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과연 '배양육'은 기후 위기 시대 인류를 구원할 열쇠일까?
재래식 축산으로 생산되는 동물 고기를 대체할 방안으로 배양육이 떠오르고 있다. 아직 우리에게 낯선 개념인 배양육을 이해하기 위한 15개의 키워드를 정리했다. 과연 배양육은 새 시대의 식재료로 등극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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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양육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배양육이 대체육의 일종이라는 것부터 짚고 넘어가자. 대체육은 말 그대로 기존 고기를 대체하는 식재료를 통칭한다. 즉 육류와 유사한 맛이나 식감을 가진 대체식품으로, 간단히 말하면 ‘가짜 고기’다. 이전까지는 비건식에 자주 등장하는 ‘콩고기’가 대체육의 대표적인 예시였으나, 이제는 콩고기 같은 ‘식물성 고기’와 더불어 ‘배양육’이 대체육의 일종으로 언급된다. 그렇다면 배양육은 정확히 무엇일까. “세포를 이용해서 고기를 만든다는 개념이죠. 가축의 근육세포로부터 줄기세포를 분리하고, 여기에 줄기세포의 각종 영양분을 넣는 배양 과정을 거쳐 고기와 비슷한 형태와 맛을 내는 식재료를 만들어내는 겁니다.” 서울대학교 푸드테크학과 이기원 교수의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고기의 특정 부위를 분리한 뒤 배양해 만들어내는 것이므로 꽃등심이나 채끝살, 닭다리처럼 원하는 부위만 키워내는 것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육류가 아닌 해산물도 구현할 수 있다. 다만 세포를 배양하는 것만으로 물성을 그대로 재현하기는 어렵다. “형태나 질감을 물리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3D 프린팅 등 고도의 가공 기술이 더 필요하겠죠.” 이 교수의 말이다.
02 식물성 고기
배양육이 떠오르고 있는 이면에는 식물성 고기의 인기가 시들해진 영향도 있다. 팬데믹 이전까지 식물성 고기는 유일무이한 대체육 대접을 받았다. 동물 고기에 비해 영양학적으로 건강하고, 동물복지와 기후변화 측면에서 윤리적이라는 이유였다. 2019년, 대표적인 식물성 고기 기업인 비욘드미트는 나스닥 증시에 25달러로 상장한 지 한 달 만에 10배 가까이 주가를 올렸다. 업계는 10년 이내 식물성 고기가 전체 육류 소비량의 10% 이상을 차지하며 그 시장의 규모는 1400억 달러(약 17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고, 각계에서 투자가 쏟아졌다. 그러나 세상은 급박하게 변했다. 2022년 12월 비욘드미트의 주가는 15달러로 떨어졌다. 최고 주가 대비 94% 수준으로, 결국 비욘드미트는 20% 이상의 직원을 해고해야만 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세계를 구할 것처럼 보였던 가짜 고기, 식물성 고기는 일시적인 유행에 불과했다”고 보도하며 “새로운 대체육으로 배양육이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03 가격
식물성 고기가 빠른 속도로 몰락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엔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이 심화되자 동물 고기보다 몇 배나 비싼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가짜 고기를 먹겠다는 의지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배양육은 어떨까. “배양육의 가장 큰 문제는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가격 경쟁력일 거예요.” 건국대학교 줄기세포재생공학과 배호재 교수의 말이다. 사실 배양육의 역사는 이미 10년 가까이 되었다. 네덜란드의 스타트업 ‘모사미트’가 세계 최초로 배양육 개발에 성공한 게 2013년의 일이었으니 말이다. 당시 공개된 배양육 버거 패티는 한 장에 25만 유로(약 3억3000만원)에 달했다. 이후 기술의 발전과 함께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나, 기존의 동물 고기와 비교했을 때는 여전히 비싼 편이다.
“연구실에서 개발하는 배양육은 정말 실험을 위한 것이라 경제성에서는 동물 고기와 경쟁이 안 돼요.” 배 교수의 말이다. 그는 현재까지는 대략 10배 정도 가격 차이가 날 것이라고 귀띔하면서도, 규모를 갖춘 기업의 경우 앞으로는 어느 정도 저렴한 가격으로 배양육을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배양육을 개발하는 푸드테크 기업 ‘팡세’의 이성준 대표는 “구체적인 말씀을 드리긴 어렵지만, 올해 연말쯤 되면 동물 고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그보다도 더 저렴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을 지속 중”이라고 덧붙였다.
04 맛
배양육을 만들기 위해서는 ‘근육세포’로부터 줄기세포를 얻어야 한다. 이를 배양해 키우는 것이니, 만들어지는 것은 지방이 없는 순살코기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방이 적고 근육이 많은 고기는 기존 축산 시장에서 가장 저렴하게 팔린다. 눈꽃처럼 하얀 지방이 박힌 배양육을 만들어내는 것은 가능할까? “실험실에서는 배양육에 ‘마블링’을 넣는 거, 할 수 있어요. 아직 완벽하게 똑같다고 할 수는 없어도, 기술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죠.” 배 교수의 말이다. 형성된 근육세포에 지방세포를 주입한 배양육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가격 경쟁력을 갖고 대량생산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 그렇다면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배양육은 100% 동물 고기와 같은 맛을 낼까? “그렇진 않을 것 같아요. 동물에게는 근육과 지방만 있는 게 아니라, 혈관도 있고 연결 조직도 있잖아요. 그 모든 게 고기 맛에 기여하거든요.” 과학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강석기의 과학카페> 시리즈를 쓴 강석기 작가의 말이다. “현재 기술로 그것들을 배양육에 심을 수는 없기 때문에 완전한 고기 맛을 구현하기에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죠.” 다만 이 대표는 씹는 맛이 있는 배양육 개발은 곧 가능할 것 같다고 밝혔다.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개발해 동물 고기와 같은 조직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거든요.” 그러나 그는 ‘마블링’을 구현하는 건 또 다른 이야기라고 밝혔다. 복잡다단한 생명체의 한 단면을 잘라내는 것만으로 여기에 얽힌 여러 층위를 담아내기는 아직까지 어려워 보인다. 물론 ‘콩고기’의 맛에 비하면 대단한 발전이지만 말이다.
05 안전성
최초 등장한 지 10년여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첨예하게 갈린다. “싱가포르에서는 닭고기 배양육이 식품 허가가 났고, 미국에서도 실제 식품으로 이용 가능한 단계까지 허가가 됐어요.” 이 교수의 말이다. 앞서 싱가포르는 2020년 전 세계 최초로 배양 닭고기 판매를 허가했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업사이드푸드와 굿미트가 생산한 배양 닭고기에 대한 안전성을 모두 승인했다. 아직 미국 농무부(USDA)의 시설 승인을 받지 못해 판매는 어렵지만, 식품으로서 안전하다는 인증은 받은 셈이다. 안전한 수준을 넘어, 기존 동물 고기에 비해 인간의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보는 이들도 있다. <클린미트>를 쓴 동물복지운동가 폴 샤피로는 “가축의 밀집 사육 시 일어날 수 있는 질병을 막고 동물의 체중을 늘리기 위해 엄청난 양의 항생제가 동물에게 투여된다”며 “결국 이런 항생제는 인간의 몸에 쌓여 내성 위기를 일으킨다”고 주장했다. 항생제를 먹이지 않은 배양육이야말로 진정한 ‘청정 고기(clean meat)’라는 게 샤피로의 의견이다.
06 위험성
정반대 의견도 있다. 서울대학교 농생명공학부 최윤재 명예교수는 아직 배양육의 안전성을 담보하기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세포를 배양하기 위해서는 배양액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전에는 소 태아의 영양소를 기반으로 한 혈청을 배양액으로 썼지만, 어린 소를 희생시켜야 얻을 수 있다는 윤리적인 이유와 가격 문제 때문에 지금은 대체제로 만든 배양액을 쓰고 있죠. 그런데 이 대체제는 혈청 기능을 대신해 인공적인 영양소의 혼합체를 추가했어요. 이것이 인체에 유해한지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최 명예교수는 샤피로의 주장도 반박했다. “배양육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세포의 오염을 막기 위해 배양액에 항생제를 첨가합니다. 항생제를 안 쓰려면 완전 무균 배양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데, 여기에 드는 비용이 어마어마하고요.” 즉 경제성 있는 배양육 생산을 위해서는 결국 항생제를 쓸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최 명예교수는 배양육을 섭취할 경우에도 항생제 내성 위기가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07 영양소
아직까지 실제 동물 고기와 완전히 똑같은 수준의 영양 성분을 갖춘 배양육 개발은 요원하다. “인간도 그렇지만, 동물의 신체는 수백 가지 유형의 세포와 조직으로 이뤄져 있거든요. 몸에서 만들어내는 신체 분자의 종류가 다양하죠. 여기에는 비타민이나 활성 물질 같은 여러 미세 영양소도 포함될 거고요.” 강 작가의 말이다. “배양육에는 그런 게 전혀 없어요. 아무리 여러 세포 유형을 섞어서 만들어낸다고 해도, 실제 동물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잖아요. 단백질이나 지방 같은 거대 영양소는 비슷할 수 있어도 미세한 부분에서는 차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어요.” 그는 동물의 장내에 있는 미생물이 만드는 비타민B₁₂를 예로 들었다. 이는 완전 채식주의자들이 보충제로 섭취하는 영양소이기도 하다. 최 명예교수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부족한 영양소를 인위적으로 채울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들어간 영양소는 우리 인간의 몸에서 소화흡수율이 낮을 수밖에 없어요.” 부족한 영양소를 채운다고 한들, 진짜 고기에 비하면 실제 우리 몸이 흡수하는 영양소가 다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08 환경
배양육을 비롯한 대체육이 최근 들어 주목받는 이유 중에는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 의식이 있다. 메탄가스와 분뇨 배출, 사료 생산 등의 과정에서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는 재래식 축산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은 것이다. 소비하는 에너지와 배출하는 오염물이 적다는 것은 배양육의 대표적인 장점으로 꼽힌다. 배양육 제조 시 재래식 축산 대비 탄소 배출량이 83%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강 작가는 약간 다른 의견을 전했다. “소고기를 배양육으로 대체하는 건 환경적인 이점이 있겠죠. 현재의 축산 시스템과 관련해 발생하는 환경문제의 90%가 소와 관련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돼지나 닭은요?” 소고기로 인해 생기는 문제를 마치 육류 전체의 문제인 것처럼 표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돼지나 닭 같은 경우 배양육을 생산한다고 해서 특별히 환경적으로 이점이 있다고 볼 수는 없거든요. 오히려 배양육을 생산하기 위한 설비를 마련하고 공장을 가동하는 과정이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될지도 모르죠.” 최 명예교수는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지적을 내놨다. “기존의 재래식 축산이 기후위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축산업계는 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요. 그런데 배양육의 제조와 유통, 처리 등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이나 탄소는요? 그걸 통틀어 계산해본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습니다.” 앞서 언급한 연구 결과는 유통과 처리까지 포함하지 않기에 기존의 축산과 배양육 개발 과정에 드는 에너지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한 데이터는 아직 없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실질적으로 배양육 개발이 환경문제에 큰 이점이 없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09 윤리
이견의 여지가 있는 환경문제와 달리, 동물을 도축하지 않는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배양육은 윤리적으로 우위에 있다. 이 교수는 ‘보다 윤리적’이라는 점만으로도 배양육이 미래 세대에게 강점을 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를 들어 기성세대는 ‘진짜’ 우유로 만든 치즈나 아이스크림이 더 맛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런데 요즘 젊은 세대는 소를 괴롭히지 않고, 우유 단백질을 채취해 만들어낸 인공첨가물이 더 윤리적이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영양적 가치와 가격만 고려하는 게 아니라, 그 식품이 가진 사회적 가치를 생각하기에 대체식품에 대해 긍정적인 거죠. 유전자 재조합이나 세포 기술 등 푸드테크에 대한 거부감이 이전 세대보다 적기도 하고요.”
실제 2021년 학술지 <푸드>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의 Z세대 중 배양육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표한 비율이 88%에 달했다. 이 교수는 사실상 선진국에서 나고 자란 한국의 Z세대 역시 사회 변화와 동물권에 민감하기에 비슷한 입장일 것이라 내다봤다.
10 논란
세포를 배양해 어떤 조직이든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인육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이를 이용해 ‘어그로’를 끈 기업도 있었다. 지난 2014년 ‘바이트랩’이라는 바이오 스타트업은 “연예인으로 만든 고기를 먹어보라”는 홍보 문구를 걸어 전 세계에서 화제가 됐다. 연예인의 생체 조직을 기증받아 이를 고기로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당시에도 세포를 배양해 소시지 모양의 고기를 만드는 형태의 기술은 구현이 가능했기에 내놓은 홍보 방안이었다.
문제는 법적인 제재가 전혀 없었다는 거였다. 결국 업체는 ‘연예인 고기’를 출시하기는커녕 논란 끝에 문을 닫았다. ‘연예인 고기’는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당연하게도 법적으로 인육 출시를 허락할 나라는 없을 테지만, 현재의 기술을 활용해 인육을 제조할 수 있다는 것은 생각해볼 거리로 남았다.
11 세계
현재 배양육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건 미국이다. 영국의 지적재산권 전문 기업 고브그랜트(GovGrant)가 지난 3월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배양육에 대한 전 세계 투자의 60% 이상이 미국에서 나왔다. 금액으로는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가 넘으며, 다른 모든 국가의 투자 금액을 합친 것보다 많다. 미국 다음으로는 이스라엘(21.7%), 네덜란드(5.7%), 싱가포르(4.6%), 영국(1.3%), 중국(1.2%), 한국(1.0%), 일본(0.6%) 순서다. 미국에 비하면 티끌만 하지만, 그래도 한국은 세계시장에서 꽤나 앞서 있다.
“한국이 그간 식품 바이오 분야 R&D에 투자를 많이 했거든요. 또 줄기세포 전문가도 많고요. 투자가 늘고 시장이 형성되니 훌륭한 분들이 모여든, 자연스러운 현상이죠.” 배 교수의 설명이다. 앞서 SK는 배양육을 만드는 푸드테크 스타트업 ‘퍼펙트데이’에 1100억원을 투자했고, 풀무원 역시 배양육 개발 기업 ‘심플플래닛’에 투자 후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 개발을 위한 전략이다. 식량자급률이 낮은 싱가포르가 배양육 판매를 허가하고 거액을 투자하고 있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그러나 마냥 긍정적으로 큰돈이 오가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지난 3월 이탈리아 정부는 세계 최초로 배양육의 생산과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국민 건강과 농식품 등 전통 유산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선진국의 푸드테크 기술력에 잠식당하지 않고 마이 웨이를 가겠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만약 이 법이 의회의 승인을 받을 경우 푸드테크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국가들 사이에서 비슷한 법안이 제기될 가능성도 높다.
12 전망
앞서 언급한 고브그랜트 보고서는 미국 농무부(USDA)와 유럽식품안전청(EFSA)이 배양육 식품에 대한 판매 승인을 내리기만 한다면 2040년 무렵에는 배양육이 전 세계 육류 소비량의 35%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따르면 일반 동물 고기와 식물성 고기의 비율은 각각 40%, 25% 정도일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때 식물성 고기도 그러했기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마냥 긍정적으로 바라보기엔 이르다는 의견이 나온다. “2040년이면 지금으로부터 17년밖에 안 남은 건데, 그사이 상용화는 어렵죠.” 강 작가의 말이다. 그는 가격이 상용화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주 충격적으로 기존 동물 고기의 가격이 10배 가까이 급등하거나, 배양액이나 생산 설비 가격을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지 않는 한 불가능에 가까워 보여요.” 배 교수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숫자 자체는 사실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때가 돼야 알 수 있는 문제겠죠.” 최 명예교수도 부정적 입장이었다. “불완전한 제품이 출시될 수는 있지만, 상용화는 다른 얘기입니다. 업계 관계자들이 투자를 많이 받기 위해 장밋빛 미래를 그린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몇 번이고 ‘절대 그렇게 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13 용어
기존 축산업계는 ‘용어’를 문제 삼고 있다. 축산 활동을 거치지 않은 식품에 축산생산물이란 명칭을 붙여 판매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배양육에 ‘고기’라는 표현을 쓰는 대신 ‘대체식품’으로 포괄해 정의한다는 기준을 행정예고 했는데, 축산업계는 여기에도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아직 배양육 개념이 널리 알려지지도 않았는데, 고유한 맛과 영양을 가진 축산생산물을 ‘대체’한다는 인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 숙명여대 경영대학원 이동한 교수가 발표한 ‘세포배양식품에 관한 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78.9%가 배양육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 작가는 기존 산업의 반발은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도, 상용화가 임박할 경우 정부가 용어 정리를 제대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아주 먼 미래의 일일 것이라고 내다봤는데, 그전에 배양육이라는 표현 자체가 바뀔 가능성도 크다. “전 세계적으로 합의한 단어는 아니거든요. 개인적으로는 ‘대체단백질’이라는 표현이 적합하다고 생각해요. 고기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단백질을 충족하기 위한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발한 거니까요.” 배 교수의 말이다.
14 소비자
싱가포르에서는 이미 배양육을 판매하고 있으며 미국도 거의 승인이 진행된 상태다. 그러나 배양육이 당장 시장에 나온다고 하더라도 기존 축산이 잠식당할 일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일반 소비자에게 어필하기에는 가격 문제가 너무 크거든요. 보통 사람들은 출시가 되면 한 번은 사 먹겠죠. 하지만 그게 장기적인 소비로 이어지지는 않을 거예요.” 강 작가의 설명이다. 그는 결국 배양육의 주 소비자는 ‘비싼 값을 감수하더라도 동물 고기는 도저히 먹을 수 없다는 사람들’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한 윤리 의식을 가지면서도 동시에 육류에 대한 욕구가 있어야 하는데,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사람은 아마 많지 않을 거예요. 동물복지 제품 시장이 작은 걸 보면 알 수 있죠.” 배 교수는 여기에 ‘종교인’들이 포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래 동물 고기를 먹던 사람들은 계속 동물 고기를 먹을 것이고, 종교적 이유로 동물 고기를 먹을 수 없는 사람들이 주요 타깃이 되겠죠.” 실제 배양육 산업 투자 비용이 세계 2위에 달하는 이스라엘의 경우, 수석 랍비가 배양육 식품을 종교적으로 허용하며 시장이 탄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5 필요성
맛이나 영양학적 측면, 또 안전성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갈리는 부분은 있었으나, 대부분 전문가들은 배양육 개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대비 차원이에요. 앞으로 지구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요. 기후가 변한다든가 지금의 구제역이나 조류독감에서 변이를 일으킨 새로운 바이러스가 창궐해 더 이상 소나 닭을 키우지 못하게 될 수도 있는 거예요. 하지만 인간은 단백질 섭취를 해야만 하죠. 그런 상황을 미리 준비하는 차원이에요.” 배 교수의 말이다. 이 교수는 ‘인구 증가’를 언급했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다 보니 향후 50년 사이 지구의 인구가 80억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와요. 그런데 전반적인 경제 수준과 함께 육류 수요도 높아졌죠. 그 많은 고기를 어디서 구할 거냐는 거죠. 배양육 연구가 필요한 이유예요.” 배양육의 상품화가 시기상조라고 주장한 최 명예교수 역시 이에 대해서는 같은 의견이었다. “앞으로 100년 후, 200년 후를 생각해 배양육 같은 비상식량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은 지속돼야 합니다.”
첨단 신기술이지만 배양육은 현재의 축산물을 ‘대체’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가격부터 맛, 안전성, 용어, 윤리적 문제까지 넘어야 할 산이 가득하다. 만약 출시되더라도 평소 별생각 없이 동물 고기를 먹던 대부분의 소비자를 유인할 만한 요소 역시 적다. 그러나 배양육의 개발 목적은 당장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준비에 있다. 그리고 그 세대를 위한 완전한 배양육이 마련될 때까지, 지금껏 제기된 문제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우리의 숙제일 것이다. →

실제 소고기와 배양 소고기.
Credit
- EDITOR 김현유
- PHOTO 게티이미지스코리아
- ART DESIGNER 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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