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버킷 리스트를 묻다

지금 마음에 담아둔 물건들.

프로필 by 성하영 2024.04.08

Yu Masui

@yumasui 패션 크리에이터
BALENCIAGA tat zip-up hoodie & tat baggy sweatpants

BALENCIAGA tat zip-up hoodie & tat baggy sweatpants

OLLY SHINDER black climbing skort

OLLY SHINDER black climbing skort

BALENCIAGA
tat zip-up hoodie & tat baggy sweatpants
₩2,330,000 & ₩2,000,000
요란하지만 편안하게. 내 패션 철학을 정확하게 관통하는 이 셋업을 보고 당장 사이즈부터 체크했다. 이렇게 잔뜩 멋을 부린 스웨트 셋업은 만나기 쉽지 않아 더 특별하다. 유치하지 않게, 정교하게 표현된 타투 그래픽과 적어도 10년은 입은 것 같은 데미징 디테일… 발렌시아가다움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OLLY SHINDER
black climbing skort
$895
얼마 전 파리 패션 위크에서 올리 샤인더의 쇼를 직접 보고 그만의 이상한 디자인 포인트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엉덩이를 다 내놓은 고프코어라니. 지겹게 느껴지던 테크웨어가 아름다워지는 순간이었다. 마침 내게 딱 어울리는 팬츠도 찾았다. 강렬한 붉은빛 저지와 독특하게 절개된 나일론 팬츠가 레이어드된 치마바지. 허리춤의 깅엄 체크 벨트가 특히 마음에 든다.

비디유

@bd_yoo 브랜드 디렉터
DR.MARTENS
1460 vintage made in england lace up boots
$260
몇 달 전 시드니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며 나도 나만의 닥터마틴을 만들리라 다짐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닥터마틴을 신고 길거리를 걷던 시드니 사람들. 같은 모양도 하나 없었다. 모두 본인의 입맛대로 이 투박한 구두를 소화한 모습에 괜스레 닥터마틴 사이트를 뒤적거렸다. 오랜 고민 끝에 절단면 안쪽으로 오렌지 빛 내피가 은근하게 비치는 1460 빈티지 모델을 사기로 했다. 잘 길들여서 자유분방하게 신어야지. 시드니에서의 추억처럼.

표영민

@wodpeck 포토그래퍼
ANN DEMEULEMEESTER
ronald 5 pocket comfort jeans
$710
포토그래퍼에게 팬츠는 각별하다. 하루 종일 무릎을 구부렸다 펴며 짐을 나르고, 아스팔트 바닥에 누웠다가 나뭇가지 사이로 들어가는 삶을 선택했기에 바지를 고를 때는 특히 마음이 쓰인다. 소재가 튼튼할 것, 여유 공간이 충분할 것, 그럼에도 멋있을 것. 다른 건 몰라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나만의 세 가지 조건. 이 팬츠는 그 모두를 갖췄다. 사악한 가격만 빼고.

Alexandre Castel

@alexandrecastel_ 디지털 크리에이터
SAINT LAURENT classic blazer

SAINT LAURENT classic blazer

LOEWE micro-mosaic jewelry

LOEWE micro-mosaic jewelry

SAINT LAURENT
classic blazer
이브 생 로랑의 환생이라 평가받고 있는 생 로랑 2024 F/W 컬렉션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갖고 싶다. 이 블레이저는 특히나. 잘 재단된 각진 어깨와 예민하게 솟은 라펠, 딱 떨어져 허벅지까지 흐르는 부드러운 원단.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우아하며 동시에 남자다운, 가장 생 로랑다운 재킷. 1980년대에 잘생긴 너드가 있었다면 분명 이런 재킷을 입었으리라. 후디 위에 편하게 걸쳐도 분명 근사할 거다.

LOEWE
micro-mosaic jewelry
아직 여름이 오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가을을 손꼽아 기다린다. 로에베의 이 주얼리에 마음을 빼앗겨서다. 모델의 손목을 감싸고 있던 볼드한 골드 뱅글, 중간의 모자이크 펜던트는 비잔틴 양식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한다. 오래된 궁전의 벽화를 그대로 옮긴 듯한 질감과 키치한 동물 포트레이트의 예상치 못한 만남에서 조나단 앤더슨 특유의 위트를 느낄 수 있다. 내가 로에베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유다.

임일웅

@limilwoong 에스콰이어 디지털 에디터
STÒFFA
ice cotton silk pique shirts
$625
올봄엔 나른한 인상의 셔츠를 입고 싶다. 적당히 후들거리는 이 하늘색 셔츠에 시선이 멈춘 건 순전히 이름 때문이었다. ‘아이스 코튼 실크 피케’ 모니터 너머로 그 촉촉함이 전해지는 듯한 네이밍. 이런 옷은 입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분명 부드럽고 시원할 거다. 사계절 언제든지 입을 수 있는 과하지도 진부하지도 않은 디자인은 또 어떻고. 닳도록 입어 해져도 예쁠 것 같은 셔츠다.

박민수

@dokgomansu 스타일리스트
424
marathon overlay high boots
작년 가을부터 예의주시했던 부츠. 기본적인 컴뱃 부츠 아웃솔에 부드러운 가죽을 이어 붙인 뻔하지 않은 디자인, 발등 위로 지는 자연스러운 주름이 포인트다. 바지를 넣거나 빼서 자유롭게 연출할 수 있는 적당한 너비까지 완벽하지만 매번 릴리즈 시기를 놓쳐 아직까지 사지 못했다. 이번 리스탁 때는 꼭 사고 만다. 이제 쇼츠를 입을 때가 되었으니.

Jonathan Hayden

@jonathanhayden 패션 크리에이터
BOTTEGA VENETA medium andiamo bag

BOTTEGA VENETA medium andiamo bag

MAISON MARGIELA tabi western boots

MAISON MARGIELA tabi western boots

LEMAIRE workwear pants

LEMAIRE workwear pants

BOTTEGA VENETA
medium andiamo bag
€4,100
클래식한 가방은 실패가 없다. 거기에 질 좋은 소재와 헤리티지까지 더해진다면 더더욱. 안디아모에 관심이 간 이유도 그 때문이다. 밑으로 갈수록 넓어지는 모양 덕에 넉넉한 수납공간과 튼튼한 위빙 스트랩, 제일 마음에 드는 앙증맞은 톱 핸들까지. 몇십 년이고 들 수 있을 것 같은 가방이다.

MAISON MARGIELA
tabi western boots
€1,790
작년 가을부터 이 부츠를 눈여겨봤는데 어느덧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다. 제대로 된 클래식 웨스턴 부츠도 하나 없는 주제에 이 타비 부츠를 사는 게 사치처럼 느껴져 구입을 미루고 또 미뤘다. 이제 웬만한 사이트에서 내 사이즈는 찾기 힘들어 틈틈이 중고 매물을 체크한다. 언젠가는 꼭 갖게 되길 바라며.

LEMAIRE
workwear pants
€490
누군가 인생 팬츠를 묻는다면 조금의 고민도 하지 않고 이 팬츠를 말할 거다. 정갈하고 편안하며 내 몸에 아주 잘 맞는다. 이미 몇 컬러나 갖고 있지만 역시 블랙만큼 손이 자주 가는 건 없다. 그 덕에 잘 해지지만. 그래서 이 팬츠는 늘 내 장바구니의 한자리를 차지한다. 못나게 해지거나 구멍이라도 나면 바로 주문해야 하니까.

병구

@dfd___bgi 샘플라스 브랜드 매니저
CMMAWEAR
oni long-sleeve jersey
요즘은 한국의 정서를 잘 담고 있는 브랜드에 마음이 간다. 어쭙잖게 따라 하는 건 멋도 없고 지겹다. 커마웨어가 좋은 이유도 비슷하다. 얼핏 보면 흔한 테크웨어 같지만 특유의 동양적인 터치가 곳곳에 숨어 있어 이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특히 이 저지는 매일 입을 수 있을 것 같아 릴리즈 되기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전 시즌 발매했던 비슷한 디자인의 슬리브리스를 교복처럼 입었던 좋은 기억으로.

정택환

@jeongtaekhwan 스타일리스트
KIDS LOVE GAITE × BED JW.FORD
bump riding boots
$410
애정하는 브랜드 중 하나인 베드포드가 도쿄를 벗어나 파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시즌 쇼에서 내 이목을 끈 건 딱 붙는 니트 레깅스에 매치한 엔지니어드 부츠. 종아리 뒤쪽이 사선으로 솟은 독특한 형태를 보는 순간 머릿속에 착장이 그려졌다. 다 찢어진 미키마우스 티셔츠에 턴업 디테일이 들어간 코튼 네이비 쇼츠, 그리고 브리지가 있는 체리 브라운 선글라스…. 아직 출시 전이지만 내 맘속 장바구니에 일순위로 담아뒀다. 얼른 세상에 나오렴.

두호

@doooho 스타일리스트
CARTIER silver rectangular glasses

CARTIER silver rectangular glasses

LOEWE suede campo loafer

LOEWE suede campo loafer

CARTIER
silver rectangular glasses
$1235
룩에 서늘한 기운을 더하고 싶을 때 안경만큼 좋은 게 없다. 특히 실버 프레임의 무테 안경은 하나만으로도 그 존재감이 압도적이다. 긱시크 트렌드의 조상 격이라 할 수 있는 이 안경을 두고 오랫동안 방황도 해봤지만 역시 오리지널만 한 게 없는 걸까. 결국에는 이 안경을 사려 한다. 깔끔하게 떨어지는 렌즈 모양, 포인트가 되는 힌지 디테일까지 완벽하다.

LOEWE
suede campo loafer
₩1,500,000
클래식한 로퍼는 이미 많으니 독특한 모양의 로퍼가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앞코가 동글납작한 이 슈즈가 눈에 들어온 건 다름 아닌 독특한 소재 때문이었다. 보풀처럼, 퍼처럼, 트위드처럼 보이는 스웨이드를 마구 빗어 만든 원단. 데님은 물론 울, 나일론, 실크까지 모든 팬츠를 품을 수 있는 로퍼가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Daniel Grant

@da.nl 패션 크리에이터
LEMAIRE
Flat piped slipper
₩880,000
너무 클래식한 아이템이라 조금 뻔한가? 위시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지 꽤 됐지만 구입을 목전에 두고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며 미루기를 반복했다. 뭔가를 사려고 마음먹으면 조금 더 디테일이 있는 것에, 조금 더 반짝이는 것에 눈이 갔다. 사실 이런 신발이 계절도, 분위기도, 착장도 가리지 않는 다재다능한 아이템인데. 올봄에는 꼭 사겠다고 다짐해본다. 스포츠 쇼츠부터 클래식한 슈트까지 모든 룩에 닳도록 신을 거다.

송정현

@ssugisha 에스콰이어 패션 어시스턴트
DRIES VAN NOTEN × VERNER PANTON
field jacket
오리지낼리티에 위트를 딱 한 스푼 더한 디자인이 좋다. 그런 옷은 오래 봐도 질리지 않고, 무엇보다 근본이 있으니까. 이 재킷은 입체 포켓과 투박한 부자재, 목을 반쯤 덮는 칼라와 소매의 더블 버튼 디테일까지 오리지널 필드 재킷의 문법을 완벽하게 따른다. 거기에 더해진 베르너 판톤의 그래픽 패턴. 아무리 검색해도 내 사이즈의 매물은 나올 기미가 없지만, 이걸 입은 내 모습을 상상하면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

류경진

@jinjonjamforberry 푸드 아티스트
TOGA VIRILIS × SSENSE
Brown studded clog
$410
뮬의 스마트함을 사랑한다. 쉽고 편안하며, 즐겨 입는 긴 와이드 팬츠와도 궁합이 좋아서. 발뒤꿈치만 잘 가리면 제법 차려입은 느낌까지 난다. 마르니의 송치 뮬을 잘 신고 있던 와중에 이 클로그를 발견했다. 위에서 봤을 때는 동그래 보이지만, 옆에서 보면 날렵하게 위로 솟은 모양이 제법 섹시하기까지 하다. 나의 첫 토가로 딱 적당한 모습이다.

김장군

@jjjjjjjjacob 에스콰이어 디지털 에디터
PANERAI
luminor 8 giorni PAM914
₩9,340,000
수많은 시계를 사고팔면서 아쉽거나 후회된 적은 없었다. 파네라이 PAM914를 팔기 전까진 말이다. 아라비아 숫자와 바 인덱스의 조합, 빈티지한 색감의 샌드 다이얼, 간결하게 놓인 시침과 분침까지. 입문 모델임에도 브랜드를 상징하는 요소가 야무지게 담겨 있어 아직까지 눈에 아른거린다. 2020년 구입 당시 가격은 600만원대. 다시 데려오겠다는 다짐에 장바구니에 넣고 고민하는 사이 어느새 900만원대가 됐다. 1000만원이 넘기 전에는 데려올 수 있을까.

권은무

@kwoneunmu 모델
PATAGONIA
Lightweight down jacket
이번 봄은 아무래도 조금 이상하다. 봄비도 내렸는데 왜 이렇게 스산하고 시린지. 어느 날 산책을 하다 문득 경량 패딩이 갖고 싶어졌다. 품과 무게, 적당한 누빔의 두께… 경량 패딩을 고를 때 따져야 할 것들이 이렇게 많았나? 마음에 드는 걸 도통 찾지 못하던 중 빈티지 매물로 올라온 이 재킷을 만났다. 모든 조건이 완벽했고, 더울 때는 꼬깃꼬깃 접어서 주머니에 넣을 수도 있다. 앞으로의 야외 산책이 기대된다.

James Dykes

@james_virtualman 패션 크리에이터
MAGLIANO grampa light cardigan

MAGLIANO grampa light cardigan

LOUIS VUITTON LV checker mary jane shoes

LOUIS VUITTON LV checker mary jane shoes

MAGLIANO
grampa light cardigan
₩1,294,000
무작정 마리아노의 옷이 사고 싶었다. 그냥 그 성장세를 보고 있으니 하나쯤 갖고 있어야 할 것 같았다. 단정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내가 소화할 수 있을 법한 아이템을 열심히 찾던 중 이 니트 카디건을 발견했다. 마리아노의 상징과도 같은 피스. 클래식은 실패가 없으니까. 봄에 딱 어울릴 은은한 레몬빛도 아주 마음에 든다.

LOUIS VUITTON
LV checker mary jane shoes
$1,220
두근대는 마음으로 퍼렐 윌리엄스의 첫 쇼를 기다린 게 벌써 일 년 전. 쇼에서 본 메리제인 슈즈를 그만큼이나 기다렸다. 통이 넓은 버뮤다 쇼츠, 도톰한 양말에 투박하면서도 섬세한 이 신발을 신으면 당장에라도 소년처럼 씩씩하게 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모두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까. 이 신발, 사이즈 구하는 게 너무 어렵다. 릴리즈와 동시에 품절이라 기회를 몇 번이나 놓쳤다. 여름이 오기 전엔 과연 구할 수 있을까?

Credit

  • ART DESIGNER 박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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