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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의 체모 제거가 단순히 개인의 취향 문제가 아닌 이유
몸의 털을 제거하는 남자들이 늘고 있다. 연령대가 내려갈수록 제모 비율도 높아진다. 하지만 남성의 체모 제거는 당신의 생각처럼 단순히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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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모를 제거한다는 게 딱히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다. 체모는 늘 어떤 식으로든 불쾌감을 줄 가능성이 높았다. 1940년대와 1950년대에 할리우드에서 ‘남성성의 현신’ 같은 존재였던 클라크 게이블마저 영화 검열을 피하기 위해 겨드랑이와 가슴 털을 밀었을 정도였다. 불과 몇 세대 전 숀 코너리가 연기한 제임스 본드와, 다니엘 크레이그의 근육질이지만 털은 없는 몸에서도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남성 신체의 ‘케니피케이션(Kenification, 바비의 파트너이자 매끈한 몸을 지닌 플라스틱 인형인 ‘켄’화)이 최근 갑자기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체모와 남성성의 관계는 그동안 어떻게 변한 걸까?
남성성의 표현에서 중대한 순간이 50년쯤 전에 있었다. 버트 레이놀즈가 잡지 <코스모폴리탄>의 센터 폴드 페이지 화보를 누드로 촬영했던 1972년이었다. 그는 곰가죽 러그 위에 누워 있었다. 어디까지가 러그이고 어디부터가 인간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았다. 레이놀즈와 마찬가지로, 원조 매그넘(액션 수사 드라마 <매그넘 P.I.>의 주인공)인 톰 셀렉 역시 1980년대 내내 체모를 과시하는 룩의 토템과도 같았다. 지금 보면 두 사람 모두 ‘털의 황금기’의 유물로 느껴지지만 말이다.
이런 변화를 주도한 것 중 하나는 패션이다. 심지어 서기 65년에도, 로마 철학자 세네카는 남성의 체모에 대한 취향이 변하고 있다며 통탄했다. 이전 세대 남성들은 겨드랑이도 밀지 않았는데, 젊은 세대는 다리까지 밀고 있다며 슬퍼했다. 그때는 매스미디어도 없었는데 말이다. 어쩌면 마크 월버그가 캘빈 클라인 모델로 등장했던 1992년부터 남성 모델의 몸은 매끈해야 한다는 기대가 생겼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에 대한 최신 해석을 계속 반복해서 각인시키는 리얼리티 TV 쇼와 소셜 미디어 역시 남성의 체모를 밀어낸 주인공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경기가 끝나고 난 후 셔츠를 벗고 그라운드를 뛰어다니는, 꼼꼼하게 제모한 운동선수들의 몸 역시 대중의 인식에 영향을 끼쳤다. 남성 제모라는 개념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던 1990년대에는 ‘메트로섹슈얼’이라는 단어가 제모에 관심을 가진 남성들을 가리키는 말로 유행했고, 2000년대가 되자 그만큼 산뜻하지는 않지만 더욱 노골적인 ‘스포르노섹슈얼(spornosexual)’이라는 말이 부상했다. 보디빌더들은 언제나 상체를 면도해왔고(근육을 더 잘 보여주기 위해서), 사이클리스트들은 오래전부터 다리 털을 밀어왔다(마사지 받기 더 편하다는 이유로). 하지만 지금은 실용성보다는 과시가 더 큰 목적이 되었다. 티셔츠를 벗고 매끈한 몸을 드러내는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와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는 여성들이 흔히 침실에서 만나는 털북숭이에 비해 남자의 몸을 훨씬 잘 감상할 수 있게 해줬다. 온라인과 TV를 통해 보는 것들의 상당수는 우리가 현실에서 남들에게 어떻게 보여야 하는지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왜곡한다.
퀸즐랜드공과대학교의 심리학 부교수 패트리샤 오브스트의 연구에 따르면, 남성들에게는 격려가 필요하며 시각적 문화가 이를 제공해준다. “체모를 제거하는 ‘프로토타입’ 남성과 자신이 비슷하거나 동일하다고 느끼는 젊은 남성들은 스스로도 제모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그들은 제모에 대한 남성들의 긍정적인 태도를 키워주었죠. 최근까지만 해도 제모가 그다지 남성적인 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거든요.”
물론 온라인과 TV라는 매체의 기저에는 상술이 있다. 제모 관련 이슈에서도 마찬가지다. 여성들은 수천 년 전부터 스타일이나 지위를 추구하며 털을 긁어내고, 자르고, 손과 핀셋으로 뽑아왔다. 그러나 20세기와 21세기의 인간이라면 알다시피, 인류의 절반이 제모 습관을 갖게 해서 돈을 벌기 위해, 즉 남성들이 매끈한 몸을 유지하는 데에 필요한 약, 로션, 장비를 사게 하기 위해 기업과 기업의 단짝인 광고, 미디어는 현실을 바꾸는 방법을 찾아낸다.
1915년에 질레트는 여성을 타깃으로 한 최초의 안전면도기 ‘밀레이디 데콜테’를 내놓으며 겨드랑이 털을 갑자기 ‘보기 흉하고’ ‘부끄러우며’ ‘불쾌한’ 것으로 단정 짓는 광고 캠페인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변화는 천천히, 드문드문 찾아왔다. 이탈리아 배우 소피아 로렌이 아름다운 여성 중 하나로 여겨지던 1955년에 촬영한 화려한 홍보용 사진이 있다. 지금 감각으로 보면 겨드랑이 털을 거침없이 드러낸 로렌의 모습은 당혹스럽다. 그러나 1964년경에는 미국 여성의 98%가 다리 털을 밀었다. 남자의 수염을 깎기 위한 안전면도기가 처음 발명되었을 때처럼, 여성 시장을 노린 최초의 제품 밀레이디 데콜테 이후에도 왁싱, 제모 크림, 탈색제, 제모술, 레이저 시술이 뒤따라왔다.
뷰티업계, 그리고 지금의 제모 산업이 우리에게 계속 일깨워주려고 하는 개념이 있다. 바로 체모와 위생 사이의 관계다. 털이 많을수록 더럽다는 것이다. 제모는 아마도 양치와 더불어 미관과 인식되는 청결함 사이의 보이지 않는 선을 넘은 아주 드문 뷰티 전통 중 하나일 것이다.
‘삼중날 사타구니 면도기’ ‘사타구니 엑스폴리언트’ ‘사타구니 셰이빙 젤’과 사타구니 이외 부위의 체모 관리 제품을 전문으로 하는 미국의 그루밍 브래드 맨스케입드의 창업자 폴 트랜은 이런 연관이 왜 생기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답했다. 하지만 분명 실존하는 감정이라고도 주장했다. “손톱을 깎고 나서, 머리를 자르고 나서 깔끔해졌다고 느끼는 것과 같아요. 고환을 면도한 다음에도 같은 생각을 해요. 남성들은 늘 자기 체모에 신경을 썼지만, 너무 부끄러워 이야기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게 제 가설이에요. 하지만 이젠 얼굴 이외 부위의 그루밍에 대한 관용이 예전에 비해 훨씬 커졌죠.”
2016년 미국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제모를 하는 여성의 59%가 ‘위생 때문에’ 제모를 한다고 답했다. 남성도 이를 뒤따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인식은 다소 비논리적이다. 만약 털이 더러운 것이었다면 머리도 삭발하지 않았겠는가. 생물학적으로도 사실이 아니다. 체모는 체온 조절에 기여할 뿐 아니라, 체취를 통해 성적 매력에도 영향을 주며 피부의 재생 능력과도 관련이 있다. 그렇지만 그와는 무관하게 털이 인체와 기본 기능에 대해 우리가 갖는 반감의 새로운 대상으로 떠오른 것이다. 사람들이 점점 더 나르시시스트적이 되어가는 지금 이 시대에서 ‘셀프 케어’에 대한 지나친 열광에는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열광과 건강, 웰니스에 대한 일반화된 인식이 제모와 함께 뭉뚱그려진 것이다.
“저는 남성들이 외모를 꾸미기 위해 체모를 제거하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우리가 살면서 하는 일들의 정말 많은 부분이 이미지로 편집돼 남게 되었다는 점, 우리가 스스로를 잘 돌보고 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한다는 점(그래야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합의되어 있으므로)에 대한 반응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해요.” 남성 제모 크림 브랜드 발드에이프 팔러의 창업자 벤 리버스의 말이다. “당신이 체모에 기울이는 노력에서 당신이 라이프스타일에 들이는 노력이 얼마만큼인지를 가늠하는 거예요. 어떻게 보면 필요해서 한다기보다, 보여주기 위해서 하는 거죠. 그루밍의 심리는 정말 복잡해요.”
체모에 대한 우리의 감정은 일관성 없는 생각을 따른다. 왜 몸의 어떤 부분에는 털이 있어도 되고 어떤 부분에는 있으면 안 되는가? 왜 가슴털은(최소한 살짝 난 가슴털은) 괜찮지만 등의 털은 안 되는가? 2021 유고브 설문조사에 따르면 남성의 3분의 1은 ‘약간 털이 난 가슴’은 보기에 괜찮을 수 있다고 했지만, 그들 중 거의 3분의 2는 등에 난 털은 매력이 없다고 답했다. 그건 절벽 끝을 넘어가 과도함의 영역으로 굴러떨어졌고, 묘하게도 진짜 역겨움을 불러일으키게 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가슴과 어깨의 명확한 경계가 있을 경우에만 가슴털이 괜찮다는 인식에도 의문을 제기해볼 수 있다. 털이 많은 다리는? 손등이나 발에 털이 많다면? 의문의 여지가 있다. 동물성의 반대 기제로서 인간성에 대한 감각을 붙잡고 씨름하고 있기 때문일까? 그래서 유난히 털이 많은 남성은 ‘고릴라’라고 불리는 걸까? 1700년대 말, 토머스 제퍼슨은 미국 선주민들이 체모를 뽑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선주민들은 제퍼슨에게 그러지 않으면 짐승 같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찰스 다윈이 우리가 영장류로부터 진화했다는 설을 발표한 1871년 이래, 인간들이 동물로부터 스스로를 분리하기 위해 추구한 방법 중 하나가 털을 없애는 것이었다는 이론도 있다. 다윈 이후 털이 무성한 것은 추잡함, 병리학, 광기, 심지어 폭력 범죄와 관련이 있다는 근거 없는 생각도 퍼졌다.
다윈의 통찰이 가져온 엄청난 충격이 사라진 지는 오래되었지만, 아직도 현실에는 그에 따른 심리적 영향이 남아 있다. 2017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남성의 55%는 체모가 너무 많아서, 특히 나지 말아야 할 곳에 털이 많이 나서 부끄럽다고 답했다. 3분의 1은 그래서 절대 수영하러 가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5분의 1은 성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여성들에게 이제 제모는 표준으로 여겨지는, 깊이 각인된 행동이 되었다. 보디 셰이밍을 통한 넓은 통제의 일부다. 남성들도 그렇게 될까? 1970년대 히피들부터 인스타그램에서 ‘보디 포지티브’ 캠페인을 펼치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제모에 대한 저항은 오래가지 못했거나 개인적 대가가 뒤따랐다. 제모를 거부한다는 걸 용감히 드러낸 여성에 대한 독설은 광기로 보이는 부분이 있을 정도였다.
여성의 제모에 대한 인식은 천천히 바뀌고 있는 것도 같다. 모든 문화권에서 제모를 열정적으로 받아들인 건 아니라는 점도 고려해볼 수 있다. 그러나 2017년에 아디다스가 소셜 미디어 캠페인에 등장시켰던 다리털이 있는 여성 모델은 위협을 받았다. 여기저기 체모가 나는 대로 두는 것을 선호하는 남성들도 곧 그녀처럼 황당한 비난을 받을까? 마치 아주 신성한 사회적 계약이라도 깼다는 듯이? 어디에서나 볼 수 있게 된 ‘브라질리안 왁싱’처럼 ‘보이질리안 왁싱’을 받아들이고, 내키지는 않지만 체모를 없애는 게 비난을 감당하는 것보다 쉬운 선택이 될까? 폴 트랜의 견해는 우려할 만하다는 것이었다. “체모 그루밍이 남성에게 의무가 될 가능성도 언제나 있다고 생각해요.”
한편 제모 문화를 연구해온 오클랜드공과대학 재활연구 선임 강사인 가렛 테리는 다소 다른 견해를 내놓았다. “체모에서는 남성이 언제나 좀 더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셔츠 앞섶을 열고 털이 아주 많은 가슴을 드러낸 채 선거 사진 촬영을 했을 때, 이례적인 일이지만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소동이 일었던 걸 기억합니다. 마크롱이 해도 오명이 남지 않는 행동이었던 거예요. 여성 정치인이 털이 많이 난 다리를 드러내기란 그보다 훨씬 힘들 겁니다. 반발이 엄청날 테죠. 젠더 프레젠테이션이 이루어진 방식에서 받아들여진 차이와 남녀 구분을 강조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남성성에 대한 인식이 그 선을 넘는다는 건 생각하기 어려워요.”
그러나 그 역시 그게 ‘남성이 가슴의 숲을 조금은 다듬어야 한다’는 식의 압력을 아예 받지 않을 거라는 뜻은 아니라고 인정했다. 현대사회에서 마케팅의 위력을 생각하면 말이다. 다소 음모론적인 발언일지도 모르지만, 여성들이 경험했던 것이 좋은 선례가 되어준다. 만약 모든 체모가 부자연스럽다고 여겨진다면, 전 세계적으로 남성 그루밍 산업이 얼마나 커지겠는가? 현재는 800억 달러 정도 규모로 추정되며, 앞으로 5년 안에 115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1900년대 초반에 여성들을 사로잡았던 것처럼, 영리 기업들이 남성 제모라는 특정 시장을 붙잡았으니 크게 역행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아요. 기업들은 여성의 다리는 매끈한 것이 이상적이라는 생각을 퍼뜨렸고, 이제는 남성 체모 관리를 적극적으로 밀겠죠. 너무 엉망으로 보이지 않게 체모를 조금이라도 제거해야 당신이 좋은 시민이라는 프레임을 만들 거예요. 명확한 룰이 없는 이상,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남성들은 제모를 더 많이 하는 쪽으로 기울겠죠.” 테리의 예측이다.
어쩌면 여성들이 결정권을 쥐게 될 수도 있다. 여성들이 자신의 털과 끊임없이 싸워야 하는 압력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중 잣대를 없애고 싶어 한다고 해도 여성들을 비난하기란 어렵다. 여성들이 스스로를 보는 시각도 그렇지만, 연구에 따르면 남성들, 특히 젊은 남성들은 털이 적은 여성이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관점에 길들여져 있다.
사실 큰 가슴과 넒은 엉덩이처럼, 체모 역시 성적 성숙함을 나타내는 반가운 지표라고 생각하는 게 더 이치에 맞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분야에서만큼은 미성숙한 형태를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브랜델스대학교의 리기아 아제베도의 2021년 연구 논문에 따르면, 남성 조사 대상 중 무려 95.2%가 똑같은 여성의 사진 중 체모가 없는 사진을 체모가 좀 있는 사진에 비해 ‘훨씬 더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묘한 현상이 있다. 이 중 많은 남성이 체모가 없는 여성이 더 어려 보여서 매력적이라고 답한 반면(청소년에 대한 위험한 성애화의 또 다른 예다), 85.7%의 남성은 여성의 체모가 싫은 이유가 털이 있으면 더 남성적으로 보여서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자신의 체모를 제거하는 남성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버트 레이놀즈는 체모를 통해 남성의 정력을 인상적으로 표현했지만, 이제 남성과 여성 모두 그렇게 느끼지 않는 게 문제일까? 체모 대신 좀 더 눈에 띄고 세분된 근육이 지배적인 위치를 갖게 된 건 그래서일지도 모른다. 혹은 짐 캐리의 말처럼 그 대신 과시용 수염이 다시 유행하게 된 것도 같은 이유일 수 있다. 그렇다면 반대로, 인상적인 가슴털을 보여주려고 셔츠 버튼을 지나치게 많이 풀고 다니길 고집하는 전형적 중년 남성들은 체모가 아직도 파워 플레이에 관여한다는 낡은 생각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
연구에 따르면 다수의 남성들이 젠더 규범의 한계를 인식하고 있고, 어느 정도의 제모는 괜찮다고 여기며, 스스로도 털이 있어야 한다고 여기는 곳을 일시적으로 제모하기도 한다(특히 다리와 겨드랑이). 그러나 이 남성들은 이런 제모가 남성적 정체성 감각에 위협을 준다고 느낀다. 특히 화학요법 치료를 받는 남성들이 모발보다도 체모가 빠지는 것을 더 우려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체모는 여성성과 반대되는 것으로 간주되어 왔다고 생각하지만, 체모와 남자다움은 최소한 아직까지는 연관이 있어요.” 오클랜드대학교에서 테리와 함께 연구하고 있는 버지니아 브라운 심리학 교수의 말이다. “체모는 늘 여성성이 아닌 남성성의 일부로 존재해왔어요. 그게 근본적 차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남성의 체모를 볼 때 여성의 체모를 볼 때만큼 역겹다는 반응을 내놓지는 않잖아요.”
어쩌면 이것이 아직도 대부분의 여성이 가슴과 배에 털이 있는 남성을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는 데이터를 설명해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런 체모가 수염처럼 성적 성숙의 지표가 된다는 것도 이치에 맞는다. 적어도 여성들은 우리의 진화적 뿌리에 일관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남성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체모가 없는 여성을 매력적으로 느끼도록 프로그램 되었다면, 여성들 역시 그렇게 될 수 있다. 시류가 이미 변화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많은 남성이 체모가 없는 여성을 선호하는 듯한 반면, 사회평론가 카밀 파글리아는 여성의 욕망에 대해 이렇게 우려한 바 있다. “요즘 젊은 여성들은 남성이 아닌, 마음대로 쥐락펴락할 수 있는 소년을 원하는 것 같아요. 묘하고 아리송한 ‘어머니-아들’ 환상이죠.”
우리는 어쩌면 남녀가 함께 섹스리스 켄과 바비가 되는 핑크빛 길로 나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당신이 그것을 눈치챘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 <바비>에는 어울리지 않게도 겨드랑이 털을 깎지 않은 켄이 한 명 나온다. 그 켄이 가부장제를 받아들였기 때문인지, 배우가 거부해서인지는 알 수 없다. 그가 만약 투쟁을 하는 켄이라면 그의 반대편에는 반짝거리는 매끈한 몸을 지닌 호나우두, 브라질 면허 소지자인 다니엘 크레이그가 맞서고 있다. 그들은 털 없는 몸을 우리 코앞에 들이밀고 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모두가 남자의 몸이 아기 엉덩이처럼 매끈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Credit
- WORDS JOSH SIMS
- ILLUSTRATOR OSCAR YANEZ
- TRANSLATOR 이원열
- ART DESIGNER 박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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