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2. 신재하가 30대를 맞이하는 자세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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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2. 신재하가 30대를 맞이하는 자세

신재하는 여전히 연기의 벽을 느끼지만, 조급하지 않다. 지난 10년간 쌓아온 스스로를 믿어서다. 노력하는 자에서 즐기는 자로 돌아온 그가 <일타 스캔들>과 <모범택시2>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박호준 BY 박호준 2023.03.22
 
셔츠 MLB. 팬츠 아디다스. 머플러 STU. 슈즈 캠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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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재능에 눈을 뜬 셈이네요.
(웃음) 그 정도까진 아닌데, ‘어? 나 액션 좀 잘하나?’라는 생각을 한 적은 있어요. 사실 처음 액션스쿨에 갔을 땐 무술감독님이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열심히 따라 한다고 하는데 카메라에 비친 제 모습이 어설프기 짝이 없었으니까요. 한참 후에 들은 이야기지만, 무술감독님이 “재하는 동작을 몸에 익히는 시간이 느려서 그렇지 한 번 깨닫고 나면 무술팀이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동작이 빠르다”고 칭찬해주셨다고 해요. ‘하면 된다’라는 말을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었어요.
평소 몸 쓰는 걸 좋아해요?
아이스하키 선수 생활을 했어요. 특별한 계기가 있던 건 아니고 초등학생 때 취미 삼아 아이스 스케이팅을 배우고 있었는데 저를 가르쳐주던 강사님이 아이스하키팀 감독이었어요. “아이스하키 한번 해볼래?”라고 하길래 별생각 없이 “네”라고 대답했던 것 같아요. 펜싱을 2년 정도 배운 적도 있는데 촬영하면서 무릎을 다친 후론 격렬한 운동을 자제하는 중이에요. 웨이트트레이닝이랑 러닝은 체력 관리 차원으로 일주일에 5번 이상 꾸준히 하고 있어요. 전엔 잘 몰랐는데 나이를 먹으니까 체력의 중요성이 확 느껴지더라고요. 최근엔 취미로 골프를 조금씩 하고 있고요.
지난 10년간 공백기 없이 매년 2~3편의 작품을 꾸준히 해왔어요. 지치거나 힘들지는 않았나요?
20대에 쉬지 않고 스스로를 몰아붙였던 건 불안 때문이었어요. 무리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쉴 수가 없었어요. 군대 가기 전에 뭔가 이루어놓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이 있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16부작 드라마에 들어가면, 11화를 찍을 무렵부터 다음 작품에 대한 걱정이 몰려왔어요. ‘이 작품이 마지막이면 어떡하지? 다음 작품 빨리 잡아야 하는데’ 같은 불안감이 엄습했죠. 물론 그랬던 시기가 있어서 지금의 신재하가 존재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조금 더 즐기면서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에요.
지금은 어때요?
군대에서 마음을 바꿨어요. 30대는 다르게 만들어가고 싶었어요. 연기가 좋아서 연기를 시작했는데 연기 때문에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는 건 제가 의도한 바가 아니었죠. 그래서 전역 후 〈일타 스캔들〉과 〈모범택시2〉라는 너무 좋은 작품이 같이 들어왔을 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예전처럼 또 쫓기듯 연기를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결과적으로 무척 바쁜 일정을 소화한 건 맞지만(웃음) 마음가짐이 달라지니까 바쁜 일정 중에도 균형이 잡히고 컨트롤이 되더라고요. 좋은 제안이 오면 당연히 발 벗고 임하겠지만, 20대에 가졌던 불안감을 덜어냈다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라고 생각해요.  
마음을 바꾸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촬영장에서 선배님들에게 “재하야, 네가 연기에 집중하는 건 좋은데 길게 봤을 때 지치지 않는 것도 중요해. 재충전하는 너만의 방법을 찾아봐”라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어요. 그땐 머리로는 알겠는데 마음이 따라주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군대에 갔는데 오랜만에 연기를 내려놓고 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어요. 바쁘게 지내면서 일부러 모른 척했던 마음속 깊은 곳의 묵은 고민이 하나둘 떠오르더라고요. 원래 일기를 쓰는 편이 아닌데 군대에선 자주 썼어요. 답을 내리려고 쓰는 게 아니라 그저 순간순간 드는 감정이나 생각을 적어두는 것만으로도 감정이 해소됐던 것 같아요.
 
니트 MLB. 모자 LMR65. 셔츠, 타이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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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어른들이 군대에 가야 어른이 된다고 하나 봐요.
맞아요.(웃음) 거의 열 살 차이 나는 선후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아, 하고 싶은 걸 좀 해도 괜찮은 거구나’라는 걸 깨달았어요. 전역하고 나서도 단톡방을 유지하고 있어서 종종 ‘오늘 맥주 마실 사람?’ 하면서 급 만남을 갖기도 해요. 제 입장에선 어린 친구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고요. 예전 같았으면 상상도 못 했을 일인데 요샌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하고 집에서 뒹굴거리고 가볍게 산책하면서 여유를 만끽하기도 해요.
그럼 앞으로의 10년은 어떻게 만들어나가고 싶어요?
만약 10년 후에 다시 인터뷰를 하게 된다면 ‘참 재미있었다’라고 기억하고 싶어요.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어요. 그중 하나가 사극이에요.
사극이요?
네. 사극 하고 싶다고 말하고 다닌 지도 벌써 한 10년이 다 되어가는 것 같은데(웃음) 아직 못했어요. 어릴 때 아버지랑 같이 사극을 보면서 역사도 배우고 연기에 대한 꿈을 처음 꿨거든요. 〈대조영〉, 〈왕건〉, 〈불멸의 이순신〉 같은 작품들이요.
퓨전 사극도 아니고 대하드라마급의 정통 사극이네요.
근데 제가 연기를 해보니까 대하드라마는 너무 어려워요. 발성부터 시작해서 거의 모든 걸 바꿔야 하죠. 지금 제 실력과 나이로는 한참 부족해요. 설사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그 연기의 깊이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서 속상할 거예요. 대신 퓨전 사극은 욕심이 나요. 시청자들도 그쪽을 더 바라실 것 같고요.
사극을 하게 된다면 생각해둔 배역이 있어요?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은 없는데, 철없는 양반집 아들 역은 어떨까요? 액션이 많은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칼이나 활을 쓰는 모습이 멋있잖아요.(웃음)
연기 외적으로는 어때요? 노래도 잘 부르잖아요.
음반을 낸다거나 가수에 도전하는 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OST에 참여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딱 거기까지죠. 뮤지컬 배우를 지망했던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음악은 좋아하는 영역으로 남겨두고 싶어요.
그럼 뮤지컬학과에 지원했던 건 연기를 하기 위한 준비였나요?
아니요. 고등학생 땐 진심으로 뮤지컬 배우가 되려고 했어요. 예술고등학교에서 뮤지컬과를 나왔거든요. 근데 대학교에 가서 동기들과 선배들을 봤더니 정말 너무 잘하는 거예요. 노력으로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고 느낄 정도였어요. 벽을 느낀 거죠. 동기 자랑을 좀 하자면, 그때 함께 입학했던 친구 중 한 명은 영국에서 〈미스 사이공〉 여자 주인공을 하고 있고 또 다른 친구는 뮤지컬계에서 이름만 말하면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해지기도 했어요. 아예 다른 길을 찾아야 하나 방황하고 있을 때 우연한 계기로 연기를 접하게 됐다가 지금까지 오게 됐어요.
연기를 하면서는 벽을 느낀 적이 없었나요?
항상 느끼죠.(웃음) 근데 느낌이 조금 달라요. 설명하기 쉽지 않지만, 〈일타 스캔들〉이나 〈모범택시2〉를 하면서 선배들의 쟁쟁한 연기를 보고 있으면 ‘나는 도저히 저렇게는 못 하겠어’가 아니라,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저 호흡, 저 감정을 내 걸로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요. 그게 연기의 묘미인 것 같아요.  
일종의 승부욕 같은 거네요.
승부욕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네요. 예전에 아이스하키나 펜싱을 할 때도 승부욕이 진짜 강했거든요. 저 멀리 앞서 달리고 있는 선배들에게 한 발자국이라도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연기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어느 인터뷰에서 언젠가 꼭 ‘저 배우 연기 잘해’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재하 씨에게 연기를 잘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연기를 잘한다는 건 저도 아니고 동료들도 아닌 시청자의 기준에서 봐야 한다고 믿어요. 연기 스타일에 대한 호불호가 있을 순 있어도 연기만큼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배우들이 있잖아요. 너무 큰 꿈일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고 싶어요. “누구? 신재하? 아, 그 연기 잘하는 사람?” 이게 제가 꼭 듣고 싶은 말입니다.  
데뷔를 영화로 했지만, 작품 활동은 쭉 드라마였어요. 숨은 이유 같은 게 있는 걸까요?
많이 궁금해하는 부분인데, 저도 영화가 하고 싶어요.(웃음) 오디션도 정말 많이 봤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20대에는 작품 개수에 대한 강박이 있다 보니 일단 닥치는 대로 기회가 먼저 오는 것부터 하곤 했어요. 당장 올해에도 좋은 기회만 있으면 언제든지 영화에 참여할 의사가 있습니다.
 
[관련기사]
Part1. 신재하가 사극을 하고 싶었던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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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박호준
    PHOTOGRAPHER 송시영
    STYLIST 박선용
    HAIR 이민
    MAKEUP 이이슬
    ASSISTANT 송채연
    ART DESIGNER 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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