벡스(Curvex) 라인, 토노 혹은 라운드 셰이프. 브랜드의 시작을 알린 RM 001부터 최근까지, 리차드 밀의 디자인을 종합하면 이렇다. 이러한 디자인은 요소의 중첩과 두께의 증가가 필연적이고, 이와 같은 이유에서 울트라 슬림과 리차드 밀은 결코 한데 어울릴 수 없는 조합 같았다. 그래서 더더욱 RM UP-01 페라리의 등장은 예상을 뒤엎은 파격이다. 이 시계의 두께는 불과 1.75mm. 울트라 슬림 부문의 월드 레코드를 새롭게 갱신한, 세계에서 가장 얇은 기계식 시계다. RM UP-01 페라리는 모든 부품을 수평으로 펼치고 무브먼트와 케이스를 통합하는 울트라 슬림의 교본을 답습하는 한편, 크라운과 연계 부품 등 두께를 증가시키는 수직 연결 요소를 과감하게 생략하고 회중시계 시대의 키(key)로 대체했다. 구조상 박동하는 밸런스 휠을 제외하면 리차드 밀 미학의 정점인 무브먼트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두께를 위해 어떠한 요소도 희생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 시계의 특기할 만한 점이다. 심지어 내구성을 입증하는 중력가속도를 견디며 흔한 울트라 슬림과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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