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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얼러 인터뷰 Part 2. Emily Frances Barrett

자신만의 미학으로 각자의 우주를 만들어가는 주얼리 디자이너 3인.

프로필 by 성하영 2024.07.27
Emily Frances Barrett
런던 기반의 오브제 스튜디오 에밀리 프랜시스 배럿. 담배꽁초와 깃털, 깨진 도자기, 꽃잎… 이 모든 재료가 에밀리에게는 프레셔스 스톤이다. 청결하게 닦고 소중하게 덧칠해 멋대로 붙이고 엮는다. 그녀에게 이 일련의 과정은 수행과도 같다. 에밀리 프랜시스 배럿에 ‘주얼리 브랜드’보다 ‘오브제 스튜디오’라는 칭호가 더 어울리는 이유다.
주얼러, 아티스트, 디자이너… 당신은 자신을 어떻게 수식하나? 어떤 수식어도 붙이고 싶지 않다. 나는 에밀리 프랜시스 배럿이다. 어느 날은 꽃병을, 어느 날은 귀고리를, 또 다른 어느 날은 가구를 만드는 에밀리. 어떤 것을 만들어내도 이상하지 않고 어떤 것이든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 매일 확장하고, 배우고, 성장하는 그런 사람. 누가 뭐래도 당신의 작업 스타일은 독보적이다. 이런 오브제를 만들게 된 계기가 있나? 작업을 시작한 시점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아티스트가 되어야지!’라는 생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으니까. 다만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호기심이 많았다. 걸을 때도 늘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폈다. 길거리는 내게 그 어느 곳보다 재미있는 테마파크였다. 집에 돌아오면 내 주머니는 산책길에 주운 물건들로 빵빵하게 부풀어 올라 있었다. 부모님 말에 따르면 가위를 잡기 시작했을 때부터 그것들로 뭔가를 만들어 자랑했다더라. 상어 이빨부터 동물 뼈, 담배꽁초까지 이 기상천외한 재료들을 다 그렇게 발견한 건가? 물론이다. 가끔 꼭 필요한 원석이나 재료가 있다면 구매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재료는 길에서 얻는다. 여행으로 떠난 휴양지에서, 집 앞 공원을 산책하다가, 마켓에서 장을 보던 중에, 어디서든 재료를 발견할 수 있다. 참고로 우리 아버지는 골동품상인데, 때로는 그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어떤 도움? 서리얼(Surreal)한 재료들을 깜짝 선물로 주신다. 상어 이빨도 그중 하나였다. 그래도 그에게 받은 것 중 가장 좋은 건 다름 아닌 ‘가치 있는 무언가를 사냥하는 눈’과 ‘별 볼 일 없는 물건에 생명을 불어넣는 능력’이다. 어떤 재료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나? 다른 곳에서는 절대 찾을 수 없는 유일무이한 모양을 갖고 있으면서 튼튼하고 썩지 않는 것. 당신의 주얼리는 제각기 유일무이하고 그래서 재밌지만, 상업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당연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 손을 거쳐야만 하는 작업 방식도 한몫한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이 일을 업으로 삼은 걸 후회한 적은 없다. 애초에 이 물건들을 팔아 부자가 될 거란 기대를 해본 적도 없었고. 그저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는 그 순간이 좋다. 무언가를 창조하는 일은 매일 새롭고 초현실적이며 아름다우니까. 당신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예상할 수 없는 모든 것. 아마도 아름다움은 불안과 설렘에서 오는 듯하다. 무언가를 창조하는 시작점이 그렇고, 머릿속의 희미한 형태가 내 손안에서 또렷하게 구현되는 과정이 그렇듯이. 창조의 순간에 꼭 필요한 것이 있다면? 향, 조명, 음악, 습관, 이 모든 것. 강박적으로 스튜디오 분위기에 집착하는 편이다. 정돈되지 않은 몸과 마음, 환경에서는 왠지 작업도 해치우듯 하게 되는 것 같아 매일 꼭 해야 하는 루틴을 정해뒀다. 일단 출근하면 팔로산토와 일본에서 사온 향을 피우고, 다큐멘터리 팟캐스트를 튼다. 요즘 빠져 있는 건 ‘트루-크라임’ 장르로 통칭되는 수사물 팟캐스트. 몽롱한 아침 정신을 오싹하게 깨우는 나만의 방법이다. 지루한 오후 시간엔 겐마이차를 마시는 것도 잊지 않는다. 꽤나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편인가 보다. 이 직업은 일과 일상의 경계가 모호해서 멘털 관리에 더더욱 신경 써야 한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유지하려 일주일에 5일은 운동하며 땀을 흘리고, 명상한다. 좋은 몸과 마음은 최고의 도구라고 생각해서 이 도구를 더 예쁘고 건강하게 가꾸고 싶다. 최근 당신을 웃음 짓게 하는 일이 있나? 독립 이후 이제껏 셰어링 하우스를 전전하며 살았는데 처음으로 내 집이 생겼다. 요즘은 정말 집 꾸미는 재미로 사는 것 같다. 아르데코 문양으로 장식된 스테인리스스틸 커피 머신, 하나하나 전부 다르게 생긴 컵들, 돌로 만든 것 같은 검은색 냄비, 1만4000가지 색상으로 빛을 발하는 조명…. 야금야금 모아온 나의 보물들을 보기 좋게 정렬한다. 마치 내 작업의 확장처럼. 에밀리 프랜시스 배럿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을 하나만 꼽아본다면? 지금 뉴욕 TIWA 셀렉트 갤러리에 전시 중인 ‘Mudlark Vessel’. 내 작업의 정점에 있는 오브제가 아닐까.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했던, 그리고 아껴뒀던 재료들을 아낌없이 할애한 작품이다. 역사적인 물건을 찾기 위해 강바닥과 수풀 그 어디라도 뒤지는 예술가로서의 본능을 표현하고 싶었다. 혹시 메모리 저그를 아는지 모르겠다. 아프리카의 전통 자기인데, 고인의 물건을 덕지덕지 붙여 만든 주전자 형태의 물병이다. 이 오브제는 에밀리 프랜시스 배럿의 메모리얼 저그나 다름없다. 이제 곧 공개될 다음 작품을 소개해달라. 빈티지 젬스톤을 잔뜩 사용한 보석함을 만들고 있다. 이름은 ‘듀얼러리(Duallery)’다. 앞으로 어떤 작업을 더 하고 싶나? 나는 많이 만들어내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그저 누군가는 분명 내게 기대하고 있을 법한 것, 그 이상을 꾸준히 보여주고 싶다.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고 과정을 아름답게 여길 줄 아는 그런 아티스트이자 주얼러로 살고 싶다. 마음껏 삶을 사랑하며.

Credit

  • EDITOR 성하영
  •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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