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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1. 서강준이 팬들에게 쓴 손편지 내용은?

18개월의 군복무를 무사히 마친 그는 연기를 밧줄에 빗대어 이야기했다. 이제 그에게 닿은 세상의 인연을 다시 세게 끌어당길 일만 남았다.

프로필 by 박호준 2023.06.22
 
모노그램 포인틸리즘 데님 재킷, LV 볼트 라지 펜던트 네크리스 모두 루이 비통.

모노그램 포인틸리즘 데님 재킷, LV 볼트 라지 펜던트 네크리스 모두 루이 비통.

오랜만에 화보 촬영하니까 어때요?
모든 게 어색했어요. 메이크업 받을 때도 머리를 만질 때도 새로운 옷을 입을 때도요. ‘내가 지금 여기서 이렇게 있어도 되나?’ 싶은 생각이 자꾸 들었죠. 낯설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네요. 처음 화보 촬영했던 때로 돌아간 것 같았어요.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길긴 길었나 봐요.
가장 마음에 들었던 아이템은 뭐예요?
데님 팬츠가 특히 예뻤어요. 핏도 잘 맞았고요. 스타일리스트에게 살짝 물어봤는데 인기가 좋은 제품이라 이미 품절이라고 하더라고요. 패턴이 들어간 하늘색 착장도 평소 입던 스타일이랑 달라서 신선했어요. 패션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지만, 관심은 많아서 부대 내에서도 SNS나 앱으로 요즘 유행하는 아이템이 뭔지 눈여겨보고 있었죠.  
어떨 때 민간인으로 돌아온 게 실감이 나요?
지난 열흘을 뒤돌아봤을 때 오늘이 제일 실감 났어요. 촬영장에 도착했을 때 오후 2시쯤이었는데, 오후 2시면 부대에선 오후 일과에 열중하고 있을 때거든요. ‘부대였으면 지금쯤 뭐 하고 있었겠다’ 싶을 때가 종종 있죠.
아침 6시만 되면 자동으로 눈이 번쩍 떠져요?
아, 그건 아닙니다.(웃음) 전역 다음 날부터 늦잠을 잤어요. 그런 면에선 또 적응이 빠르더라고요.
수송병으로 근무했던데, 원래 자동차나 운전에 관심이 많았어요?
운전하는 걸 정말 좋아해요. 머리를 비우고 싶을 때나 심심할 때 그냥 정처 없이 드라이브를 나서요. 목적지를 정해놓지 않고 내비게이션도 없이 그냥 이리저리 길을 누비는 편인데, 강변북로랑 올림픽대로를 크게 한 바퀴 돌기도 해요. 위험한 발언일 수도 있지만, 어떨 땐 연기보다 운전을 더 잘하는 게 아닌가 싶을 때도 있어요.(웃음) 덕분에 군대에서도 보직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드라이브를 즐길 때 듣는 음악이 궁금해요.
장르를 특정하진 않아요. 이것저것 다 듣죠. 최근엔 가수 이바다의 ‘러닝 백’이랑 JVKE의 ‘골든 아워’를 다운로드했어요.
코튼 코치 재킷, 모노그램 나일론 스윔 쇼츠, LV 컬러 링 모두 루이 비통.

코튼 코치 재킷, 모노그램 나일론 스윔 쇼츠, LV 컬러 링 모두 루이 비통.

얼마 전엔 팬들을 위해 손 편지를 썼죠? 내용이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팬카페에 가입하지 않아 볼 수가 없더라고요.
맞아요. 가입하시지 그랬어요.(웃음) 농담이고요. 특별한 내용을 담은 건 아니에요. 군 생활하면서 느낀 점들과 빨리 작품으로 만나고 싶다는 내용이었어요. 기다려준 팬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서요.
군 생활 중 느낀 다양한 감정 중 한 가지만 소개한다면요?
처음엔 다들 저를 신기하게 보긴 했어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TV에서 보던 사람이 옆자리에서 같은 옷을 입고 같은 밥을 먹고 있으니까요. 근데 그게 오래가진 않더라고요. 몇 주 지나니까 다들 저를 배우 서강준이 아니라 사람 이승환(본명)으로 대해줬어요. 그러면서 제 스스로도 잊고 있던 본연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민낯을 마주한 셈이죠. 그런 면에서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서강준과 이승환은 어떻게 다른가요?
고등학교 친구들을 비롯해 저를 옆에서 오랫동안 봐온 사람은 알아요. 제가 장난기가 꽤 많거든요. 예상외로 통통 튀는 면이 있죠. 배우라는 직업 특성상 사람들 앞에 서야 하고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원래 모습보다 침착하고 보수적으로 행동했던 것 같기도 해요.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는 느낌일까요?
아니요. 그렇지는 않아요. 일은 일이죠. 다른 직업도 비슷한 고충이 있지 않을까요.
근데 몸이 더 좋아진 것 같아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면서 아침 점심 저녁을 챙겨 먹고 꾸준히 운동하면 몸이 좋아지지 않을 수가 없어요. 매일같이 운동을 하니 몸이 많이 커졌어요. 거울로 볼 땐 마음에 들었는데 카메라로 보면 조금 둔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다시 사이즈를 살짝 줄인 상태입니다.  
다미에 울 집업 카디건, 컨버터블 립스톱 팬츠 모두 루이 비통.

다미에 울 집업 카디건, 컨버터블 립스톱 팬츠 모두 루이 비통.

어떤 운동을 즐겨 해요?
굳이 꼽자면 숄더 프레스랑 풀업을 좋아해요. 한 번 운동할 때 하나의 부위를 타깃으로 4~5개의 운동을 해요. 각 운동당 5세트씩이요. 풀업을 예로 들면, 15개씩 3세트를 하고 나머지 2세트는 고무 밴드를 이용해 끝까지 힘을 쥐어짜죠.
입대 전 어느 인터뷰에서 군대에 가서 생기는 공백기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답한 적이 있어요. 지금도 같은 생각인가요?  
(고개를 가로저으며) 군대를 갔다 오지 않은 ‘미필’이 하기 딱 좋은 소리죠. 그때의 제가 새삼 참 귀엽네요.(웃음) 물론 거짓으로 그렇게 대답했던 건 아니에요. 그저 군대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것뿐이죠.
2021년 11월에 입대한 후에도 영화 <해피 뉴 이어>(2021)와 드라마 <그리드>(2022)가 연달아 공개되면서 마치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정작 강준 씨는 군복무 중이라 모니터링이 힘들었겠네요.
요샌 일과 시간 외에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작품을 보는 것 자체가 크게 어렵지는 않아요. 근데 저는 제 작품을 보는 걸 좀 힘들어하는 편이라 다 보지는 못했어요. 중간중간 넘기면서 봤죠.(웃음) 같이 생활했던 친구들이 피드백을 주긴 했는데 썩 긍정적이진 않았던 것 같아요. <그리드>의 경우 좀 복잡하고 어려운 작품이라 어느 정도 예상한 반응이긴 했어요.
모니터링하는 걸 선호하지 않는 이유가 있나요?
흔히 ‘배우는 눈이 여러 개다’라는 말을 해요. 상대 배우와 눈을 마주치며 대사를 하고 있는 순간에도 배우의 또 다른 눈은 한 발자국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이 상황을 살피죠. 다시 말하면, 시선이 여러 가지라고 할 수 있어요. 그건 카메라 앵글과 같을 수도 있고 숨어서 지켜보는 제3의 인물의 시선과 같을 수도 있죠. 메이킹 필름 같은 걸 보면 배우들이 연기하다가 갑자기 “감독님! 죄송한데 다시 한번 갈게요”라고 할 때가 있어요. 대사를 틀리거나 액션이 어색했던 게 아닌데도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자신의 연기를 제3의 시선으로 바라봤을 때 성에 차지 않아서 그런게 아닐까 해요.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에 충실하면서도 눈동자의 방향이나 손끝의 모양 같은 사소한 것들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LV 이브닝 턱시도 재킷, 셔츠, 타이 모두 루이 비통.

LV 이브닝 턱시도 재킷, 셔츠, 타이 모두 루이 비통.

운동은 일주일만 쉬어도 수행 능력이 달라지죠. 연기도 비슷할 것 같은데요.
무뎌지지 않는다고 말하면 거짓말이죠. 연기를 가장 많이 배울 수 있는 건 다름 아닌 현장이에요. 1년 반 동안 현장을 떠나 있다 보니 불안한 마음이 든 건 사실이죠. 연기라는 밧줄을 아예 놓아버리면 전역 후에 그 밧줄을 찾아 다시 당기려고 해도 당겨지지 않을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어요. 그 밧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어요.
어떤 식으로요?
소설을 많이 읽었어요. 소설은 인물 하나하나를 굉장히 세밀하게 묘사하거든요. 전지적 시점으로 인물의 내면과 생각의 흐름까지 지문으로 적혀 있으니까요. 어떤 배우가 연기하는 걸 글로 받아 적어놓은 느낌이 들 정도로요. 그래서 소설 속 인물과 상황에 저를 대입해보기도 하고 대사를 곱씹어보기도 하면서 공부하듯 책을 읽었어요.
영화도 즐겨 본다고 들었어요. 배우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도 영화를 보다가 그랬다고요.
맞아요. 배우를 꿈꾸기 전엔 꿈이 아예 없었어요. 매일같이 영화를 보면서 처음으로 ‘나도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죠. 그때까지만 해도 배우를 목표로 했다기보단 연기 경험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컸던 것 같아요. 그렇게 단역을 몇 번 맡고 데뷔를 하면서 비로소 배우라는 꿈을 갖게 됐고요. 군 생활을 하면서도 영화는 꾸준히 봤어요. 가장 최근에는 미키 루크가 주연을 맡은  <더 레슬러>를 흥미롭게 봤고요. 솔직히 말하면 영화를 볼 때마다 영화를 온전히 즐기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쉬워요. 자꾸 작품을 해석하는 입장에서 보게 되더라고요. 내려놓고 편안하게 보려고 해도 그게 잘 안 돼요. 제가 생각이 많긴 해요.
모노그램 리버서블 믹스 레더 블루종, 모노그램 실크 쇼츠, 코멧 메신저 PM 모두 루이 비통.

모노그램 리버서블 믹스 레더 블루종, 모노그램 실크 쇼츠, 코멧 메신저 PM 모두 루이 비통.

Credit

  • EDITOR 박호준
  • PHOTOGRAPHER 목정욱
  • STYLIST 최진영
  • HAIR 이에녹
  • MAKEUP 이숙경
  • ASSISTANT 신동윤/송채연
  • ART DESIGN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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