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콤부차가 뭔지 알지 못하면 제대로 마시기가 어려운 이유
뭔지 모르면, 마시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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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 중인 콤부차. 액체 속의 스코비는 박테리아와 효모의 공생배양체로서, 콤부차를 만드는 데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요소다.
이 영상이 나온 것은 4년 전의 일이다. 위키백과의 정리에 따르면 그해, 그러니까 2019년 글로벌 콤부차 시장 규모는 고작 17억 US달러 정도였다(Grandview Research, 2020). 하지만 당시 대부분의 시장 분석 매체는 콤부차 시장이 20%대의 연평균증가율(CAGR)을 보일 것이라 평가했으며, 10년 내에 1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 전망했다. 올해까지의 추이를 보면 예측은 크게 빗나가지 않는 것 같다. 국산 콤부차 브랜드 아임얼라이브를 개진하고 있는 프레시코의 마케팅 담당자 김경훈 차장 역시 켄 정의 에피소드 앞에서 너털웃음을 짓고는 콤부차 시장의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확실히 상황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북미에서는 이제 콤부차가 인지도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음료의 큰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고 보는 게 맞으니까요. 유통이 쉽지 않은 음료인데도 대부분의 마트에 콤부차 코너가 따로 있을 정도에, 우리가 우유나 녹즙 먹듯이 매일 아침 콤부차를 배송받아 먹는 문화도 생기고 있거든요.” 캐나다 출신으로 국내에서 콤부차 브랜드 26°LINE을 운영하고 있는 테드 박 대표 역시 그의 견해에 동의했다. 그리고 그는 국내 분위기 역시 급변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저희가 브랜드를 시작한 지 이제 5년쯤 됐는데, 처음 카페 쇼 같은 박람회에 나갔을 때는 정말 20명 중 한 명이 콤부차가 뭔지 알까 하는 수준이었거든요. 그런데 이제 90% 정도는 아는 정도가 됐죠.” 콤부차 입문서 <올 어바웃 콤부차>를 쓴 슬로운의 서형주 대표는 그 향유 주체에서 유의미한 변화를 짚기도 했다. “사실 국내에서는 콤부차가 한 10년 주기로 유행하는 느낌이 있어요. 지금의 분위기가 예전과 다른 점이라면, 주 소비층이 발효에 관심이 많은 50대, 60대 어르신들에서 젊은 세대로 이동했다는 거예요. 이제는 콤부차 클래스를 열면 20~30대가 제일 많이 오죠.”
이쯤에서 켄 정이 받았던 질문에 대신 답하면 좋을 것 같다. 항생제를 복용할 때는 콤부차를 그와 몇 시간 간격을 두고 마시는 게 좋다.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켄 정의 질문에도 답할 필요가 있다. ‘콤부차란 무엇인가?’ 콤부차는 홍차, 녹차 등의 차를 우려낸 물에 당과 균을 넣어 발효시킨 음료다. 박테리아와 효모의 공생 배양체를 사용해 찻물을 발효시킨 것으로, 이 과정을 통해 천연 탄산과 비타민, 그리고 속칭 ‘3 바이오틱스(프리바이오틱스, 프로바이오틱스, 포스트바이오틱스)’를 얻는다. 신라 시대, 진시황 시대, 심지어 기원전 중국까지 거슬러 올라가 기원을 더듬을 만큼 오래된 음료지만 최근에 갑자기 각광을 받는 건 이런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 코로나 19로 촉발된 건강식품에 대한 전 지구적 관심, 액상과당 탄산음료의 대체품을 찾는 노력, 눈에 띄게 활기를 띤 장내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 연구의 반향까지, 온갖 시류와 맞아떨어진 것이다. 사실 이 기사에서 지금의 한국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이 단락이다. 콤부차의 정의. 지금 우리는 애써 공부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콤부차를 마시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버스 옆면과 TV 광고, 온라인 배너에서 유명 배우들을 기용한 콤부차 광고를 여럿 본 사람에게는 의아할 말이겠지만 말이다.
“앞면에 표기된 칼로리 같은 항목보다 뒷면을 자세히 보는 분들이 콤부차를 마시는 거죠.” 프레시코의 김경훈 차장이 생각하는 콤부차의 요체 역시 ‘건강한 음료’다. 그가 들어 올린 아임얼라이브 오리지널에는 콤부차 발효원액 99.14%가 들어 있다고 쓰여 있었다. “추가로 주입하는 탄산 외에는 인공적인 요소가 전혀 없거든요. 그런데 요즘 나오는 분말 형태의 콤부차 제품들을 보면 성분 표시가 아예 안 되어 있어요. 저희는 거기에 많아봐야 10% 정도 포함되어 있을 거라 보고 있고요. 나머지는 감미료처럼 맛을 내기 위한 재료인 거죠.” 프레시코는 현재 국내 액상 콤부차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다. 자사 제품인 아임얼라이브뿐 아니라 대형 카페, 마트 등 다양한 업체의 OEM까지 도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경훈 차장은 그렇게 자랑하기에는 분말 형태의 콤부차가 선점한 시장이 너무 크다고 했다. 동일한 콤부차 종목으로 놓고 본다면 상대도 되지 않을 정도라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맛에서 오는 이질감도 없잖아요. 개인적으로는 그걸 콤부차라고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나 생각하지만, 아무튼 그렇게 믿고 드시는 분들이 액상 콤부차로 넘어오기에는 좀 어려운 부분이 있겠죠.”
콤부차 브랜드 슬로운의 서형주 대표 역시 국내에 무엇을 콤부차라 표기할 수 있는가에 대한 법이 미비한 현실을 지적했다. 흥미로운 건, 그의 지적이 가리키는 범주가 좀 더 컸다는 점이다. “제가 콤부차를 만들기 시작한 이유도 시중에 제대로 된 콤부차가 없었기 때문이에요. 열처리를 해서 균을 다 죽여버린 후 유통하기 때문에 콤부차에서 기대하는 유익균의 효과 같은 건 없는 거죠.” 그는 실제로 시중 액상 콤부차 제품 100여 개를 사다 놓고 슬로운의 콤부차 생산 환경과 똑같은 환경에서 발효 테스트를 해본 적이 있다고 했다. 그중 배양에 성공한 건 단 3병이었다. “그것도 살균 과정에서 살아남은 극미량의 균을 억지로 키워서 발효에 성공한 거예요. 어떻게 보면 업체 입장에서는 불량품인 거죠.” 앞서 언급한 프레시코 역시 발효를 마친 콤부차를 살균한 후 다시 프리바이오틱스를 첨가하는 방식으로 콤부차를 만들고 있다. 이런 공정을 거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건 유통 프로세스의 문제다. 과거에 살균을 거치지 않은 콤부차를 판매한 적도 있었으나 사건 사고가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살균하지 않은 콤부차(편의를 위해 이 원고에서는 해당 콤부차 종류를 ‘생콤부차’로 표기한다)를 유통하면 맛이 변하거나 드물게 변질될 가능성도 있고, 무엇보다 병이 폭발할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그래서 결국 프레시코는 콤부차가 가진 ‘건강식’이라는 입지 대신 ‘탄산음료 대체품’으로서 가치와 특유의 맛에 집중하기로 했다. “저희가 클래스를 할 때 중요하게 다루는 것도 안전하게 발효를 하는 방법이에요. 늘 ‘잘못하면 수제 폭탄이 된다’고 설명해드리죠.” 서형주 대표의 부연이다.
콤부차를 만드는 과정은 ‘배양’에 가깝다. 사진의 콤부차 병 속에 보이는 저 연질의 막을 ‘스코비(SCOBY: Symbiotic Culture Of Bacteria and Yeast)’라고 부르는데, 약자 그대로 박테리아와 효모가 뭉쳐 만들어낸 셀룰로오스 덩어리다. 어딘가에서 얻어온 스코비와 당을 찻물에 넣고 특정한 환경에서 충분한 시간을 주면 그 아래에 흔히 말하는 ‘베이비 스코비’가 형성되며, 이 과정에서 찻물 전체에 발효가 일어난다. 콤부차에 입문하려는 많은 이들이 ‘폭발’ 대목에서 한 번, 그리고 이 스코비의 생김새에서 또 한 번 멈칫하게 될 테다. 하지만 26°LINE 테드 박 대표는 해외에서는 인식이 좀 다르다고 했다. 북미에서 유통되는 콤부차는 대부분이 생콤부차이며, 심지어 캐나다에서는 콤부차를 살 때 병을 들여다보고 안에 생성되다 만 스코비의 불순물이 떠 있는 제품을 고르는 문화도 있다는 것이다. “출발점이 달랐던 거죠. 거기서는 건강을 위해 ‘발효 음료’를 찾는 거고, 국내에서는 편의성을 더 우선하니까 분말 형태나 살균 콤부차가 인기를 얻는 것 같고요. 그러다 보니 유통상 용이하다는 이유로, 혹은 트렌드의 키워드만 가져다 쓰겠다는 의도로 이 분야에 뛰어드는 업체도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이쯤에서 궁금증이 고개를 들 테다. 그럼 해외에서는 어떻게 생콤부차를 유통하고 있는 걸까? 재미있게도, 취재를 하며 만난 이들은 다 저마다의 견해를 내놓았다. 철저한 콜드체인 유통 시스템(특정 온도 이하로 내려가면 콤부차 속 균은 발효를 멈추고 동면 상태에 들게 된다)이라거나, 비용을 상쇄하기에 충분한 시장 규모라거나. 개중 가장 신빙성이 있었던 것은 26°LINE 설립자이자 헤드 브루어인 테드 박 대표의 ‘기술력’이라는 설명이었다. 효모와 균의 비율만 컨트롤할 수 있게 된다면 유통의 위험을 대폭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콤부차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균과 효모의 숫자를 셀 수도 있을 정도예요. 그 비율을 조정하면 추가적으로 발효도 되지 않고 병이 깨질 위험도 없게 만들 수 있죠. 저희도 콤부차에 벤토나이트를 넣어 효모를 가라앉힌 후 걷어내고 다시 천연 재료로 맛을 입히는 과정을 거쳐 출고하고 있거든요.” 그는 26°LINE 역시 방법을 몰라 설립 후 3년 정도는 그저 사고 위험을 감수하면서 유통을 해왔다며 웃었다. 요는 유익균을 두고 효모만 컨트롤하는 것이 기술력이며, 효모를 너무 걷어내 맛이 없어지지 않는 특정 포인트를 잡는 것 역시 기술력이라는 것이다. “사실 고도의 기술이라기보다는 노하우 축적이 필요하고, 추가적인 공정과 비용이 발생하는 부분인 거죠.”
테드 박 대표는 콤부차를 만드는 업체들을 모아 협회를 만들고, 생콤부차에 대한 인증 마크를 다는 식의 방편을 고려 중이다. 그 차이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콤부차를 생산하고 유통하기 위해 애쓰는 노력과 비용은 그저 족쇄가 될 뿐일 테니까. 하지만 그 어떤 마크를 단다 해도 그게 무슨 뜻인지 사람들이 모른다면 무용지물일 터. 슬로운의 서형주 대표가 이율배반적으로 콤부차가 너무 유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사람들이 콤부차에 대해 좀 더 알게 되면 좋겠다는 소망을 동시에 늘어놓은 것도 그런 이유였다. “콤부차가 제대로 만들어지고 제대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분명 시간이 필요해요. 그리고 저는 그전에 콤부차가 아닌 것들이 그 이름만 소모하고 지나가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죠. 사실 사전 지식 없이 접하면 생콤부차는 온통 낯선 것들 투성이거든요. 미생물이 둥둥 떠다니고, 온도가 조금만 높아져도 딸 때 탄산이 넘쳐버리기도 하고. 맛이 조금씩 다르다는 사실도 이상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겠죠. 콤부차는 사실 똑같은 사람이 똑같이 계량을 하고 한 공간에 둬도 통마다 맛이 다 다르게 나오고, 먹는 시점에 따라서도 맛이 바뀌거든요.” 사실 그가 열거한 낯선 면들 중 마지막 항목은 콤부차의 매력이라고 할 수도 있을 부분이다. 특히나 맥주나 와인 애호가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재미랄까? 이 기사를 취재하며 고작 열 병 남짓한 콤부차를 냉장고에 굴려가며 마셔봤을 뿐이지만, 아무튼 그 정도의 경험으로도 선명히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Credit
- EDITOR 오성윤
- PHOTO 게티이미지스코리아
- ART DESIGNER 주정화
JEWE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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