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서래마을 라파엘 갈로의 비밀 아트카페
한 달에 한 번 서래마을의 한 맨션 거실에선 아티스트와 관객들이 만나는 모임 ‘아트카페’(ARTcaffé)가 열린다. 벌써 12년째 이 모임을 비영리로 운영하고 있는 라파엘 갈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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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카페’(ARTCaffé, @artcaffe_byraffaellagallo)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주세요.
매달 한 번씩 아티스트를 초청해 저희 집 거실에서 아티스트가 직접 자신의 작품 세계를 설명하고, 참여한 관객들에게 질문을 받는 작은 모임이에요. 지금까지 한국인 아티스트로는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박경근, 강현선, 화가 정재호, 젠 박, 조각가 오종 등 5명을 초대했지요. 게스트가 국외 아티스트일 경우는 줌으로 참여하기도 해요. 지난 10월에 초청한 이탈리아 출신 작가 루디 크레모니니가 그런 경우였죠. 관객으로는 아트에 관심이 많은 한국 거주 외국인 친구들과 한국의 미술 관계자 등이 초대받지요. 또 이 아트토크 현장은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온라인으로 중계되기도 해서 한국 시간으로 오전에 이벤트를 열 때면 미국, 태국, 베트남, 싱가포르, 중국, 호주에서 접속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떻게, 언제부터, 왜 시작했는지 궁금해요. 별것 아닌 일처럼 얘기하지만 아티스트를 섭외하는 것부터 벌써 힘든 일이죠. 게다가 직접 구운 빵과 케이크, 커피와 음료 등을 준비해두고 마이크와 영상을 통한 줌 스트리밍도 직접 다 챙기는 모습도 봤습니다.
전 이탈리아 출신이고 실은 엔지니어링을 전공한 공학도예요. 예술과 문학에 대한 열정은 있었지만 10대 후반 복잡한 시기를 거치면서 열정과는 다른 길을 택했던 거죠. 자동차 업계에서 10년 넘게 전략 컨설턴트로 일했고, 역시나 자동차 업계에 있던 남편을 만나 결혼했어요. 2009년부터 남편이 중국에 일자리를 얻게 되면서 저는 직장을 잠시 그만뒀어요. 그때부터 아트를 공부하기 시작하며 개인 연구의 새로운 장을 열었죠. 그러던 중 2012년 다롄이라는 중국의 소도시에 살 때 처음 시작한 게 바로 아트카페였어요. 이후 상하이로 거처를 옮겨서도 계속했고요. 엔지니어 출신의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얻은 오거나이징 스킬들이 아트카페를 운영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죠.
주로 어떤 아티스트들을 초대하나요?
처음에는 제가 작품을 구매했거나 구매할 의향이 있거나 제 개인적인 취향에 맞는 아티스트를 초대했어요. 몇 년이 지나면서 기준을 좀 넓혔죠. 누군가 물어볼 때면 “대문자 A로 시작하는 아티스트”라고 대답하곤 해요. 그 체크리스트를 다 열거할 순 없지만, 아주 단순하게 공통점을 얘기해보자면 이 세계에 대한 독창적인 시선을 가진 아티스트, 자신만의 놀라운 이야기 방식을 가진 아티스트를 말하죠.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읽어내고 그걸 재조합해서 새로운 방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작가만의 ‘트위스트’가 필요하죠. 그런 작가들의 작품은 우리가 세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보게 해줘요. 2018년부터는 1년에 한 번씩 미술계에 종사하지만 ‘예술가가 아닌’ 사람들, 예를 들면 미술사학자, 수집가, 디자이너, 갤러리스트, 아트 디렉터, 큐레이터도 게스트 스피커로 초대하고 있죠. 예술 분야에 대한 다른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저도 몇 번 초대를 받았는데요, 그때마다 참 국제적인 분위기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맞아요. 한국에선 이 집에 2022년 8월에 이사 와서 10월부터 아트카페를 시작했지요. 그날 참석한 관객들도 스위스, 스페인, 이탈리아, 미국 등 다양한 국적이었고, 지난 몇 년을 따져보니 70개 국적의 사람들이 아트카페를 방문했더군요. 게스트 스피커들도 비슷합니다. 18개국의 아티스트 75명이 아트카페에서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해줬어요.
참가비도 없고, 후원도 받지 않는 걸로 알고 있어요.
아트카페는 비영리 행사예요. 참석자들은 참가비를 내지 않고, 저도 작가의 소속 갤러리나 다른 어떤 기관으로부터 대가나 커미션을 받지 않아요. 전 이 행사를 비즈니스적인 관점으로 보고 있지 않거든요. 상하이에 있을 때는 민간기업에서 행사 비용 일부를 후원해주기도 했어요. 하지만 서울에서는 순전히 제 가족들의 스폰서십으로 운영되고 있죠.(웃음) 실질적으로 들어가는 돈은 거의 없다시피 하니, 아트에 관심 있는 기관의 후원을 받으면 좋겠어요. 받더라도 비영리로 운영되는 데는 변함없겠지만요.
그날 오신 외국인 분들 중에도 영어를 잘 못하시는 유럽 분들은 좀 어려워하시는 게 아쉬웠습니다. 기업의 후원이 있다면 통역사를 부를 수도 있겠죠.
후원이 있다면 그런 여러 가지 점에서 좀 더 유연하게 운영될 수는 있겠군요. 저도 스폰서십에 대해서는 고민 중이에요.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사교 모임처럼 보이기도 했어요.
그런 측면이 확실히 있긴 하죠. 그런데 중요한 건 그렇게 모인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점이에요. 제 거실에서 수용 가능한 인원은 30명 정도고, 온라인에는 50명 정도가 있는데 제 아트카페의 초청 연사이기도 했던 프랭크 왕 예펑(Frank Wang Yefeng)의 개념에 따르면 이들 대부분이 ‘인비트위너스’지요. 한국어로 하면 중간자들이라고 해야 할까요? 전 이탈리아 사람이에요. 하지만 이탈리아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탈리아 사람일 뿐이지 그 사실이 제 자신을 정의하진 않아요. 인비트위너스들은 그저 나 자신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경계의 방향성이 없죠. 이탈리아는 제가 ‘돌아가야 할 곳’이라거나 ‘고향’이 아닌 거죠.
재밌는 개념이네요. 아트카페에 대한 국내 갤러리 관계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이 이벤트의 아이디어와 형식이 마음에 들었는지 흥미로워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저희가 초대하는 아티스트에게 소속 갤러리가 있을 때에는 갤러리 측에서 무척 적극적으로 자료를 제공해주고 협조해줬지요. 어떤 갤러리에서는 행사를 치르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커버해주기도 했어요.
서래마을이라는 공간이 참 잘 어울리기도 합니다.
조용한 마을이에요. 너무나 안전하다는 점도 마음에 들어요. 와봐서 알겠지만, 전 초대장을 보내놓고 약속 시간이 되면 아예 문을 열어두죠. 전 이탈리아 사람이지만 이탈리아에서라면 절대 이렇게 못 했을 거예요. 중국에서도요. 누가 들어올 줄 알겠어요. 한국 아트 신의 특징도 좀 알게 됐어요. 한국의 아티스트들 중에는 어려운 주제를 다룰 때에도 매우 활기차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경우가 많아요. 서울의 갤러리 수와 프로그램 질 모두에 엄청 놀라기도 했죠. 프리즈(Frieze)와 같은 중요한 아트페어가 아시아 전초기지로 서울을 선택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진화하고 싶나요?
올해의 제 목표 중 하나는 이 프로젝트를 후원할 스폰서를 찾는 일이에요. 또 노드 연결을 더욱 활성화하고 싶기도 해요. 앞서 말했던 해외에서 커넥팅하는 도시 중 상하이는 특별합니다. 그곳에는 제가 꾸려두었던 상하이 아트카페 모임이 그대로 남아 있어요. 그래서 그들은 한 집에 모여서 여러 명이 줌을 통해 접속하죠. 이런 식의 해외 노드를 더 만들어 국제적인 커뮤니티를 통합하고 현대미술에 대한 접근 방식을 확산시키고 싶어요.

지난 12월 1일에 열린 아트카페에서 게스트 스피커인 멀티미디어 작가 강현선이 관객들과 대화하고 있다.
Credit
- EDITOR 박세회
- PHOTOGRAPHER 조혜진
- ASSISTANT 신동주
- ART DESIGNER 주정화
JEWE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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