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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사람인 것 같다"는 말에 배우 장승조는 "예민한 사람이다" 답했다
장승조는 궁금하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장승조라는 사람이 어떻게 해석될지. 자신에게 어떤 옷을 입히고, 어떤 역할을 맡겨줄지. 다음 순간의 장승조는 어떤 조명 아래에 서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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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 코트, 블랙 슈트, 글러브 모두 아미.
맡아온 역할들과 달리 실제 장승조라는 사람은 굉장히 다정하고 아기자기한 사람인 것 같아요. 예전에 출연하셨던 예능을 봐도 그렇고, 오늘 촬영장에서 봐도 그렇고. 스스로는 장승조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저요? 예민한 사람이에요.
아, 그래요?
네. 그걸 이제야, 마흔 넘어서야 인정하게 됐어요.(웃음) 예전에는 누가 나더러 예민하다 그러면 “내가 예민해? 내가 왜 예민해? 나 아닌데? 나 최대한 유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인데?” 막 이랬거든요. 예민하다는 걸 부정적으로 이해한 거예요. 그런데 사실 제가 짜증이나 화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하나하나 다 꼼꼼하게 체크하려 하고 분석하려 들거든요. 피곤한 성격인 거죠. 주변 사람들한테나 스스로한테나. 그걸 이제야 인정하게 됐어요. 아내가 알려주더라고요.
(웃음) 당신은 예민한 사람이라고요?
네. “오빠, 인정해. 인정하면 편해져. 오빠는 예민한 사람이야.”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정리가 된 거죠. 나는 예민한 사람이고, 그런데 예민하다는 게 좋은 부분도 있고, 더구나 나는 좀 예민하고 싶은 사람이기도 하다는 게. 거리에서 사람을 봐도 좀 더 깊이 관찰하고 싶어 하고, 대본을 봐도 남들보다 좀 더 예민하게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물론 아까 말한 것처럼 피곤한 부분도 많겠죠. 사람을 좀 푸근하게 대했으면 좋았을 순간에 그러지 못한다거나. 그러면 인정하면 될 것 같아요. 미안하다고. 내가 예민했다고. 제가 또 잘못을 하면 사과를 잘하는 사람이거든요.
다정한 사람 같다는 인상은 그렇게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자세에서 나온 걸 수도 있겠네요.
제가 다정한가요? 저는 제가 다정한지 어떤지도 잘 모르겠어요.
장난을 좋아하면서도 상대방의 감정을 많이 배려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툭 던지는 말 한 마디에도 따뜻한 어투 같은 게 배어 있고.
뭐랄까, 조심스러워하는 사람이긴 한 것 같아요. 지금 촬영 중인 작품 <남이 될 수 있을까>에서도 상대 배우와 소통할 때 ‘이건 그냥 의견인데, 나는 이건 이렇다고 생각해’ ‘나는 이렇게 이해했거든’ 하는 식으로 얘기하는 편이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일 수도 있겠네요. 제가 전에는 안 그랬거든요. 오늘 본 스타일리스트 동생하고 일한 지 5년 됐는데 저 친구랑도 정말 많이 싸웠어요.(웃음) 지금은 그때보다는 좀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좋은 동료가 되려고 노력하죠. 어떤 연출가님이 예전에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거든요. 배우는 배우 일을 해나가면서 점점 좋은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동감해요. 그래서 저도 동생들한테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고요. 제가 행동 하나하나를 ‘이렇게 해야지’ 하고 의식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런 발상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 다정한 사람으로 보였던 것 아닐까 싶네요.
‘배우는 점점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아무래도 인간의 내면에 대해서 많이 탐구하는 직업이라 그럴까요?
그것도 있죠. 그런데 일단은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 함께 작품을 해본 사람들과 다음 작업에서도 다시 만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너무 많은 작품이 있고, 각자의 사정이 있으니까. 그래서 일단은 좋은 동료가 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저 배우 괜찮은 배우야’ 하면 저한테는 그게 무엇보다 됨됨이를 말하는 부분이거든요.
<모범형사2> 제의가 굉장히 반가웠겠네요. 원년 멤버 거의 그대로 출연했으니까.
그랬죠. 그런데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게 진짜 되나?’ 하는 부분도 있었어요.(웃음) 이렇게 빨리 시즌2가 진행된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고, 또 시즌1보다 잘돼야 하니까 부담도 많이 됐고요. 다들 그래서 시즌1 때보다 굉장히 욕심을 냈는데… 결국 감독님은 그 욕심을 더 디테일하게 접근하는 식으로, 배우들은 우리가 보여줘야 할 것들을 꼼꼼히 체크하는 식으로 잘 정리해서 갔던 것 같아요.

레더 슈트, 슬리브리스 모두 보테가 베네타. 슈즈 후망. 네크리스, 링 모두 마마카사르.
특히 승조 씨가 맡은 오지혁 형사는 시즌1과 캐릭터의 성격이 좀 달라지는 부분이 있잖아요. 시즌1에서는 혼자 돌파구를 만들어나가는 천재 부자 형사였는데 시즌2에서는 좀 더 팀플레이어가 됐으니까. 놀라울 정도로 잘 표현하셨지만, 대본으로 봤을 때는 부담이 되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맞아요. 정확히 그런 고민을 많이 했어요. 대본을 받았을 때 ‘와, 오지혁이 이렇게까지 밝아진다고?’ 하고 놀랐거든요. 제가 생각할 때 오지혁만이 갖고 있던 서늘함이 사라지니까 그냥 형사, 강력2팀 형사 같더라고요. 이 캐릭터를 관통하는 일관성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정말 많이 했죠. 그래서 결국 찾아낸 게 이런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오지혁은 ‘한번 물면 안 놓치는’ 형사라는 점. 감독님한테 바로 전화해서 물었죠. “감독님, 저 집요함이라는 측면만 붙들고 가면 되는 거죠?” 감독님이 그때 장소 헌팅 다니고 계셨었나 그랬는데.(웃음) “어 그건 당연히 있는 거지. 시즌1에서 다 보여줬잖아.” 그러시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중심축으로 잡았고, 그 덕분에 이렇게 가도 되고 저렇게 가도 된다는 믿음이 생겼던 것 같아요. 그게 없었다면 장면마다 캐릭터가 엄청 흔들렸을 수도 있는데, 이제는 오히려 팀원들과 장난치기도 하고 까불기도 하는, 더 다이내믹한 캐릭터가 된 거죠.
사실 시즌1의 오지혁도 배우 입장에서 굉장히 부담 되는 캐릭터였을 것 같아요. 연기력으로 정평이 난 배우 손현주와 콤비를 맞춰야 하는데, 특히 손현주 배우가 맡은 강도창 형사는 생활감이 있는 실제 형사에 가까운 캐릭터지만 오지혁은 판타지적인 요소가 있는 캐릭터잖아요. 굉장한 부자에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형사라는 독특한 설정까지 납득시켜야 하는.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 역할 진짜 어렵다. 그런데 나 해보고 싶다. 할 수 있다. 그리고 당연히 해야 한다.’ 역할을 맡기로 하고 나서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정말 많이 했는데요. 그 시간이 좀 힘들긴 했어요. 사실 많이, 정말 많이 힘들었죠. 그런데 제가 또 그런 욕심이 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욕심이요?
네. ‘이건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 더 끌려요. ‘아, 이거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고 그러면 되겠다’ 자연스럽게 그림이 그려지는 건 피하려고 하고요. 그러면 연기하면서도 생각이 거기까지만 미치는 것 같거든요.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는 대본들이 오히려 저한테 더 재료가 되는 거죠. 사실 그 레시피라는 게 혼자라고 생각하면 막막하겠지만 저 혼자서 하는 게 아니고, 주변 배우들이 같이 만들어주는 거잖아요. 그래서 <모범형사>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도 부담이 되기보다는 일단 끌렸던 거죠. ‘돈 많은 형사? 너무 신선한데?’ 하고.
지금 촬영 중인 드라마 <남이 될 수 있을까>는 드디어 주연작 로맨스 장르죠? 그동안 팬들이 한 작품만 해달라고 많이 기다렸다고 들었어요.
그렇죠. 그런데… 이 작품이 그렇게 비쳐질지는 잘 모르겠어요. 좀 새로운 시도가 담긴 작품인 것 같거든요. 분명한 색깔이 있는 작품이고, 제가 표현하는 이야기도 분명한데, 다들 기대하셨던 로맨스의 느낌으로 받아들여주실지는 모르는 거죠. 일단 저희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말씀은 그렇게 하셔도, 새 작품 얘기를 하는 동안 계속 후드 끈을 만지작거리는 게 설레어 하시는 것 같은데요?
초조해하는 겁니다.(웃음)
(웃음) 장승조 배우 하면 뮤지컬도 빼놓을 수 없잖아요. 드라마나 영화 같은 매체 작품과 뮤지컬 무대를 병행하는 게 쉽지 않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힘들지는 않아요?
그건 배우마다 다른 것 같아요. 물론 힘든 부분은 있죠. 저도 뮤지컬을 하다가 드라마로 처음 넘어갔을 때는 오디션 볼 때마다 ‘너무 연극하는 것 같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고, 그걸 빼려고 정말 많이 노력했고요. 반대로 오랜만에 무대에 섰을 때는 오랜 기간 손을 놨었기 때문에 따로 보컬 레슨도 받고 그만큼 더 노력을 했어야 했고.
그만큼 힘든데도 뮤지컬 작품을 병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뭘까요?
글쎄요. 일단 궁금했어요. ‘내가 지금 뮤지컬 무대에 가서 연기를 하면 어떤 스타일로 연기를 하게 될까?’ 드라마를 하면서 정말 다양한 시도를 했고 그러면서 쌓아온 것들이 있잖아요. 그게 어떻게 발현될지 궁금했던 거죠. 한때는 카메라 앞에 서는 게 너무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무대에 서서 이렇게 객석이 쫙 있는 걸 보면서, 몸을 풀면서 그렇게 생각했던 적이 있어요. ‘카메라 앞이 여기처럼 편했으면 좋겠다.’ 물론 지금도 카메라 앞이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경험을 많이 쌓았고, 그래서 지금 무대 위의 나는 어떤 걸 보여줄 수 있을까 궁금했던 거죠. 물론 감정을 노래로 표현한다는 게 일반적인 연기와 좀 다른 영역이기도 하고요. 거기서 오는 재미도 정말 커요.
언제 또 뮤지컬 무대로 돌아올지에 대한 기약이 있을까요?
없습니다. 지금은 전혀 알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제가 뭐 언제 한 번씩 뮤지컬을 하겠다거나, 그런 목표를 세우고 가는 건 아니거든요. 뮤지컬뿐만 아니라 저는 사고방식 자체가 그래요. 그냥 지금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장기적인 필모그래피를 그리기보다는.
네. 물론 저도 다른 배우들의 행보를 보면서 부러워하기도 하고 나도 어떤 식으로 흘러가야겠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죠. 그런데 결과적으로 답은 늘 ‘지금 최선을 다하자’인 것 같아요.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는 큰 목표를 세우기보다 그냥 현재에 최선을 다하고, 그러다 보면 제가 어떤 배우인지는 그 흔적이 말해줄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갈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승조 씨가 장승조라는 배우에게서 확신할 수 있는 것 하나만 꼽는다면 뭘 말할 수 있을까요?
오지혁과 동일한 것 같아요. 끈기. 저는 그걸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무대에 서건 카메라 앞에 서건 여러 어려움이 있었을 거잖아요. 하지만 저는 어떻게 해서든 이 일을 놓고 싶지 않았어요. 제일 힘든 건 그 어디에도 설 수가 없었을 때죠. 아무 일이 없을 때. 그런 때도 저는 그냥 수첩 하나 들고 카페로 갔어요. 그리고 드라마나 영화에서 발췌해놓은 대사를 달달 외우고 혼자 그 장면을 만드는 거죠. 오디션 때 쓰려고, 장르마다 필요한 소스들을 만들어놓았던 거예요.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그게 실제로 활용이 됐다기보다는 어떤 동력이 된 부분이 큰 것 같아요.
스스로의 끈기에 대한 증거가 됐군요.
아 내가 그렇게까지 했었는데, 앞으로 어떤 순간이 와도 포기하지 말자. 가자.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 하자. 그런 의미가 된 거죠. 제가 지금도 그 노트를 갖고 있거든요. 그래서 끈기는 정말 자신 있어요. 한번 뭘 맡으면, 놓지 않을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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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오성윤
- PHOTOGRAPHER 이규원
- STYLIST 김송화
- HAIR & MAKEUP 김환
- ASSISTANT 송채연
- ART DESIGNER 김동희
JEWE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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