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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1. <하이라키> '정재이' 노정의는 실제로 어떤 학생이었을까?
노정의는 스물네 살의 ‘배우’다. 어린 시절을 기억하되 지금의 모습에 눈을 크게 떠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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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타이 어퓨커멘츠. 셔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오늘 화보 촬영하면서 ‘MZ 여신’의 면모를 본 것 같아요.
제가 아니던걸요? 해본 적 없는 콘셉트라 낯설 줄 알았는데 사진이 잘 나왔더라고요.(웃음) ‘MZ 여신’이라는 수식어는 아무래도 나이대가 맞으니까 그렇게 불러주시는 것 같아요. 전 소위 말하는 ‘MZ 세대’와는 거리가 멀어요. 유행어 같은 걸 따로 공부해야 할 정도예요. 또래 친구들이 별로 없거든요. 어릴 때부터 아홉 살 위인 친언니나 연기자 선배님들과 가깝게 지내서 그런 가봐요.
인터뷰를 하는 지금 시점에서는 넷플릭스 시리즈 <하이라키>(6월 7일 첫 방송)의 공개가 며칠 안 남았어요.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기 직전인데 어떤 생각이 가장 많이 들어요?
시간이 이렇게 안 갈 수가 있나 싶어요. 요즘은 후반 작업이 부쩍 길어졌어요. 그래서 더 기다려지고 설레요. 시청자 반응이 궁금하기도 하고요.
대범한데요?
작품을 봐야 쓴소리도 나오는 거니까요. 안 좋은 반응이나 부족한 점에 대해서는 제가 받아들이고 채워나가면 되는 거라 생각해요.
‘상위 0.01%의 소수가 군림하는 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도파민 과다 하이틴 스캔들’이라는 작품 설명을 보며 생각했어요. 스페인 드라마 <엘리트들>처럼 고자극이려나.
<엘리트들>만큼 자극적이진 않아요.(웃음) 상류 계층 아이들의 삶이 겉으로는 크게 달라 보일 수 있지만 같은 고등학생이라는 위치에서 봤을 때는 학교라는 사회가 전부이기도 하거든요. 각자의 아픔을 이겨내는 성장 드라마라고 생각하면 더 편하고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어땠어요?
너무 재밌어서 못 끊고 한 번에 다 읽어버렸어요. 욕심이 나는데, 또 한편으로는 정재이라는 역할이 어렵게 느껴지더라고요. ‘재벌 2세이자 명문사학의 퀸과 노정의는 너무 다른 삶을 사는 사람인데?’ 하는 생각이 앞서서요.
맡는 캐릭터와의 공통점을 찾는 편인가요?
제가 잘 표현하고 싶었던 건 가만히 있어도 느껴지는 상류층 사람들의 경제적 여유로움이었어요.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풍기고 싶었던 거죠. 재이는 겉으로 보기에는 차갑지만 주변에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고 혼자 감내하고 해결하려는 인물이거든요. 상류층이라는 외피 속 내적인 면에서는 저와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어요. 고슴도치나 선인장처럼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혼자가 되는 사람이라면 제가 생각하는 ‘초연함에서 나오는 여유’도 보일 수 있겠구나 싶었죠.
정의 씨도 고슴도치, 선인장과라는 거네요.
주변에 폐 끼치는 게 정말 싫어요. 매일 저녁 일기를 쓰면서 누군가 제 말과 행동으로 상처받진 않았을까 곱씹어봐요. 지금은 안 그런데, 저도 어릴 때는 사소한 것에 쉽게 상처받았거든요.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아서 물러설 때가 있어요.
조심스러운 마음과는 달리 몸을 움직이는 데는 거침이 없어요. <황야>를 찍으면서 액션에 눈떴다고 했죠. 이번에는 사냥과 카레이싱 장면을 찍었다고 들었어요.
차가 눈앞에서 그렇게 빨리 지나가는 것도, 그런 굉음을 들은 것도 난생처음이었어요. 촬영 때 선수분께서 저를 태우고 가볍게 돌았거든요. 사실 말이야 ‘가볍게’지 제 몸은 이리저리 막 흔들리는데 선수분께서는 흐트러짐 없이 하나하나 설명해주시더라고요. 세상에 정말 다양한 직업이 있고, 어느 분야든 전문가가 된 분들은 정말 멋있구나 새삼 깨닫는 순간이었어요. 사냥 신은 재이와 가족들 사이의 감정과 관계를 가장 잘 드러내는 장면 중 하나예요. 아버지께 사격을 배우는 설정이라 선배님과 정말 재미있게 촬영했어요. 총이 엄청 무거운데 고가의 제품이라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고생했던 기억도 나고요.

재킷 알렉산더 왕. 셔츠 비뮈에트. 팬츠 앨런아크. 슈즈 지미추. 워머 레페토.
처음으로 주인공을 맡았어요. 가장 큰 새로움일 수 있겠어요.
새로움보다는 너무 특별한 일이라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촬영하는 동안 선배님들께 전화를 자주 걸었어요. 돌아보니 “힘들어요” “어떡하죠” 푸념만 늘어놨던 것 같기도 한데요. 어차피 지나가는 일이니 견디고 다음으로 넘어가라는 조언을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선배님께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군요.
원래는 조심스러운 성격이라 그런 걸 잘 못 했는데요. 저도 모르게 어느샌가부터 하게 된 것 같아요. 제 마음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 고민을 상의할 사람을 생각했을 때 딱 떠오른 게 선배님들 얼굴이었어요.
현장에서 함께하는 배우들과 호흡은 어땠나요?
(김)재원이가 첫 대본 리딩이 끝나자마자 상의할 게 있다며 찾아왔어요. 어른 흉내를 내는 고등학생 같은 느낌으로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근데 또 마냥 어린애처럼 할 수 없는 그 경계선이 정말 어려운 것 같다, 그런 얘기를 나눴죠. 대본에는 보이지 않는 두 역할의 관계성을 잘 만들어보자고 먼저 다가와주는 게 되게 고마웠어요. 덕분에 더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고 저도 앞으로 상대 배우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서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채민 오빠는 항상 밝은 사람이에요. 그 밝음이 현장에 주는 에너지가 너무 좋았거든요. 오빠가 있어 정말 다행이었어요.
그럼 촬영장 안에서 노정의의 포지션은?
헉 어떡하죠. 제가 너무 뭘 한 게 없는 것 같은데.
평소 친구들 사이의 정의 씨 모습이랑 비슷하지 않을까요?
예전에 친구들이 항상 하는 얘기가 있었어요. ‘넌 막내야, 언제까지 초딩일 것 같아.’ 그런데 그러던 아이가 열아홉 살을 기점으로 많이 바뀌었어요. 엄마처럼 애들을 챙기는 포지션이 돼서 요새는 밥도 다 해 먹이고요. 친구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게 좋더라고요.
교복 입은 모습이 아직도 어색하지 않아요. 연기를 시작한 게 2011년도니까 학생일 때 모습이 익숙하게 남아 있어서 그런가.
시작점을 더듬다 보면 세상 부끄러워져요. 숨기고 싶은 흑역사가 생각나다가도, 또 한편으로 제 어릴 때 모습을 많은 사람이 기억해준다는 게 행복하기도 한데요. 정작 실제 학창 시절의 저는 체육복만 입고 다녔거든요. 이번에 진짜 예쁜 교복을 입어서 좋더라고요. 언제 또 이런 걸 입어보나.(웃음) 감독님들이 원하신다면 전 언제라도 교복 입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어떤 학생이었나요?
진짜 시끄러웠어요. 선생님들이 매일 조용히 시키는 학생. 학교 끝나면 친구네 전화해서 “이모 저 누구 친구 정읜데요. 같이 놀아도 될까요?” 이러고 끝나는 시간 맞춰 학원 앞에서 기다렸다 놀자고 하는 애였어요.
아니, 연기하느라 한창 바쁘지 않았어요?(웃음)
그게 아무리 바빠도 또 친구가 너무 좋을 때라… 어릴 때부터 학교를 같이 다니던 친구들이라 제 상황을 잘 알고 있었어요. 조퇴할 때 처음에는 어디 아프냐고 물어보다 나중에는 촬영 가는 거 알고 잘 다녀오라고 인사도 해주고요. 동네 친구 정의로 봐줬기 때문에 저도 편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막내’에서 ‘엄마’로, 특정 시기를 기점으로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차분한 사람이 된 것 같네요.
열아홉에서 스무 살이 되는 시기에 완전히 바뀌었어요. 살면서 가장 고민이 많은 시기였어요. 수능시험을 보고 대학교를 정하는 일도 너무 무겁게 느껴졌고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살 것인가 고민이 쌓였죠. 그 시기를 거치면서 마냥 밝기만 한 모습이 사라진 것 같아요.
Credit
- CONTRIBUTING EDITOR 박의령
- PHOTOGRAPHER 윤송이
- STYLIST 성선영
- HAIR 케이트
- MAKEUP 최수지
- ART DESIGNER 김동희
CELEBR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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