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2. 던말릭의 산업과 이해관계와 논리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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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2. 던말릭의 산업과 이해관계와 논리

던말릭은 이젠 정말 세상에 무서울 게 없다고 말했다. 다 덤벼보라며, 다 이길 수 있다고. 그런 애티튜드는 연습 따위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박세회 BY 박세회 2023.01.20
 
골드 패딩 8 몽클레르 팜 엔젤스. 데님 팬츠 JW 앤더슨. 로퍼 후망.

골드 패딩 8 몽클레르 팜 엔젤스. 데님 팬츠 JW 앤더슨. 로퍼 후망.

 
많은 뮤지션이 그렇게 얘기하죠. 실력이 정체되다가 어느 순간 마치 순간이동을 하듯 어마어마하게 느는 시기가 있다고요.
맞아요. 전 딱 그때였거든요. 사건이 있고 나서 2~3년 정도 앨범을 준비하던 시절이요. 다만 딱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선인장화〉를 내고 나서 공연도 좀 하고 행사도 다녔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은 해요. 사람들이 내 음악을 대학 축제 공연에서 볼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클럽에서 틀 때는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런 무대를 겪고 학습하면서 데이터로 축적했다면 그걸 바탕으로 다음 음악을 만드는 데 분명 도움이 됐을 거예요. 그 과정을 한 번도 못 겪은 상태로 팬데믹 시기 1년을 보냈다는 게 제일 아쉬워요.
많은 팬이 〈선인장화〉야말로 던말릭 그 자체라는 말을 하죠. 믹스테이프 〈해시태그〉가 완성된 느낌이랄까요?
그런 느낌이 있죠. 저한테는 그 앨범이 ‘이제 이런 건 이만큼 했으면 됐다. 이 정도 냈으면 됐지 뭘 더 바라’라는 느낌의 앨범이에요. 그 앨범으로 받을 크레디트는 충분히 받았다는 생각도 들면서 또 ‘이 정도 했으면 됐지, 나한테 뭘 더 바라’라는 느낌도 있어요.
와… 자신감이 정말 어마어마하네요. 근데 뭐 좋은 건 사실이니까요.
래퍼가 그런 앨범을 만들 수 있는 기회는 오디오그래피를 걸쳐서 단 한 번뿐이에요. 자기 인생 얘기를 앨범 하나에 모두 풀어내는 그 방식은 단 한 번밖에 못 해요. 대신 자기 얘기를 풀어내는 거라 엄청나게 파워풀할 수 있지요. 그러나 그와 비슷한 걸 다시 하는 순간 지겨워져요. 저 역시 더는 선인장 같은 무언가가 제 안에서 나오기는 힘들 거라고 생각해요. 계속 제 자신이 변할 것이기도 하고요.
비단 래퍼만이 아니라 많은 예술가가 자신의 얘기를 다 털고 나면, 가상의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하거나 화두를 잡게 되지요. 콘셉트도 신경 쓰게 되고요. 〈페이드 인 서울〉이 그런 앨범이죠?
그렇죠. 그렇다고 솔직하지 않은 건 아녜요. 다만 전작이 제 인생을 솔직하게 담았다면 이 앨범은 제 생각을 솔직하게 담았죠. 〈선인장화〉에서는 온전히 나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페이드인 서울〉에서는 도시인으로 살아가는 삶에 대해 수필이나 에세이를 썼다고 보면 맞을 겁니다. 그러니 결국 다 제 얘기예요.
‘에세이’라고 하니까 확 와닿네요. 에세이는 영감이 중요하잖아요.
맞아요. ‘요청 99+’ 같은 노래도 실제 친구가 저한테 디엠을 보내서 통화했던 이야기에서 시작했죠. 최근에는 통조림에 대해 생각해요. 보존식품은 음식 상태를 최대한 오래 보존하고 싶어서 만든 거잖아요.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에서 나온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에겐 한때의 좋은 기분, 그 상태, 그 젊음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 하는 관성이 있단 말이죠. 또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라고 우리 마음속으로 믿어요. 이 젊음이 계속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 어딘가로는 젊음이 영원할 거라고 믿죠. 다시 처음으로 돌아오면, 그런 인간의 욕구를 가장 잘 실현한 보존식품이 고작 통조림이라는 거죠. 그렇게 생각하니 ‘통조림’이라는 메타포가 너무 훌륭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도화도르 선생 말로는 던말릭 사주에 뱀이 있다더니, 말을 정말 잘하네요.(웃음)
하하하하.
그나저나 지금 던말릭 구작들 피지컬이 엄청 비싸게 팔리는 건 알아요? 〈선인장화〉 CD는 10만원, 〈해시태그〉 믹스테이프는 15만원에 팔더라고요.
다른 놈들이 배를 불리고 있어요.(웃음) 전 근데 이번에는 욕 좀 할게요. 〈선인장화〉는 발매까지 한 앨범이니 그렇다 쳐도 〈해시태그〉는 정말 지인들한테만 돌린 거거든요. 판 것도 아녜요. 사람들이 너무 의리가 없어요!
 
블랙 점퍼 써저리. 코트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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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쇼미〉에선 저스디스와 던말릭의 애틋한 투 샷이 참 보기 좋았어요.  
올해의 베스트 커플상이죠. 전 승이(저스디스) 형한테 음악산업 안에서 통용되는 논리를 정말 많이 배웠어요. 어떤 경우엔 이렇게 행동하고 다른 경우엔 저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식의 강령들을요.
힙합퍼 행동의 원칙이군요.
그런 셈이죠. 예를 들면 〈선인장화〉 앨범을 만들 때 승이 형한테 정말 많이 들려주면서 어떤 피드백이 나올지를 같이 생각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팬들의 반응을 보니 정말 우리끼리 했던 얘기랑 하나도 다를 게 없는 반응들이 올라오더라고요. 마치 우리가 한 얘기를 타이핑해서 프린트한 것처럼요.
우리 승이 형 머릿속에는 힙합엘이(유명 힙합 커뮤니티)가 들어 있군요.
그런 거죠. 거기를 한 번 휩쓸어본 사람이라 힙합 리스너들의 반응이 어떤 논리로 돌아가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어요. 그 논리에 맞는 이해관계도 알고 있고요. 전 그런 걸 옆에서 배웠죠. 그런데 재밌는 건 승이 형이 이 산업 안에 있는 이해관계와 논리 같은 것을 저한테 알려주면서 자신은 그걸 배반하는 방식으로 행동하더라고요. 그 형이 그런 형이에요.
그런 게 바로 애티튜드니까요. 아티스트의 매력은 사실 애티튜드가 거의 다죠.
그걸 알고 모르는 건 정말 큰 차이죠. 예전에는 정말 좁은 힙합 마니아층을 상대로 이 산업의 작동 방식을 경험해왔다면, 〈쇼미〉에 출연하면서 범대중을 상대로 제가 가진 애티튜드, 저라는 캐릭터, 나의 음악에 어떤 피드백이 나오는지를 경험하고 소화해내고 있는 중인 것 같아요.
전 던말릭의 애티튜드 중에 가장 좋아하는 면이 있어요. 아까 사주 보는 영상 찍을 때 잠깐 보여줬었죠. ‘지금의 나는 너희들이 상상하지 못할 산전수전을 다 겪은 후라, 진짜 다 덤벼도 된다. 뭐가 됐든 다 덤벼라’ 식의 태도가 좋아요.
제가 방송에 나가면 욕먹을 게 뻔하다고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있었죠. 그런데 제 기저에 깔린 마인드셋은 “나는 〈쇼미〉에 욕먹으러 나간다”였어요. 나는 무조건 욕을 먹을 것이라는 가정을 하고 나간 터라 정말 아무런 데미지가 없더라고요.
앞에서 한 얘기와 좀 이어지기도 하는데요. 〈쇼미〉의 프로듀서들이 음원 장사에 너무 집착해서 오히려 래퍼의 능력치를 보여주지 못하는 곡 작업을 내놓는다는 비판도 있어요.
전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봐요. 저는 실력이 없는 BJ가 랩 배틀로 조회수 몇백만을 찍었다면 그것 역시 그 사람의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능력이라는 걸 부정하는 순간 부조화가 오기 시작하는 거죠. ‘내가 쟤보다 잘하는데 왜 쟤가 더 잘나가지?’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자기만 옳고 세상이 다 잘못된 것으로 생각하게 되는 거예요. 세상은 네가 없어도 원래 그 모양인데, 그건 정말 아니거든요.
자신이 잘하는 능력만 높게 치는 경우가 있지요.
기준이라는 건 너무나 다양하고, 그 다양한 기준에 따라 우리가 소비된다는 걸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해요. 내 취향이 멋있다고 해서 그 취향대로 돈을 벌 수 있는 건 아녜요. 제가 정말 괴리감을 느낄 때가 있어요. 제 팬들 중에는 ‘블랙핑크가 던말릭한테 어디서 비비냐’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황당하죠. 블랙핑크가 갖고 태어난 탤런트와 노력, 거대 자본이 잘 맞아떨어져서 만들어진 어마어마한 영향력이 있잖아요. 이 산업은 그 총량이 결정하는 거니까요. 저는 영세 사업자가 운영하는 입소문 잘 탄 골목 맛집이고, 블랙핑크는 글로벌 대기업인 거고요. 비교할 것도 아니고 비교 대상도 아닌데, 그걸 비교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근데 팬들은 그럴 수 있죠. 산업 안에 있는 사람은 음악을 산업으로 인지하지만, 밖에 있는 소비자들 중에는 힙합을 순수한 개인 예술로 인지하는 사람도 있거든요. 힙합은 자기 얘기를 하니까요. 던말릭이 ‘피카부’ 잘 불러서 뜬 건 아니니까요. 우리 형은 예술가라고 생각하는 팬들의 마음도 이해는 됩니다.
그쵸 그쵸.(웃음) 그 이야기도 저는 되게 정당하다고 생각해요. 맞아요. 전혀 다른 종류의 산업과 비교하는 게 문제인 거죠. 힙합과 랩 음악을 소비하는 이유가 결국에는 그런 개인의 예술적인 측면 때문이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전 그 두 방향이 반드시 상충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게 양립하면 제가 생각하는 명반이 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러면 에미넴의 ‘스탠’ 같은 노래가 나오는 거죠.(웃음)
제가 서른다섯 살에 낼 그 무언가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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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1. 던말릭은 〈쇼미〉에서 아무것도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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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박세회
    PHOTOGRAPHER 이규원
    STYLIST 이필성
    HAIR & MAKEUP 이소연
    ASSISTANT 송채연
    ART DESIGNER 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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