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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의 무와 니세코가 세계 스키어들의 새로운 꿈으로 떠오른 이유

‘무와’는 프랑스어 ‘나 자신(Moi)’에서 이름을 따온 호스피털리티 브랜드. 무와 니세코가 홋카이도 대설원 속에 만들고자 한 건, 머무는 사람들이 더없이 자기 자신일 수 있는 공간이다.

프로필 by 오성윤 2024.12.21
무와 니세코 로비로 들어서면 보이는 중정 전경.

무와 니세코 로비로 들어서면 보이는 중정 전경.

“와, 근사하네요.” 온통 새하얀 차창 밖 풍경 속에서 무와 니세코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자 택시기사는 무심결에 감탄을 내뱉었다. 신치토세 공항부터 2시간이 넘도록 눈길을 운전한 그는 분명 지쳐 있었을 테지만, 그의 어조에서는 들뜬 호기심이 느껴졌다. 이런 곳이 생겼다고 듣기만 했을 뿐 실제로 와본 건 처음이라고 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홋카이도 니세코 출장이 결정된 이후로는 일기 예보 앱을 달고 살다시피 했고, 이따금 악천후에 고립된 이곳을 떠올렸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혹독한 눈보라의 이미지도 걱정스럽기보다 되려 가슴을 설레게 만들곤 했다. 택시 기사의 반응을 보고서야, 그의 시선을 따라 창밖을 보고서야 그것이 무와 니세코의 덕분이었다는 걸 알았다. 단단하고 아름다운 건축물의 힘이라는 것을.
무와 니세코는 1년여 전 니세코 그랜드 히라후의 최상단 둔덕에 오픈한 리조트다. 건축을 맡은 세계적 건축설계사무소 니켄 세케이는 지역 전통과 모더니즘을 절묘하게 융합했는데, 일단 작은 집들이 켜켜이 쌓인 듯한 디자인으로 홋카이도 산악지대의 마을을 연상시키는 외관에서부터 세련되면서도 고즈넉한 멋을 느낄 수 있다. 전통 양식인 ‘츠마이리’에서 모티브를 따온 독특한 형태의 지붕, 일본식 툇마루 개념 ‘엔가와’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테라스 구조 등 세심한 요소들이 켜켜이 모여 만든 독창적 분위기다. 묵묵하고 단아한 것들을 탁월하게 배치해 감탄을 일으키는 솜씨는 내부까지 이어진다. 특히 로비는 무와 니세코의 심상을 대표할 공간이라 할 만하다. 외부의 냉기를 차단하는 긴 입구 통로를 지나, 두꺼운 문이 열리면 창 너머로 중정이 펼쳐진 풍경이 반긴다. 단풍나무 정원 위로 바람 없는 눈이 하늘거리며 떨어지는 풍경은 가히 시적이라 할 만하다. 일견 소박한 운치처럼 보이지만, 그 운치를 위해 무와 니세코가 들인 노력은 상상초월이다. “중정 앞을 이음매 없이 단 한 장의 유리로 덮기 위해 굉장히 큰 노력을 들였죠. 이 사이즈의 유리를 한 장으로 덮는 게 사실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건물이 완공되기 전에 유리부터 넣어 만들었기 때문에, 파손되면 다시 이 풍경을 되돌릴 방법은 없을 거라고 해요.” 시설 투어를 맡았던 담당자의 설명이다. 중정은 로비뿐 아니라 건물의 모든 층 복도에서 내려다 보인다. 니세코의 자연을 숙소 안으로 그대로 들여오려는 노력은 호텔에 머무는 내내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느끼셨겠지만 호텔 구조도 반듯한 사각형이 아니에요. 네 변이 저마다의 각도와 길이를 갖고 있죠. 신기하게도 그 미묘한 부분을 알아채고 복도가 참 좋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홋카이도 산악지대의 마을을 연상시키는 무와 니세코의 외관.

홋카이도 산악지대의 마을을 연상시키는 무와 니세코의 외관.

니세코는 일본 현지에서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은 야생지로 꼽히는 지역이다. 그리고 전세계 스키 애호가들이 모여드는 곳이기도 하다. 빼어난 설질(雪質) 때문이다. 북극 근해 시베리아의 찬바람이 우뚝 솟은 요테이산을 만나, 매해 10미터도 넘게 적설되는 ‘파우더 스노우’를 흩뿌린다. 그것도 오래도록. (삿포로에서는 개화가 시작되는 4월까지도 니세코에는 눈이 내린다.) 스위스나 오스트리아에서도 이 홋카이도 외곽의 작은 마을을 찾아오는 건 그런 이유다. 무와 니세코 역시 스키를 즐기기 위한 제반 시설에 심혈을 기울인 리조트다. 그리고 그 경험자로서 가장 먼저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스키 장비를 빌리는 데에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는 점이다. 기분 좋은 방향으로. 스키 용품 전문 업체와의 협업 형식을 통해 렌탈샵에 상주하고 있는 전문가가 일일이 발 사이즈를 측정하고 발볼을 보며 최적의 부츠를 고른 후, 모든 장비를 세심히 체크했다. 심지어 선택한 스노우보드의 바닥면을 눈앞에서 그라인더로 깨끗하게 갈아서 건네기까지 했다. “초심자라고 하셔서 일부러 좀 짧은 보드를 골랐어요. 불편함을 느낀다면 언제라도 돌아와서 알려주세요. 교환해 드릴게요.” 일본인 직원은 한국어를 능숙하게 했는데, ‘불편하면 언제라도 알려 달라’는 게 마치 입버릇 같았다. 무와 니세코의 스키 시설에서 섬세함 외에 시간과 힘을 빼앗는 요소는 아무것도 없다. 1층에 위치한 스키존에서 모든 걸 처리할 수 있도록 한 원스톱 시스템 덕분이다. 렌탈 존, 라커, 스키 스쿨 데스크가 한 곳에 모여 있으며, 심지어 직원들이 스키 장비를 옮겨주는 스키 발렛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백미는 걷거나, 차를 탈 필요 없이 숙소에서 바로 슬로프로 이어지는 스키인, 스키아웃의 구조다. 스키존 쪽 출구로 건물을 나서면 거의 바로 슬로프에 다다를 수 있다. 리프트든 곤돌라든 패밀리 슬로프든 바로 옆에 붙어 있어, 그랜드 히라후 관광 지도를 보면 누구나 그 탁월한 입지를 느낄 수 있다. “1층의 객실들도 스키인, 스키아웃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요. 테라스를 통해 들어와서 스키 거치대에 장비들을 놓고 쉬거나, 물론 마음이 바뀌면 발렛 서비스로 장비들을 스키존 라커에 가져다 놓도록 할 수도 있고요.” 호텔 투어 담당자의 설명이다.

무와 니세코는 8층 높이의 건물 속에 디럭스룸, 킹스위트, 용도에 맞게 사용하도록 여러 개의 침실을 갖춘 스위트들, 그리고 펜트하우스까지 총 113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다. 우드 톤의 객실은 아늑하고 소박한 느낌을 내지만 그 안을 채우고 있는 건 덕시아나 침구, 가게나우 주방가전, 나노드론 공기 청정기, 뱅앤올룹슨 홈시어터 등 오직 ‘최고’ 뿐이다. 부대 시설도 마찬가지, 소박하고 꾸밈 없는 척 놀라운 내공을 가진 것들로 채워져 있다. 정통 이탈리안 요리에 장작불 요리 기법과 일본의 식재료를 접목한 ‘히토 바이 타쿠보’와 112년 전통의 스키야키 명가 ‘스키야키 히야마’ 두 곳 모두 자연, 전통, 미식의 만남을 새로운 경지로 끌어올린 곳이라 할 만하다.
온천도 반드시 언급되어야 할 요소다. 호텔을 마주보고 선 요테이산은 이 지역에 빼어난 설질의 눈 외에 또 하나의 미덕, 천연 온천을 선물했기 때문이다. 무와 니세코 안에는 공용 온천도 있고, 노천탕이 붙은 객실도 많지만, 그래도 이곳에 머문다면 ‘인피니티 온센’을 한번은 이용해 봐야 한다. 7층에 위치한 이 시설은 니세코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노천탕으로, 인피니티 풀로 조성된 네 개의 프라이빗 온천 너머로 니세코의 자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호텔 투어 담당자가 알려준 무와 니세코의 사명은 “일상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자연과의 깊은 연결,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몸과 마음의 재충전을 추구하는 곳.” 천연 온천에 몸을 담그고 앉아 차를 홀짝이며 요테이산 경치를 독점하고 있자니, 스키 리조트가 그런 고차원의 정신적 경험을 안겨줄 수 있다는 사실이 비로소 믿기기 시작했다. →

Credit

  • PHOTO Muwa
  • ART DESIGNER 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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