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차를 만들기 위해 회사를 차렸다고?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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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드는 차를 만들기 위해 회사를 차렸다고?

왜 내가 원하는 차는 없을까? 누군가 그 이유를 생각만 하는 사이에 ‘없으면 내가 만들지 뭐’라고 생각하고 저질러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레나디어와 울프는 정확히 그런 사람들의 손에서 탄생했다.

박호준 BY 박호준 2023.05.08
 

ALPHA MOTOR WOLF

렉서스의 디자인 팀 소속이던 에드워드 리는 모든 자동차 브랜드가 전기차 디자인을 미래적인 디자인으로만 선보이는 걸 보고 ‘전기차 디자인은 레트로하면 안 돼?’라는 의문을 품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IT 엔지니어, 회계사, 바리스타 등과 함께 2020년 알파모터를 만들었다. ‘없으면 우리가 만들자!’는 유쾌한 탄생 비화를 가진 알파모터는 영화 〈백 투더 퓨처〉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2도어 쿠페를 시작으로 세단과 SUV의 렌더링 모델을 연달아 공개하며 입소문을 탔다. 공장조차 소유하지 않은 탓에 ‘알파모터는 실체가 없는 허상’이라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된 것도 사실이지만, CEO인 에드워드 리는 “차를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프로젝트는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습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2023 서울모빌리티쇼에서 만난 그에게 “정말 출시하는 것 맞아요?”라고 물었다. LA 출신 특유의 여유로운 미소를 띄운 에드워드는 “당연하죠. 그게 우리가 지금 여기에 있는 이유입니다. 올여름부터 프로토타입 주행 테스트를 시작할 예정이고 2025년에는 정식 출시할 겁니다”라고 답했다. 어느 회사의 배터리를 쓰는지도 물었으나 “아직 말해줄 수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 메르데세스-벤츠나 포르쉐 같은 브랜드조차 배터리 공급원을 공식적으로 밝히길 꺼리는 걸 비추어볼 때 이해가 되지 않는 수준은 아니다.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공개된 ‘울프’는 주행이 불가능한 모델 카지만, 디자인은 실제 양산될 차와 90% 이상 같다. 레트로한 디자인을 지향하는 알파모터답게 울프는 투박하고 예스러운 게 멋이다. 공기역학 효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거친 외관과 아날로그 계기판 및 공조장치가 그렇다. 초창기 이목을 끌었던 쿠페 대신 픽업트럭인 울프를 가장 먼저 출시하려는 까닭은 타깃 시장이 북미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매년 픽업트럭이 자동차 판매 순위 1~3위를 차지한다.
 
파워트레인  전기모터 2개, 1단자동
주행가능거리  482km
가속력(0→100km/h)  5.9초
길이×높이×폭  5287 × 1900 × 1765(mm)
가격  3만6000달러부터
*위 제원 전부 추정치 
 

 

INEOS GRENADIER

얘기는 2015년 1세대 디펜더가 단종됐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랜드로버 애호가였던 이네오스 그룹 회장 ‘짐 랫클리프’는 자신이 몰던 1세대 디펜더를 추가 생산해달라며 랜드로버 측에 요구했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재규어랜드로버로부터 지적재산권 매입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여기까지는 보통의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좀 더 멀리 나갔다. 없으면 직접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뛰어들어 2018년 자동차 개발과 생산을 전담하는 ‘이네오스 오토모티브’를 출범시키더니 디펜더를 뛰어넘을 오프로드 SUV 개발에 착수했다. 참고로 이네오스는 2021년 기준,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매출액이 많은 글로벌 화학 회사다. 그레나디어를 보면 자연스레 1세대 디펜더가 연상되는 이유다.
완성차를 만드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설비와 인력을 충분히 갖춘 유수의 자동차 제조사조차 새로운 엔진을 개발하려면 수천억의 비용과 다년간의 연구가 필요하다. 이네오스는 비싸지만 수월한 방법을 택했다. 공장은 메르세데스-벤츠, 엔진은 BMW, 변속기는 ZF의 것을 매입한 것이다. 또한 프로토타입을 만들 땐 토요타의 차체를 가져다 썼으며 다가오는 전기차 시대를 대비해 현대자동차와 MOU를 맺었다.
“진짜 오프로더가 왔습니다.” 저스틴 호크바 이네오스 오토모티브 아태지역 총괄사장의 말이다. 그가 말한 짧은 문장 안에 그레나디어가 추구하는 것들이 전부 담겨 있다. 점점 부드러워지는 다른 브랜드의 오프로드 SUV와 반대로 그레나디어는 비행기 조종석에서 볼 법한 투박한 버튼들이 가득하다. 트렁크 문도 독특하다. 7:3 비율로 양쪽으로 열린다. 이렇게 만든 이유는 뒤꽁무니에 트레일러를 연결한 상태에서도 개방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여담이지만, 그레나디어 오른쪽 앞바퀴 안쪽을 자세히 보면 차의 섀시 번호가 적혀 있는데 이는 오래전부터 랜드로버가 해오던 방식과 동일하다. 국내 출시는 내년 초로 예상되며 디젤엔진 모델이 먼저 들어올 예정이다.
 
파워트레인   2993cc I6 디젤, 8단자동
최고 출력  249마력
최대 토크  56kg·m
가속력(0→100km/h)  9.9초
길이×높이×폭  4895 × 2050 × 1930(mm)
가격  5만8000유로부터
*위 제원 전부 추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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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박호준
    PHOTO 차봇모터스/알파모터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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