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디브 최고의 럭셔리 리조트를 꼽는다면?
소네바 자니는 몰디브 북부의 여러 리조트 중 군계일학 같은 곳이다. 지상낙원이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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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HUFARU
아름다운 경관과 함께하는 디너
물 위 레스토랑 ‘오버시즈’는 풍경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이름값을 한다.
몰디브의 리조트 대부분이 하이엔드라고 해도 초호화 리조트인 ‘소네바 자니’를 설명하려면 아예 새로운 수식어가 필요하다. 몰디브 북부의 누누 환초 지역에 속한 이곳은 럭셔리 호텔들 사이에서도 손꼽히는 ‘군계일학’ 같은 곳이다. 산호초 지대 위에 새로 지어 넣다시피 설계된 수상 공간이 바다 위로 압도적으로 펼쳐진다. 정작 본섬인 메두파루가 부차적인 존재로 느껴질 정도다. 이곳에서는 땅과 바다가 완벽한 공생 관계를 이룬다.
잠깐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15년 전, 소누와 에바 쉬브다사니가 만든 ‘전설의 첫 번째 섬’ 소네바 후시에 머문 적이 있다. 당시 부부는 이미 새 프로젝트 이야기를 꺼냈다. 몇 개의 환초를 더 건너면 바나나 플랜테이션이 있던 메두파루라는 섬이 있고, 그곳에 자신들이 꿈꾸는 수상 리조트를 펼치겠다고. 그 뒤로 많은 일이 있었다. 소누가 큰 병을 앓아 이번에는 그를 만나지 못했다. 그러나 소누와 에바의 꿈만큼은 현실이 되었다. 수상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소네바 자니의 모습은 눈을 의심할 만큼 경이롭다.
바다 위로 거대한 목조 빌라가 50채 넘게, 두 무리로 나뉘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각 빌라에는 가파른 워터슬라이드가 하나씩 달려 있다. 가지처럼 뻗어 나간 나무 덱은 거대한 구조물들로 이어진다. 소네바 자니에 들어서면 모두 ‘그림자’를 하나씩 갖게 된다. 나의 그림자는 아이시라는 이름의 몰디브 여성이다. 아이시는 비행기 앞에서 우리를 맞이했다. 그녀는 나와 다른 두 팀을 맡고 있다고 설명하며, 전기 골프카트를 몰아 해변 방갈로로 안내했다. 가는 길옆으로는 커다란 채소 농장과 허브 정원, 닭장이 이어진다. 가능한 한 식재료를 자체 조달하려는 노력 덕분에 다른 섬들보다 이곳에서는 들여와야 할 물품이 눈에 띄게 적다. 플라스틱은 사실상 거의 쓰지 않고, 유리는 재활용해 건축 자재로 다시 활용한다.
더 많은, 더 넓은 바다
소네바 자니의 시설 대부분은 물 위에 자리한다. 덱으로 연결된 수상 방갈로들이 바다 위에 나란히 줄지어 서 있는 풍경은 목조건축기술과 호텔리어 정신이 함께 빚어낸 장관이다.
이 수상도시를 본격적으로 탐험할 차례다. 몰디브의 여느 섬들과 다르게 이곳은 전부 다 둘러보려면 제법 오랜 시간이 걸린다. 저녁이 되자 아이시가 첫 디너를 위해 우리를 데리러 왔다. 오늘의 목적지는 스웨덴 미쉐린 스타 셰프 마티아스 달그렌이 창안한 레스토랑 ‘오버시즈’다. 메인 건물 쪽 덱 위에 자리한 오버시즈는 바닥에 커다란 유리창이 있어 수중 조명이 켜지면 점박이독수리가오리들이 발밑에서 유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와 동시에 머리 위로는 아직 이름을 알 수 없는 새와 박쥐 몇 마리가 원을 그리며 날아다닌다.
밤이 되면 섬은 금세 빛의 바다로 변한다. 아이시는 다시 우리를 데리러 와 정글 쪽으로 운전대를 튼다. 그런데 속도가 굉장히 느리다. 이유를 묻자, 그녀는 모랫길을 가로지르는 통통한 게들을 가리키며 말한다. “저 아이들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서요.” 골프카트의 창백한 전조등에 홀린 듯 게들은 중간에 멈칫거리며 느릿느릿 길을 건넌다. 아이시는 덧붙인다. “밟고 지나가면 정말 끔찍한 소리가 나거든요.” 그런 일이 아이시에게도 지금까지 딱 한 번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그녀의 마음에 상처로 남아 있다고 한다.
다음 날, 첫 점심 한 끼만으로도 이 여행은 이미 만족스럽다. 사우스 비치의 야자수 아래 위치한 이 럭셔리한 판잣집 레스토랑 이름은 크랩 셱으로 인도양에서 가장 맛있는 해산물 요리를 낸다는 평판은 물론, CNN이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레스토랑’으로 꼽았다는 타이틀까지 보유하고 있다. 다만 이곳은 하루 두 시간, 점심에만 음식을 낸다.
근처 야자수 사이에는 해먹이 매달려 있고, 테이블과 의자는 모래 위에 놓여 있다. 섬 양쪽으로는 덱 구조물과 수상 방갈로가 바다로 길게 뻗어 있다. 고른 메뉴는 당연히 게 요리로, 정확히는 머드크랩이다. 매콤한 토마토소스에 곁들인 빵까지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다.
가는 길
말레에서 리조트 전용 수상비행기를 타고 누누 환초로 이동한다. 비행 내내 여러 섬 위를 지나가는데, 그 자체로도 하나의 체험이다.
숙박
객실 대부분은 수상 방갈로다. 아직 수영을 못 하는 영유아가 있는 경우만 아니라면 이 타입을 추천한다. 시즌과 객실 등급에 따라 다르지만, 1박 요금은 약 1800유로부터 시작한다.
소네바 자니에서는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느껴진다. 마치 자연스럽게 자라난 것처럼, 혹은 떠밀려온 유목으로 얼기설기 지어 올린 것처럼. 실제로는 나무판 하나, 유리 한 장, 의자 하나까지 전부 계획적으로 들여온 것들인데도 그 감각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섬이 언제나 부드럽게 우리를 이끌어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자전거길은 완만한 곡선을, 또 나무로 만든 스파로 향하는 길은 원을 그리며 이어진다.
테라피룸은 달걀 모양처럼 생겼고, 나선형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테라스가 하나 나오는데 멀리 북쪽 해안의 바위에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참고로 그곳이 섬에서 가장 높은 지점이다. 빽빽한 정글이 이어지는 가운데 몇 개의 지붕만이 고개를 내밀고 있고, 덱과 수상 방갈로가 어렴풋이 보인다. 그리고 저 멀리 영화관도 보인다.
거대한 스크린이 물 위에 세워져 있다. 아이들은 헤드폰을 끼고 디즈니 영화를 보는 사이, 부모들은 찬찬히 메뉴판을 들여다본다. 디렉터스 컷이라는 이름의 이 레스토랑의 담당 셰프 이름은 ‘소시’인데 그의 특기는 ‘스시’다. 셰프는 사케를 곁들인 여러 가지 요리를 완성해 내놓았다. 정교함과 요리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코스의 최고 하이라이트는 스테인리스 그릴 위에서 살짝 입맞춤하듯 구워낸 버터처럼 부드러운 와규 한 점이다. 어둠 속에서 레스토랑을 나설 무렵, 조명이 비치는 바다는 물고기 떼로 거의 검게 보일 정도다. 수면 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자기 동족들이 어떤 운명을 맞이하는지 영문을 통 모르기 때문에 더더욱 떼 지어 모여드는지도 모르겠다.
다음 날, 수상 방갈로 하나가 비어 숙소를 옮겼다. 목조 성채처럼 생긴 2층 건물에는 테라스가 여러 개 딸려 있고, 바다로 곧장 떨어지는 거대한 워터슬라이드에 작은 홈시네마까지 갖춘 근사한 방이다. 방마다 펼쳐지는 호화로운 풍경이 믿기지 않아, 공간을 하나하나 걸으며 사진에 담기 바쁘다. 알차게 꾸려진 작은 도서관과 다양한 술로 채워진 미니 바도 있다. 화장실 바닥의 동그란 유리창 너머로는 해저에 있는 작은 산호와 그곳에 사는 흰동가리 두 마리가 보인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터키색 물을 잘게 주름지게 만든다. 수영장은 거의 수영 경기장급 규모를 자랑한다. 압도적인 공간에서 비롯되는 이 여유로움을 경험할 때마다 숨 막히는 도시에서의 삶이 형벌처럼 느껴진다.
런치 타임
소박한 분위기의 크랩 섹에서는 하루 단 두 시간, 점심시간에만 해산물과 ‘전설의 소스’를 맛볼 수 있다.
시간이 조금 남아 인도양 쪽으로 더 멀리 나가봤다. 산호초 사이로 난 물길을 따라가면, 곧장 탁 트인 바다에 이른다.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선장이 돌고래를 발견했다. 그는 노련한 솜씨로 배를 몰아 무리가 놀라지 않도록 부드럽게 다가갔고 돌고래 한 마리가 몸을 나사처럼 틀어 올리며 공중으로 솟구쳤다가, 철썩 소리를 내며 물로 떨어졌다. 서로에게서 한순간도 떨어지지 않는 어미와 새끼 돌고래도 보인다. 100m쯤 더 가자 또 다른 무리가 보이는데, 이번엔 생김새가 다르다. 가까이 보니 파일럿고래다. 이들도 돌고래류에 속하긴 하지만 부리가 없이 둥근 머리를 가졌고, 몸집도 훨씬 크다. 돌고래를 마주한 처음의 흥분이 가라앉자 배 위로 아늑한 고요가 내려앉는다. 우리는 한동안 파일럿고래와 나란히 움직였다. 등줄기가 부드럽게 수면 위로 솟아올랐다가 분출공에서 내뿜는 숨소리가 들리기를 수차례, 이내 위풍당당한 몸이 깊고 푸른 바닷속으로 천천히 사라져간다.
저녁이 되자 아이시가 우리를 다시 사우스 비치로 데려다준다. 소 프리미티브는 이름 그대로 소네바 자니에서 아마 가장 ‘덜’ 화려한 레스토랑일 것이다. 모래 위 의자에 앉아 숯불에 구운 생선을 먹고, 옆에서는 아이들이 포말이 이는 파도 속에서 게를 잡는다. 해변을 따라 돌아오는 길에는 금세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지만, 하늘의 남십자성이 우리의 방향을 알려준다.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테라스 조명을 전부 켠다. 마지막 밤을 제대로 즐기고 싶었다. 수영복을 입고 워터슬라이드 위로 올라가 맹렬한 속도로 밤을 가르며 미끄러져 내려가다가, 폭우가 내리는 날 빗물받이에서 쏟아져 나오는 물처럼 미끄럼틀에서 튕겨 나와 인도양의 차가운 물속으로 풍덩 떨어졌다. 한 번 더, 또 한 번 더, 다시 한번 더, 아름다운 몰디브의 밤이다.
Credit
- PHOTO 포시즌스 쿠다 후라
- 코모 코코아 아일랜드
- 소네바 자니
- Sandro Bruecklmeier
- Aksham Abdul Ghadir
- Dominik Schutt
- TRANSLATOR 박윤혜
- ART DESIGNER 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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