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2. 이종석의 결정은 현실에 두 발을 붙인다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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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2. 이종석의 결정은 현실에 두 발을 붙인다

이종석은 자신의 수많은 결정이 현실적인 문제의식에서 기인한다고 말했다. 두 발을 땅에 찰싹 붙인 그의 모습이 그 어느 때보다 든든했다.

박세회 BY 박세회 2023.02.22
벨벳 칼라 코트, 파자마 셔츠, 팬츠, 스니커즈 모두 가격 미정 메종 마르지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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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까 이종석이 가진 설득력이라고 얘기했던 게 바로 그런 점이에요. 단순한 범죄자가 아닐 것 같은 표정, 단순한 악역이 아닐 것 같은 얼굴. 그게 결국 드라마가 내놓는 이야기를 궁금하게 하는 설득력이거든요.
아… 뭔가 사연 있어 보이는 걸 말하는 거죠? 그런데 반대로 제가 지금까지 드라마에서 선한 역할로 자주 등장하다 보니 생긴 설득력은 아닐까 싶기도 해요. 이종석이 지금까지 워낙 선한 인물들만 맡아왔으니 〈빅마우스〉라는 드라마에서는 연기 변신을 꾀하기 위해 진짜 악역을 맡았을 수도 있다, 아니면 그 반대로 이번에도 절대 진짜 범인은 아닐 것이다 라는 식으로 추측하게 되는 거죠.
〈데시벨〉에서는 진짜 악역이었죠. 물론 서사는 있지만요. 그래서인지 이종석의 발견이라는 기사가 많이 나왔어요. 〈V.I.P.〉 때도 그랬죠.
〈V.I.P.〉 때는 악역 자체를 처음 하기도 했고 연기에 욕심을 좀 내던 시기였거든요. 〈데시벨〉은 좀 달랐죠. 단순한 악역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사실 전 그것도 특별출연 정도라고 생각했거든요. 촬영 회차도 얼마 안 됐고, 실제 영화에서도 1시간 정도 지난 후에야 제가 등장하거든요.
처음에는 액션신도 없었다면서요?
맞아요. 액션신도 없었고, 촬영 회차도 적었는데, 점차 촬영 회차가 늘어나고 액션도 생기고 하더니 나중에는 주연에 올라가 있더라고요.(웃음) 이왕 촬영하기로 결정했으니 최선을 다했고, 그러다 보니 제작발표회 테이블에 앉아 있더라고요.
정에 약하군요.
그런 편이죠. 그리고 일단 시작을 했으면 소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이왕 출연한 작품이 내가 좀 더 잘해서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면 해야죠.
 
데님 코트, 셔츠 칼라 슬리브리스 니트, 데님 팬츠 모두 가격 미정 메종 마르지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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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마우스〉 때 다친 건 좀 괜찮아요?
3회차를 찍을 때였나요? 한 제소자가 칼을 들고 덤비는 장면이 있었어요. 보통은 그런 장면이 있으면 액션스쿨에서 합도 좀 맞춰보고 연습도 하고 찍거든요. 그런데 그때는 시간도 모자라고 촬영지도 장흥이라 그럴 시간이 없었어요. 현장에서 액션을 맞춰서 하다가 무릎 인대가 찢어져서 꽤 고생을 했죠. 뼈가 부러지면 한 달이면 완전히 붙으니까 괜찮은데, 인대는 회복 기간이 몇 달씩 되니까 다친 채로 촬영하면서 회복하느라 힘들었죠. 인대가 원래 완벽하게 낫지는 않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 한 번 다쳤던 곳이라 다치고 또 다치더라고요.
그러기엔 액션이 좀 많지 않았나요?
액션도 액션이지만, 생사의 기로에 선 장면이 너무 많아서 이번 작품 끝나고 나서는 휴식이 좀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8회쯤 되면 분명히 감옥에서 나온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지금에서야 얘기하지만 12회가 되도록 못 나가요. 8회에 나가긴 했는데 창호가 또 이번엔 정신병원에 끌려가요.
심지어 부부인 미호랑은 거의 못 만나죠.
윤아 씨랑은 한 회에 한 번 정도 만났고, 사실 감옥 형님 동생들이랑 훨씬 더 오래 촬영해서 다들 친해졌어요. 양 회장으로 나오셨던 송경철 선배님과는 그때 인연으로 명절 때마다 선물도 보내드리고 연락도 드리며 지내요. 고기를 보내면 “내가 고기도 못 먹을까 봐 고기를 보냈냐”라고 하세요. 약간 ‘츤츤’하신 면이 있으세요. 하도 오래 같이 연기해서 현실에서도 양 회장님과의 유대가 제일 깊은 것 같아요.
 
체크 라이닝 코트, 셔츠, 데님 팬츠, 슈즈, 백 모두 가격 미정 메종 마르지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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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시벨〉은 차은우와 이종석의 투샷으로 기대를 모으기도 했지요.
형제의 이야기가 들어 있는 장면들의 감정이 좀 셌어요. 은우 씨와는 서로 많이 의지하면서 촬영했죠. 격벽 너머에 동생을 두고 감정을 폭발하는 장면은 정말 힘들었어요. 너무 극단적인 상황이었으니까요.
필모그래피를 보면서 어떤 시점 이후에 강렬한 캐릭터들을 선택한다는 느낌도 받았어요. 〈V.I.P.〉 이후 〈빅마우스〉, 〈데시벨〉 등이 그렇고 〈마녀2〉도 특별출연이지만 강렬했죠.
강렬한 캐릭터들만을 의도하진 않았지만, 어떤 생각은 했었죠. 당시에 복귀작을 앞둔 30대 중반이었잖아요. 어떤 작품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를 생각한 거죠. 내가 지금까지 안 해본 캐릭터로 눈을 돌려야 스펙트럼을 점점 더 넓힐 수가 있겠다고도 생각했고요. 실은 이런 질문을 종종 받아요. 그런데 제가 하는 고민들은 기호나 감성에서 기인하는 것들이 아닌 경우가 많아요. 배우로 활동하는 제 자신의 포지셔닝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내가 어떤 경쟁력과 방향성을 가지고 살아야 할지를 정말 현실적으로 고민하는 편이에요.
이종석이라는 브랜드의 영속성에 대해 고민하는군요.
맞아요. 어렸을 때는 정말 운이 좋게 좋은 작품을 만났고, 그 당시의 캐릭터에 어울리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죠. 안 해봤던 캐릭터를 맡아보고 싶다는 결정도 그런 현실적인 고민에서 나온 답이에요. 이런저런 고민들을 점점 더 많이 하게 되면서 모든 게 조심스러워지네요. 이런 제게 팬들은 조금 서운할 것도 같아요. 저를 응원해주시는 팬분들이 보기에 좀 더 어엿한 배우였으면 하는 바람으로 앞으로의 방향도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팬들에게는 늘 미안하고 고마워요.
좋은 말이네요. 배우들이 아티스트적인 사고방식으로 뭔가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현실적인 산업의 주체로서 움직인다는 뜻이니까요. 그런데 지난번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선 “알맹이를 찾고 있다”는 얘기를 하기도 했어요.
그때 왜 그렇게 얘기를 했을까요?(웃음)
사람이 환경이 변하면 좀 흔들려야 하는데, 알맹이가 있어서 안 흔들리겠다고 가만히 있으면 그게 더 피곤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게 꼰대는 아닌가 싶기도 했고요
알맹이라는 게 사실 ‘줏대’ 내지는 자신의 기조를 말하는 것 같은데, 전 그걸 찾고 지키면서 사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타인에게 그걸 꺼내서 보여주면서 너도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면 그 순간 꼰대가 되는 거겠지만요. 지금 생각해보면 “알맹이를 찾겠다”고 말한 이유가 아마 그때쯤 조금 흔들려서인 것 같아요.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갈 때 다들 그런 시기를 거치잖아요. 20대 때는 내가 어떤 행동을 해도 사람들이 이해해줄 것 같았는데, 30대가 되고 나니 누구를 만나 이야기를 하든 좀 더 어른스럽게 대해야겠다는 생각. 매사에 좀 더 어른스러워져야겠다는 자기검열 같은 게 생기는 시기요. 게다가 군 복무라는 격변의 시기를 겪은 뒤 복귀를 할 때라서 그런 것들을 고민했던 것 같아요.
 
코트, 셔츠 모두 가격 미정 메종 마르지엘라. 선글라스 가격 미정 메종 마르지엘라 x 젠틀 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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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 스웨터, 슈스트링 벨트 모두 가격 미정 메종 마르지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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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그때 그분이 많은 힘이 되어주신 건 아닌가요?
이렇게 갑자기 불쑥 들어오시나요?(웃음)
이 시점에 만났는데 아예 모른 척할 수는 없으니까요.(웃음)
(웃음) 그 친구의 존재 자체가 의지가 되고 힘이 된다고 얘기하면 아마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겠죠. 그런데 저 말고도 정말 많은 분들이 그 친구의 음악과 그 친구의 가사와 위로를 건네는 문장들에서 위로를 받거든요. 저 역시 그래요. 다만 저는 대화를 나누면서도 그런 위로를 받는다는 점이 다를 뿐이죠. 근데 무엇보다 저희는 꽤 오래전부터 친구였고, 전 세상에서 그 친구가 제일 웃겨요. 아까 얘기했던 30대로 올라오면서 느꼈던 고민의 시기에 친구였던 그분께 정말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방금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제가 20대 중반부터 친구로 지냈으니까 서로가 꽤 어릴 때 만난 셈이죠. 그래서 그 친구가 저한테 “이제 많이 어른스러워졌다”는 얘기를 해줄 때면, 더 어른이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지금보다 더, 훨씬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헉… 너무 감동적인 말이 또 나왔네요. 비슷한 영화 대사가 생각났어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에서 남주가 여주에게 고백할 때 이렇게 말해요. “당신은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들었어요”라고.
제목이 뭐라고요? 체크해놔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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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FASHION EDITOR 윤웅희
    FEATURES EDITOR 박세회
    PHOTOGRAPHER 윤송이
    STYLIST 이혜영
    HAIR 현철
    MAKEUP 보련
    ASSISTANT 김성재/송채연
    ART DESIGNER 김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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