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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에서 건져 올린 동시대적 타임피스, 까르띠에 프리베 컬렉션

까르띠에 프리베(Privé) 컬렉션은 메종의 방대한 크리에이션에서 가장 상징적이고도 의미 있는 시계를 선별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프로젝트다. 2015년 시작된 이 여정은 시대를 앞선 디자인과 정교한 워치메이킹 기술을 결합하며 동시대적 마스터피스로 진화해 왔다. 각각의 타임피스는 메종의 창조적 유산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증명한다.

프로필 by 이하민 2026.02.27
© Valentin Abad © Cartier

© Valentin Abad © Cartier

TANK À GUICHETS

2025년 워치스 앤 원더스에서 공개된 탱크 아 기쉐는 미니멀리즘의 정수를 담아낸 모델이다. 1928년 첫선을 보인 오리지널 모델은 시계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다이얼을 금속판으로 덮고, 작은 창을 통해 시와 분을 표시하는 ‘점핑 아워’ 방식을 채택해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프리베 컬렉션으로 다시 돌아온 탱크 아 기쉐는 원형을 충실히 복각한 모델과 현대적 변주를 준 두 모델로 나뉜다. 12시 방향의 아워 윈도와 6시 방향의 드래깅 미니트 윈도를 수직으로 배치한 모델은 오리지널 레이아웃을 고스란히 계승했으며, 옐로·핑크 골드, 플래티넘 소재로 출시돼 각 소재에 맞춘 컬러 코드를 디스크와 스트랩에 동일하게 적용했다. 이와 함께 200피스 한정으로 선보인 플래티넘 케이스 모델은 10시 방향의 아워 윈도우와 4시, 5시 방향 사이 트리플 미니트 윈도를 대칭적으로 배치한 차별화된 디스플레이를 통해 특별함을 더했다. 모든 모델은 6mm에 불과한 얇은 두께를 구현하기 위해 새롭게 개발한 울트라-씬 인하우스 핸드와인딩 칼리버 9755 MC를 탑재했다. 이처럼 금속 케이스 너머로 드러나는 숫자의 변화에만 집중한 탱크 아 기쉐의 구성은 장식을 덜어낼수록 본질이 더욱 선명해지는 절제의 미학을 담고 있다.

© Valentin Abad © Cartier

© Valentin Abad © Cartier

TORTUE

2024년 프리베 컬렉션의 여덟 번째 주인공으로 선정된 모델은 1912년 탄생한 똑뛰다. 루이 까르띠에가 거북이 등껍데기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한 이 시계는 배럴형 케이스와 볼륨감 있게 통합된 러그 디자인으로, 초창기부터 메종의 조형적 실험정신을 상징해 왔다. 손목의 곡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흐르는 실루엣 덕분에 등장 이후 오랜 시간 컬트적인 인기를 누려온 것도 특징이다. 새롭게 선보인 똑뛰 워치는 오리지널에 거의 가까운 싱크로율로 그 유산을 이어간다. 우아한 곡선형 실루엣을 기반으로 레일로드 미니트 트랙, 로마숫자 인덱스, 뽐므 핸즈 등 까르띠에의 클래식한 디자인 요소를 충실히 담았다. 다이얼의 비례와 인덱스 배치는 오리지널이 지닌 균형감을 자연스럽게 이어받아, 빈티지한 감성과 현대적 디자인을 조화롭게 담아냈다. 특히 두께 2.1mm의 울트라-씬 인하우스 핸드와인딩 칼리버 430 MC를 탑재해 전체 케이스 두께를 7.2mm로 유지하면서도, 똑뛰 특유의 풍성한 볼륨감을 살려 뛰어난 착용감을 완성했다. 플래티넘과 옐로 골드 소재로 선보이며, 소재에 따라 다이얼 마감과 스트랩 컬러를 달리 적용해 똑뛰만의 정교한 디자인 코드를 재해석했다. 200 피스 한정 출시되었으며, 모든 워치는 고유번호를 지닌다.

© Laziz Hamani © Cartier

© Laziz Hamani © Cartier

CRASH SKELETON
1967년 탄생한 크래쉬는 사고로 일그러진 시계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드라마틱한 일화만큼이나 정형화된 틀을 허문 조형미로 메종의 창의성을 상징해 왔다. 2015년 까르띠에 프리베 컬렉션의 첫 장을 연 크래쉬 스켈레톤은 비정형적 외형을 기술적 영역으로 확장시킨 모델이다. 핵심은 단순한 스켈레톤 가공에 그치지 않고, 왜곡된 케이스 라인에 맞춰 칼리버의 브리지를 로마숫자 인덱스 형태로 설계했다는 점이다. 숫자와 구조물이 하나로 결합된 무브먼트는 시각적 요소이자 구조적 지지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며, 무브먼트 자체가 다이얼의 기능을 대신한다. 크래쉬 스켈레톤은 형태의 한계를 기술로 풀어내며, 디자인과 메커니즘이 하나로 어우러질 수 있음을 증명한다. 조형적 실험과 워치메이킹 혁신이 맞닿는 지점에서 프리베 컬렉션의 철학을 가장 극적으로 드러내는 모델이라 할 수 있다.

TANK CHINOISE SKELETON
1922년, 중국 사찰의 건축양식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탱크 쉬누아즈 역시 프리베 컬렉션을 통해 현대적인 생명력을 얻었다. 가장 주목할 것은 케이스 상단과 하단에 배치된 수평 바 디테일로, 이는 중국 전통 사찰의 처마와 기둥이 교차하는 기하학 구조를 손목 위에 구현한 요소다. 동양적 미학을 서구적 워치메이킹 언어로 풀어낸 까르띠에 특유의 문화적 해석이 돋보인다. 특히 기존 무브먼트를 깎아내는 방식에서 벗어나 건축적 레이어를 쌓아 올리듯 설계된 스켈레톤 무브먼트가 무엇보다 인상적이다. 격자무늬 창살을 연상케 하는 브리지 구조와 반복되는 직선의 리듬은 공간의 여백을 강조하며, 동양화 같은 깊이감과 입체감을 형성한다. 탱크 쉬누아즈 스켈레톤은 형태와 구조, 문화적 레퍼런스가 정교하게 맞물린 결과물로, 프리베 컬렉션이 지향하는 ‘재해석된 유산’의 또 다른 방향성을 제시한다.

Credit

  • CONTRIBUTING EDITOR 손형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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