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YLE
Part2. 정성일이 <더 글로리> 파트2에 대해 '해도 해도 너무하다'고 말한 이유
<더 글로리>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배우 정성일은 말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지만 동시에 행복한 것은 행복한 것, 지금 이 성취와 영광의 시간은 누구의 것도 아닌 꼭 자신의 것이라고도 했다.
전체 페이지를 읽으시려면
회원가입 및 로그인을 해주세요!

재킷, 셔츠, 팬츠, 타이, 행커치프 모두 톰포드.
김은숙 작가는 <더 글로리> 제작발표회에서부터 하도영이 ‘이 작품에서 가장 크게 추락하는 인물’이라고 했어요.
네. 파트2에서는 절망도 하고 분노도 하죠. 작년 8월이었나, 촬영한 지가 하도 오래돼서 디테일한 부분은 기억이 잘 안 나는데요. 그 두 단어를 가장 많이 떠올리며 연기했던 것 같아요. 절망, 분노.
인터뷰 준비를 위해서 성일 씨의 필모를 되짚으면서 저는 파트2를 더 기대하게 됐어요. 왜 <우리들의 블루스> 를 봐도 그런 연기를 보여주셨잖아요. 아내의 우울증에 지쳐서 내면의 모든 게 메말라버린 남자가 빨래 얘기를 하다 갑자기 폭발하듯 분노를 쏟아내고, 그러다가 또 아이 때문에 황급히 그 감정을 지워버리는. 한 인물의 맥락에서 짧은 시간에 이렇게 다채로운 표현이 가능한 배우가 ‘완벽한 삶밖에 모르던 남자의 끝없는 추락'을 그린다면 대체 어떻게 표현했을까가 너무 궁금하더라고요.
사실 저도 너무 궁금해요.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기억이 안 나서. 빨리 3월 10일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에요. 제가 표현했던 것들이 영상에서 어떻게 나올지 너무 궁금하고, 일단은 작품도, 파트1도 정말 재미있게 봤거든요. 저는 이미 대본도 다 봤고 현장에도 있던 사람이지만 결과물을 보니까 작가님과 감독님에게 또 감탄하게 되는 측면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사람들 말이 이해가 가요. ‘해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닌가. 왜 굳이 3월 10일까지 기다려야 하나. 좀 더 빨리 보여주면 안 되나.’ 저도 계속 그런 생각을 하니까요.
(웃음) <더 글로리> 찐팬이시군요. 본인이 나온 작품 잘 봐요?
보통 한 번밖에 안 봐요. 모니터링 개념으로 스치듯 보고 그러면서도 좀 힘들어 하는데, <더 글로리>는 너무 재미있어서 좀 더 푹 빠져서 본 거죠.
자기 작품 잘 보는 배우가 많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 본인이 나오는 작품은 가족이나 친구랑도 같이 못 본다는 분들도 많고.
저도 그래요. <더 글로리>도 방에서 혼자 봤어요. 아내도 제가 그런 성격이란 걸 알아서 그런 건지 어떤 건지 작품에 대해서는 별로 말을 안 하는 편이에요. 요즘 가끔 장난으로 ‘하도영 씨' 하면 제가 ‘왜 이래' 하면서 부끄러워서 밖으로 나가고(웃음) 그 정도죠.

실크 셔츠, 링 모두 돌체앤가바나.
‘한국의 양조위' ‘으른 섹시' 같은 별명도 붙었는데 아내의 ‘하도영 씨' 정도에도 어쩔 줄 몰라 하시는군요.
그게 사실, 제가 칭찬에 면역이 없어요. 금방 얼굴 빨개지고. 물론 ‘한국의 양조위'라는 말은 너무 영광이죠. ‘으른 섹시'도 좋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한 부분이고. 다 너무 감사하지만 그냥 제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잘 모를 뿐인 거예요.
양조위 좋아해요?
좋아하죠. 배우라면 누구나 당연히 좋아하지 않을까요. 워낙 훌륭한 배우이시니까. 사실 <더 글로리> 촬영 전에 안길호 감독님이랑 얘기하다가 감독님이 양조위 얘기를 하셨어요. 그런 느낌을 참고하면 좋겠다고. 그래서 옛날 작품도 다 찾아봤는데, 그렇게 보니 또 감탄스러운 부분이 있더라고요. ‘아, 이분이 이름만으로 하나의 상징이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구나' ‘다른 배우가 그냥 눈빛만 흉내 낸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구나' 하고 새삼 느꼈죠.
연기 잘하는 배우 얘기할 때마다 정말 아이처럼 좋아하시네요.(웃음) 오늘 얘기를 나누면서 이런 부분이 제일 신기한 것 같아요. ‘그렇게 치열한 유년기를 보냈다는 사람이 어쩜 이렇게 맑고도 우아한 태도를 지닐 수 있을까?’
(치열함에 매몰되지 않으려고) 제 스스로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저는 좀 즐겁게 살고 싶었어요. 웃으면서. 그래서 힘든 일은 제 안에서 빨리 보내려고 하고, 다 같이 즐기면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고 노력했죠. 그러다 보니 점점 ‘이 정도 일은 내가 조금 참으면 되지’ ‘내 기준을 조금 낮추면 되지’ 하는 태도가 자리 잡았고요.
하지만 여전히 굉장히 치열한 사람 같기도 해요. ‘홈트레이닝 책 한 권 사서 혼자 두 달 만에 조각상 몸을 만들었다’는 일화는 지금도 전설처럼 회자되잖아요.
그건 일이니까요. 제가 안 한다고 하면 모를까, 뭐든 할 거면 좀 철저하게 해야 하는 성격이거든요. 사실 오늘 촬영 전까지도 잡지를 계속 보다 왔거든요. 화보 촬영이 처음이기도 하고, 제가 원래 셀카 같은 것도 잘 안 찍는 편이라서요. 카메라 앞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긴장도 많이 했는데, 어떻게든 이겨내고 뭔가 해보려고 했던 거예요. 일이니까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최선을 다해야죠. 그때 몸을 만들었던 것도 독립영화 촬영 때문이었는데요. 그래서 저한테는 가능하냐 불가능하냐의 문제가 아니었어요. 무조건 해야 하는 거였지.
최근 성일 씨 인스타그램의 그 운동 기록 게시물에 댓글이 다시 달리고 있더라고요. 어제 보니까 거기에 진지하게 이렇게 달아놓은 분도 있었고요. “거짓말하지 마세요. 8주 만에 이렇게 절대 못 만듭니다.”
아, 그런 분들이 있으면 저는 좀 화가 나요. 그분은 안 믿을 수도 있지만, 제가 한 노력에 대해 거짓말이라고 하면 저는 좀 그래요. 하루에 2시간, 3시간씩 하루도 안 빠지고 운동해서 만든 거였으니까요. 그때 아내도 저보고 그랬거든요. 너는 진짜 독하다고. 공연 2회, 3회 하고 집에 돌아와서 아기 보고, 그러고도 운동을 했으니 ‘오늘 같은 날에도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그때 살은 저절로 빠져서 유산소는 아예 안 했거든요. 더 절실할 때였기에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저는 지금도 기본적으로 그래요. 뭘 할 거면 나중에 후회할 수준으로는 절대 하지 말자는 주의예요.

재킷, 터틀넥, 팬츠, 부츠 모두 프라다.
최근에 유튜브에 성일 씨의 지난 연기들을 하이라이트로 잘라 모은 영상이 올라왔는데, 거기 최상단 댓글이 이랬어요. “올해는 이분의 해구나.” <더 글로리> 클립에 달린 댓글이 아니라 필모에 달린 댓글이라는 지점에서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고 느꼈는데요. 지금 보니 그 반응이 긴 세월 어느 하나 대충 타협할 줄을 몰랐던 성격에서 비롯된 거였군요.
몸 둘 바를 모를 말씀이지만, 또 제가 헛살지는 않았구나 싶네요. 요즘 많은 분이 좋은 말씀 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관심 가져주시고 좋아해주시고, 제가 마음을 제대로 표현은 못 하지만 정말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어요.
연기를 워낙 오래 해오셨잖아요. 좀 이상한 질문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마음은 없으려나요? 이 성취가 정당히 받아낸 ‘내 것’이라는 마음, 그 시간과 노력에 대한 보상을 이제야 조금씩 맛보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요.
있어요. 솔직히 그런 생각도 하죠. 하지만 동시에 이 시기가 금방 지나갈 거라는 생각도 늘 해요. ‘이 또한 지나가리라.’ 특히나 요즘은 뭐든 엄청나게 다 빠르잖아요. 화제가 되고, 그런데 지나가면 금방 잊히고…. 그 기간이 이제 엄청 짧기 때문에 그런 열기에 너무 들뜨면 곤란해질 수 있겠죠. 그래서 좀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도 해요. 제가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이런 관심을 받았고, 그래서 제 스스로가 컨트롤이 좀 되는 것 같아서요.
성취를 충분히 즐기면서도 거기에 취하지 않을 수 있는 시기에 성공이 찾아와서.
네. 알게 모르게 스스로 ‘워워’하고 있는 거죠. 그래도 너무 좋은 건 이런 거예요. 주변 사람들이 뿌듯해한다는 거. 그게 진짜 제일 행복해요. 가족이 됐건 친한 사람들이 됐건 저를 자랑스러워하고, 저와 친하다는 이유만으로 뿌듯해할 수 있잖아요. 그런 얘기를 들을 때 찾아오는 행복이 정말 크고, 그런 행복은 굳이 자중하지 않고 충분히 만끽하고 있습니다.
3월에는 <더 글로리> 파트2가 공개되기도 하지만 정성일 씨가 출연하는 뮤지컬 <인터뷰>가 시작되기도 하죠. 1월부터 하고 있는 연극 <뷰티풀 데이즈>가 4월 초까지 이어지기도 하고요. ‘무대 위의 정성일’은 어떻게 다른가요?
제가 그동안 드라마에서 보여준 건 줏대 있고, 정적이고, 차분하고, 차가운 느낌이 많았는데요. 공연에서는 아무래도 그보다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죠. 1인 다역이나 코미디 같은 것도 많이 했고…. 그래서 제가 공연을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해요. 특히 <뷰티풀 선데이>에서는 드라마에서 봐온 모습과는 전혀 다른, 오히려 본연의 저에 가까운 모습들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인터뷰>에서 맡은 캐릭터는 하도영과 겹쳐 보이는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 그래도 무대 위에서 전하는 느낌이 다를 거라고 생각하고요. 제가 기본적으로 무대 위에서는 신바람이 나 있거든요.
신바람… 너무 옛날 사람 같은 표현인데요.(웃음)
(웃음) 그럼 그냥 ‘신이 나 있다’로 할까요? 결국 오늘 내내 한 얘기와 동일한 답인 것 같은데요. 저는 즐기는 사람인 것 같아요. 비슷한 결을 가진 연기라 해도 제가 무대에 서 있는 걸 보면 확연히 느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Credit
- EDITOR 오성윤
- PHOTOGRAPHER 김형상
- STYLIST 이영표
- HAIR & MAKEUP 장해인
- ASSISTANT 송채연
- ART DESIGNER 김대섭
JEWELLERY
#부쉐론, #다미아니, #티파니, #타사키, #프레드, #그라프, #발렌티노가라바니, #까르띠에, #쇼파드, #루이비통
이 기사도 흥미로우실 거예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는
에스콰이어의 최신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