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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장승조가 화보 촬영을 피했던 이유와 이제는 좋아하는 이유
장승조는 궁금하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장승조라는 사람이 어떻게 해석될지. 자신에게 어떤 옷을 입히고, 어떤 역할을 맡겨줄지. 다음 순간의 장승조는 어떤 조명 아래에 서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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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슈트, 블랙 셔츠 모두 김서룡.
화보 촬영을 좋아하는 편인가 봐요.
어, 저는 화보 재미있어요. 제가 오늘 잘했나요?
(웃음) 그럼요. 아까 탈의실에서 잠깐 스쳤을 때도 그랬고, 계속 그런 질문을 하시네요.
아이, 잘 나와야 하니까요. 저는 포스터 촬영이나 프로필 같은 게 아니면 이런 화보 촬영을 할 때는 모니터링도 잘 안 하거든요. 제가 어떤 판단을 내리는 것보다 찍어주시는 분들의 시선이 더 정확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포토그래퍼나 에디터의 시선에 맡기는 거군요.
사실 제가 저를 바라보는 시선은 한계가 있잖아요. 스스로의 장점과 단점을 다 알고 있고, 또 좋아하는 부분과 싫어하는 부분이 명확하니까. 그런데 제가 봤을 때 단점이고 싫었던 부분도 제3자의 시선으로 볼 때는 장점으로 비쳐질 수 있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그냥 찍히는 순간 앵글 안에서만 표현하려 하고, 비주얼이 어떻게 나오는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관여를 안 하려고 해요.
배우들 중에도 이런 화보 촬영을 연기와 연결 지어서 이해하는 분들이 있고, 또 완전히 별개의 작업으로 이해하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저는 전자인 것 같아요. 메이크업을 받고 옷을 입어보는 순간 거울을 보잖아요. 그러면 그때부터 머릿속에서 계속 어떤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거예요. 예를 들어서 마지막에 입었던 하운드투스 코트의 경우에는 여기가 새하얀 눈밭이야. 저기서 늑대 한 마리가 다가오고 있어. 그런 이미지들이 떠올랐어요. 앞쪽에 디테일이 있는 하얀 재킷을 입었을 때는 때는 뭔가 중성적인 느낌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몸도 좀 더 비틀어서 표현을 해보고. 그런 거죠.
거의 연기의 영역에서 이해를 하는 거군요.
안 그러면 움직이는 게 잘 안 돼요.(웃음) 그냥 뻔한 동작만 계속하게 되고. 그렇다고 제가 뭘 크게 바꾸는 것도 아니라서, 동작은 비슷비슷하게 나올 수 있는데요. 적어도 눈빛은 바뀔 거라고 믿어요 저는.
확 느껴지던데요. 어떤 때는 거의 무언극처럼 무표정으로 묘한 포즈를 만들어냈고, 또 다른 착장에는 막 웃으면서 록스타처럼 경쾌한 느낌을 주기도 했고. 또 어떤 착장은 누아르 같았고.
그래서 저도 계속 물어보는 거예요. “잘 나왔나요?” “잘했나요?” 하면서.(웃음) 사실 제 안에서는 계속 그런 이야기들을 만들어 내지만 그게 화보의 의도와 맞는지는 모르잖아요.
오늘 촬영이 별다른 요소 없이 조명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해보는 콘셉트잖아요. 저는 장승조 배우의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에서 이런 영감을 얻은 거였고, 장승조 배우는 또 그 콘셉트에서 이런 해석을 내놓은 것 같아서 뿌듯하네요.
감사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이런 화보 촬영 작업을 지양했던 시기도 있었어요. 잔뜩 멋 부리고 뭔가 멋있는 척하는 것 같고, 이런 게 배우로서 좋지 않다고 느꼈던 거죠. 그런데 시선을 바꾸니까 그게 아니더라고요. 오히려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볼 수 있고, 제 새로운 면들을 볼 수 있는 시간인 거죠. 그래서 열심히 하다 보니까 또 오늘 같은 기회가 주어지고. 이 촬영도 제 행보에 도움이 되는 작은 발자취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니트, 셔츠, 팬츠 모두 펜디. 슈즈 주세페.
어떻게 들릴지는 모르겠는데, 사실 준비하면서 승조 씨 얼굴을 계속 찾아보다가 떠오른 콘셉트이기도 했어요. ‘아, 이 얼굴에 강한 조명을 다양하게 비춰보면 멋있을 것 같다’ 하고요.
(웃음) 어떤 감독님이 그러더라고요. 제 눈이 슬프대요. 그 안에 이야기가 많다고. 제가 그간 맡은 배역도 집안 문제라거나 개인적인 아픔이라거나 항상 뭔가 짙은 사연이 깔려 있거든요. 나한테는 왜 이런 역할들만 주어질까 싶을 때도 있었는데, 또 어떤 때는 그런 느낌을 잃지 않게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제가 계속 뭔가를 갈망하고 목말라 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런 눈빛이 나오는 게 아닐까 싶어서. 지금도 그래요. 눈에 슬픔이 있다는 이야기가 한편으로는 좋으면서 또 한편으로는 그럼 다음에는 어떤 인물들을 맡게 될지 궁금해져요. ‘나라는 배우는 과연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 늘 궁금하고, 더 다양한 시도들을 해보고 싶어요.
연기력에 대한 신뢰일 수도 있겠죠. 마음 깊은 곳에 슬픔이나 광기가 있고 그게 독특하게 표출되는 인물은 아무에게나 맡길 수 없을 테니까.
그렇게 생각해주신 거라면 정말 감사하죠. 너무 감사한 말씀입니다.
한계의 뉘앙스로 말씀하셨지만, 그간 드라마에서 맡은 캐릭터만 봐도 정말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셨어요. 철부지 재벌 2세, 순정파 전남편, 비정한 안기부 팀장, ‘대꼴통’ 형사….
그렇게 하려고 시도를 많이 했죠. 그런데 선배 배우들 보면 아직 배울 게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 나름대로의 분석과 접근법이 있었지만 다른 배우들의 인터뷰를 보면서 또 무릎을 치는 거죠. ‘아 그래,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하고. 어제도 어쩌다가 조우진 선배 인터뷰를 보게 됐는데, 그러면서 노트에 이렇게 막 써놓고 그랬거든요. ‘진짜로 하자. 진짜 하고 싶은 걸. 다양한 시도도 좋지만, 지나고 나면 소진되어 버리는 그런 게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쌓이는 것이어야 한다.’
호평을 많이 받았지만 스스로에게 거는 배우로서의 기대치는 그보다 훨씬 높은 거군요.
네. 그 부분도 제 개인적인 이슈 중 하나예요. 나에 대한 기대치. 기준점을 어디에 두고 가야 할까, 얼마 전에 또 그런 글을 써놓기도 했었죠. 사실 그런 건 답이 없는 문제잖아요. 하지만 기준점을 너무 높게 잡으면 스스로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아지는 부분도 있으니까요. 어느 정도는 스스로를 칭찬해주면서 가야 하는 부분도 있을 텐데.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태생적으로 그런 괴로움과 외로움을 품고 있는 듯도 해요. 지금껏 자신의 연기에 만족한다는 뉘앙스로 말하는 인터뷰이를 거의 만나보지 못한 것 같거든요.
맞아요.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굉장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직업이죠. 괴로움을 이겨내고 좋은 결과물을 냈을 때 성취감도 그만큼 큰 것 같아요.
승조 씨는 어떤 순간에 그런 카타르시스를 느낄까요?
대단한 순간도 아니에요. 그냥 소소하게, 이 신이 갖고 있는 목적을 잃지 않고 잘 담아냈고, 오케이 사인이 났고, 현장에서 웃음으로 촬영이 끝났을 때. 서로가 진짜 에너지를 내면서 이렇게 일하다 보니까 이제는 그냥 알거든요. ‘됐다!’ 하는 순간을. 그렇게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순간들이 카타르시스가 있는 것 같고요. 좋은 피드백이 있을 때도 그렇죠. 관객이나 시청자가 같이 웃고 울어줄 때. 그런데 사실 어느 배우나 다 그런 순간을 꼽지 않을까요?
‘배우의 카타르시스’라고 표현하면 본인 안의 모든 걸 쏟아내 연기를 한 순간을 상상하기 쉬운데, 그보다 작품을 누군가와 공유한다고 느끼는 순간을 꼽는군요.
그게 사실, 하다 보면 연기는 제가 잘한 것 같아도 아닐 때가 많거든요. 정말 최선을 다했는데 결과물을 보면 뭐 그냥 그저 그런 경우도 많고.(웃음) 배우가 혼자 하는 일이 아니잖아요. 정말 뭐든 다 공동작업이고, 현장 가보면 다들 정말 열심히 하거든요. 허투루 하는 사람이 없어요. 그 모두의 노력이 결과물로 잘 전달되고 반응이 올 때, 그때가 제일 좋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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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오성윤
- PHOTOGRAPHER 이규원
- STYLIST 김송화
- HAIR & MAKEUP 김환
- ASSISTANT 송채연
- ART DESIGNER 김동희
JEWE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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