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1. 던말릭은 <쇼미>에서 아무것도 잃지 않았다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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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1. 던말릭은 <쇼미>에서 아무것도 잃지 않았다

던말릭은 이젠 정말 세상에 무서울 게 없다고 말했다. 다 덤벼보라며, 다 이길 수 있다고. 그런 애티튜드는 연습 따위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박세회 BY 박세회 2023.01.20
 
페이즐리 패턴 재킷 이자벨마랑 옴므.

페이즐리 패턴 재킷 이자벨마랑 옴므.

 
〈에스콰이어〉 유튜브에 올릴 사주팔자 콘텐츠를 찍었잖아요. 사주팔자를 원래는 믿지 않는다고 했는데, 어땠어요?
너무 신기했어요.
어떤 점이요?
무속인 선생님(‘도화도르’)이 제가 전성기를 맞는 시점이 서른다섯이라고 말했잖아요. 저도 항상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이 그 나이 즈음에 엄청난 대작을 내놓는 걸 보면서 어렴풋이 그런 생각을 해왔거든요. 예를 들면 제이콜이 〈4 Your Eyez Only〉를 냈을 때가 우리 나이로 서른셋이었고, 카니예 웨스트가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를 냈을 때가 서른넷이었어요. 켄드릭 라마의 〈To Pimp a Butterfly〉도 그가 삼십대 중반 때 나왔죠. 천재들의 명작이 쏟아지는 시기를 보면서 ‘삼십대 중반이 개화하는 시기구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지금 언급하는 아티스트들이 다들 너무 하늘의 별 같은….
가야죠, 목표를 잡고 가야죠.(웃음)
연애운은 2022년에 이미 지나갔다는 얘기도 나왔죠. 2023년에는 싱글로 지내는 게 나을 거라는 얘기도 했고요. 저 역시 사주를 믿지는 않지만, 도화도르 선생이 어떤 의미로 그런 말을 했는지 궁금하긴 했어요.
2022년에 너무 많은 것들이 지나가서 어떤 걸 얘기하셨는지 잘 모르겠어요. 한창 연애를 너무 하고 싶었던 때가 있었는데, 그런 시기가 지나갔다는 뜻인가 봐요. 그렇다면 맞아요. 요즘에는 연애하고 싶다가도 ‘음악이나 열심히 만들자’ ‘돈이나 열심히 벌자’라는 생각을 하거든요. 일을 열심히 하면서 뜨거운 연애를 하는 게 이 직업의 특성상 좀 불가능할 때가 있어요. 제 경우엔 가진 자원을 분배하는 일이거든요. 100의 파이가 있으면 그걸 음악에 올인하느냐 아니면, 50은 음악에 쏟고 나머지 50은 연인과의 관계에 쏟느냐의 문제가 되더라고요. 특히 연애를 시작하면, 연인에게 정말 크게 힘을 쏟는 편이라 힘들 때가 많아요.
결국 사랑의 총량은 그 사람에게 들이는 시간과 돈과 마음의 밀도라고 생각해요. 그 말이 꼭 연애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겠죠.
맞아요. 작업에 들이는 노력도 같은 총량으로 계산할 수 있죠. 어쩔 수 없이 상대방이 더 마음을 쏟고 시간을 쏟는 게 있으면 서운해지죠. 감정의 골이 생길 수밖에 없더라고요.
전 그게 궁금해요. 〈쇼미더머니〉(이하 〈쇼미〉) 때 래퍼들이 뱉는 벌스들은 미리 다 준비해가는 거죠? 거기서 직접 쓰는 것처럼 나오기도 하잖아요.
반반이죠. 그날 어떤 미션이 나올지 모르니까 여러 개를 제 입에 붙은 상태로 준비해 가요. 공개든 비공개든 ‘내 입에 붙은 무언가’를 하는 게 가장 안전하니까요. 물론 직접 써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요.
말릭 씨는 이번에는 4차 팀 미션에서 딱 한 번 절었지만, 1·2차는 찢었어요. 그건 누구나 인정할 거예요.
(웃음) 하하하하. 그쵸.
그런데 팬들이 좀 아쉬워하는 게 있었어요. 1·2차 때 보여준 붐뱁 갓의 모습을 뒤에도 계속 보고 싶었는데, 미션 곡들은 대부분이 좀 말랑말랑했어요. 메탈 팬들 입장에서는 우리 형이 갑자기 모던록 부르는 느낌이 들었을 거예요.
아아아,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요. 그런 여론이 있다는 건 저도 물론 알고 있었고, 의식하기도 했죠. 다만 전 1·2차 때가 제가 평소에 가장 잘하는 걸 보여줄 수 있는 타이밍이라고 생각했고, 그걸 아주 잘 해내는 게 목표였어요. 지금까지의 〈쇼미〉를 보세요. 그 사람이 가장 그 사람답게 남는 시기는 1·2차뿐이에요. 저는 사실 2차 랩 하러 〈쇼미〉에 나온 거나 마찬가지였거든요. 그 이후에는 그냥 놀러 간 거죠. 랩 하는 운동회에 놀러 간 거죠.
랩동회.(웃음)
(웃음) 그러니까요. 전 이렇게 생각해요. 〈쇼미〉는 초반에는 래퍼들이 일을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프로듀서 형들이 일을 해서 꾸미는 방송이에요. 프로듀서를 정하고 난 뒤 본선에서는 프로듀서 형들이 그려놓은 큰 그림에 맞게 제가 가진 역량을 발휘하는 데만 집중하면 되는 거예요.
 
플라워 패턴 재킷, 플라워 패턴 팬츠, 부츠 모두 겐조.

플라워 패턴 재킷, 플라워 패턴 팬츠, 부츠 모두 겐조.

 
이번 출연으로 뭘 잃고 뭘 얻은 것 같아요.
제가 잃은 건 없어요. 아까 말한 ‘붐뱁 왜 안 하냐’는 반응은 분명 존재했지요. 그런데 그건 저 혼자 해도 잘하는 거잖아요. 굳이 〈쇼미〉까지 나가서 프로듀서랑 같이하는 좋은 기회가 생겼는데, 뭐 하러 제가 혼자 해도 잘하는 걸 하겠어요. 밖에서 제가 그런 연성화된 넘버들을 했으면 기존의 팬들에게 욕만 엄청 먹었겠죠. 그런데 그걸 〈쇼미〉 무대에서 팝 넘버를 그 누구보다 잘 만드는 알티 형이랑 하니까, 뭔가 ‘합법적’으로 호환성을 높였다는 생각도 들었죠. 그런 스타일의 노래를 〈쇼미〉가 아니면 제가 어디 가서 해보겠어요.
레짓(legit)하게 해버렸군요.
맞아요. 완전 합법적이었죠. 저는 〈쇼미〉가 하나의 장르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쇼미〉를 통해 발표되는 음악들은 힙합도 아니고, 가요도 아녜요. 그냥 케이팝으로 묶기는 좀 그런 뭔가가 있단 말이죠. 그런데 또 그 음악들끼리 모아서 듣다 보면 관통하는 어떤 결이 있어요. 그건 음악만의 힘도 아녜요. 힙합이라는 장르가 가진 외형의 일부를 가져와서 무대 위에 올리다 보니, 만들어지는 단계부터 엄청난 규모의 방송 무대연출을 고민했단 말이죠. 그러면서 아주 특이한 장르가 만들어진 게 아닌가 싶어요. 슬롬 형이 프로듀싱한 ‘회전목마’나, 비오의 ‘리무진’을 생각해봐요.
이번에 알젓팀(알티와 저스디스가 이룬 팀)의 ‘마이 웨이’ 같은 노래도 그랬죠.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아까 얘기 중이던 ‘얻은 것’을 계속해보면, 전 이번에 본선에서 〈쇼미〉라는 음악의 장르를 제대로 겪어봤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제 안의 경험으로 쌓인 감각들이 이번에 제가 얻어가는 가장 큰 메리트인 것 같아요. 정말 제가 잃은 건 없어요. 승이 형은 그전부터 함께였지만 이번에 더 많이 작업해서 좋았고, 성현이(허성현), 칸, 영지(이영지), 블라세, 그루비룸 형들, 재범(박재범)이 형 등 앞으로 계속 만나며 함께 작업할 동료들을 만났어요. 정말 얻은 것뿐이네요.
이번 시즌은 〈쇼미〉의 시청률이 너무 안 나왔어요. 여러 사건들 때문이라고도 볼 수도 있지만, 한국 힙합 자체가 전성기를 지난 게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죠. 그런 의미에서 던말릭이 한창 물 오르던 무렵 〈쇼미〉 역시 아직 전성기이던 시점에 나왔다면 더 좋았을 거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시즌 세븐쯤을 얘기하는 거겠죠. 그런데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일단 그 시기엔 워낙 쟁쟁한 분들이 많았고, 그분들을 보며 그 시기의 제 실력을 생각해보면…. 그만큼 할 수 있었을까?
그때의 내가 나갔으면 ‘발렸을’ 것이다?
맞아요.(웃음) 그 당시엔 저도 어렸거든요. 그 이후에 앨범을 내고 경험을 하면서 실력이 늘었어요. 제 스스로가 느낄 수 있을 만큼 성장을 많이 했거든요. 이번에 〈쇼미〉를 하면서 정말 월등하게 성장했어요. 이건 제가 가장 정확하게 알 수 있어요. 그러니 그때를 생각해보면, 지금의 제가 되기 위해 당연히 겪어야만 했을 경험들을 하지 못한 채로 〈쇼미〉에 나갔다면, 그냥 아무것도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마 어떤 성과도 이루지 못했겠죠?
 
[관련기사]
Part2. 던말릭의 산업과 이해관계와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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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박세회
    PHOTOGRAPHER 이규원
    STYLIST 이필성
    HAIR & MAKEUP 이소연
    ASSISTANT 송채연
    ART DESIGNER 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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