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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섭 수석연구원과 대화를 통해 바라본 3M 그리고 신소재 글라스버블

포스트잇, 스카치테이프는 3M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프로필 by 임일웅 2024.04.01
3M 윤인섭 수석연구원

3M 윤인섭 수석연구원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3M 신소재사업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윤인섭이라고 한다. 벌써 10년째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다.

3M에 첫 출근한 날이 기억나나?
회사에서 만나는 모든 분들이 좋은 회사에서 함께 일하게 되어 축하한다고 말해준 것이 가장 인상깊었다. 보통은 ‘고생해라’라는 말이 먼저 나올 텐데. 그만큼 3M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신소재사업팀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를 담당하나?
처음에는 ‘테크니컬 서비스 엔지니어’로 입사했고, 두 달 뒤부터 지금까지 글라스버블 소재의 애플리케이션 엔지니어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의 ‘응용’이라는 뜻 그대로 해당 소재를 어떤 제품에 응용하면 세상에 보탬이 될지 고민하고, 고객 사와 협업하는 일을 한다.

글라스버블 모형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3M 윤인섭 수석연구원

글라스버블 모형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3M 윤인섭 수석연구원

글라스버블이라는 소재는 처음 들어본다.
처음엔 나도 생소했다. 글라스버블은 유리 섬유의 일종으로 가루를 흔들면 물처럼 흐르는 것이 특징이다. 3M은 차선용 도료에 뿌리는 유리구슬을 오랫동안 판매하고 있는데, 그중 우연히 만들어진 불량품에서 착안해 글라스버블이 탄생했다. 기존의 유리구슬보다 훨씬 가벼워 물에 뜨기도 했는데, 알고 보니 분자 속이 텅 빈 버블의 형태를 띄고 있었다. 내구성은 뛰어나지만 훨씬 가벼운 고분자 소재로 단열과 경량화에도 뛰어나다. 액화수소 탱크의 단열재를 비롯하여 차량이나 가전 등 다양한 아이템의 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글라스버블도 그렇고, 포스트잇, 스카치테이프도 그렇고, 3M은 우연에서 비롯한 발명에 능한 것 같다. 혹시 일상 속 우연한 영감이 업무로 이어진 경험이 있나?
애플리케이션 엔지니어라는 직무에 걸맞게 ‘저기에 글라스버블을 적용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 글라스버블을 사용하면 소재가 가벼워지거나 단열 특성이 좋아지기도 하는데, 그 특징을 활용해 단열 코팅제를 개발하기도 했다. 혹시 골프를 치나? 분당이나 기흥에는 강을 향해 스윙 하는 골프 연습장이 있다. 글라스버블을 활용해 물에 뜨는 골프 공을 만들어, 수거에 용이하다.

지속 가능성은 꾸준히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른다. 3M에서는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3M의 모든 신제품은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으면 개발을 금지할 정도로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포스트잇도 재생지나 생분해성 종이로 바뀌고 있으니까. 글라스버블이야 말로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대표적인 예시 중 하나다. 경량화 한 부품을 탑재한 자동차는 연비가 향상되고, 결과적으로 탄소 배출량 감소로 이어진다. 글라스버블은 뛰어난 단열재로도 각광받는데, 해당 소재를 활용한 페인트를 사용해 냉난방에 쓰이는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다.

3M만의 독특한 사내 문화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15% 룰이라는 제도가 있다. 근무시간의 15%를 담당하는 업무가 아닌 새로운 연구에 투자하는 것이다. 테크 포럼을 통해 전 세계의 엔지니어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도 있는데, 필요한 경우 연구비를 지원하기도 한다. 두 번째로 멘토링 프로그램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 자발적으로 원하는 사람에 한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으며, 전 세계 어느 곳의 선배든 멘토가 되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나의 경우 미국의 멘토와 화상으로 조언을 들은 경험도 있다. 마지막으로 실패한 사람에게 상을 주는 ‘펭귄 어워즈’가 있다. 하나가 물 속으로 뛰어들면 주저하던 펭귄들도 모두 뛰어드는 모습에서 착안한 것으로 올해의 가장 큰 실패를 한 사람에게 상금을 주는 제도다.

3M은 자유로운 근무 환경으로도 유명하다. 지금은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가?
워크유어웨이(Work Your Way) 시스템으로 자유롭게 근무지와 근무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상사와 협의가 된 경우 다른 나라에서 근무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러한 제도는 신뢰를 베이스로 뛰어난 인재를 뽑겠다는 3M의 인사 철학에 근거한 것. 코로나19가 성행하던 시절부터 시행했는데, 생산성이 올라가 지금까지도 유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커리어를 시작하는 후배 엔지니어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한다.
전공이나 직전 커리어에 지나치게 매몰되지 않았으면 한다. 다양한 분야의 경험이 본인만의 독특한 역량을 만들고, 뛰어난 퍼포먼스로 이어지기도 하니까. 나 또한 학부와 석사 과정에서는 고분자 공학을 전공했고, 최근까지는 KAIST 경영대학에서 프로페셔널MBA 과정을 통해 안목을 넓혔다. 한국 생산 기술 연구원에서 연구 개발 업무를 담당했으며, 지금은 글라스버블의 애플리케이션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다. 무기물인 글라스버블을 유기물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이전 경력이 큰 도움이 된다. 더 나아가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분야의 기술 트렌드를 파악하길 권한다.

Credit

  • 포토그래퍼 정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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