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사라지는 모로코의 오아시스, 그리고 그에 맞서는 사람들의 풍경
사막은 오아시스를 무서운 속도로 집어삼키고 있다. 포토그래퍼 마틸데 가토니가 위기의 모로코 오아시스들과 그들을 둘러싼 삶, 그리고 ‘끝내 지켜내려는 사람들’의 풍경을 포토 에세이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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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오아시스는 기후변화에 맞서는 실존적 전투의 최전선에 서 있다. 최근 몇십 년 동안 기온 상승과 인간의 활동이 가뭄과 사막화라는 치명적인 조합을 만들어내 오아시스라는 독특한 생태계와 삶의 방식에 극적인 영향을 미쳐왔다.
이러한 추세는 북아프리카에서 특히 심하다.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 중 하나인 이곳의 기온은 2060년에 현재보다 최고 5℃ 더 상승할 것으로 관측된다. 상술했듯 단 한 세기 동안 모로코의 오아시스 3분의 2가 사라졌고, 모로코의 야자나무는 1500만 그루에서 600만여 그루로 줄었다. 현지 활동가들은 사막의 확장에 맞서 모로코인들의 오래된 가르침과 전통을 재발견하는 한편, 환경을 복원하고 청년 이주를 줄이기 위한 유기농 설파와 문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스쿠라 사막의 오아시스 출신인 농학자 압델카림 부아리프(29)는 야자나무 경작과 지속 가능한 관광의 혁신적 혼합을 도입하길 바란다. “조상들이 했던 방식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곳에 생명을 불러왔던 것은 야자나무예요. 야자나무가 없다면 오아시스도 없을 테죠.” 그는 지역 농민들에게 작물 순환, 지역 종자 및 천연 비료 사용 등 전통 농업 기술을 재도입하기를 권유한다.
오아시스에서 대규모 인구 유출이 일어나 세대간 지식 전달이 끊기고 수세기 동안 힘들여 축적해온 노하우가 사라질 위험에 처하면서 그의 임무는 굉장히 시급해졌다. 부아리프는 몇 년 전에 주택 하나를 부티크 게스트하우스로 바꾸었는데, 여기에도 지속 가능한 방법들을 적용하고 있다. “우리는 필요한 모든 채소를 우리 밭과 지역 시장에서 조달합니다. 지역 농업을 지속시키기 위해서죠. 풀장에 쓴 물을 밭에 대기도 하고요.” 부아리프는 손님들과 함께 야자수림을 산책하며 오아시스가 어떻게 기능하는지 설명해주는 일을 즐긴다. 이를 통해 지금 모로코의 오아시스에 닥친 곤경에 대한 경각심을 제고할 수 있기를 바라기도 한다.
므하미드 엘 기즐렌의 환경 활동가 할림 스바이(53)는 오아시스의 풍성한 역사를 지켜내려 한다. 그 역사는 지금도 세대에서 세대를 통해, 노래와 수백 년 묵은 시를 통해 구전되고 있다. 주말이면 므하미드의 어린이와 청소년 수십 명이 스바이의 음악학교에 모여 이것들을 배우고 노래한다. 다른 여러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스바이에게도 므하미드를 떠나 다른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추구할 기회는 있었다. 그는 이곳에 남아 젊은이들에게 이 땅에 대한 사랑을 심어줌으로써 자신이 아끼는 오아시스의 미래를 위해 싸우기로 했다. “우리가 가진 무형적 자산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그게 첫걸음이죠. 그렇지 않으면 젊은이들은 오아시스가 뭔지도 모르게 될 거예요.” 어려움도 많지만 스바이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여전히 품고 있다.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저는 여기 사람들이 미소 짓는 얼굴을 보는 게 좋아요. 오아시스를 구하기 위해서는 우선 거기에 사는 사람들부터 돌봐야 해요. 사막화에 맞서는 전투에서 그들은 보병이고, 사하라는 민첩한 적이니까요.”


자우이아 엘 하나의 개간 수로로 물이 흐르도록 농부가 흙을 치우고 있다. 오아시스는 지하수, 산, 강, 호수, 샘에서 오는 물을 밭과 가구에 공급한다. 경사를 활용하고 증발을 막는 ‘카테라’라는 복잡한 지하 수로들을 따라 물이 흐른다. 가뭄은 늘 오아시스에서 삶의 일부였지만, 과거에는 주민들이 순환 패턴에 맞추어 식량을 저장하고 수자원을 주의 깊게 관리해 가뭄을 넘길 수 있었다. 이제는 기후변화가 기온을 끌어올리고 가뭄을 길게 만들어 과거의 자연적 패턴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조르프의 투어 가이드가 고대 카테라 투어를 이끈다. 오아시스에 사는 많은 젊은이는 이 지역에 남은 몇 안 되는 경제활동 중 하나인 관광업으로 생계를 해결하려 한다. 수많은 농부는 독학으로 가이드가 되어 인근 사막을 경험해보고 싶어 하는 방문자들을 인도하지만, 관광산업이 이 지역 전체를 지속시킬 정도의 규모는 아니다. 게다가 호텔이 늘어나면서 수자원은 더욱 부족해지고 있다. 지역 활동가들은 이렇게 취약한 생태계에 관광산업이 발달하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우려한다.

어린 소년이 므하미드 엘 기즐렌의 사구 꼭대기에 서 있다. 므하미드는 드라 계곡의 오아시스 중 사하라 사막에 가장 가까운 곳으로, 한때는 이 지역의 왕성한 대추야자 거래의 심벌이었지만 요즘은 마치 종말론적 영화의 세트장 같다. 주민은 8000명뿐이며, 최근 몇십 년간 오아시스의 표면적은 3 분의 1로 줄어들었다. 얼마 남지 않은 오아시스 역시 문자 그대로 사막이 집어삼키고 있다. 가뭄이 야자수림을 망쳐놓는 바람에 다시 돌본다는 것도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메르조가 사구들 틈에 야자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오아시스는 야자나무를 중심으로 하는 독특한 농업 시스템에 기반하고 있다. 야자나무는 대추야자(오아시스의 주요 농작물)를 제공하고, 강렬한 태양빛으로부터의 그림자를 만들어주며, 그 아래에서 과수원, 채소, 사료 작물을 키울 수 있도록 수분도 유지해준다. 이와 같은 다양성이 오아시스를 지극히 회복력 있고 날씨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주곤 했다. “석류, 사과, 살구, 복숭아, 올리브, 밀, 보리…. 건강한 오아시스에선 무엇이든 자랄 수 있죠.” 스쿠라 사막의 오아시스 출신 농학자 압델카림 부아리프의 설명이다. “생물다양성에 바치는 찬가와도 같은 존재예요. 모든 식물이 시너지 속에 살아가며, 야자나무는 그중 오케스트라 리더라고 할 수 있죠.”

카스르 부누 출신 여성이 잔에 차를 따르고 있다. 오아시스는 모로코 국토 표면적의 15% 정도를 덮고 있으며, 약 200만 명이 거주한다. 대부분은 아틀라스 산맥 남쪽의 넓은 사막 분지에 위치한다. 사하라와 지중해 해안을 잇던 카라반 루트를 따라 분포해 있다. 주민들은 과거 수세기 동안 이 땅을 지배했던 유목 부족의 자랑스러운 후예들이며, 이 땅에 대한 본능적인 애착을 품고 있다.

주이아 데 시디 엘목타르 벤 알리 마을의 한 농부가 자기 밭에 물을 대려고 우물물을 펌프질하고 있다. 예전에는 오아시스의 수자원을 철저히 통제했다. 농부들은 경작지의 넓이에 따라 정해진 양의 물을 개간 시기를 돌아가며 배정받았다. 그러나 펌프가 도입된 지금은 일부 가족들이 자기 구획에 물을 대기 위해 개인 우물을 팠고, 지하수가 고갈되면서 모든 오아시스의 사회적 기둥 중 하나인 공동 물 사용 원칙이 파괴되고 있다.

추운 겨울 아침, 므하미드 원로들이 사막이 시작되는 오아시스 변두리에 모여든다. 흰 전통 예복을 입은 이들은 손뼉을 치며 드러머의 리듬에 맞춰 노래하기 시작한다. 가뭄을 끝내고 오아시스에 생명을 돌려달라는, 누군가를 달래는 주문 같은 노래를 읊조린다. 1990년대 초반까지는 므하미드에도 사계절이 있었다. 겨울이면 꼭 비가 내렸고, 가을이 되면 추수철을 맞아 찾아온 계절 노동자와 사막에서 온 유목민들로 북적였다. 매일 트럭 몇 대 분량의 대추야자가 마라케시나 카사블랑카 같은 대도시로 운반되었다. 농번기가 끝나면 가족들은 요란스레 결혼식을 올리고 다 함께 식사를 하는 등 축하 파티를 벌였다.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가뭄이 끝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일뿐입니다.” 한 원로의 설명이다.

주변 사람까지 덩달아 웃게 만드는 마법 같은 미소를 지닌 50대의 대추야자 거래인 모하메드 라지즈는 탐그루트 출신이다. 탐그루트의 인구는 2만1000명이며, 모로코 남부 드라 강 계곡을 따라 여기저기에 있는 여러 오아시스 중 하나를 중심으로 한다. 그가 어릴 때 가족의 밭에는 온갖 과일 나무와 채소가 무성했고, 오아시스의 주요 생계 수단인 대추야자도 넉넉했다. “추수철에는 모든 가족이 대추야자를 1톤 이상씩 따곤 했어요.” 그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지금 그 강은 말라버렸고 덤불만 가득하다. “이제 드라 강에는 1년에 서너 달 정도만 물이 흘러요.” 라지즈가 낙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가 자랐던 푸르고 생기 넘쳤던 오아시스는 이제 과거의 그림자에 불과하다. 버려진 밭과 죽어가는 나무만이 존재한다. “슬픈 일이지만, 신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죠.”

핀트의 오아시스 위로 태양이 떠오른다. 모로코 중부의 고립된 오아시스 핀트에는 1200명만이 거주한다. 핀트를 가로지르는 강 덕택에 이곳엔 1년 내내 물이 있다. 불과 수백 킬로미터 거리에 불과한데도, 강한 바람에 노출되고 바닥이 말라 갈라진 드라 계곡의 밭과 이곳의 푸르른 들판은 마치 다른 세계 같다. 수정같이 맑은 웅덩이, 폭포, 개울을 가진 핀트는 지상낙원 같은 모습이다. 과거의 오아시스들이 어땠는지를 보존해둔 모형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지즈 계곡 리사니 오아시스의 수크(시장)에서 판매 중인 과일과 채소. “10년 전만 해도 오아시스마다 작물과 푸른 식물이 잔뜩 있었어요. 이 지역 주민의 80%는 대추야자 거래에 의존하는 소규모 농부들인데, 이제 여긴 대추야자의 무덤에 불과하죠. 가슴 아픈 일입니다.” 자고라 출신 환경 활동가 자말 악크밥이 통렬히 말한다. 가뭄 때문에 일어난 들불로 최근 몇 년간 여러 지역에서 수만 그루의 야자나무가 불탔다. 가뭄이 잦아지자 수없이 많은 가족은 과수원, 밭, 야자나무를 하나씩 버릴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핀트의 여성이 근처 강에서 빨래를 하고 있다. 수천 년 동안 오아시스는 인간의 재주와 지속 가능한 발전의 살아 있는 심벌이었다. 오아시스 주민들은 제한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전적으로 인공적인 환경에서, 또한 세상에서 가장 적대적인 기후 속에서 번창할 수 있었다. “오아시스는 고립된 생태계였습니다. 사람들은 필요한 모든 것을 직접 생산해야 했고, 수천 년 동안의 실험을 통해 얻은 노하우로 그렇게 해왔죠.” 스쿠라의 농학자 압델카림 부아리프의 설명이다.
Credit
- EDITOR Matteo Fagotto
- PHOTOGRAPHER Matilde Gattoni
- TRANSLATOR 이원열
- ART DESIGNER 주정화
JEWE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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