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줄, 또 스케줄의 연속이에요. 매일 촬영하러 다니고 있어요. 스케줄 제외하면, 개인적인 생활은 전혀 없네요. 하지만 정말 좋아요. 요즘 말로 ‘오히려 좋아’죠.
이렇게 바쁜 와중에 〈에스콰이어〉와 함께 해줘서 고마워요. 〈더 글로리〉 이후 반응이 폭발적이었는데, 처음에는 크게 실감하지 못했다고 들었어요.
이제는 조금 느껴져요. 〈더 글로리〉가 공개된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솔직히 실감을 못 했거든요. 지금은 ‘아, 정말 잘됐구나’ 싶어요.(웃음)
특히 ‘스튜어디스 혜정아’라는 대사가 엄청난 화제였기 때문에, 주영 씨가 느낀 파급력은 더했을 것 같아요. 〈더 글로리〉를 보지 않은 사람들도 혜정이는 다 알더라고요.
‘스튜어디스 혜정이’라고 불리는 게 정말 좋아요. 차주영은 몰라도 혜정이는 알아주시는 분들이 많잖아요.(웃음) 감사한 일이죠. 요즘 주말 드라마 〈진짜가 나타났다!〉를 촬영 중이거든요. 제가 분하는 캐릭터는 ‘장세진’인데, 현장에서도 종종 저를 세진이가 아니라 혜정이라고 장난스럽게 불러주시기도 해요.
주영 씨와 혜정이는 굉장히 다른 인물이잖아요. 여태껏 혜정이 같은 캐릭터를 연기한 적도 없었고요. 어려운 부분은 없었나요?
저와 무척 다른 인물을 표현한다는 점이 힘들긴 했지만, 혜정이를 연기하는 건 흥미롭기도 했어요. 저에게 없는 특징을 끌어 쓰고, 더 극대화해서 보여줘야 했으니까요. 어느 순간부터는 저도 저를 내려놨어요.(웃음) 실제로 〈더 글로리〉 촬영하면서 성격이 조금 변했어요. 원래는 그런 편이 아니었는데, 조금 더 단순하고 가감 없이 감정을 표출하게 됐죠. 혜정이라는 인물의 장단점과는 별개로, 긍정적인 변화라고 봐요.
긍정적 변화는 있었지만, 촬영 현장에서 정신적으로 소모된 에너지가 엄청 컸다고 들었어요.
힘들었어요. 그런데 현장 분위기 때문에 힘든 건 전혀 아니었어요. 제가 힘들었던 건, 스스로 느끼는 강박과 압박감 때문이었거든요. 〈더 글로리〉는 잘해내야 하고, 다들 잘하고 있고, 주어진 미션도 너무나 명확한 작품이었어요. 잘되어야만 하는 상황인데 결과물이 좋지 않다면, 그것은 나의 준비 부족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나만 잘하면 된다, 나만 잘하면 수월하고 완벽하게 흘러갈 것이다’라고 계속 되뇌었어요. 내내 긴장한 상태였지만, 저는 굉장히 좋은 긴장감이었다고 생각해요. 스스로는 힘들었지만, 현장 자체는 끈끈하고 배려가 넘쳤고요.
극 중에서는 친구들 사이 서열이 명확했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무서운 분위기는 아니었던 거죠?(웃음)
물론이죠! 다들 얼마나 순둥순둥한데요. 굉장히 친해졌어요. 어쩌다 보니 실제로 집도 가까운 편이라서, 정말 오래된 동네 친구처럼 잠옷이나 추리닝 입고 편하게 만나요. 〈더 글로리〉로 만난 인연은 정말 복이라고, 그것도 큰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일로 만나서 이렇게 좋은 친구가 되기 쉽지 않잖아요. 종종 감독님한테도 “친구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드려요.(웃음) 제가 혜정이의 굉장히 밝고 긍정적인 면모를 닮게 된 것도 동료들 덕이 컸고요.
원래는 혜정이와 전혀 달리, 감정 표현이 적고 생각이 많은 편인가 봐요.
차가워 보인다, 다가가기 어려워 보인다는 얘기를 평생 들어왔어요. 실제로도 그런 면이 있긴 해요. 성격이 차갑다기보단, 좋게 말하면 무던하고 나쁘게 말하면 무심하다고 해야 할까요. 매사에 감흥이 없는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그런 차가운 인상을 주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저는 그런 것마저 크게 신경 쓰지 않아 잘 몰랐거든요. 어른이 된 후에야 제 성향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죠.
튀튀 장식 블라우스, 저지 톱, 롱스커트, 사이-하이 부츠 모두 릭 오웬스. 더블 링 베르사체.
그런 무던한 성향 때문에 〈더 글로리〉도 한 번 정주행한 뒤 다시 돌려보지 않은 건가요?
어… 그건 아니에요. 사실 제가 나온 작품은 공개 후 모니터링을 해야 하니까 한 번은 보는데, 그 이상은 잘 못 보겠어요.(웃음) 제가 연기한 게 객관적으로 안 보이거든요. 시간이 많이 지나고 나면 다시 보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어떤 느낌인지 알겠어요. 저도 과거에 썼던 기사를 다시 보면 정말 쑥스럽거든요.
맞아요. 비슷한 마음일 거예요. 내가 남긴 무언가를 다시 한번 돌아본다는 것은.(웃음)
하지만 주영 씨는 다시 보기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장르에서 열연해왔는걸요. 2016년에 정식으로 데뷔했으니 아직 데뷔 10년도 안 됐는데, 벌써 10개 이상의 작품에 이름을 올렸어요. 그야말로 가리지도 않고 쉬지도 않고 일만 했다는 건데, 그럴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이었나요.
그냥… 시간이 아까웠어요. 저는 저를 잘 알거든요. 기력이나 지구력이 좋지 못하기 때문에, 언제까지 이런 에너지를 유지하며 일을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늘 해요. 이러다가 완전히 에너지가 고갈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아직 에너지가 있을 때 쓸 수 있는 만큼 다 써버리자는 마음으로 임해요. 별거 없어요.
계속 달려온 걸 보면 걱정과 달리 에너지가 고갈되진 않은 것 같은데요?
사실 타고난 성향과 배우라는 직업이 딱 맞지는 않아요. 하지만 안 맞는 것과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은 다른 부분이잖아요. 안 맞는 것보다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더 많이 생각하려 해요. 시간 아깝게 허송세월하지 말고 할 수 있을 때 주어진 것에 집중하자는 마음이었죠. 그러게요. 지치지 않고 잘 달려왔네요.(웃음)처음 데뷔했을 때는 ‘금수저’니 ‘엄친딸’이니 하는 수식어가 많았어요. 대학도 화제가 됐었죠.
처음 데뷔했을 때는 ‘금수저’니 ‘엄친딸’이니 하는 수식어가 많았어요. 대학도 화제가 됐었죠.
친구들하고 장난 삼아 그런 얘기를 해요. 반은 맞고 반은 다르다고.(웃음) 어떤 건 맞고 어떤 건 전혀 아닌데, 소문에 대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제가 하나하나 정정하고 말씀드려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제가 먼저 나서서 ‘이것은 팩트고 저것은 아닙니다’ 하긴 좀 그렇잖아요. 대학은 아버지의 선택지 안에서 고른 거예요.
아버지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연기하는 걸 반대했다고 들었어요.
계속 반대하셨죠. 사실 성장 과정 내내 따르고 싶지 않다고 하면서도 결국 아버지의 뜻에 따라왔어요. 연기를 하기 전까지는요. 아버지의 반대를 거스르고 배우가 되면서 진짜 자립, 홀로서기를 하게 됐다고도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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