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극성 부모'가 되지 않을 거라 확신할 수 있을까?

프로필 by 김현유 2023.10.05
 
몇 년 전, 다소 특수한 경험을 했다. 바로 훈련병 부모 단톡방 멤버로 초대된 것. 자꾸 오류가 생기니 대신 들어가 달라는 엄마의 (핑계 어린) 말에 남동생이 입소한 훈련소 부모 단톡방에 입장했고, 불과 10초 만에 그 단톡방의 알람을 꺼버렸다. ‘안녕하세요, XX 출신 김XX 엄마입니다^^’ ‘방가워용*^^*우리 아들도 XX 출신이네요~’ ‘오늘 XX 지역은 넘 춥네용~ㅎㅎ’ 아무 의미 없는 메시지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한참을 떠들던 훈련병 부모들 앞에 단톡방의 주인이 등장했다. 훈련병들을 관리하는, 하사쯤 되는 군인이었을 것이다. 갑자기 단톡방은 민원의 장이 되었다. “급식 사진 볼 수 있을까요?” “저희 아이가 추위를 많이 타서요~ 이불을 더 주실 수 있나요?” “우리 XX가 낯을 많이 가려 친구를 잘 못 사겨용~ 잘 어울릴 수 있게 도와주세용!^^” 아, 현실 탄식. 과장도, 거짓말도 아니다. 위에 쓴 멘트들은 100% ‘진짜’다.
결국 며칠 못 가 나는 그 단톡방을 탈주했다. 코밑에 수염 성성 난 20대 청년을 ‘아이’라고 칭하는 것은 징그럽긴 했으나 엄마가 아닌 입장에서 함부로 말할 건 아니었다(<마스크걸>의 주오남도 김경자에겐 사랑스러운 아들이지 않는가). 내가 참을 수 없었던 건 어린이집보다 못한 민원의 수준이었다. 편식과 체온 조절에 더해 친구를 사귀는 것까지, 무려 ‘군대에서’ 도와달라고? 따지고 들려면 한도 끝도 없었으나 그냥 기억에 묻어두고 절대 이런 부모는 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덕분에 우리 가족은 아무도 남동생의 훈련병 시절 사진을 받지 못했지만….
세월이 흘러 나는 돌 지난 아기의 엄마가 됐다. 요즘 그때만큼의 다짐을 남발하고 있다. 서이초 사건이 발단이다. 젊은 교사를 죽음으로 몰아간 학부모들의 끝없는 민원. 공개된 문자 내역에 내가 다 숨이 막혔다. 소설가 김훈은 이를 두고 ‘내 새끼 지상주의’라는 표현을 썼다. 다들 내 새끼만 세상의 중심이라는 비판이다. ‘내 새끼 지상주의’는 학교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아이돌 서바이벌 <소년판타지>에서 우승한 연습생은 데뷔를 앞두고 돌연 팀에서 방출되었는데, 여기에는 그의 어머니가 주요한 역할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성인인 아들의 계약 사항은 물론, 공항 패션과 사진 배열에까지 관여했다는 것이다. 몇 년 전 드라마 <SKY 캐슬> 속 엄마들이 한 수 아래로 보일 정도다. ‘헬리콥터 맘’을 뛰어넘어 어딜 가든 뒤를 밟는 ‘드론맘’이 등장한 것이다.
헬리콥터 맘은 은유적 표현이지만, 드론맘이라는 표현은 비유나 과장이 아니다. 진짜 드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 8월 25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 학부모가 자녀의 휴대폰을 통해 교사의 수업을 실시간으로 함께 듣고(!) 이 내용을 학부모 단톡방에 공유했다. 녹음은 자녀의 휴대폰에 깔린 ‘자녀보호’ 명목의 앱을 통해 이뤄졌다. 자녀가 전화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동으로 부모에게 주변 소리를 녹음해 공유하는 기능을 쓴 것이다. 과금을 하면 녹음 시간을 늘릴 수도 있다고 했다. 논란이 되자 앱 개발 업체는 녹음 알람 서비스를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녹음을 시작합니다!’라고 알리는 게 여기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닐 것이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해당 앱의 일일 이용자 수는 1만414명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드론맘’의 부상이 ‘1980년대생 엄마’들의 등장 시기와 일치한다고 주장한다. <80년대생 학부모, 당신은 누구십니까>를 쓴 전직 교사이자 엄마인 이은경 씨는 자신의 또래인 1980년대생 학부모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학교와 가정에서 존중을 받고 자라지 못한 1980년대생들이 육아를 하게 되었다. 이들은 오은영 박사 등에게서 자녀 존중법을 배웠는데, 여기서 오해가 발생했다. ‘가정 내에서’ 자녀에게 상처 주지 말고 존중하라는 이야기가 ‘모든 사람으로부터’ 내 자녀가 절대 상처받지 않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이 밖에 ‘무상보육 1세대’로 어린이집에 민원을 넣는 게 보편화된 세대, 개인주의 성향을 가진 첫 부모 세대, 교육에 대해 ‘소비자주의’적인 마인드를 가진 세대 등등의 이유가 붙는다.
그러나 나는 이것이 단편적인 세대론이라고 본다. 훈련소 단톡방에 어린이집 수준의 민원을 넣던 엄마들은 대부분 1995년생 아들을 둔 1960~1970년대생이었다. <연합뉴스>는 1991년 2월 7일 기사에서 일부 자기 자녀만을 생각하는 몰지각한 학부모 때문에 사회가 병든다며 ‘치맛바람’을 맹비난했다. ‘내 자식 지상주의’로 상식 밖의 일을 저지르는 부모들은 시대를 가리지 않고 존재했다는 방증이다. 문제는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며 집과 학교, 학원을 쫓던 치맛바람이 아예 모든 상호작용을 컨트롤하는 드론맘으로 진화한 데 있을 것이다.
“사실 80%의 학부모는 상식적이에요. 문제는 나머지 20%죠.” 경기도교육청 소속의 10년 차 초등 교사인 A 선생님의 말이다. “대다수의 학부모는 ‘드론 학부모’의 과도한 행동을 비판하죠.” 강원도교육청 소속으로 8년 차 초등 교사인 B 선생님도 이런 비슷한 말을 했다. “문제는 소수의 목소리에 굉장히 큰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거예요. 턱없는 요구를 하는 그들을 제어할 수 있는 권한이 누구에게도 없거든요.”
스스로 80%의 젠틀한 학부모일 것이라 믿지만, 또 모르는 일이다. MBTI가 극 F 성향으로 공감 능력이 111%에 달하는 A 선생님과 B 선생님 모두 “저는 그런 엄마가 안 될 수 있을까요?”라는 나의 질문에 확답은 못 했다. 평범한 학부모도 ‘학폭’ 등 이슈가 생기면 드론맘이 될 가능성이 수직 상승한다는 게 두 선생님의 설명이었다. 감정 표현이나 인간관계에 서툰 어린아이들의 문제인 만큼 갈등의 층위는 얕은데 얽혀 있는 인물은 복잡다단하다. 잔혹성 때문에 세간에 알려진 청소년 학폭과는 달리, 초등생 학폭 사건에서는 절대적인 피해자와 가해자를 구분하기 어렵다. 자기 자식이 중요하지 않은 부모는 없다. 절대적인 피해자도, 가해자도 아닌데 기록이 남는 것을 쉽게 납득하지 못한다. “걸면 걸리는 수준의 다툼이 많은데, 그러면 이제 교사는 새우 등 터지는 거죠.” 서이초 사망 교사에게는 전체 반 26명의 학부모 중 10여 명이 연달아 연락을 취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내용은 ‘쟤가 내 아이를 때렸다고 한다. 걔네 엄마한테 얘기해라’ ‘내 아이는 맞대응한 거다, 상대 아이를 따끔하게 야단쳐라’ 등등이었다. 사망한 교사는 아이들 사이 문제에 끼어든 드론 학부모들을 위해 수업 중과 일과 이후에도 연신 ‘송구하다’ ‘죄송하다’는 말을 해야만 했다.
지금은 몰상식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또 내 자식이 얽히게 되면 나도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만약 사랑하는 내 아이가 애매한 갈등으로 피해자나 가해자가 된다면, 나라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시선으로만 사건을 바라볼 수 있을까? 누구라도 붙잡고 원망하고 싶어지지 않을까? 누구도 직접 경험하기 전에는 확신할 수 없다. 개인이 확신할 수 없는 일을 막기 위해서는 시스템의 변화가 필수다. 다행히 최근 들어 학부모의 민원 해결과 교권 보호를 위한 관련 지침 등을 마련하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으며,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식에 참석해 “추모로 그치지 않고 촘촘한 교권 보호를 이룩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드라마 <블랙미러>의 에피소드 ‘아크엔젤’은 극단적인 드론맘을 다룬다. 고생 끝에 얻은 딸을 잃어버릴 뻔한 엄마는 자녀의 머릿속에 위치부터 건강 상태, 시청각까지 제어할 수 있는 칩을 이식하는 수술을 감행한다. 그리고 딸이 잔인하거나 선정적인 것을 접할 때마다 직접 모자이크 처리를 하거나 소리를 듣지 못하게 한다. 혹시나 내 안의 잘못된 모성애가 기어 나오려 할 때마다 ‘아크엔젤’을 떠올릴 생각이다. ‘아크엔젤’은 당연하게도, 끔찍한 비극으로 마무리된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크엔젤’을 떠올리며 살자고 마음속으로 다짐하고도 확신은 못 하겠다. 내 아이를 바라볼 때 가끔 ‘이 애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드는 걸 보면 그렇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히 다짐할 수 있다. 훈련소 단톡방에서 오버하는 엄마는 절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엄마는 정말 되지 않을 것이다.
 
김현유는 <에스콰이어 코리아> 피처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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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ITOR 김현유
  • WRITER 김현유
  • ILLUSTRATOR MYCDAYS
  •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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