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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2. 표예진이 <모범택시> 방영분을 보고 밤새 울었던 이유
<모범택시2>와 <청춘월담> 종영을 앞두고 배우 표예진을 만났다. 그녀는 아직도 하고 싶은 연기,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정말 많다고 했고, 열망과 확신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했다. “안 해보면 그게 확신이 서는지 어떤지 어떻게 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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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 구찌. 네크리스, 이어커프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그 외에도 본인이 연기한 것 중에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어요?
스케일이 큰 신이었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 건지도 모르겠는데요. <모범택시> 시즌1에서 고은이가 오토바이 타고 가서 ‘광산(불법 촬영물의 서버 본거지)’을 폭파시키는 장면이요. 지금도 기억이 많이 나는 장면이고, 촬영할 때도 뭔가 몰입해서 한 번에 찍었던 게 생각나요. 그리고 방송으로 보니까 음악과 연출, 편집이 어우러져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멋지더라고요. 제 스스로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통쾌함을 느꼈죠. 동시에 마음이 아프기도 해서 그 회차 방영일에 보고 많이 울기도 했고요.
본인이 나오는 작품도 몰입해서 잘 보는 편인가 보군요. 그런 배우가 흔치 않다고 알고 있어요.
저는 제가 나온 결과물 보는 거 좋아해요. 뿌듯함을 느끼기도 하고요. 다행히 ‘으악 못 보겠어’ 하는 그런 건 없어요. 누구랑 같이 볼 수는 없고 꼭 혼자 봐야 하긴 하지만. 작품에 몰입해서 볼 수도 있는데, 대신 객관적으로 보는 게 좀 어렵긴 하죠. 저는 제가 표현한 인물에만 이입을 해서 보거든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보는지 늘 궁금해요. 주변 친구들이나 가족들한테 엄청 물어보죠. ‘어땠어?’ ‘재밌어?’ 하고.
신랄하게 비평해주는 사람도 있어요?
주변 사람들이니까 다들 좋게 얘기해주려고 하는 것 같긴 한데, ‘나는 근데 그런 건 좀 그렇더라’ 정도로 말해주는 경우는 있죠. 그럼 저도 ‘어 그건 그렇지’ 하고 수긍하고. 그렇다는데 어떡해요. 뭐 어쩔 수 없잖아요.(웃음)
<VIP>의 온유리 같은 캐릭터는 그런 지점에서 어려웠을 것 같기도 해요. 객관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욕망을 가진 캐릭터라서, 연기하는 사람과 보는 사람의 관점이 다를 수밖에 없잖아요.
그때 저에게 가장 큰 숙제였던 것 같아요. ‘나만큼은 이 아이를 이해해야 한다’는 거. (<VIP>의 온유리는 유부남과 사랑에 빠지고 종국에는 그를 빼앗으려 애쓰는 캐릭터다.) 그래야 그 아내에게 ‘당신 팀에 당신 남편 여자가 있다’는 문자를 보낼 수도 있고, 그 남자에게 끝까지 집착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자꾸 이해하려고 노력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 이해가 돼서, 지금 보면 그게 문제였나 싶기도 하고요.(웃음)
개인적으로 그 드라마가 온유리를 단순한 악인으로 묘사하지 않은 측면이 좋았어요. 저는 <VIP>가 현대사회 속 여성들의 다양한 욕망과 절망을 표현하려 했다고 느꼈거든요.
저도 대본을 읽고 ‘이 작품은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한 건 <VIP>가 처음이었어요. 대본을 본 순간 ‘이 작품 꼭 하고 싶어서 미치겠다’ 그랬거든요. 이야기가 정말 좋아서. 제가 느낀 건, 우리가 남을 다 안다고 생각하며 살지만 사실 서로를 절대 알 수 없는 현실을 잘 보여준다는 거였어요. 같은 공간 안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그 공간 속 사람들은 다 각자의 이야기가 있는 사람들이잖아요. 특히 그 안에서도 유리라는 캐릭터를 정말 하고 싶었죠. 가난과 아픔을 겪으면서 자란 아이가 처음으로 사랑… 어, 그걸 사랑이라고 해도 되려나요?
그 드라마가 감정을 단정적으로 표현하기가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죠.
(웃음) 그러네요. 조심스럽네요. 저는 그렇게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찍긴 했는데요. 아무튼 그 감정이 점점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는 집착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있잖아요. 연기자로서 도전할 수 있는 지점도 있을 것 같았고, 너무너무 표현해보고 싶었죠. 진짜로 맡겨주실지는 몰랐는데 결국 맡게 됐고, 그게 굉장히 행복하면서도 사실 저한테 많이 버거운 기회였던 것 같아요.
말은 버거웠다고 하면서도 행복한 표정이네요.
그 작품에서 언니들(배우 장나라, 이청아, 곽선영, 이진희 등)이랑 같이 촬영을 했잖아요. 이게 약간 자랑처럼 들릴까 봐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는데, 언니들이 현장에서 저를 얼마나 예뻐해줬는지 몰라요. 저는 그러기도 쉽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작품 속에서 대립하는 역할인 저를 걱정해주고, 잘할 수 있도록 북돋워주고, 맞붙는 장면에서도 저를 더 신경 써주고, 이끌어주고… 특히 (장)나라 언니랑 제일 친했죠. 언니가 없었다면 저는 그 정도로 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도 정말 친하게 지내고 있고요.
워낙 외롭고 감정적 소모도 큰 캐릭터다 보니 촬영하는 동안 많이 힘들었겠다 싶었는데, 오히려 좋은 기억으로 남았군요.
촬영하는 동안 언니들이 멋있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요. ‘나도 나중에 저런 배우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도요. 연기를 잘하는 건 당연한 거고, 사소한 부분 하나하나까지 정말 얼마나 치열하고 디테일하게 연구해오는지 모르거든요. 그러면서도 현장을 이끄는 좋은 선배의 면모도 늘 잃지 않고요. 제가 나아갈 길에 있는 선배들, 잘 따라가고 싶은 선배들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표예진은 노력파인가요?
저는 노력파죠.

블라우스, 팬츠, 슈즈 모두 생 로랑. 글러브, 링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지체 없이 단언할 수 있을 정도군요.
노력이 많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하나의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정말 많은 고민, 정말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거든요. 대본에 대해 연구하면 할수록 가까워진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끊임없이 보고, 계속 파고 들어가는 것 같아요. 끈질기게.
그럼 그 반대 측면, 배우로서 타고난 점을 하나 꼽는다면 뭘 말할 수 있을까요?
그나마 배우라는 직업을 갖고 일을 해나가는 데 다행인 점이 있다면… 제가 좀 감정적인 사람이라는 점일 것 같아요. 감수성이 풍부하다고 해야 할지, 감정이 많이 오르락내리락하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그런 게 연기에는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많다는 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고요.
연기를 시작하기 전에 다른 직업을 갖기도 했더라고요.
네. 승무원을 했죠. 그 직업도 제가 정말로 하고 싶어서 열심히 했던 게 맞고요. 잘 하다가 ‘이 직업이 나한테 100% 맞는 게 아닐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든 거죠. 그러다가 연기라는 분야에 호기심이 생기면서 그만두는 계기가 됐고, 그래서 일을 그만두고 프로필을 돌리러 다녔어요.
직접 프로필을 돌리러 다녔다고요? 기획사 사무실 찾아다니면서?
네. 그때 인터넷 찾아보니까 그래야 한다고 해서….
1980년대에 활동 시작한 배우들에게서나 들을 수 있는 에피소드 같은데요.(웃음)
그런 곳 가보면 프로필이 이렇게 쌓여 있었어요.(웃음) 저는 그때 그게 아니면 방법을 몰랐기 때문에 그렇게라도 해야 했던 거죠. 실제로 그렇게 프로필을 돌린 소속사 중 한 곳과 연결돼서 계약도 했고요.
‘다들 부러워하는 직장 사표 내고 맨몸으로 부딪혔다’의 정석 격인 이야기네요. 원래부터 성격에 그런 지점이 있었던 걸까요?
글쎄요. 도전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싶어 하는 애였던 것 같긴 해요. 아주 어릴 때부터 무대에 서는 거 좋아했고, 중고등학생 때도 방송반 활동이나 축제 사회를 보기도 했거든요. ‘어, 저거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어떻게든 시도했던 것 같아요. 지금도 그래요. 궁금한 게 있으면 저는 다 경험해보고 싶어요.
지금 가장 해보고 싶은 건 뭐예요?
일단 요즘은 차기작 생각밖에 없긴 한데요. 그런데 또 뭔가를 볼 때마다 욕심이 불쑥불쑥 생기긴 하죠. <마이네임> 같은 작품을 볼 때는 저런 캐릭터를 여자가 하는 게 되게 대단하고 멋있다고 느꼈고, <리틀 포레스트> 같은 영화를 보면서는 또 그런 무드의 작품을 꼭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고요. 영화 작업도 꼭 해보고 싶고, 연극도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해보고 싶어요. 곽선영 언니랑 이진희 언니가 공연할 때 보러 갔는데, 2시간을 쭉 밀고 가는 그 호흡이 너무 멋있고 궁금했었거든요.
일단은 차기작에 집중하고 있지만, 꿈은 그야말로 사방으로 펼쳐져 있다는 얘기군요. 차기작인 <낮에 뜨는 달>은 제가 시놉시스를 읽어보고 왔는데… 스토리를 이해하기 쉽지 않더라고요?
네, 좀 어려워요. 전생과 현생이 이어지는 운명에 대한 멜로라고 해야 할까, 로맨틱 코미디라고 해야 할까, 그런 작품인데요. 대본도 설명이 쉽지 않아요. 저한테도 새로운 도전이죠.
아, 이런 질문을 써왔는데, 안 물어도 되겠네요. “표예진은 스스로의 바운더리를 냉철하게 파악하고자 하는 편일까, 아니면 확신이 뚜렷이 서지 않더라도 누군가 새로운 가능성을 제안하면 내맡겨보는 편일까?”
저는 도전하는 편이죠. 그리고 하기로 했다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편이고요. 일단 저는 배우가 도전을 해야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안 해봤는데 어떻게 확신이 뚜렷이 서겠어요?
Credit
- EDITOR 오성윤
- PHOTOGRAPHER 최문혁
- STYLIST 박선용
- HAIR 이혜영
- MAKEUP 이나겸
- ASSISTANT 송채연
- ART DESIGNER 최지훈
JEWE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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