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Part 2. 자신이 귀엽다는 견해들에 대한 변요한의 생각
막막한 대본 앞에서 몸부림치는 사람. 영화인들로 가득한 시상식장에서 패기만만한 발언을 이어가는 사람. 소년 시절의 수줍음을 간직한 사람. 유튜브 출연과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에서 새로운 영감을 찾는 사람. “그게 다 저예요.” 변요한은 담담한 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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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브리스 톱 아미.
최근에 작품 홍보차 유튜브 출연을 좀 하셨잖아요. 오해일지도 모르겠는데, 그런 활동을 스스로도 즐기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맞아요. 즐기고 있습니다.(웃음) 그런 곳에서 드러나는 게 제 원래 성격인지는 모르겠는데, 뭐 맞겠죠. 최대한 솔직하게 방송을 하려고 하고 있으니까요. 그때그때 컨디션과 분위기에 따라서 제 페르소나가 바뀔 수도 있기 때문에 보는 분들은 헷갈려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게 다 저예요. 의도적으로 다르게 하는 게 아니라 그냥 흐름에 맡기는 거죠.
뭐가 나올지 알 수 없지만, 걱정보다는 재미가 더 크군요.
잘 들어주고 뭔가를 잘 보는 사람과 대화를 하면 또 어떤 케미스트리가 나오기도 하잖아요. 저는 요즘 그런 게 되게 재미있어요.
최근에 들은 ‘변요한은 이런 사람이다’라는 말 중에 기억에 남는 게 있나요?
많죠. 많은데, 그중에서 지금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잠시 머뭇거리다가) 귀엽다고 하더라고요.(웃음) 남자인 친구들도 그러고. 어떻게 보면 그 친구들한테만 보여준 제 일면일 수도 있을 것 같긴 한데요.
왜 함께 유튜브 콘텐츠 촬영한 트와이스 사나 씨도 요한 씨가 귀엽다고 했잖아요. <한산: 용의 출현> 때 인터뷰 보니까 박해일 배우도 요한 씨가 귀엽다고 했고요.
아, 박해일 선배님은 혹시 웃을 때 귀엽다고 한 거 아닌가요?
맞아요. 여러 번 얘기했나 보군요.(웃음) ‘야수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웃으면 소년처럼 귀엽다’는 이야기였던 걸로 기억해요.
(웃음) 그게 다 같은 맥락의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저는 그런 말을 듣는 게 나쁘지는 않아요. 적어도 그런 말을 하는 친구들한테는 제가 발톱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뜻이니까요. 사실 저도 어느 순간에는 예민해질 수 있잖아요. 나이가 들수록 테스토스테론과 귀여움을 동시에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제가 동경하고, 추구하는 바입니다.
박해일 배우의 이야기는 그런 양면성이 변요한이라는 배우의 큰 강점이라는 맥락이었죠. 본인이야말로 ‘양면성’의 대명사 같은 분인데.
(수긍하며) 선과 악의 이미지가 공존하시죠.
요한 씨도 그런 양면성이 스스로의 강점이라는 걸 인지하고 있었나요?
그럼요. 인지 못 한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알고 있었고, 또 어떤 때는 알고 있기 때문에 외면하려고도 했고요. 그렇게 양면적 매력이 있다는 걸 스스로 너무 잘 알면 또 매력 없잖아요. 알고는 있지만 또 그에 대해서 다양한 고민들을 하면서 상황에 맞춰 쓰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사실 <미생>에서 처음 변요한 배우를 봤을 때 원래 성격이 한석율과 비슷하겠거니 했어요. 능청의 타이밍이나 표정 같은 게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뭔가라고 느꼈거든요. 그래서 지금 돌아보면 놀랍고요. 이런 사람이 저런 연기를 했다니, 하고.
좋은 연기를 했네요.(웃음) 감사합니다. 사실 <미생>은 저도 그래요. 돌아보면 놀라워요. 심지어 그때 감독님이 저를 캐스팅하신 게, <들개>라는 굉장히 어두운 작품을 보고 하셨던 거거든요. 물론 제 안에도 그런 면들이 다 있으니까 표현할 수 있었던 거겠죠. 친한 친구들을 만났을 때 나오는 제 특유의 능청이 있을 거고, 그걸 최대한 잘 착즙해서 표현하는 거예요. 하지만 말씀하신 타이밍 같은 건 결국 상대 배우들과 감독님들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잘 살려주시고, 편집할 때에도 애정을 담아 잘 만들어주시고, 현장에서 오케이가 나올 때까지 다 같이 호흡을 하고…. 다 그분들 덕이에요. 어떻게 보면 저는 그냥 열심히만 한 거죠.
<미생>의 한석율이나 <미스터 션샤인>의 김희성과 <한산>의 와키자카 야스하루를 놓고 보면 캐릭터 차원이 아니라 아예 다른 발상의 연기가 필요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산>에서는 거의 눈빛으로 모든 것을 표현해야 했잖아요.
사실 저는 김한민 감독님한테 너무 감사하죠. 이게 형이 있기 때문에 아우가 있다고, <명량>이 있었기 때문에 <한산>에도 그렇게 주목을 해주신 부분이 있잖아요. 또 8년 만에 복귀하는 작품에서 더 좋은 환경에서 책임자가 되어주셔서 현장에서 진두지휘를 하셨고, 그래서 제가 좀 더 수월하게 연기할 수 있었고요.

재킷, 셔츠, 슬리브리스 톱 모두 페라가모.
계속 다른 사람들에게 공을 돌리는군요.(웃음) 실제로 와키자카 역을 맡았을 때 표정이나 눈빛 연기가 단순하게 표현되지 않도록 노력을 많이 했다고 들었어요. 박해일 씨 사진을 붙여두고 노려보며 술을 마실 정도였다고요.
(웃음) 몸부림이죠. 그때는 그냥 그렇게 하면 마음이 조금이라도 달라지지 않을까, 어떤 종류의 에너지가 내면에 차지 않을까 했던 거예요. 막막하니까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아이디어도 전부 다 시도해보는 거죠. 그런데 그건 저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가 다 그럴 거예요. 캐릭터를 이해하고 조금이라도 더 다가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거죠.
역시 막막하긴 했군요. 와키자카는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데 동시에 야수성이 이글거리는 캐릭터잖아요. 심지어 대사도 전부 일본어라 미묘한 감정을 표현하기도 어렵고. 대본으로 처음 봤을 때 어땠을까 막연히 상상하게 되는 측면이 있었어요.
그런데 또 막막해서 제가 해보고 싶었던 부분도 있죠. 그리고 저는 막막할 때 저 혼자서 괴로워하지 않아요. 상대방을 보죠.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생긴 노하우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제가 대본을 보면서 막막할 거라는 건 김한민 감독님도, 박해일 선배님도, 안성기 선생님, 손현주 선배님, 모두가 알았을 거란 말이죠. 그러면 그들이 저 혼자 두진 않을 거예요. 저는 그분들을 믿고 함께 가는 거죠. 혼자 하려고 하면 뭐든 막막해지는 것 같아요. 결국은 공동체의 작업인데.
사실 저는 요한 씨가 계속 다른 분들께 공을 돌리는 게 통상적인 겸양의 말씀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지금 보니 그 모든 게 다 진심인, 굉장한 ‘팀 맨’이군요.
팀이 가장 중요하죠.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요. 혼자 하면 막막한 것도 함께하면 다 뚫리거든요. 그래서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도와주십시오”, 잘 말해야 하잖아요. 그렇게 해서 도와주신다면 저는 해내야 하는 거고요. 전부 진심이에요. 저는 겸손은 못 떨어요.
<한산>으로 백상예술대상, 대종상영화제, 청룡영화상의 남우조연상을 휩쓸었잖아요. 그때 수상 소감이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내가 받을 줄 알았다’며 국내 시상식에서 잘 찾아볼 수 없었던 호기로운 태도를 보여줬죠.
그건 사실 <한산> 팀을 위해서 그렇게 한 부분도 있어요. 초청되었다는 것만으로 영광스러운 자리지만, 그래도 아쉽게 수상을 못 한 동료들도 있고 아직 수상 여부를 알 수 없는 상도 좀 있었잖아요. 그 앞에 서니까 ‘우리 작품 정말 잘 만들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거죠. 관객들에게 영화를 조금만 더 봐달라고 말하고 싶기도 했고요. <한산> 촬영 현장에서 제가 늘 그렇게 호기로웠거든요. 그 캐릭터를 시상식까지 좀 가져왔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백상예술대상 백스테이지 인터뷰를 보면서도 좀 놀랐어요. 그간 상을 못 받아서 느꼈던 아쉬움에 대해 너무 솔직하게 말씀하셔서요.
저는 제가 뭘 그렇게 파격적으로 솔직한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냥 제 스스로에게 좀 관대한 편인 거죠. 이런 인터뷰 시간이나 시상식에서 소감을 말하는 시간, 모두 온전히 제 시간이잖아요. 부모님은 제게 늘 겸손하라고 하셨지만, 저는 사실 마음을 숨기는 것도 겸손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것도 다른 형태의 오만일 수 있군요.
그냥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게 저한테는 맞는 거죠. 그러니까 저는 사실 이런 질문이 오히려 좀 어려워요. 그냥 좀 그래도 되지 않나요? 좀 솔직해도? 저는 다들 그랬으면 좋겠거든요.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떳떳하게 살아야 하고, 스스로가 뭘 말하고 싶은지도 잘 알아야 하잖아요.
저도 잘 몰라요. 모르는데, 뭐가 틀리고 뭐가 바른 건지는 이제 좀 알겠어요. 너무 많이 알아버려서 오히려 잊어버리고 싶은 것도 있지만, 아무튼요.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 새로운 스타일의 커뮤니케이션을 작품마다 맞닥뜨리면서 어떤 방식이 맞는 건지도 잘 모르겠고요. 그래도 잘 몰라도, 저는 그냥 저답게 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사실 다른 선택지는 생각해본 적도 없으니까요.

재킷, 셔츠, 슬리브리스 톱, 팬츠, 슈즈 모두 페라가모.
Credit
- FASHION EDITOR 임일웅
- FEATURES EDITOR 오성윤
- PHOTOGRAPHER 목정욱
- STYLIST 박초롱
- HAIR 미소
- MAKEUP 지미
- ASSISTANT 박서현
- 신동주
- ART DESIGNER 김동희
CELEBR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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