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부쉐론이라는 이름의 유쾌한 판타지
클레어 슈완이 만든 아주 색다른 하이 주얼리 컬렉션, 모어 이즈 모어(MORE IS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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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트 언 일루전(JUST AN ILLUSION)

디스 이즈 낫 어 링(THIS IS NOT A RING)

펄 솝 버블(Pearl Soap Bubble)

타이 더 노트(Tie The Knot)
일반적으로 하이 주얼리에 기대하는 전통적인 기준이 있다. 희귀한 보석과 정교한 세팅, 품위와 격식을 갖춘 형태, 극도의 화려함과 우아함. 하지만 이 모든 가치에 앞서 전적으로 즐거움을 추구한 하이 주얼리가 있었던가. 부쉐론의 이번 ‘모어 이즈 모어(More is More)’ 컬렉션은 놀랍게도 그렇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클레어 슈완은 하이 주얼리의 관습을 과감하게 탈피해 지금껏 본 적 없는 신선하고 유쾌한 컬렉션을 완성했다. 그 시작은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그녀는 사람들이 답답하고 암울한 시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새롭고 재미있는 프로젝트로 눈을 돌렸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만들었다는 무드보드는 긍정적인 모티브로 가득 차 있다. 기하학 디자인과 원색적인 컬러, 장난스러운 착시 효과와 팝아트, 거대한 스마일… 하이 주얼리를 위한 스케치라곤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클레어는 진귀함과 즐거움이 결코 다른 것이 아님을 증명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녀의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는 독특한 형태와 양감, 소재와 질감으로 구현되어 이번 컬렉션을 채우고 있다.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특징은 착시를 불러일으킬 만큼 커다란 크기와 평면적 형태다. 이런 디자인은 실제 주얼리 제작에 많은 제약이 있는데, 큰 사이즈와 2차원적 형태를 극복할 수 있는 가벼운 무게와 편안한 착용감을 필연적으로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말끔하게 해결한 것이 부쉐론의 기술력과 창의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 클레어가 가장 만들기 어려웠다고 밝힌 두 개의 주얼리 모두 이런 특징을 잘 보여준다. 그중 하나가 ‘타이 더 노트(Tie the Knot)’다.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이 헤어 주얼리는 무려 29cm. 하지만 마그네슘을 베이스 소재로 활용한 덕분에 무게는 94g에 불과하다(마그네슘은 세공이 무척 까다로워 주얼리에 거의 쓰이지 않는 소재다). 또 다른 작품은 거대한 체인 네크리스 ‘저스트 언 일루전(Just an Illusion)’이다. 네크리스 형태 자체는 납작하지만 블루, 화이트, 블랙 세라믹을 입히고 체인 링크에 만다린 가닛, 라운드 다이아몬드를 세팅해 입체적인 착시효과를 일으킨다. 평면 형태에 입체 효과를 낸 작품은 또 있다. 지름 5.5cm의 알루미늄 플레이트에 진주 파우더를 입힌 ‘펄 솝 버블(Pearl Soap Bubble)’이 바로 그것. 구체처럼 보이도록 디지털 프린팅한 그림자를 얹고, 스위스 워치 장인이 제작한 볼록한 사파이어 글라스를 더해 진주를 반원형으로 잘라놓은 듯한 효과를 냈다. 재킷이나 가방에 붙이는 패치를 하이 주얼리로 승화한 ‘두 낫 아이론(Do not Iron)’도 있다. 다양한 젬 스톤으로 세팅한 파도, 고양이, 수국, 팬지 등의 아기자기한 모티브와 아이론 패치 실의 꼬임까지 재현한 섬세함이 돋보인다.

두 낫 아이론(Do Not Iron)

디스 이즈 낫 어 링(THIS IS NOT A RING)

두 낫 아이론(Do Not Iron)

디스 이즈 낫 어 스크런치(This Is Not A Scrunchie)

솔브 미(Solve Me)
반대로 어떤 작품에는 입체감을 과장되게 표현하기도 했다. ‘디스 이즈 낫 어 링/디스 이즈 낫 어 스크런치(This is not a Ring/This is not a Scrunchie)’가 특히 그렇다. 팝아트를 연상케 하는 그래픽적 스트라이프, 비스듬하게 세팅한 정육면체와 구체는 형태의 볼륨감을 유난히도 강조한다. 솔브 미(Solve Me)도 마찬가지. 1980년대 유행한 큐브 퍼즐을 재해석한 이 네크리스는 정육면체 큐브가 독특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루빅스 큐브처럼 면의 컬러를 다르게 처리하기 위해 그레이와 핑크 스피넬, 핑크 사파이어, 다이아몬드를 번갈아 세팅한 점도 눈에 띈다.
이번 컬렉션의 또 다른 특징은 하이 주얼리를 착용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색다른 접근을 제안한다는 점이다. 이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후디 톱에 달 수 있는 하이 주얼리 ‘풀 미(Pull Me)’다. 시트린과 다이아몬드, 오닉스를 세팅한 이 독특한 주얼리는 40cm 길이의 스트링 아래 브로치처럼 고정할 수 있으며 이어링으로도 착용할 수 있다. 또 청사과에서 모티브를 따온 ‘하루 사과 한 개(An Apple a Day)’ 뱅글은 네 가지 방식으로 착용할 수 있도록 고안했다. 뱅글은 커프 브레이슬릿과 두 개의 링으로 분리되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아예 의류 하이 주얼리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주얼리도 있다. 바로 옷의 주머니처럼 보이는 ‘인 더 포켓(In the pocket)’이다. 오닉스와 다이아몬드를 촘촘하게 파베 세팅한 이 작품은 주머니가 위치한 옷의 뒷면에 자석을 대 고정할 수 있는 구조. 실제로 옷의 주머니처럼 착용자의 자세나 움직임에 맞춰 자연스럽게 변하며, 휴대폰 같은 간단한 소지품을 넣어 보관할 수도 있다.

인 더 포켓 + 하루 사과 한 개(In the pocket + An Apple A Day)

원스 인 어 블루 문(Once in a Blue Moon)

푸이상스 콰트로(Puissance Quatre)

풀 미(Pull Me)

힛 더 로드 잭(Hit the Road Jack)
메종의 아이코닉한 모델들도 이번 컬렉션을 통해 새롭게 변주됐다. 1879년 선보인 퀘스천 마크 네크리스는 ‘원스 인 어 블루 문(Once in a Blue Moon)’이라는 네크리스와 퍼퓸 링으로 재탄생했다. 5.28캐럿의 쿠션 컷 탄자나이트와 화이트 골드를 세팅하고, 세 가지 컬러 래커로 입체감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콰트로도 ‘푸이상스 콰트로(Puissance Quatre)’ 뱅글로 새 옷을 입었다. 시선을 잡아 끄는 팝한 컬러와 대범한 사이즈, 골드보다 8배나 가벼운 알루미늄 등 혁신적인 시도가 눈에 띈다. 한편 잭도 ‘힛 더 로드 잭(Hit the Road Jack)’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등장했다. 한쪽 콘은 블랙 래커와 다이아몬드를 각기 다른 형태로 세공하고 반대편은 블루, 레드, 그린 컬러 레진을 더했다. 1980년대 멤피스 디자인이 연상되는 이 피스는 턱시도 칼라에 얹었을 때 특히 빛을 발한다.
첨예한 기술력과 새로운 소재, 파격이라고 부를 만큼 대담한 형태와 세부, 성별의 경계를 허물고 관습적인 한계를 뛰어넘는 아이디어…. 그동안 부쉐론이 선보인 컬렉션과 마찬가지로 ‘모어 이즈 모어’에도 이들의 뛰어난 역량과 철학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번 컬렉션이 그 어느 때보다 새롭게 느껴지는 건, 하이 주얼러들에게서 찾기 힘든 번뜩이는 유머와 재치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왜 모어 이즈 모어인가. 클레어 슈완은 삶의 기쁨과 환희, 아름다움이 환기하는 무한한 즐거움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던 것일 터. 결국 이 컬렉션을 관통하는 주제는 긍정적인 에너지다. 더 많이 웃고, 더 행복하라는 그녀의 다정한 배려가 아니었을까. 그저 우리는 제약 없는 순수함과 아름다움에 대한 열정, 부쉐론이 만든 즐거운 세계를 두 팔 벌려 맞이하면 된다.
Credit
- EDITOR 이다은
- PHOTO 부쉐론
- ART DESIGNER 김동희
JEWE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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