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입구역 주변이 애니메이션 천국이 된 까닭
더 이상 아키하바라나 이케부쿠로를 부러워하지 않아도 좋다. 지난 3년 사이 홍대입구역 4번 출구 근처에 피겨 숍과 가차 숍 그리고 애니 콘셉트의 카페와 술집이 잔뜩 들어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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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로로 중사 복장을 직접 만드는 데 약 50만원이 들었다고 한다.
애니메이트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래핑한 차가 연신 주차장으로 들어간다. 회전문을 지나자 군청색 앞치마를 두른 등신대가 보인다. 앞치마 하단에 태그가 달려 있는 걸 보니 판매 중인 제품인 듯하다. 그 옆으론 열댓 명의 사람이 서 있는데 여러 인기 애니메이션 굿즈를 모아놓은 팝업 스토어에 들어가기 위한 줄이다. 벽면에는 50m 밖에서 봐도 보일 정도로 큰 글씨로 ‘캐릭터 팝업 스토어’라고 적혀 있다. 한글이 아니라 일본어와 영어로 말이다.
도쿄 아키하바라 이야기가 아니다. 어느 일요일, 홍대입구역 4번 출구에 위치한 AK플라자에서 발견한 풍경이다. ‘내가 알던 홍대가 맞나’ 싶은 낯선 광경에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케로로 중사 인형 탈을 뒤집어쓴 사람이 빠른 걸음으로 스쳐 지나갔다. 황급히 그를 붙잡고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지금은 좀 바빠서”라는 말과 함께 이메일 주소만 남기고 사라졌다.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는 자신이 손수 만든 케로로 중사 옷을 입고 AK플라자에서 쇼핑하는 것을 즐기는 27세의 평범한(?) 남성이다. 종종 코스플레이나 애니메이션 관련 행사에 참여할 때도 있지만, 그것보단 사람들이 캐릭터를 알아보고 같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는 데에 더 큰 만족감을 느끼는 편이다.
홍대입구와 아키하바라를 합쳐 ‘홍키하바라’라고 부르게 된 배경에는 ‘애니메이트’가 있다. 2021년 AK플라자 최상층인 5층에 문을 연 애니메이트는 애니메이션 굿즈와 서적 판매에 특화된 일본 브랜드다. 지난해 4월에는 리뉴얼 오픈을 통해 면적은 약 2배, 방문자 수는 1.5배 늘었다. 같은 층에 ‘애니메이트 카페’도 입점해 있어 애니메이트에서 쇼핑을 즐긴 후 카페에 가 구매한 굿즈를 살펴보며 인증샷을 찍는 게 ‘국룰’이다. “일본이 아닌 해외 점포 중 이곳 홍대점의 면적이 제일 큽니다. 리뉴얼하며 2개의 이벤트홀이 생겨 트렌드에 맞는 팝업 행사도 진행할 수 있게 됐죠.” 애니메이트 홍대점 매니저의 말이다.
AK플라자 홍대점에 애니메이트가 생기면서 홍대입구역 주변에 애니메이션 붐이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말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애니메이트 매출이 늘어난 건 물론이고 건물 전체가 활력을 띠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1년 277억원 수준이던 AK플라자 홍대점의 매출은 지난해 837억원으로 3년 만에 3배 이상 늘었다. 매출을 따지지 않더라도 주말 오후엔 걸어 다니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이 많다. “애니를 잘 몰라도 애니메이트는 알아요. 홍대에 올 일이 있으면 구경할 겸 종종 들르는 편이죠.” 어시스턴트가 익숙한 발걸음으로 애니메이트에 들어서며 말했다.
이는 2022년 1월 AK플라자 대표이사를 맡은 고준 대표의 전략이었다. 2024년 <매일경제>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는 “주변에 다른 곳은 잘되는데, 왜 우리 홍대점만 비어 있을까 생각하니 주 고객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생각에 도달했습니다”라고 말하며 AK플라자를 ‘홍키하바라’로 조성하고자 했던 배경을 설명했다.
합정에 있던 서브컬처 의류 브랜드 ‘프래프’가 AK플라자 3층으로 옮긴 것도 같은 맥락이다. 프래프는 인디 밴드, 지뢰계, 지하 아이돌 같은 키워드를 중심으로 여느 옷가게에선 발견하기 어려운 강렬한 프린팅과 패턴이 적용된 아이템만 모아놓은 편집숍이다. “합정에 있을 때 AK플라자에서 저희를 찾아왔어요. 입점 제안을 하고 싶다고요. 처음엔 ‘우리를 왜?’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AK플라자 전체를 새롭게 브랜딩하고 싶다는 말을 듣고 수긍했죠.” 프래프 김종광 대표의 말이다. “저희는 애니메이션이 메인이 아니에요. 애니 오타쿠는 저희 매장에 잘 오지 않죠. 하지만 애니메이트 덕에 AK플라자가 유명해졌고 그로 인해 구경 삼아 찾아온 사람들이 많아요.”
흥미로운 점은 비슷한 현상이 부산 서면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2023년 초 삼정타워 11층에 애니메이트 부산점이 입점한 후 주변에 가차숍(뽑기)과 피겨숍이 우후죽순 생겨났어요. 홍대랑 비교하면 규모의 차이가 있지만 변화 양상이 닮았죠” 부산에 거주하며 팔로워 2만5000명의 애니메이션 특화 인스타그램 매거진 ‘소년기’를 운영하는 수영 씨의 말이다. 그는 코로나 탓에 오픈 초기 주춤했던 홍대점과 달리 부산점은 오픈하자마자 큰 인기를 끌었다고 덧붙였다.

1. 팝마트 홍대 플래그십 스토어
마포구 와우산로23길 56 1~3층 / 02-6371-0702 / 매일 11:00-22:00 (입장마감 21:50)
2. 덕스(DUEX)
마포구 양화로 186 LC TOWER B1, B3 / 02-2261-1393 / 월-금 13:00-20:00 토-일 11:00-20:00
3. 오뮤지엄
마포구 양화로 188 AK 플라자 홍대 4층 / 0507-1392-2099 / 월-금 11:00-22:00 토-일 10:30-22:00
4. 애니메이트 홍대점
마포구 양화로 188 AK 플라자 홍대 5층 / 0507-1340-7358 / 월-금 11:00-21:40 토-일 10:30-21:40
5. 비밀기지
마포구 와우산로29길 48-5 2층 / 0507-1364-6143 / 월-목 17:00-24:00 금-일 15:00-2:00
6. 피규어프레소 FP점
마포구 와우산로29길 48-11 지하 1층, 1~2층 / 010-7105-9467 / 매일 12:00-21:00 (입장마감 20:45)
7. JS스토어
마포구 와우산로29길48-24 1층 / 02-337-3338 / 매일 12:00-20:45
8. 안서당
마포구 신촌로6길 17 B1 / 0507-1356-4762 / 매일 12:00-20:00

원하는 캐릭터를 칵테일로 만들어주는 커스텀 칵테일이 인기다.

홍대에선 최애 캐릭터를 자랑하는 차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초보 오타쿠라면 가차 숍으로 입문하는 걸 추천한다.

AK플라자 옆 공원에선 주말마다 크고 작은 나눔회가 열린다.
애니메이션을 즐기는 다채로운 방법들
」AK플라자 옆 공원 그늘 아래 약 스무 명이 모여 앉아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선 경찰관 한 명이 이들을 관찰하는 중이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가까이 가보니 애니메이션 굿즈를 교환 또는 나눔을 하는 작은 모임이었다. 서로를 닉네임으로 부르는 것을 보면 같은 작품을 좋아하는 커뮤니티에서 나온 모양이었다. 그때 ‘핫피’(일본에서 축제 때 걸치는 재킷의 일종)를 걸친 어느 남성이 옆에서 “누구실까? 기자님일까? 이제 우리 세상을 알리는 걸까?”라고 혼잣말로 말을 걸어왔다. 이어서 그가 주섬주섬 컬러 아크릴 스탠드를 가방에서 꺼내자 함께 있던 주변 사람들이 흥분된 목소리로 “드디어 꺼내는 건가”라고 말하기 시작했고 나는 조용히 뒷걸음질로 그곳을 빠져 나왔다.
애니메이트가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은 AK플라자 주변 상권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애니메이트에선 구하기 어려운 것들을 판매하는 소규모 셀렉트숍들이 생겨난 것이다. 2023년 8월 오픈한 ‘JS스토어’가 대표적이다. ‘피겨 전시장’을 지향하는 운영 방침에 따라 각종 아이템이 천장까지 빼곡한 다른 숍과 달리 이곳은 피겨 간의 간격이 여유롭다. “구경만 해도 즐거운 장소가 됐으면 했어요. 그래야 ‘나도 한번 컬렉팅을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지 않을까요?” JS스토어 홍보 담당 류보형 씨의 말이다. JS스토어 2층에는 티켓을 구매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피겨 특별 전시 공간 ‘JS갤러리’도 있다.
애니메이션 IP를 활용한 전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24년 5월 개관한 ‘오뮤지엄’이 그렇다. AK플라자 홍대점 4층에 위치한 오뮤지엄은 <디지몬 어드벤처전> <블리치 애니메이션 20주년 기념 서울 전시> <연재 30주년 명탐정 코난전> 등 대중에게 익숙한 작품 위주의 전시를 연달아 개최하고 있다. “블리치전의 경우 일본에도 없던 전시를 저희가 직접 기획해 원작자 검수를 받은 새로운 전시였습니다. 명탐정 코난전은 일본 순회가 끝나자마자 서울로 가져왔고요.” SMG홀딩스에서 오뮤지엄을 담당하고 있는 김동현 팀장의 설명이다. SMG홀딩스는 <슬램덩크> <귀멸의 칼날> 등 일본 유명 애니의 국내 라이선싱 사업을 기반으로 하는 회사다.
2024년 6월 문을 연 ‘덕스’도 있다. AK플라자 홍대점 바로 옆 LC 타워에 자리 잡은 덕스는 1관과 2관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1관에서 <도쿄卍리벤저스전>을, 2관에서 <TV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전>이 열리는 중이었다. “개관한 지 약 1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관객과 매출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전시회 퀄리티에 대해서도 방문객은 물론 일본 본사에서도 상당히 만족하고 있고요.” 덕스를 운영하는 웨이즈비 임헌란 대표의 말이다.
오뮤지엄과 덕스의 공통점은 전시 관람에 그치지 않고 굿즈, 카페, 포토부스 등을 연계해 추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오뮤지엄의 <디지몬 어드벤처전>을 보고 나오면 포토 부스에서 디지몬과 나란히 네컷사진을 찍을 수 있다.
“도쿄 리벤저스로 오타쿠 세계에 입문했어요. 같이 온 친구들도 다 저처럼 2D 없이 못 사는 오타쿠들이죠” 덕스에서 열리고 있는 <도쿄卍리벤저스전>에서 만난 스물여섯 살 김수빈 씨의 말이다. “홍대에 굉장히 자주 오는 편인데 올 때마다 애니 관련 숍을 꼭 둘러봐요. 아이쇼핑 하는 것처럼요.” 그녀는 덕질을 위해 오사카에서 한 달 동안 살았던 적도 있다. 그때 산 굿즈를 한국에 가져오느라 꽤나 애를 먹었다. “술 마실 때도 이왕이면 ‘안테이쿠’같이 애니메이션 콘셉트로 꾸며진 곳으로 가는 편이에요.”
신촌에 이어 연남에도 문을 연 안테이쿠는 인테리어를 전부 애니 관련 아이템으로 꾸몄다. 테이블마다 콘셉트도 조금씩 달라서 앉는 곳이 달라질 때마다 색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메뉴도 애니메이션에 자주 등장하는 요리 위주로 구성해놓았는데, <짱구는 못말려>에서 짱구가 좋아하는 ‘키리모찌’를 먹어볼 수 있는 식이다.
JS스토어와 같은 골목에 위치한 칵테일 바 ‘비밀기지’는 한 발자국 더 나갔다. 찬장과 테이블 위에 각종 피겨가 가득 쌓여 있는 건 기본이고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맞춘 커스텀 칵테일을 제공한다. “슬램덩크 강백호 칵테일이요”라고 주문하면 레드&블랙 컬러를 띤 스파이시하고 강렬한 칵테일이 나온다. 비밀기지의 권오현 대표를 비롯해 4명의 바텐더 모두 일본 만화에 심취한 오타쿠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바텐더마다 특히 잘 아는 분야가 있어서 어지간하면 거의 모든 주문에 대응이 가능하죠. 가끔 전혀 모르는 캐릭터가 등장할 땐 손님에게 캐릭터의 특징을 되묻곤 합니다.” 권 대표의 말이다. 그는 바를 열게 된 계기에 대해 “(일본에서)애니라는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부러웠어요. 서울에도 그런 곳이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라고 대답했다.

팝마트는 홍콩발 아트토이 브랜드다. 플래그십 스토어가 홍대에 있다.
음지에서 양지로
」2024년 국산 OTT 3인방 티빙, 웨이브, 왓챠는 전부 적자를 냈다. 우리나라 OTT 중 유일하게 흑자를 낸 곳은 ‘라프텔’이다. 2024년 한 해에만 약 100만 명의 신규 가입자가 유입되어 누적 회원 수가 600만 명에 이른다. 라프텔의 박종원 대표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팬덤이 확고한 애니 장르만 파고들다 보니 콘텐츠 수급 비용 대비 탄탄한 사용자층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랩이 2025년 4월 OTT 월간 사용자 수를 조사해 발표했는데 라프텔은 전체 사용자 수로는 일곱 번째였지만, OTT 앱을 하나만 사용하는 단독 사용자 순위에선 넷플릭스에 이어 두 번째였다.
지난 5월 9일부터 18일까지 ‘RSG 성수’에서 개최된 <이니셜D> 30주년 팝업 스토어도 일본 애니 IP를 이용해 성공적인 결과를 낳은 사례다. 코오롱FnC가 전개하는 남성복 브랜드 ‘시리즈’가 <이니셜D>의 명장면과 명대사를 활용한 모자, 티셔츠, 컵 등을 팝업 스토어에서 판매했는데 반팔 티셔츠 가격이 10만원 후반이었음에도 매출액이 목표치의 148%를 상회했다. 또한 구매자의 90%가 신규 고객이었다는 점도 고무적인 현상으로 평가받았다. 올 초 공개된 아웃도어 브랜드 헬리녹스와 <포켓몬> 시리즈의 협업, 패션 스트리트 브랜드 팔라스와 <데스노트> 협업 역시 품절 행진을 기록했다.
“일부러 뽐내진 않지만 그렇다고 숨기지도 않아요.” 홍익대학교 정문 앞 중고 애니메이션 굿즈 전문 매장 ‘라신반’에서 만난 신재홍 씨의 말이다. 앞서 <도쿄卍리벤저스전>에서 만난 김수빈 씨도 비슷한 말을 남겼다. “가족들이랑 회사 사람들도 제가 오타쿠인 걸 다 알고 있지만 아무렇지도 않아요. 취미일 뿐이죠.”
최근까지 IP 업계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했던 고한나 씨는 지난해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백꾸’를 거슬러 올라가면 일본 애니메이션과 맞닿는 부분이 있다고 주장한다. “투명한 PVC 가방에 자기가 좋아하는 캐릭터 캔배지를 넣는 문화가 오타쿠 쪽에선 오래전부터 있었어요. 인형을 주렁주렁 매다는 것도요.” 문득 소년기 운영자 수영 씨가 한 말이 떠올랐다. “작년에 ‘인싸들이 오타쿠 문화를 뺏어간다’는 밈이 애니 커뮤니티에서 유행했던 적이 있어요. 잘생기고 예쁜 인플루언서들이 애니 굿즈로 가방을 꾸미거나 애니 캐릭터 티셔츠를 입은 후 사진을 업로드하는 모습이 자주 보이기 시작했죠.”
애니 전문 종이 잡지 <쿄로쿄로>의 김은빈 에디터는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애니를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자체가 개성 표현의 수단으로 쓰이고 있어요. 특히 패션과 융합하는 양상이 자주 보입니다. 유니클로, 언더커버, 세인트미카엘 같은 스트리트 브랜드가 적극적으로 애니메이션 IP를 사용 중이죠”라고 분석했다.
애니를 소비하는 연령대가 20대 이하 젊은 층인 것도 주목할 만하다. <쿄로쿄로>는 창간호 발행을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는데 후원자의 40%가 20대, 20%가 10대였다. 애니메이트 홍대점을 찾는 고객층도 1020이 제일 많다. 특히 10대가 홍대를 대하는 인식이 남다른데, 썸트렌드에서 홍대 연관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10대만 덕질(3위)과 애니(8위)가 상위권에 분포했다. 개성을 중시하는 젠Z의 라이프스타일이 애니 문화를 음지에서 양지로 조금씩 끌어올리고 있다.
애니 문화가 좀 더 발전하기 위해선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오타쿠를 비롯한 업계 관련 종사자들은 입을 모아 ‘공간’을 꼽았다. 애니메이트의 전래로 애니에 입문하는 문턱을 낮췄으니 이젠 그들이 함께 놀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원 한편에 모여 땀을 뻘뻘 흘리지 않도록 말이다. 예를 들어 일본에는 애니 IP를 이용한 테마파크나 공원이 많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과 <귀멸의 칼날>이 협업해 어트랙션을 선보였던 게 대표적이다. 고한나 씨의 의견도 비슷하다. “오타쿠 문화가 커지면 2차 창작물 시장도 함께 커져요. 구매만 하던 소비자가 생산자가 되는 거죠. 근데 지금은 기껏 만든 굿즈를 팔 장소가 너무 부족해요. 개인적으론 예술영화관처럼 ‘애니 전문 영화관’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지난 4월, 메가박스가 <진격의 거인 더 파이널 시즌>을 단독 개봉해 약 2주 만에 55만 관객을 모은 걸 비추어보면 그녀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에디터님도 오타쿠네요. 제 기준에 오타쿠는 얼마나 딥한 작품을 봤는지가 아니라 좋아하는 작품을 통해 어떤 식으로든 삶에 영향을 받은 사람이에요. 그게 굿즈를 모으는 방법일 수도 있고 코스플레이일 수도 있겠죠.” 학창 시절 <슬램덩크>를 읽고 농구에 입문해 지금까지도 매주 농구를 하고 있다는 말을 하자 소년기 운영자 수영 씨가 한 말이다. 김수빈 씨는 “오타쿠가 무슨 자격증 시험은 아니잖아요. 그냥 애니를 보고 벅차오른 적이 있고 힘을 얻은 적이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요?”라고 정의했다. 그러므로 만약 당신이 ‘샤이 오타쿠’라면 이번 주말 홍대입구역으로 향하길 권한다. ‘대오타쿠시대’가 당신을 기다린다. →
Credit
- PHOTOGRAPHER 조혜진
- ILLUSTRATOR MYCDAYS
- ASSISTANT 송채연
- ART DESIGNER 김동희
CELEBR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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