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 촬영이 능숙하네요. 모델인 줄 알았어요.
어릴 때부터 〈에스콰이어〉를 자주 봤어요. 군대에서도요. 언젠가 꼭 함께 촬영하고 싶었는데 그 순간이 드디어 왔네요. 즐겁고 설레는 마음으로 찍어서 스스로 뿌듯하기도 하고 기쁩니다.(웃음)
〈일타 스캔들〉이 많은 인기를 얻었어요. 최고 시청률이 17%를 기록했죠.
너무 다행이에요. 제가 맡은 지동희는 반전이 있는 캐릭터였거든요. 12화에서 그 비밀이 드러났는데 지인들한테 연락이 정말 많이 왔어요. 오죽하면 제가 인스타그램에 ‘생일보다 톡이 더 많이 왔어요. 당분간 산에 들어가 있을까?’라는 글을 올릴 정도였죠. 그때 드라마의 인기를 실감했던 것 같아요.
메이킹 필름을 보니 촬영장 분위기가 화기애애한 것 같더라고요.
맞아요. (정)경호 형이랑 호흡을 맞추면서 이야기를 많이 주고받았어요. 처음부터 서로 풍기는 분위기를 다르게 가져가려고 노력했는데, 예를 들어 형이 일부러 톡톡 튀고 장난스러운 말투와 표정을 하면 저는 템포를 늦추며 균형을 맞추는 식이었죠. 애드리브도 꽤 많았어요. 유튜브에 ‘정경호 신재하 허밍’이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전부 대본에 없던 장면이에요. 같이 맞춰가며 찍어서 그런지 재미있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던 작품이에요.
아직 보지 않은 분들에겐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데(웃음) 두 장면이 떠올라요. 첫 번째는 마냥 착하던 지동희가 처음으로 최치열(정경호)과 언쟁을 벌이는 신이 있어요. 평소와 다르게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촬영장 분위기가 냉랭했던 걸로 기억해요. 원래 같았으면 경호 형을 찾아가서 말도 걸고 했을 텐데 그날은 유독 기분이 처지고 감정적으로 힘들더라고요. 연기인데도 불구하고 괜히 혼자 서운하고 그랬어요. 두 번째는 동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장면이요. 벌을 받아 마땅한 역할인 건 맞지만, 몇 개월 동안 지동희로 살다 보니 동화됐었나 봐요. 울면서 촬영했고 끝나고 나서도 그 장면을 다시 볼 자신이 없을 만큼 괴로웠어요.
최대한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예전에 한 번 깊게 빠졌다가 작품이 끝나고도 헤어 나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 적이 있어요.
최치열을 향한 지동희의 감정을 뭐라고 보면 좋을까요?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 해석이 있겠지만, 저는 삐뚤어진 사랑이라고 생각했어요. 죽은 누나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잘못된 형태로 치열에게 향한 셈이죠. 마지막 장면에서까지 동희는 “나는 선생님을 지키려고 그랬어요”라며 자신의 잘못을 받아들이지 못하거든요. 분명 지동희는 나쁜 짓을 했고 나쁜 놈이라는 말을 들어도 싼 캐릭터이지만, 아무런 이유 없이 그런 행동을 했던 건 아니라는 걸 제 연기로서 보여주고 싶었어요.
〈페이지터너〉나 〈웰컴2라이프〉 같은 이전 작품에서도 소시오패스와 살인자 역을 맡았던 적이 있어요. 비슷한 역을 맡는 이유에 대해 고민해본 적 있나요?
〈일타 스캔들〉을 하면서 처음 그런 고민을 했어요. 스스로 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감독님이나 선배님들이 저에게 “마스크가 뻔하지 않다”, “선악이 공존하는 느낌이라 좋다”라고 이야기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죠. 배우에겐 큰 칭찬이라고 생각해요. 덕분에 전에 없던 큰 사랑을 받고 있으니까요.
캐릭터를 준비할 때 다른 작품을 참고하는 편인가요?
배우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다른 작품을 참고하지 않는 편입니다. 시도를 해보려고 한 적은 있는데 자꾸 참고한 작품이 머릿속에 남아서 따라 하게 되더라고요. 제 옷이 아닌 옷을 입은 것 같아서 자꾸 불편한 느낌이 들었어요. 지금은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스스로 답을 찾으려고 노력해요. 현장에서 감독님이나 다른 배우들과 소통을 많이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브라운 재킷과 팬츠 모두 렉토. 슈즈 아디다스. 레이싱 재킷과 이너 셔츠, 타이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시기는 조금 다르지만 〈일타 스캔들〉과 〈모범택시2〉를 비슷한 시기에 촬영했다고 들었어요. 양쪽을 오가는 일이 쉽지 않았겠네요.
체력적으로 고되긴 했어요. 그럴수록 현장에서 답을 찾으려고 했고요. 혼자 준비를 잔뜩 한들 현장에서 합을 맞추다 보면 예상했던 것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때가 많거든요. 돌이켜보면, 바쁘게 촬영에 임했던 게 오히려 좋은 결과를 낳은 것 같기도 해요. 바쁜 일정 탓에 잔생각을 할 생각도 없었고 그래서 캐릭터와 스토리의 핵심만 가지고 들어갔으니까요.
10만큼 준비했는데 1밖에 보여주지 못하는 배우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10을 준비했는데 카메라 앞에 서면 20, 30을 뿜어내는 배우가 있죠. 재하 씨는 어느 쪽인가요?
솔직히 말하면 그날그날 달라요. 현장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라서 엄청 준비를 많이 해갔는데도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있고, 준비를 별로 못했는데도 상대 배우와 호흡이 기가 막혀서 촬영이 만족스러울 때가 있어요. 어떻게 보면 기복이 있다고 볼 수도 있는 부분이라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긴 하는데 아직 잘 안 돼요. 저는 배우뿐만 아니라 감독님, 스태프와 잘 맞는 게 특히 중요해요.
그래서 화보 촬영할 때도 포토그래퍼나 스타일리스트와도 대화를 많이 했군요.
맞아요. 제 성격이 원래 다른 사람들에게 맞춰가는 타입이라 그래요. 아무래도 연기에 그런 것들이 묻어 나오는 것 같아요.
〈모범택시2〉에서 맡은 온하준 역에 대한 관심이 드라마 시작 전부터 뜨거웠어요. 시즌 1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던 작품인 데다가 새로운 운전기사가 합류한다는 소식 때문이죠.
인터뷰가 나갈 때쯤이면 온하준의 실체가 밝혀졌을 것 같으니까 조금 편하게 이야기해도 괜찮겠네요. 〈일타 스캔들〉에서도 그랬지만 온하준 역시 반전이 있는 역할이에요. 어떻게 보면 조금 더 본격적인 빌런처럼 보이죠. 캐릭터가 가진 양면성과 그 안에 숨은 아픔에 집중한다면 드라마를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거예요. 하고 싶은 말이 많아 입이 간질간질한데 더 이상은 말씀드릴 수가 없네요.
다른 예전 작품들과 달리 〈모범택시2〉는 에피소드마다 액션이 빠지질 않죠.
본격적인 액션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기껏 해봐야 맞는 쪽이었죠. 그래서 처음엔 겁이 좀 났지만 막상 해보니 연습을 하고 상대 배우와 합을 맞추는 일련의 과정이 즐겁더라고요.
[관련기사] Part2. 신재하가 30대를 맞이하는 자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