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비통 2020 F/W 맨즈 패션쇼에서 버질 아블로는 하늘색 아크테릭스 윈드브레이커를 입고 피날레에 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프화이트와 아크테릭스 컬래버레이션을 발표하며 아웃도어와 하우스 브랜드 협업에 불을 지폈다. 아웃도어 의류를 뜻하는 고프(Gorp)와 일상적인 스타일을 의미하는 놈코어(Normcore)의 합성어, 고프코어 트렌드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고프코어가 본격적으로 ‘힙’한 흐름을 탄 데엔 에이셉 라키, 프랭크 오션, 벨라 하디드 등 해외 셀러브리티의 스트리트 패션이 한몫했고, 코로나로 갈 곳을 잃은 젊은 세대들이 등산, 캠핑 등 야외 활동에 관심을 두면서 더욱 주목받게 됐다. 5060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등산복이 유행의 중심에 서게 된 것. 현재 고프코어 트렌드를 이끄는 기수는 크게 아웃도어 태생 브랜드와 아웃도어 스타일을 재해석한 하우스 브랜드 두 가지로 나뉜다. 전자는 아크테릭스, 노스페이스, 나파피리, 베일런스, 살로몬, 로아, 앤드원더와 같은 부류. 후자에는 마틴 로즈, 키코 코스타디노브, 베트멍, 발렌시아가, 오프화이트가 속한다. 그리고 양자 간의 협업 또한 강력한 시너지를 내고 있다. 질 샌더와 아크테릭스, MM6와 살로몬, 슈프림과 노스페이스 협업이 좋은 예다. 고프코어 룩은 지속적으로 새로움을 찾는 패션 신에 신선한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다. 아웃도어 룩을 일상복으로 입는 것은 더 이상 기성세대의 패션이 아니다. 물론 어떤 아이템을 어떻게 입는지가 중요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