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당신이 몰랐던 '매지컬 카타르'의 뒷모습
카타르항공의 초대로 월드컵 기간 사흘의 시간을 도하에서 보냈다. 그 시간들은 나의 모든 예상을 벗어났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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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눈치 없는 영국인 관광객이 모스크 곳곳으로 우리를 안내해주던 거대한 덩치의 모슬렘 선생에게 그런 무례한 말을 건넬 줄은 정말 몰랐다. 영국인 관광객 옆에는 건장한 멕시코 청년들이 서 있었고 그 옆에는 단 한 번도 일을 해본 적이 없을 것 같은 럭셔리한 미국인 부부와 브라질 여행 기자 나탈리아 몰리나 그리고 내가 있었다. 멕시코 청년들은 긴장한 아시아 중년 남성인 나와는 달리 모슬렘 선생이 무슨 대답을 할지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자칫 모슬렘 선생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오, 당신은 우리 모슬렘들이 모스크를 지어두고 모하메드의 말씀을 관광 상품처럼 팔 거라 생각하는 건가요?”라고 몰아붙인다면, 분위기가 차갑게 얼어붙을 게 뻔했다.
“현금만 받는다니요. 당연히 카드도 받습니다.”
모슬렘 선생이 유머러스하게 대답하자 무리에 큰 웃음이 번졌다. 나는 그날 하루 종일 나처럼 카타르항공의 초청을 받아 도하를 찾은 나탈리아 몰리나와 함께 자유 관광을 다녔다. 모스크에 가서 이슬람 문화에 대해 공부해보자고 제안한 것 역시 그녀였다. 그녀는 카타르의 국립 모스크인 이맘 압둘 와하브 모스크가 카타르는 물론 중동 전역에서도 그 방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절대 보지 않고 지나쳐서는 안 되는 사원’이라고 말했다. 그 말은 맞았다. 부드럽지만 광택 없이 매트한 사암 재질로 된 모스크는 외벽을 덮은 68개의 작은 돔과 거대한 중앙 홀을 보호하는 28개의 거대한 중앙 돔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정문 쪽에는 3개의 출입구가, 측면에는 17개의 출입구가 둘러져 있는데, 그중 가장 작은 출입구 높이가 8m는 족히 넘어 보였다. 건설 비용만 1480억원(4억2000만 리얄)이 들어갔다는 얘기를 듣고 ‘조금 더 들었을 것 같은데?’라는 의문이 떠오른 이유다. 모슬렘 선생은 거대한 실내와 실외 공간에선 한 번에 3만 명이 예배를 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예배가 아닌 스탠딩 공연을 연다면 5만 명도 입장할 듯이 보였다.
“세상에는 모슬렘에 대한 오해들이 정말 많지요.”
그의 말이 옳았다. 모슬렘 선생이 “가이드비로 현금만 받나요”라는 질문에 날카롭게 반응할 거라고 생각했던 내 사고방식이 그 증거 중 하나였다. 우리에게 모스크를 안내한 선생을 어떤 단어로 지칭해야 할지 마땅치가 않다. 그는 이맘은 아니었고 성직자 코스를 밟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으로 보였다. 교회로 치면 목사가 되기 전의 전도사 중 영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뽑힌 듯했다. 그런 선생이 여럿 있었다. 모스크 입구에는 프랑스어, 영어, 스페인어를 하는 선생이 각각 있었고, 관광을 위해 들어서는 이들에게 “어떤 언어가 편하냐”고 물어본 뒤 해당 언어의 선생에게 인도했다. “저희의 역할은 사람들에게 모슬렘의 문화를 알리는 것입니다. 너무 많은 오해가 있거든요.” 영어 선생이 말했다. 이슬람 문화권이 폐쇄적이라는 것은 특정한 지역 특정 계파의 특정한 영역에서만 그런 것인지도 몰랐다.
카타르항공의 초대를 받아 짧은 일정으로 카타르에 가기 전, 내게도 수많은 오해가 있었다. “1박 3일이야. 아마도 너무 힘들겠지. 음식도 입에 맞지 않을 테고. 맥주가 한 잔에 2만원이라니, 카타르라는 나라 자체가 정말 재미없을 거야.” 나는 출장을 떠나기 전 친구들에게 이번 출장은 절대 놀러 가는 게 아니니 너희가 부러워할 게 하나도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그런 말도 안 되는 오해는 카타르항공의 비즈니스 클래스의 와인 리스트를 보는 순간 싹 사라졌다. 정확히는 웰컴 드링크로 나온 찰스 하이직의 브뤼 리저브와 로랑 페리에 알렉산드라 로제를 연거푸 마신 뒤에 사라졌다. 메뉴는 샴페인 외에도 샤르도네, 소비뇽블랑, 카베르네 소비뇽, 보르도, 포트 와인, 디저트 와인에 이르기까지 10시간의 여행쯤은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다채로운 색으로 채워져 있었다. 언제든 주문할 수 있는 스낵과 식사, 특히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가득 찬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오릭스 원’(Oryx One)은 여행을 떠나기 전 내가 가지고 있던 카타르항공의 이미지와는 전혀 달랐다. 보잉 777, 보잉 787-9 및 에어버스 A350에 설치된 오릭스 원은 2022년 월드컵 기간 내 월드컵 경기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야말로 신세계가 아닌가.
비즈니스 클래스의 승객이라면 하마드 국제공항에 비행기 시간보다 한참 앞서 도착하기를 권한다. 공항 곳곳에 톰 오터니스(Tom Otterness)의 ‘아더 월드(Other Worlds)’, 미국인 아티스트 KAWS의 ‘스몰 라이(Small Lie)’, 프랑스 아티스트 장 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honiel)의 ‘코스모스(Cosmos)’, 이라크 예술가 아메드 알 바흐라니(Ahmed Al Bahrani)의 ‘세계를 향한 평화의 메시지(A Message of Peace to the World)’, 스위스 예술가 우르스 피셔(Urs Fischer)의 ‘램프 베어(Lamp Bear)’가 전시되어 있어 면세 쇼핑을 하며 이것들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훌륭한 관광 코스다. 그러나 절대 면세 쇼핑에 시간을 다 써서는 안 된다. 알 무르잔 비즈니스 라운지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말을 내게 해준 브라질 기자는 “어쩌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라운지일지도 몰라”라고 말했다. 거짓이 아니다. 실제로 알 무르잔 비즈니스 라운지는 계에서 가장 거대하다. 중앙에 고요한 인공 샘이 펼쳐져 있는 1만m²에 달하는 광대한 이 라운지는 사실 라운지라는 단어보다는 ‘센터’나 ‘허브’ 혹은 ‘박물관’(아마도 럭셔리 가구 박물관) 등의 단어가 더 어울릴 정도다. 스크램블드에그, 프라이드, 오믈렛, 에그 베네딕트 등 아침 식사를 위한 모든 종류의 달걀 요리, 소고기 스테이크, 연어 스테이크, 치킨 캅사 등의 런치 메뉴가 준비되어 있다. 가족들이 콘솔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게임 룸도 있고, 사무를 볼 수 있는 비즈니스 센터도 있다. 흥미로운 건 항공기의 비즈니스 메뉴만큼 다채로운 알코올 음료 라인업이다. 화이트 와인 2종, 레드 와인 4종, 샴페인 2종 및 거의 모든 종류의 프리미엄 스피릿이 이용 가능하다.



“저는 정말 카타르가 이렇게 럭셔리한 나라인 줄 몰랐어요.”
같은 일정으로 카타르를 찾은 유일한 한국인 기자가 내게 말했다. 나도 그랬다. 그 얘기를 할 때 우리는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의 라운지 박스에서 대한민국 대 가나의 예선전 관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우리는 중동식 고기 요리에, 지중해식 새우 요리를 먹으며 코로나 맥주를 마셨다. 통창 바깥으로 태극기가 펼쳐졌고 사람들이 마시던 잔을 내려놓고 경기장 안쪽에 있는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같은 날 포르투갈과 우르과이의 경기가 열린 루세일 스타디움의 라운지석에서는 우리를 초청한 호스트인 카타르항공의 매니저인 케빈 바즈와 함께 경기를 관람했다. 그는 인도 출신으로 카타르항공의 마케팅 및 홍보 파트에서 일하고 있었다. 우린 새우를 잔뜩 가져와 쌓아두고는 화이트 와인으로 몇 번이고 건배를 했다. 뒤늦게 온 브라질 사람 나탈리아가 “케빈, 당신의 영어 악센트에 어쩐지 우리 말이 섞여 있는 것 같단 말이야”라고 말했다. 케빈은 자신이 인도의 고아 지역 출신이라고 말했다. “고아? 내 말이 맞네. 고아는 20세기 후반까지 포르투갈 식민지였으니까.” 그러면서 우리는 다시 한번 잔을 부딪쳤다. 뭐가 그리 신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우린 기분이 좋았고 마치 서로의 20년지기 친구라도 된 것처럼 굴었다. 정말이지 카타르에서의 사흘 중 내 예상대로 흘러간 건 단 하루도 없었다.
Credit
- EDITOR 박세회
- PHOTO QATAR AIRWAY
- ART DESIGNER 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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