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밀라노 남성 컬렉션에 울려 퍼진 구찌 앙코라(Ancora)
다시, 구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바토 데 사르노가 그리는 하나의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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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구찌와 사랑에 빠졌으면 해요.” 사바토 데 사르노가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에 오르며 한 말은 수줍은 고백이라기보다 어떤 선언 같았다. 그가 이끄는 여정에서 우리는 어떤 사랑을 경험하게 될까. 그 답은 지난 1월 12일 밀라노에서 공개한 2024 F/W 남성 컬렉션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컬렉션은 사바토의 첫 남성 컬렉션 데뷔로 시노그라피나 미장센, 뿐만 아니라 컬렉션 전반에 걸쳐 여성 컬렉션과 구찌 앙코라(Ancora)라는 하나의 테마를 공유한다. 밀라노 북부 폰데리아 카를로 마키(Fonderia Carlo, Macchi)에 마련된 쇼장은 ‘미러링’이란 의도에 맞춰 여성 컬렉션과 거의 동일하게 꾸며졌다. 텅 빈 공간에 고요한 어둠이 깔리고 그 위로 조명이 길게 뻗어 길을 만들었다. 모델 말고는 다른 어떤 것도 비출 생각이 없는 듯한 태도에선 사바토가 가진 굳은 단호함마저 느껴졌다. 곧 마크 론슨이 디렉팅한 사운드트랙 Romy-‘Loveher’에 맞춰 고아한 자태의 모델이 걸어 나왔다. 날카롭게 재단한 긴 네이비 코트와 복사뼈 길이에서 끊기는 날렵한 스트레이트 트라우저, GG 로고 벨트, 흰 양말과 호스빗 로퍼, 볼드한 마리나 체인 네크리스, 붉은 로쏘 앙코라 컬러 재키 백까지. 첫 번째 룩은 구찌 하우스가 지닌, 명징한 정체성 그 자체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대범하게 뒤덮은 GG 모노그램 룩이나 아우터와 양말 발목 뒤편에 장식한 상징적인 GRG 파이핑도 마찬가지. 마치 헤리티지를 잘 정돈해 정렬한 다음 다시 사바토만의 방식으로 빈틈없이 맞춘 퍼즐 같았다. 곳곳에 혼재한 조각들을 하나로 모으는 것은 전통의 펑크적 해석이었다. 점잖은 슈트 소매 끝 핑거 글러브가 주는 예상 밖의 관능, 깨끗한 흰 양말과 스터드를 빼곡히 두른 청키한 호스빗 로퍼의 대비, 맨살에 두른 호화로운 실크 스카프의 데카당스… 창립자 구찌오 구찌에게 영감을 준, 런던 특유의 문화적 코드가 컬렉션 곳곳에서 반짝였다. 하지만 이 컬렉션에서 진정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펑크의 위태로움이나 불온함이 아니다. 지극히 실용적인 럭셔리에 대한 것이다. 밤낮으로 걸치고 싶은 테일러드 코트와 몸에 꼭 맞는 슈트, 매끄러운 가죽 재킷에 대해선 하루 종일 얘기할 수도 있고, 폭신하고 부드러운 스웨터와 질 좋은 데님 팬츠, 나일론 보머 재킷, 넉넉한 사이즈의 재키 백과 더플백, 백팩 또한 빼놓고 싶지 않다. 사바토는 이번 컬렉션으로 실용과 럭셔리를 뒤섞는 구찌의 현재적 변화를 다시 한번 확언한다. 요란한 장치와 현란한 눈속임을 걷어내고 그저 삶과 일상을 진정성 있게 대하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준다. 모호함이나 머뭇거림 없이, 억지스럽지 않게. 그러니 이런 컬렉션을 본다면 그 누구라도 사랑에 빠질 수밖에.


Credit
- EDITOR 김유진
- PHOTO 구찌
- ART DESIGNER 박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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