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쇼핑'은 과연 가능한 것일까?

‘지속 가능’한 ‘패션’은 과연 공존 가능한 개념일까? 지속 가능한 의류산업의 이면을 들여다봤다.

프로필 by 김현유 2023.05.11
 
기후변화 위기가 본격화된 이후 ‘지속 가능한 패션’이라는 화두는 빠른 속도로 세상에 자리를 잡았다. ‘지속 가능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포괄적으로는 재활용 등의 방식으로 재료를 수급해 환경 친화적인 공정을 거쳐 누군가의 노동을 착취하지 않고 윤리적으로 생산됐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이제는 환경 친화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는 패션 브랜드를 찾아보기 힘들다. 약간 과장하면, 지구상의 거의 모든 패션 브랜드가 ‘지속가능성’을 전략의 중심 혹은 일부로 포함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의 패션은 지속되고 있는가? 패션은 환경을 더는 해치지 않는가? 그 얘기를 해보자.
본격적인 변화의 시작은 2019년이었다. 그해 프랑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서는 ‘지속 가능한 패션을 위한 패션 협약’이 체결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구찌, 입생로랑, 보테가 베네타 등 명품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는 케링 그룹(Kering Group)의 프랑수아 앙리 피노 회장이 주도해 체결된 이 협약에는 32개 글로벌 기업의 150여 개 브랜드가 파트너로 참여했다. 협약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제로 및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감소를 목표로 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열린 2020 S/S 컬렉션은 초록으로 물들었다. 디올은 파리에서 열린 여성 쇼에서 런웨이를 170그루의 나무로 장식했다. 나무들은 쇼가 끝난 뒤 파리시가 주최하는 숲 조성 프로젝트의 재료로 활용됐다. 뉴욕에서는 가브리엘라 허스트가, 런던에서는 버버리가, 밀란에서는 구찌가 ‘탄소중립 쇼’를 열었다. 프라다는 그해 시그너처인 나일론 백의 재료를 전부 ‘에코닐’로 바꿀 것을 선언했다. ‘에코닐’은 바다에서 나온 부산물을 사용해 만든 재생 나일론이다.
패스트패션의 대표처럼 여겨지던 SPA 브랜드 역시 럭셔리 브랜드들의 뒤를 쫓았다. H&M은 각종 폐기물을 재생한 소재로 만든 옷을 출시했으며, 2035년까지 생산 의류의 35%를 재활용 소재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국내 의류 기업들이 ‘지속 가능한 패션’에 뛰어들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패션계가 이런 상황을 인지했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긍정적인 신호임에는 이견이 없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세계 탄소 배출량의 8~10%가 패션산업에서 발생한다. 섬유 생산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간 12억 톤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전 세계 항공편과 선박이 내뿜는 온실가스의 총량보다 많다. 사용되는 물의 양도 어마어마하다. 일반적으로 면 티셔츠 한 장을 만드는 데에는 2700L의 물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세척과 염색 등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질오염도 심각하다. 전체 산업 수질 오염의 20% 정도가 패션산업에서 발생한다.
소비자도 변했다. 특히 ‘MZ세대’는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의류를 구입할 것이라는 분석이 쏟아져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에 따르면 MZ의 65%가 고가여도 친환경 브랜드 제품을 구입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만 그런 것은 아니다. 미국 림 칼리지(LIM College)에서 진행된 한 연구에서는 MZ의 약 90%가 지속 가능한 패션을 추구하지 않는 브랜드를 보이콧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이전 세대에 비해 의류산업의 환경적 결함을 깊게 이해하며, 이 산업이 일으키는 유해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유럽 섬유품질인증협회 오코텍스(OEKO-TEX)의 관련 보고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      그린워싱      -
안타깝게도, 지속 가능한 가치를 ‘추구’하는 것과 ‘실천’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림 칼리지의 해당 연구를 끝까지 읽어보면 반전이 있다. 지속 가능한 패션을 추구하지 않는 브랜드를 보이콧하겠다는 절대다수의 MZ 중, 실제 지속 가능한 의류를 구매한 경험이 있는 건 34%뿐이라는 것이다. 오코텍스의 보고서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대다수가 지속 가능한 의류에 관심은 있다고 밝혔으나, 실제 구매한 경험이 있는 건 37%에 불과했다.
“그냥 유행하는 거예요. 환경 친화라는 것도 최신 유행의 일종인 거죠.” 의류 회사에 재직하며 국내 유명 브랜드 MD로 일하는 A씨의 말이다(A씨는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브랜드도 지속가능성을 앞세워 홍보 중이라며 익명 처리를 부탁했다). “환경보호 캠페인 한다고 멸종위기 동물을 그려 넣은 티셔츠나 에코백 파는 브랜드 많잖아요. 착한 소재로 만들었다고 홍보하고요. 그런데 정말 ‘착한 소재’일지는 한번 생각해봐야 하죠.” 그는 폐기물을 최소화하는 저탄소 방식으로 생산된 면에 부여하는 인증인 ‘USA코튼’을 예로 들었다. “탄소가 적게 나올지는 몰라도, 면 섬유는 생산 과정 자체로 땅과 물을 엄청나게 오염시켜요. 과연 그게 ‘친환경적’인 걸까요?” 지속 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는 많은 브랜드가 생산 과정의 일부분에 적용된 친환경적 요소를 두고 모든 과정이 그런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새로운 유행이라는 A씨의 말대로, 지속 가능한 패션 시장의 규모는 성장 중이다. 스태티스타는 2021년 전 세계 의류 판매량의 3.9% 수준이던 지속 가능한 의류 판매량이 2026년에는 6.1%로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이와 함께 지속 가능한 패션과 대척점에 있는 패스트패션의 시장 규모도 커졌다는 것이다. 패션 전문 리서치 업체 ‘비즈니스 오브 패션’에 따르면 15년 전과 대비했을 때 전 세계 의류 생산량은 2배 늘어났다. 패션 부문에서 전 세계 트래픽 1위를 기록하며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온라인 쇼핑몰 ‘쉬인(She-in)’의 경우, 2022년 상반기에만 새롭게 출시한 옷 종류가 31만4877종에 달한다. 쉬인에서 판매하는 의상은 대부분 20달러 미만의 가격대를 유지하는데, 이는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합성섬유 옷을 생산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한 번 세탁기에 돌리면 망가져서 버려야 하는 저가 소재들 다수가 이에 포함된다. 그럼에도 쉬인은 ‘친환경 책임자를 두고 지속 가능한 소재를 사용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주요 고객층은 앞에서 언급한 MZ세대다.
“쉬인만의 문제는 아니에요.” A씨의 말이다. “쇼핑 앱에 ‘에코퍼’나 ‘에코레더’를 검색하면 엄청나게 많은 제품이 쏟아져요. 그런데 잘 보면 대부분이 합성 소재로 만든 거거든요. 생산 과정에서 탄소 뿜고, 물 오염시키는데 ‘에코’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오는 거예요.” 환경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데도 그런 ‘척’을 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이른바 ‘그린워싱’이다.
 
-      현실       -
일각에서는 중고 패션 시장이 성장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 분석을 내놓고 있다. 중고 패션 시장이 과잉생산과 과소비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2년 전 400억 달러 수준이던 세계 중고 의류 시장이 2025년에는 770억 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H&M과 자라 등도 중고 의류 판매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실제 중고 패션 시장이 지속가능성을 높이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중고 거래되는 옷들은 새것만큼은 아니지만 질이 좋아야 해요. 플랫폼을 통한 중고 거래라면 더더욱 그래야 하죠.” 팀버랜드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케네스 푸커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전한 말이다. “대부분의 중고 의류는 아예 판매조차 거부당해요. 특히 패스트패션 브랜드 제품은 품질이 떨어질 테니 플랫폼이 아예 차단하죠. 그럼 그 옷들은 어디로 갈까요?” 거래에 성공하는 중고 의류는 버려지는 것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숫자라는 의미다. “지난 10년 동안 중고 거래 덕분에 줄어든 탄소 배출량은 1%에도 못 미칩니다.” 푸커의 말이다.

못 쓰게 된 옷을 재활용하는 방안 역시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 유럽의 H&M과 자라 매장은 ‘재활용 쓰레기통'을 운영하며 안 입는 옷을 기증할 경우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 기존의 옷은 새로운 제품으로 재활용하는 데 쓰인다는 설명이다. 푸커는 이에 대해 ‘죄책감 없는 플라시보’라고 비판했다. “여러 소재의 옷이 들어올 텐데, 같은 소재끼리 분류해야만 재활용이 가능해요. 게다가 더 이상 못 입을 정도가 된 패스트패션 브랜드 제품이면 섬유의 품질이 굉장히 낮을 텐데, 이를 재활용해 새옷을 만드는 건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합니다.” 그에 따르면 재활용을 위해 제공된 옷의 1%만이 재활용된다. 대부분은 제3세계의 매립지로 보내진다.
비슷한 맥락에서 ‘지속 가능한 패션’이 처음 언급되기 시작할 당시에는 ‘패션 렌털’이 떠오르기도 했다. 공유경제를 옷장에서 구현하겠다며 ‘패션’과 ‘구독'을 결합해 야심 차게 출발했던 ‘렌트더런웨이(Rent the Runway)’는 초창기 ‘패션계의 넷플릭스’라고 불리며 주목을 받았다. 화제 속에 2021년 나스닥에 상장했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내용물은 예상 밖이었다. 상장 두 달 뒤 공개된 첫 재무보고서에서 순손실액이 8780만 달러에 달한다는 게 드러난 것이다. 그렇다고 환경에 딱히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도 아니다. 의류 렌털로 줄일 수 있는 탄소 배출량은 새옷을 구입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3% 수준에 불과하다. 운송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까지 고려하면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결국 지속 가능한 패션이란 허상일까? <뉴욕 타임스>의 패션 디렉터 바네사 프리드먼은 그렇다고 생각한다. “모순이죠. ‘지속 가능’하다는 건 일정 기간 동안 계속될 수 있다는 건데, ‘패션’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는 것을 의미하거든요.” 그녀는 ‘소비’와 ‘친환경’이 양립할 방법은 없다고 했다. 무언가를 새로 구입하면서 지속가능성까지 추구하는 건 욕심이라는 것이다. 개인 차원에서 최대한 적게 사고 오래 쓰는 것만이 ‘지속 가능한 패션’에 기여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지난 2011년 파타고니아가 선보인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 not Buy This Jacket)’ 캠페인처럼. 이를 보고 정말 파타고니아의 재킷을 사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실제 의미는 파타고니아처럼 좋은 재킷을 하나 사서 다시는 다른 재킷을 살 필요가 없을 만큼 오래 입으라는 거다. 수많은 사람이 말하는 패션의 격언과도 일맥상통한다. “싼 거 백 벌 사느니 명품 한 벌 사서 오래 입어라.”
그러나 모두에게 그런 쇼핑의 대원칙이 실천 가능했더라면 애초에 환경문제가 불거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쇼핑은 기본적으로 즐거운 행위이며, 인간에게는 어쩔 수 없는 물욕이 가득하다. 그럼 우리는 욕구를 참아가며 살 수밖에 없는 걸까. 지속 가능한 패션이라는 불가능한 용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과학계는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생분해되는 신소재를 개발하는 노력이 그 예다. 다만 높은 가격으로 상용화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책임 있는 패션       -
프리드먼은 ‘지속 가능한 패션’이라는 용어 대신 ‘책임 있는 패션’이라는 표현을 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비자를 비롯해 의류업계 종사자, 마케팅 관계자, 면화 생산자 등 관련된 모든 이들이 자신의 선택에 책임지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가 내리는 선택의 효과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거죠. 그래야 우리는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거고요.”
친환경도 한때의 ‘유행’이라고 말한 A씨는 지속 가능한 패션을 가능하게 할 기회는 지금이라고 말했다. “아직 관심들이 많잖아요. 이럴 때 변화가 있어야 해요. ‘그린워싱’이 이뤄지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면 오히려 반감을 가질지도 모르니까요.” 에코라는 탈을 쓰고 소비자의 착한 마음에 호소해 과소비를 조장할 게 아니라, 정말로 ‘착한’ 행보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전 세계적 합의도 필요하다. “의류 제작 시 들어가는 탄소와 물 이용에 대한 사회적 비용을 포함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환경에 나쁜 옷을 값싸게 만들 수 없도록 말이죠.” 푸커의 말이다.
유럽연합(EU)은 최근 유럽 내에서 운영 중인 의류 회사들에 2030년까지 재활용 섬유를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하도록 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내구성을 갖추도록 하는 규정을 도입했다. 사실상 패스트패션을 끝내겠다는 뜻이다. 환경 관련해 세계의 선도자 역할을 해온 EU인 만큼, 해당 규정이 전 세계 패션업계에 미칠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 영향이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는 현재로서 알 수 없지만, 지금의 시스템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Credit

  • EDITOR 김현유
  • PHOTO 게티이미지스코리아
  •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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