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섬세함으로 삶에 빛을 더하는 세 명의 주얼러를 만났다

지금 주얼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기억해야 할 이름. 섬세함으로 삶에 빛을 더하는 세 명의 주얼러를 만났다. 그들의 주얼리는 전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안에 든 열정만큼은 무척 닮았다.

프로필 by ESQUIRE 2023.08.05
 
Boucheron

CLAIRE CHOISNE

 
하이 주얼리의 세계에선 1mm도 우주와 같다고 말하는 부쉐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클레어 슈완(Claire Shoisne). 그녀가 만드는 주얼리에는 한계가 없고, 늘 진지한 즐거움이 묻어 나온다.
 
주얼리 디자인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
어린 시절부터 주얼리와 가깝진 않았다. 나는 그저 손재주가 있고, 모형 만들기를 좋아하는 소녀였다. 이후 어떤 직업을 선택할지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다.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만 있었는데 마침 그때 어떤 주얼러를 만나게 됐다. 경력이 많은 사람이었는데도 주얼리 얘기를 할 때는 무척 열정적이었다. 그를 통해 이 직업에 흥미를 가지게 됐다. 하나의 주얼리를 만들기 위해 쏟는 시간과 헌신도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그 덕분에 주얼러가 되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주얼리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이나 가치는 무엇인가?
일상에서 착용할 수 있는 하이 주얼리를 만드는 것. 그래서 크리에이티브 팀과 작업을 할 때도 전통적인 스케치 대신 사람이 주얼리를 착용한 모습을 그린다. 또 다른 방식으로 주얼리를 착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보기 위해서다. 컬렉션이 탄생하면 나도 직접 착용하고 테스트해본다.
주로 예술 작품이나 여행을 통해 영감을 얻는다고 들었다.
작년 말에 아이슬란드로 여행을 갔다. 거기서 얻은 영감이 다음번에 공개할 까르뜨 블랑슈(Carte Blanche) 하이 주얼리 컬렉션에 영향을 줬다. 많은 것을 말할 순 없지만 자연이 테마다. 기대해달라.
부쉐론을 다른 주얼리 브랜드와 차별화하는 포인트는 뭘까?
부쉐론은 일단 아카이브가 무척 풍부하다. 몇 가지 방식이나 모티브에 한정하지 않고 매우 다양한 것을 주목해왔다. 주얼리를 만드는 데 많은 제한을 두지도 않는다. 프레데릭 부쉐론이 최초로 락 크리스탈과 다이아몬드를 함께 사용한 것처럼. 이를 통해 우리는 기술적, 재료적, 주제적 측면에서 창조의 자유를 모토로 삼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담한 착용법을 만들어내고, 새로운 소재를 사용하고, 파격적인 형태를 디자인하고, 창조의 자유를 유지하면서 부쉐론의 혁신과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것이 다른 주얼리 브랜드와 가장 큰 차별점이라 생각한다.
부쉐론의 아카이브를 다시 현대적으로 재현할 때 주의하는 점이 있다면 뭔가?
아카이브 작품이 전부가 되는 것. 과거의 피스를 그저 현재에 재현하는 것만큼은 피하고 싶다. 그건 나도, 부쉐론도 원하는 바가 아니다. 그래서 아카이브는 참고 자료로만 사용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2020년부터 매년 1월 스타일과 역사를 구현하는 이스뚜아 드 스타일(Histoire de Style)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우리는 이 컬렉션으로 부쉐론의 역사를 해석하는 현대적인 접근 방식을 보여주고자 한다. 현재 사람들이 제품을 어떻게 착용할지와 스타일에 집중한다.
이번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간단히 설명해달라.
2020년 록다운 시기에 작업을 시작한 만큼 우리를 해방시키기 위한 즐거움이 필요했다. 과장된 규모, 큐브나 구 형태, 시각적 착시, 밝은 컬러와 대비되는 효과를 통해 하이 주얼리에서의 ‘진귀함(precious)’이 즐거움과 반대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었다.
위트 있고 그래픽적인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영감을 준 레퍼런스가 있나?
1980년대로 되돌아갔다. 멤피스(Memphis)의 작품이나 체계적인 색의 사용, 어릴 때 갖고 놀던 퍼즐 같은 것에서 영감을 얻었다. 개인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1980년대는 모든 것이 재미있었으니까.
이번 컬렉션에는 아세테이트, 레진, 티타늄 같은 하이 주얼리에서 흔히 상상하지 못하는 소재들도 두루 사용됐다. 이런 소재를 쓴 특별한 이유가 있나?
주제를 선택한 뒤 꿈을 꾸는 과정에서는 최대한 자유로워지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이러한 목표는 대부분 새로운 소재를 탐구하는 수단의 자유를 통해 이룰 수 있다. 귀중한 보석이나 기술만으로는 확실히 한계가 있다. 소재의 제약을 벗어나는 것이 이 창조적인 꿈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런 자유로운 창조성은 부쉐론의 오랜 전통이기도 하다. 또 노력이나 기술적 솜씨가 지나치게 드러나지 않길 바랐다. 우리가 들인 수많은 시간과 공보다 즐거움의 감정, 센세이션 그 자체에 집중하길 원했다.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구현하기 어려운 피스는 뭐였나?
타이 더 노트(Tie the Knot). 거대함의 한계를 넘어서는 동시에 가벼운 헤어 보를 만들고 싶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마그네슘을 생각해냈다. 마그네슘은 골드보다 10배 가벼운 금속으로 항공 우주 산업이나 의학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하이 주얼리 컬렉션에서는 단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다. 다이아몬드를 세팅할 때 마그네슘은 한번 부러지면 다시 고쳐 쓸 수 없기 때문이다. 마그네슘에 보석을 세팅하는 과정은 골드보다 수십 배는 더 복잡한 작업이다.
2022년에는 남성을 타깃으로 한 하이 주얼리 컬렉션 볼케이노 맨을 선보였다.
부쉐론은 모든 단계에서 성별을 초월한 사고를 한다. 그것이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나는 하이 주얼리가 성별에 관계없이 개인의 개성을 표현하는 방법이라 믿는다. 그래서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컬렉션을 개발하고자 했다. 남성 컬렉션은 몇 년 전부터 고려해왔고, 앞으로도 과하지 않은 선에서 계속 선보일 것이다.
남성 컬렉션을 만들 때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 굳이 남성용, 여성용을 구분하려는 건 아니지만, 다른 특징이나 지점이 있을 것 같다.
처음부터 남성을 위한 주얼리를 만들지는 않는다. 다만 디자인을 하다 보면 몇몇 작품은 남성에게 더 잘 어울릴 것 같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이번 ‘More Is More’ 컬렉션에서도 몇몇 피스는 남성이 착용하면 더 강렬한 느낌을 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디자인을 할 때 그저 미적인 결과만을 생각한다.
남자를 위한 하이 주얼리는 아직까지 흔한 개념은 아니다. 앞으로 남자도 하이 주얼리를 많이 착용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나?  
유럽의 왕부터 인도의 마하라자, 러시아의 황제, 이집트의 파라오까지, 역사적으로 남성은 화려한 주얼리를 착용해왔고 힘과 부의 상징으로 여겼다. 요즘 남자들도 자신의 스타일을 드러내는 데 자신감이 넘치고, 주얼리를 통해 자신의 스타일을 표현할 줄 안다. 최근엔 특히 아시아에서 일상적으로 다이아몬드 주얼리를 착용하는 남성이 늘어나고 있다. 개인적으론 이런 현상이 마음에 든다.
남자에게 추천하는 주얼리 스타일링이 있다면?
중요한 것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주얼리를 고르는 것이다. 소재나 스톤을 먼저 보지 말고 그 아이템이 자신에게 어떤 느낌을 주는지 생각할 것.
당신이 가진 주얼리 중 가장 소중한 것은 뭔가?
가장 아끼는 주얼리는 딸을 생각하며 만든 작품이다. 딸이 어릴 때 어머니의 날 선물로 파란 수국 꽃다발을 선물했는데, 이것으로 이터널 플라워 링을 만들었다. 실제 꽃을 스캔해 제작한 티타늄 플라워 링에 꽃잎을 부착했고 무려 3년의 제작 기간을 거쳤다. 나는 이 링을 매일 착용한다. 이제 이 반지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
뛰어난 주얼러에겐 어떤 재능이 필요할까?
늘 새롭고 창의적이어야 한다. 스스로에게 한계점을 두지 않으며 창의적인 메시지와 감성을 전달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기술적인 측면으로는 정밀한 작업이 요구된다. 1mm는 하이 주얼리에서 우주와 같기 때문이다. 주얼리를 만들 때 인내심이 없다면, 피스를 완성할 수 없다.
클레어 슈완이 어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기억되길 바라나?
사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내 스타일을 수용할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디자인에 대한 인지도를 쌓았고, 이젠 별다른 두려움 없이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앞으로도 컴포트 존에 머물지 않으려 한다. 끊임없이 탐구하고 계속 혁신적인 것을 만들어내며 감정을 전달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이 모든 노력이 미래 세대들을 위해 부쉐론 컬렉션으로 남아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할 것이다.
 

 
Solow & Co.

JSCK SOLOW

 
세상은 넓고, 부자는 많고, 주얼리 세계는 생각보다 훨씬 방대하다. 우리나라에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도 부지기수. 저 밖에는 진짜 부자들만 아는 심오한 하이 주얼리 세상이 있다. 얼마 전부터 심심치 않게 들리는 이름이 있었다. 바로 솔로앤코(Solow & Co.). 저스틴 비버가 헤일리 볼드윈에게 선물한 솔리테어 링도, 아리아나 그란데와 달튼 고메즈의 웨딩 링도 모두 이 낯선 브랜드의 반지였다. 항간에는 우리나라 연예인 커플도 여기서 반지를 샀다는 얘기가 떠돌았다. 확인할 길은 없지만. 문득 이 브랜드가 궁금해졌다. 그런데 솔로앤코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몇 개의 기사와 인스타그램 정도가 전부. 뉴욕에 본사가 있지만 지나가다 들를 수 있는 매장이나 쇼룸이 아니고, 주얼리 브랜드가 흔히 여는 트렁크 쇼나 프레젠테이션도 철저한 보안 속에서 진행하며, 클라이언트와의 만남도 극비에 붙인다고 했다. 셀러브리티가 선택한 주얼러로 떠들썩하게 마케팅을 할 법도 한데 그저 지금처럼 비밀스러운 브랜드로 남고 싶다는 이들. 유명세보다 다이아몬드에 대한 집념을 기억해주길 바란다는 솔로앤코의 대표 잭 솔로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었다. 
 
솔로앤코에 대해 찾아봤지만 생각보다 정보가 너무 없었다. 브랜드는 어떻게 시작됐나?
솔로앤코의 시작은 1920년대 유럽에서 내 할아버지가 설립한 리버&솔로 주식회사(Lieber & Solow Inc)다. 처음에는 주얼리 메이커가 아닌 다이아몬드 전문 기업이었다. 주로 보석 퀄리티에 못 미치는 공업용 원석을 다이아몬드의 경도와 내구성이 필요한 제조 기업들에 공급했고 이 비즈니스는 70년 이상 성공적으로 이어졌다. 1970년대부터는 사업을 다각화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미국과 이스라엘에 다이아몬드 커팅 시설을 갖추고 본격적으로 다이아몬드 세공 사업에 뛰어들었다. 나는 1982년 업계에 입문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이아몬드 세공 쪽에 흠뻑 빠졌다. 1995년 리버 가문과 솔로 가문은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는데, 내 아버지와 나는 다이아몬드 세공 사업을 이어갔다.
당신이 솔로앤코를 물려받은 뒤 어떤 변화가 있었나?
세상이 ‘다이아몬드라고 생각’하는 광택 다이아몬드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다시 말해 다이아몬드 세공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우고자 했다. 우리는 다이아몬드 산업의 모든 파셋에 손을 대고 브랜드를 확장시켰다. 우리의 다이아몬드를 미국 전역 매장에 공급하는 것부터 컬렉터들이 탐내는 특별한 피스를 만드는 것, 주얼리에 특별한 다이아몬드를 얹는 것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어릴 때부터 보석업계에서 일하는 걸 꿈꿨나?
아니다. 가업을 잇지 않았다면 아마 월스트리트에서 일했을 거다. 나는 아이비리그로 널리 알려진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 다녔고, 와튼 비즈니스 스쿨에서 금융 학위도 땄다. 이후 몇 년간 국제 코모디티 트레이딩 기업에서 일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에 아버지가 내 도움을 필요로 해서 다이아몬드 사업을 하게 됐다. 이렇게 풀린 데 대해 감사하고 있다. 후회는 없다.
솔로앤코가 다른 주얼리 브랜드와 차별화된 지점은 무엇인가?
디테일에 집착하고 최고의 다이아몬드를 사용한다는 거다. 우리는 작은 주얼리 하나를 만들더라도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관심을 기울인다. 클라이언트가 셀러브리티든 아니든, 단골이든 처음 소개받은 사람이든 간에 똑같이 최선의 노력을 쏟는다. 정말 많은 고객이 자신의 친구에게 우리를 소개하곤 하는데, 아마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많은 셀러브리티가 솔로앤코를 찾는다고 들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운 좋게도 음악과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친구들이 많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셀러브리티 고객도 많다. 그들은 내가 입이 무겁고 비밀을 철저히 지킨다는 걸 안다. 솔로앤코가 할리우드에서 성공한 건 사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특별한 구매를 떠벌리고 다니지 않아서가 아닐까?
솔로앤코의 주얼리는 대부분 주문 제작으로 만든다.
맞다. 우리의 고객들은 세상에 하나뿐인, 오직 자신만을 위한 주얼리를 원한다. 그만큼 이들의 요청을 세밀하게 반영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어떤 보석을 원하는지, 어떤 디자인을 선호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각자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이 반영되므로 모든 작품을 꼼꼼하게 제작할 수밖에 없다. 각각의 다이아몬드가 가진 특징과 장점을 극대화하는 세공도 중요하다. 이는 예전부터 손발을 맞춰온 장인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솔로앤코의 대략적인 가격대는 어느 정도인가?
가장 저렴한 것은 2만5000달러 정도. 희귀한 다이아몬드를 쓰면 100만 달러까지 가격이 올라간다. 가끔 정말 중요한 작품은 더 비싼 것도 있다.
이제까지 만든 주얼리 중 가장 어렵고 까다로웠던 작품은 뭔가?
제작하는 데 애를 먹은 다이아몬드 네크리스가 하나 있다. 여러 형태의 2~3캐럿 다이아몬드를 빙 돌려가며 세팅한 형태였는데, 에메랄드 컷과 페어 컷, 마키스 셰이프, 쿠션 셰이프 등 다양한 모양을 배치해 아름다운 리듬감을 갖게 하는 것이 무척 어려웠다. 제작하는 데만 4개월 정도가 걸렸으니까. 다행히 그 고객은 참을성이 좋았고 긴 제작 기간을 군말 없이 기다려줬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다룬 다이아몬드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뭔가?
나는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종류의 다이아몬드를 다뤄봤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75캐럿의 무결점 D등급 화이트 다이아몬드다. 다이아몬드에서는 D가 가장 높은 등급인데, 이렇게 깨끗하고 큰 사이즈를 만나는 건 무척 드문 일이어서 더 기억에 남는다.
기술적인 부분을 떠나서, 당신이 만든 주얼리 중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작품도 있나?
딸의 약혼자가 내게 제작을 의뢰한 약혼 반지. 21.2캐럿의 오벌 다이아몬드 링이었다. 내 딸의 약혼 반지를 직접 만든다는 사실에 왠지 기분이 묘했다.
스스로를 위해 만든 주얼리도 있나?
나 자신을 위해 주얼리를 만든 적은 없다. 하지만 아내 마라를 위해서는 네크리스, 메달리온, 링 등 다양한 주얼리를 만들었다. 내가 만든 주얼리를 마라가 너무나 멋있게 잘 착용하다 보니 같은 걸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꽤 많다.
아내에게 어떤 웨딩 링으로 프러포즈했나?.
그녀에게 프러포즈한 링은 톱 컬러 2.39캐럿 라운드 VS2 다이아몬드 양옆으로 테이퍼드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 두 개를 배치한 스리 스톤 링이다. 여러 해 뒤에 운이 좋아서 조금 더 좋은 것으로 다시 선물해줄 수 있었다. 두 번째에는 할로 세팅한 5캐럿 에메랄드 컷 다이아몬드에 1캐럿 에메랄드 컷 다이아몬드 두 개를 프롱 세팅한 반지를 선물했다.
솔로앤코가 사람들에게 어떤 브랜드로 기억되길 바라나?
알다시피 솔로앤코는 조용한 브랜드다. 떠들썩하고 유명한 브랜드가 되려는 야망이 전혀 없다. 우리의 딜러와 클라이언트들은 비밀스럽게 작업하는 걸 좋아하니까. 우리도 그게 좋고.(웃음) 나는 그저 사람들이 솔로앤코가 세월의 시험을 견뎌낸, 특별한 작품을 만들었다는 걸 기억해주면 좋겠다.
 

 
Stephen Webster

STEPHEN WEBSTER

 
영국의 주얼러 스티븐 웹스터와 나눈 대담. 청춘을 대변하는 펑크 정신과 자연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그리고 아버지의 마음. 35년의 시간만큼 깊이와 시야의 폭도 넓어진 그의 주얼리는 현실과 환상 그 어느 경계를 맴돌고 있다. 
 
스티븐 웹스터를 이끈 지 35년, 당신과 당신의 브랜드를 설명한다면?
처음과 다를 것 없다. 영국에서 나고 자라 활동하는 주얼러. 평생을 영국에 발붙이고 살아온 만큼 내 브랜드에도 ‘영국스러움’이 짙게 깔려 있다. 나는 영국의 장인정신과 세공 역사를 아주 오랫동안 동경해왔다. 여전히 존경하고 있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인고의 시간을 보내는 주얼리 메이커들이 영국 곳곳에 많이 있다. 완벽한 곡선을 만들기 위해 수십 번을 다듬고 깎아가며, 디자인을 구현하는 데 몸을 아끼지 않는 헌신. 그들을 보며 매번 새로운 자극을 받는다.
영국 이야기를 더 해보자. 장인정신도 좋지만 소위 ‘브릿팝’이라 불리는 록 밴드 문화에서도 많은 영향을 받은 듯하다.
당연하다. 최근 머신 건 켈리와 협업한 가십 컬렉션에서 이 부분을 가장 잘 엿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반골 기질과 쉬이 바뀌지 않는 전통성이 뒤죽박죽 섞여 있는 영국은 아주 독특하고 선명한 색을 가진 나라다. 음악과 여행, 자연, 문학과 예술, 모든 것이 그런 색채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나는 이 훌륭한 영감들을 마구 조합하는 걸 즐긴다. 질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실용성과 현실감을 고려하면서 동시에 어떻게 하면 반항적으로 보일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식이다. 지치지 않는 호기심과 열정 그리고 예상할 수 없는 무언가. 내가 주얼리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다.
머신 건 켈리와 인연이 깊다고 들었다. 메건 폭스에게 스티븐 웹스터의 약혼 반지를 선물한 걸로도 유명하고.
머신 건 켈리는 우리의 오랜 고객이다. 볼드한 반지부터 여성용 하이 주얼리까지 그는 우리의 모든 피스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봐준다. 나 또한 스티븐 웹스터의 주얼리를 활용하는 그의 방식에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선이 굵은 남성 주얼리와 다이아몬드가 파베 세팅된 드롭 이어링, 그런 언밸런스는 내가 주얼리를 디자인하는 방식과 굉장히 닮았다.
그와 함께 만든 가십 컬렉션은 역작으로 꼽히는 7대 악 컬렉션의 연장선처럼 보인다.
7대 악 컬렉션을 만든 것도 벌써 13년 전의 일이다. 그사이 나는 틈만 나면 여덟 번째 죄에 대해 고민하곤 했는데, 2021년쯤 머신 건 켈리가 내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했다. 본인이 7대 악 컬렉션의 팬이었고, 10대 때 그 반지들을 너무 갖고 싶어 했으나 돈이 없어 사지 못했다는 내용이었다. 아마도 나는 그가 7대 악 컬렉션 이야기를 꺼낸 그 순간부터 이미 그와의 협업을 준비했던 것 같다. 그와 만날 때면 늘 21세기의 새로운 죄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마침내 찾은 단어는 컬렉션의 이름이 된 ‘가십’. 우리는 인터넷에 떠도는 수많은 단어와 거짓된 문장들을 일러스트와 컬러로 시각화하는 데 집중했다. 그렇게 스티븐 웹스터의 아카이브 사상 유례없이 시끄럽고 장식적인 반지가 탄생했다.
당신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고객들과 편안하게 소통하는 CEO 중 한 명이다. 나 역시 당신의 일상을 흥미롭게 보고 있고. 꽤 자상한 가장처럼 보인다.
나는 아내와 모든 것을 함께한다. 심지어 일하는 순간까지도. 그녀와의 첫 데이트 때부터 그렇게 하기로 마음먹었다. 현명한 판단력과 건강한 정신력, 아내는 참 똑똑한 사람이다. 우리 부부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아이들도 주얼리를 우리만큼이나 사랑한다. 5년 전에는 큰딸 에이미가 스티븐 웹스터에 합류했고, 막내인 니카 역시 대학에서 주얼리 디자인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니카는 본인 브랜드를 더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지만.(웃음) 때로는 남편과 부모의 역할로, 때로는 상사의 역할로, 서로가 가진 여러 가지 모습을 솔직하게 나누는 것. 나는 이게 우리 가정을 행복하게 만드는 비결이라 믿는다.
갑자기 당신의 결혼 반지가 궁금해진다.
영국에서만 그런지 몰라도 주얼러가 본인의 결혼 반지를 만드는 건 불운한 일로 여겨진다. 생각해봐라, 궁상맞지 않나. 그래서 우리의 결혼 반지는 주얼러인 나의 동생에게 부탁했다. 소재부터 무게까지 깐깐하게 고민하며 까탈스럽게 굴어서인지, 그녀가 만들어준 반지는 딱 우리가 원하던 모양대로 나왔다. 화이트와 옐로 다이아몬드를 왕관 모양으로 파베 세팅한 도톰한 반지. 몇 년째 타인을 위한 주얼리를 만드는 일을 하다가 누군가에게 받는 입장이 되니 기분이 참 묘했다.
스티븐 웹스터는 원석을 과감하게 사용한 주얼리로도 유명하다. 마치 토템 같기도 하고. 유독 아끼는 원석이 있다면?
모든 원석은 각기 다른 우주를 품고 있다고 믿는다. 시간이 쌓여 만들어진 무늬는 어떤 방법으로도 흉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화이트 오팔이 유독 예뻐 보인다. 얼마 전엔 자연광 아래에 오팔을 비춰보면서 특유의 차분한 무지갯빛을 한참이나 관찰했다.
부엉이, 용, 뱀, 나비… 당신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어린 시절 재미있게 봤던 판타지 영화가 떠오른다. 실제로 <해리 포터>나 <반지의 제왕> 같은 작품들에서 영감을 받나?
공교롭게도 JK 롤링은 당신이 언급한 피스들을 굉장히 사랑하는 우리의 고객이다. 하지만 나는 판타지 영화와 거리가 먼 사람이다. 심지어 영국인의 필독서인 <해리 포터>마저 펼쳐본 기억이 전무하다. 오히려 직접 만지고 듣고, 느낄 수 있는 것들에서 영감을 얻는 편. 산과 물, 음악, 시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그런 판타지 작품들의 영감이 되는 것 또한 자연이라는 사실이다. 자연은 그래서 좋다. 해석의 여지가 수백 개의 방향으로 열려 있어서.
최근 당신의 창의력을 자극한 새로운 무언가가 궁금하다.
곧 공개될 다음 컬렉션에 가장 큰 영감이 되어준 시 한 편이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다. 아직 세상에 공개하긴 이르니 스티븐 웹스터의 행보를 지켜봐주길 바란다.
스티븐 웹스터는 유독 남자 팬이 많은 브랜드다. 남자의 주얼리를 디자인할 때 가장 염두에 두는 부분이 있다면?
우직함과 대범함,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위트.
오늘 이렇게 이야기를 나눠보니 당신은 꽤나 긍정적이고 유머러스한 사람인 것 같다.
위트에는 모든 일을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모든 일이 다 그렇겠지만 주얼리를 만드는 사람은 극도로 섬세하고 예민해야 한다. 스티븐 웹스터를 시작했던 청년 시절의 나는 지금보다 10배는 더 예민한 사람이었는데, 어느 순간 그게 나를 갉아먹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때부터 작업할 때의 나와 일상에서 내 모습을 철저히 분리시키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조금 내려놓으니 많은 것이 달리 보였다. 인생을 좀 더 재미있게 살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생겼고. 작업에도 과감한 터치와 사랑스러운 디테일을 주저 없이 더할 수 있게 됐다. 지금도 매일 다른 역경을 만난다. 특히 커스텀 주얼리를 만들 때. 원하는 대로 디자인이 구현되지 않는다든지, 반복되는 실패 앞에 원하던 것을 포기해야 하는 그런 상황마저 즐거운 시선으로 바라보려 한다. 그러면 오히려 현실적인 해결책이 불현듯 툭 튀어나오더라.
스티븐 웹스터가 잃어버리지 않으려는 원칙은?
감히 규칙을 어기고 후회하지 않을 것. 그게 우리를 더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든다. 

Credit

  • EDITOR 성하영/이다은
  • ILLUSTRATOR 조성흠
  •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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