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프레데릭 말과 수지 르 헬리가 사는 세상
‘아크네 스튜디오 파 프레데릭 말’의 출시를 기념해 한국에 온 프레데릭 말, 그리고 조향사 수지 르 헬리와 나눈 짧은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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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무슨 향수를 뿌렸나.
프레데릭 말(이하 F): 제라늄 뿌르 무슈. 아침에 일어나니 초여름 기운과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오, 나도 오늘 비슷한 이유로 그걸 뿌렸는데. 날씨에 맞춰 향을 선택하는 편인가 보다.
F: 꼭 날씨 때문만은 아니지만 대체로? 해가 따사로운 여름날에는 비가라드 꽁쌍뜨레, 겨울에는 포근한 느낌을 주는 프로미스나 프렌치 러버에 손이 가더라. 매일 뿌린다고 말할 수 있는 나의 데일리 퍼퓸은 베티버 엑스트라오디네르. 도미니크 로피옹과 함께 조향한 에디션 드 퍼퓸 프레데릭 말 최초의 남성 향수인데, 사실 내가 쓰려고 만들었다.(웃음) 그리고 오늘처럼 포멀한 곳에 갈 때는 무슈를 뿌린다. 특히 매력적인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때는 평소보다 더 짙게.
그렇다면 수지는?
수지 르 헬리(이하 S): 나는 매 순간 향과 함께하기 때문에 어떤 향도 뿌리지 않는다. 코가 휴식을 가질 시간도 필요하니까.

이번 아크네 스튜디오와의 컬래버레이션은 개인적으로 의외의 만남처럼 느껴졌다. 어쩌다 아크네 스튜디오와의 협업을 결심하게 된 건가?
F: 나는 사람들을 우리 세계로 초대하는 것을 좋아한다. 알버 엘바즈, 드리스 반 노튼과의 협업이 그랬 듯이. 이런 협업은 서로가 다를수록 더 재미있다. 각자가 가지고 있던 틀이나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라서. 나는 오래 전부터 아크네 스튜디오를 애정해왔다. 상업과 아트 사이의 균형을 잡는 그들의 방식이 멋있다. 혁신적이지만 위대한 고전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이 특히 우리와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아크네 스튜디오의 스톡홀름 매장을 방문할 일이 있었는데, 그때 혼자 묵묵히 갖고 있던 감탄을 행동으로 옮기기로 결심했다. 너무 아름다웠다. 정말로.
아크네 스튜디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쟈니 요한슨에게 직접 쓴 손편지를 보냈다고 들었다.
F: 내가 그의 작품들을 얼마나 존경하는지, 혁신적인 디자인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런 진심을 담은 편지였다. 당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내가 어떻게 실현 시킬 수 있는지 논리적으로 어필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대답이 긍정적이었나 보다. 결국 아크네 스튜디오 파 프레데릭 말이 세상에 나온 걸 보면.
긍정적이고 또 열정적이었다. 그 덕에 협업은 아주 순조롭게 진행됐다. 마치 오래 전부터 서로가 서로를 기다려왔던 것처럼 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 원하는 지점도 확실했다.


아크네 스튜디오의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며 조향 작업에 임했나.
F: 특정 이미지보다는 아크네 스튜디오의 정신에 주목하려 했다. 지금의 아크네 스튜디오는 아주 트렌디한 브랜드지만 튼튼한 기반이 되어주는 그 아래의 전통성과 클래식함에 집중하고 싶어서 그들의 아카이브를 처음부터 끝까지 오래 들여다봤다. 내가 발견한 건 투명하고 순수한 분홍색이었고, 그걸 패키지에 녹였다.
S: 나는 겨울이면 파리의 길거리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그들의 스카프를 떠올렸다. 포근한 텍스처, 라이트한 핑크 컬러, 보는 것 만으로 따스해지는 특유의 볼륨감, 그리고 툭 걸쳤을 때의 시크함… 오직 그 스카프만이 가진 온화한 분위기를 표현하고 싶었다.
에디션 드 퍼퓸 프레데릭 말은 세계적인 조향사들과 함께 해왔다. 신예인 수지 르 헬리와 이 협업을 함께 한 이유가 궁금하다.
F: 그녀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조향사에게 필요한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 좋은 취향은 말할 것도 없고 열정적이기까지 하다. 사실 가장 염두에 둔 건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였다. 협업을 할 때에는 브랜드를 얼마나 잘 알고 있는 지가 창의성 만큼이나 중요하니까.
수지에게는 본인의 이름을 내건 첫 향수다. 이번 작업에서 가장 중점을 두었던 부분이 있다면.
S: 아크네 스튜디오의 시그니처를 온전하게 담는 것. 수많은 향수들이 있지만 이 향수에서만 맡을 수 있는 아주 독창적인 잔향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 순수한 알데히드에 예상치 못한 향료를 조금씩 더하는 방식으로 아크네 스튜디오가 가진 다양한 면모들을 표현하려 했고. 복숭아 껍질과 들판의 풀들, 바닐라, 샌달우드… 이 재료들로 신선하면서도 포근하고 투명한, 마치 공기와 같은 향을 완성했다.
정말 공기 같은 향이더라. 자연스럽고 편안하지만 또 흔치 않은. 두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일상의 향은 무엇인가.
F: 음… 하루를 시작하는 토스트 냄새?(웃음)
S: 집에 늘 꽂아 두는 미모사 꽃 향기. 너무 부드럽고 포근해서 곁에 두는 것 만으로 왠지 보살핌 받는 것 같다.

몇 년 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프레데릭 말이 했던 말을 좋아한다. 너무 예쁜 향은 별로라고. 그럼 어떤 향이 좋은 향일까?
F: 서프라이징한 향들. 너무 통제되고, 너무 대칭적이고, 모든 것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것은 극도로 빠르게 지루해진다. 때로는 적당한 불안과 미완성이 아름다움을 완성하는 것 같다.
최근의 서프라이징한 일에 대해 말해달라. 공간, 작품, 사람, 컨텐츠, 풍경… 무엇이든 좋다.
S: 얼마 전에 미국 자연 공원들을 여러 곳 방문했다. 브라이스 캐년, 자이언 국립공원, 그랜드 캐니언... 살면서 본 풍경 중 가장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람한 나무 껍질의 향과 습기를 잔뜩 머금은 풀 내음, 피부 위를 휘감는 땅의 기운. 대자연 그대로의 향도 충만하게 느꼈다.
F: 에디션 드 퍼퓸 프레데릭 말의 새로운 향에 대해 조향사와 나눈 대화. 나는 인생이 참 재미있다. 특히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은 그 자체로 영감이 된다. 내가 몰랐던 것에 대해 알게 되고, 생각지도 못했던 아이디어를 얻게 되는 그 순간의 반짝임을 사랑한다. 나한테는 그게 예술이다.
에디션 드 퍼퓸 프레데릭 말의 다음 향에 대해 살짝 스포일러 해 줄 수 있나.
F: 우리와 오랫동안 함께 일해온 조향사, 조향계의 큰 스타 중 한 명, 내가 매우 애정하는 재능을 가진 프랑스 출신 여성 조향사의 손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여름이다. 어떤 휴가를 계획하고 있나. 휴양지에 꼭 챙겨가고 싶은 향이 있다면?
F: 향을 챙겨가고 싶진 않다. 휴양지의 살아있는 향을 맡는 게 좋거든. 이번 여름에는 그 어느때보다 많은 여행 계획을 세워 두었다. 유럽 4개국을 돌아보고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가장 바쁜 여름이 될 것 같다.
S: 바쁜 미국 여행을 이제 막 마쳤으니 이번 여름 휴가는 여유롭게 보낼 예정. 프랑스 남서부에 있는 피레네 산맥에 엄마 댁으로 갈 거다.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작고 평화로운 낙원이자 온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천국이다.
Credit
- photo 에디션 드 퍼퓸 프레데릭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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